김용택은 한결같다. 소리 높여 외치지 않고 나직하게 말한다. 무슨 대표나 장 같은 직책을 맡지도 않고 그저 같은 자리 어디쯤에 앉아 있다. 마산지역에서 평생을 활동했기 때문에 이름이 같은 섬진강변 초등학교의 시인처럼 전국적인 유명인사도 아니다.
그러나 있어야 할 자리에는 꼭 있었다. 초등학교, 중학교, 실업계학교, 인문계학교, 여자학교, 남자학교, 공립학교, 사립학교, 주간, 야간, 산업체 특별학급 등 운명처럼 공교육의 다양한 학교에 두루 근무했다. YMCA 노동자교실 강사, 가톨릭여성회관 노동자교실 강사, 마산 MBC 교육이야기, 지역신문의 논설위원 등 학교 밖에서도 교육을 세우는 일에 뒷짐 지지 않았다. 그리고 YMCA 중등교육자협의회, 교협, 전교조, 그로 인한 구속수배, 해직, 다시 복직하고 퇴직하기까지 역사의 무거움을 기꺼이 짊어졌다.
드러나지 않는 자리에 함께 하면서 교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떻게 학생들을 만날 것인가를 묻는다. 그리고 교사는 학생과 청소년이 살아 가야할 세상을 바꾸는 일에 나서야 함을 실천했다. 참으로 긴 시간을 학생들과 함께한 그는 학교를 떠나면서 국가가 수여하는 훈장을 반납했다. 아직도 입시경쟁에서 학벌사회에서 고통을 받고 있는 현실을 바꾸어 내지 못한 교사가 어떻게 훈장을 받겠느냐면서.
장혜옥은 나눈다. 걸음도 빠르지 않으며, 말투도 급하지 않다. 전교조의 위원장이라는 그 무거운 위치에서도 부드럽고 그만큼의 따뜻함으로 교사와 대중들을 만났다. 그러면서 늘 나눈다. 생각을 나누고 소유물을 나누고 함께 할 일을 나눈다. 한 조각의 빵을 나누고 술을 나누고 이야기를 나눈다.
교사단체의 대표에 있으면서 대학입시 승리를 향한 경쟁교육과 학벌사회의 문제를 호소했다. 입시를 폐지하는 것이 학교를 희망의 공동체로 다시 세우는 길임을 말하기 위해 밥을 굶고 한뎃잠을 자며 외쳤다. 그 결과 실정법에 의해, 권력의 법적용으로 인해 삶의 소중한 모두를 박탈당했다. 더 이상 만날 학생이 없고, 서야 할 학교가 없으며, 공민권조차 없다.
그러면서도 또 나누고 있다. 천만인의 마음에 학벌없는사회의 씨앗을 뿌리고 있는 중이다. 도무지 봄이 올 것 같지 않은, 새 움이 돋을 것 같지 않은 진눈깨비 황사 속에 손에서 가슴으로 건네지는 씨앗을 천천히 그러나 멈추지 않고 나누고 있다.
이형빈은 새롭다. 이 글을 쓰는 나 같은, 현실이 무겁고 운동은 비장한 이들에게 목도리는 추위를 견뎌내기 위해서가 아니면 불편할 따름이지만 그는 멋으로 두를 줄 안다. 집회현장에서의 간절한 음악에 춤을 추기도 한다.
서울의 사립학교 교사로 학생들과 함께 웃고 울며 사랑을 주고받았다. 부당한 교육 현실에 저항했으며, 때로는 작은 성과에 눈물 흘리기도 했다. 교과서와 입시를 뛰어넘는 새로운 수업을 시도하며 웃음과 감동이 넘치는 교실을 만들기 위해 분투했다. 지역에서 교사들과 주민들을 만나면서도 그는 상투를 벗어난 새로움이었다.
그도 지난 겨울에 학교를 떠났다. 근무하던 학교가‘자율형 사립고'로 전환되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학벌 획득에 유리한 코스를 선점하려는 학생들의 욕망과, 명문고로 도약하기를 바라는 교사들의 욕망과, 세 배 이상의 투자액 만큼의 효율을 뽑으려는 학부모들의 욕망이 들끓는 그 곳에서, 그는 자신을 지켜내고 학생들과 희망을 만들어 갈 수 없었던 것이다.
나는 오늘 학교를 떠나갈 수밖에 없었던 세 교사보다 더 많은 청소년들의 아픔에 대해서는 말하지 못했다. 이름을 남기지 않은 채 흩어져 가고 있는, 제도기관인 학교를 떠나거나, 배움의 과정을 포기하거나, 심지어는 삶을 중단했거나 지금도 결심하고 있는 청소년들의 아픔에 대해서 말이다.
교육이 투자 전략의 일종이 되어버린 욕망의 세계에 우리는 살고 있다. 입시경쟁에서 요구하는 승리와 청소년의 자유로운 성장이라는 교육에 관한 욕망은 이중적이고 배타적이어서 경쟁을 중단하지 않는 한 도저히 공존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부모라는 부담으로, 교사라는 위치로, 또 다른 이름으로 청소년들을 미망에 빠뜨리고 있다. 겉으로는 공동체적인 가치로 위장하지만 기실은 배타적인 경쟁, 기성사회의 축소판이 아니라 경쟁이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가장 일상적으로 물질화된 공간으로 학교를 만들고 그 학교에 학생이라는 규정으로 밀어 넣었다.
할 수 있다면 바꾸어야 한다. 그 길이 보이지 않는다면 지금 우리에게는 일종의 탈주가 필요하다. 더 이상은 이 잔혹한 학벌체제에 미련을 두지 말아야 한다. 체제 안이 아니라 체제 옆에서 또 체제 밖에서 새로운 망명지를 건설해야 한다. 학벌사회를 부정하는, 서열경쟁하지 않는 배움의 공동체를 곳곳에 세워야 한다. 수능시험을 거부한 학생들, 대학을 탈피한 김예슬씨의 선언이 잠시의 이야깃거리로만 남아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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