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은 일단 첫 번째로 학생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우리 학교에는 '교장선생님과의 대화'라는 일 년에 단 한 번 있는 행사가 있다. 작년엔 교장선생님께서는 혼자서 월남전 이야기를 하시고는 시간이 끝난 것을 아쉬워하며 가셨다. 대화가 아니라 따분한 조례를 이름만 바꾼 것이었다. 하지만 앞으로의 교육감은 교육의 주체인 학생의 말에 귀를 기울여 의견을 수렴해 정책을 짜야 한다.
둘째로 학생이 왜 교육정책에 따라 오지 못하느냐가 아닌 '교육정책이 왜 학생에게 맞추지 못하는가'를 걱정해야 한다. 우리는 소수만의 교육이 아닌 모두가 참여하는 교육을 받고 싶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교육감은 인권의식이 있어야 한다. 우리도 이제 좀 사람답게 살아 보고 싶다. 현 대한민국의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인권실태는 형편없다. 학교는 매일 7시50분까지 출입구를 점거하여 선생님들의 승용차 길을 보장해주고 약 1m 남짓한 공간으로 등교하는 수백 명의 학생을 몰아넣는다. 그리고 그 사이에 두발·복장 등 개성을 뽐낼 권리를 침해받는다. 운이 좋게도 오늘 걸리지 않았다고 해도, 인권침해는 수업시간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흔히 교육의 3주체로 학생·학부모·교사를 말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실질적으로 교육을 받는 학생의 의견이 수렴되지 않는 교육이 진정한 교육일까? 당연한 이야기지만 부모는 자식이 잘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지나친 애정이 가끔 화를 부르진 않았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교육감 선거에서 수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건 학부모이다. 그렇다면 교육감 후보는 학부모를 위해 어떤 정책을 내세울 것인가. 내가 후보라면 조금이라도 더 좋은 대학을 보낼 수 있는 정책을 내세우겠다. 그 뒤에 어떤 대가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 학부모 유권자와 함께 말이다. 여기에서부터 사회적 문제가 된 높은 사교육비와, 창의력 없는 주입식 교육, 학생인권 문제가 나오지 않았나 생각하게 된다.
그렇다면 어째서 학생들에게 선거권을 주지 않는 것일까? 법률상 미성년자는 정신적으로도 미성숙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렇다고 성숙한 성인을 보면 꼭 성숙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만약 그렇다 하더라도 교육의 주체인 학생을 빼고 교육을 말한다는 것 자제가 반민주적다.
어른들은 어린 우리 학생들에게 제일 좋은 것을 안다고 한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내게 좋은 것은 내가 더 잘 안다. 그리고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우리나라에서는 성인의 투표권만을 인정한다. 그리고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사회 풍토가 존재한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전혀 민주주의라 생각하지 않는다. 정치에 참여할 수 없는 국가의 주인이 있는데 어찌 민주주의라 할 수 있는가? 이뿐만 아니라 학생을 하나의 인격체가 아닌 입시기계로 보는 시선이 상당수가 아닌가. 현재 사회적 풍토가 이러한지라 학생의 선거권과 인권은 무시되기 십상이다. 그러므로 이제 학생들에게도 선거권을 돌려줘야 하지 않을까?
학생이 유권자가 되면 수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던 학부모의 독재에서 벗어나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참교육이 된다. 학생이 원하는 교육정책이 나올 것이고 그렇게 되면 자퇴율 감소와 함께 학교 부적응 자가 줄어들게 될 것이다.
우리는 대학만이 목표가 아닌 진짜 공부를 하고 싶다. 단지 입시 위주의 경쟁교육이 아닌 자신이 잘하고 관심 있는 공부를 하며 자기 스스로 발전해 나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공부는 능률과 효율성을 증진시켜 경쟁만능이 아니더라도 대한민국이 원하는 인재들을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자, 다시 말하겠다. 학생들을 존중하는 교육감과, 바로 그러한 교육감을 뽑는 선거에 학생이 직접 참여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확대를 위해서라도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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