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재정건전과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 쫓아

11월 서울회의, 과도한 의제설정이 더 문제

캐나다·토론토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가 27일 오후(한국시각 28일 오전), “선진국은 적어도 2013년까지 재정적자를 반으로 줄인다”는 목표를 주요한 내용으로 한 정상선언을 채택하고 폐막했다.

또 선언은 “환율이 한층 더 유연성을 지녀야 할 신흥국이 있다”라고 밝히면서 위안화 환율의 탄력성을 표명한 중국에 대해 신속한 위안화 절상을 재촉했다. 일본이나 독일 등의 경상수지 흑자국에 대해서도 내수를 더 확대하도록 요청했다.

한편,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국가들이 금융기관 파산 등 처리에 수반하는 비용을 징수하는 “은행세”의 도입을 제창했지만, 선언은 “다양한 정책 수단이 있어 다른 방법을 추구하고 있는 나라도 있다”며, 은행세 도입은 결정되지 않았다.

그리고 세계무역기구(WTO)의 도하 라운드에 대해서는 “가능한 한 조기에 타결”하자는데 그쳐, 목표 시한을 정하지 않아 사실상 연내의 타결을 포기했다.

재정건전과 경제성장을 어떻게 동시에?

제4차 G20 정상회의의 주된 논의는 세계 경제가 불투명한 가운데 얼마만큼 정부 지출을 감소시키는가하는 점에 있었다. 미국은 성급히 재정 지출을 축소시키면 더블 딥의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페이스가 너무 늦게하면 금리 상승을 초래하여 그리스가 빠진 것처럼 지속 불가능한 채무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유럽에서는 그리스의 재정 위기가 거액의 재정 적자를 안는 포르투갈이나 스페인 등 남 유럽 국가의 신용 불안으로 파급돼 유로화가 급락했다. 독일이나 프랑스 등 유럽 각국은 시장의 신임을 되찾기 위해 경기부양책에서 재정건전화 노선으로 방향을 돌렸다. 여기에 정상회의 의장국인 캐나다가 2013년의 재정적자 반감 목표를 수락할 것을 각국에 요구했다.

하지만 “세계경제는 G20 각국의 대규모 재정정책으로 간신히 회복기조를 타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재정지출을 급하게 줄이면 세계경제에 반대로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급속한 재정지출 감축을 견제해 왔다.

결국 G20 정상선언은 재정지출 반감과 함께 세계경제 상황이 ‘심각한 과제가 남아 있어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경기 부양책책을 지속하는 것과 동시에 성장에 배려한 재정재건 계획이 필요하다”고 정리했다.

이런! 재정지출 축소와 성장이라는 양립 불가능한 두 문제를 동시에 제기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 선언은 재정재건과 경제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아야 할 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답이 없다. 오히려 이 어려운 문제를 각국에 내맡긴 형태에 지나지 않는다. 2009년 9월 피츠버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적극적 재정지출에서 이제는 각국이 국내외 사정을 봐가면서 재정 투입 속도를 알아서 행하라는 신호로 읽혀진다. 때문에 각국이 제각각 경제정책과 재정운영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하면, 세계경제가 전체적으로 방향감을 잃을 수도 있고 시장의 혼란을 부를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은행세도 합의 못해

G20 정상회의의 초점이었던 은행세에 대해서는 합의하지 못한 채 폐막했다.

최종선언에서는 2012년에 금융기관에 새로운 자기 자본 규제를 도입한다는 기존의 목표를 반복했지만, 은행세에 대해서는 “금융기관에 과금을 추구하는 국가도 있고, 다른 접근 방식을 추구하고 있는 나라도 있다”고 지적하고 그쳤다.

은행세는 경기 대책의 비용 회수 및 금융 기관의 파산 처리 비용에 충당할 목적으로 유럽 국가들에는 필요했지만, 경제위기 파급효과가 적은 캐나다 또는 호주 및 신흥 국가와 사이에 온도차 때문에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은 기자 회견에서 “일부 국가는 은행세를 도입해야한다는 점에서 합의했지만, 그것은 모든 국가가 도입해야한다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꼴델 멕시코 재무 장관은 자국이 금융 위기를 극복하고 자기자본규제 등을 포함한 금융규제를 지나치게 강화하는 것에 반대 입장을 보였다.

은행세 도입문제도 알아서 하라는 것으로 끝을 맺었기 때문에 ‘11월 G20 서울회의에서도 더이상 논의하지 않기로 했다’고 정부관계자가 밝혔다.

11월, G20서울회의 이슈가 국제금융안전망과 개발문제...글쎄?

  G20 회의 중인 이명박 대통령 [출처: 청와대]

27일 제4차 G20회의가 폐막함에 따라 정부는,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5차 G20정상회의에 총력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서울회의의 의장국인 한국은 주요의제로 △글로벌금융안정망(GFSN)의 구축과 △개발의제 발굴로 모아나가고 있다.

국제금융안전망 구축은 지난 4월 워싱턴 재무장관회의에서 G20의 공식의제로 채택된 뒤 6월 부산 재무장관회의에서 올해 하반기에 금융안전망이 구축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정책대안을 마련하기로 정상들이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토론토 회의에서 보듯이 은행세 도입조차 각국간의 이견으로 합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제통화기금(IMF)를 보완(강화)하는 국제금융안전망을 구축한다는 목표 자체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여기에 안정적인 국제통화제도를 서울회의에서 구축한다는 것도 희망사항에 불과할 수 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토론토 회의에서 “금융위기로 인해 많은 개도국과 신흥국들이 어려움을 겪었으며 개발 격차는 오히려 확대됐다”면서 개발 의제를 서울회의의 주요 의제로 다루겠다는 뜻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조차 쉽지 않아 보인다. 이번 4차회의 특징이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주요 신흥 국가 대부분이 서로 초점이 맞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금융규제 문제와 재정지출 및 경제부양, 출구전략 등에서 신흥국간의 이해관계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개도국이나 신흥국에서 개발의제 자체를 합의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반증이다.

또한 개발의제는 다른 어떤 것보다도 자본조달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부채를 절반으로 줄이고 재정지출을 점차 축소시켜 나가자는 ‘토론토 선언’이 말하듯, 자본조달의 형태가 불투명하거나 매우 어려운 상황에 봉착하게 될 것도 핵심적인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개도국 원조 등의 문제가 아닌 민간부문의 역량강화를 통한 경제개발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이 문제는 엄격히 말해 한국식 ‘재벌’육성과 같이 경제 위기 상황에서 국가 지원을 통한 민간자본 육성방안으로, G20의제로 보기에는 지나치게 한국적이고 초라해 보이기까지 하다.

G20, 폭탄 돌리기는 계속된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는 2013년까지 재정적자를 절반으로 줄이자는 약속에도 불구하고 이 약속이 어떻게 이행될지는 미지수이다. 지난 1년간 각국의 경기확장정책으로 인해 다소간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 과정에서 유럽은 거의 초토화되었다. 일본은 10년 넘게 경기가 회복될 움직임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이제 각국이 서로 눈치보며 재정긴축과 팽창, 출구전략의 시점을 조율하고 있으며, 4차 G20정상회의의 선언은 ‘경제정책과 재정운영은 이제 알아서 하세요’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에 불과하다. 올 11월 5차 서울회의 이후 G20회의는 1년에 1회 열리게 되며, 더 느슨한 조율을 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제 G20은 한마디로 말해 성과없이 불안요인만 계속 안고가야 할 상황이다.

한편, 이 과정에서 캐나다의 대응은 세계시민사회의 우려를 나을만한 폭력적인 대응으로 일관했다. 600여명이 넘는 활동가들을 체포하고 기자들에 대한 일상적 취재방해가 다반사로 일어났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하고 있다. 또한 장애인, 여성, 평범한 가족 등에 대해 무차별적으로 연행하고, 임시법률로 기본권을 제한하는 등 그야말로 초강경 대응을 하며 시위대를 폭도로 내몰았다고 한다.

벌써부터 한국에서도 이와 유사하게 군대를 동원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심대히 제한하는 ‘G20경호특별법’이 제정되어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경찰폭력이 일상적인 한국에서 G20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 우려가 어느때보다도 커 보인다. 수조원에 달하는 경비를 들여 역사상 가장 비싼 회의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캐나다 토론토 회의에 대해 한국은 반면교사의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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