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해 부부젤라는 울렸나?

[참세상 국제통신] 2010년 월드컵 결산서

월드컵의 진정한 승자는 누구일까. 위태로운 경제위기 속에서도 트로피를 거머쥔 스페인? 아프리카대륙 최초로 월드컵 경기를 유치한 남아프리카공화국? 티켓판매와 TV 중계권 수익으로 전년도 대비 50% 이상의 수익 증가가 예상되는 FIFA? 독일 2강 진출 경기 당일 논란됐던 긴축예산을 재빨리 승인할 수 있었던 독일정부 총리 메르켈? 참가국 3분의 2의 선수들 가슴에 그리고 4강팀 중 2개팀 선수복에 새겨져 있던, 독일에서만 2006년 월드컵 당시와 비슷하게 평소의 두배이상인 6백5십만개의 축구선수복을 판매한 아디다스? 혹은 관중석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건재를 과시한 정몽준 명예회장? 그러나 확실히 남아프리카는 아닌 듯하다.

[출처: http://www.linkezeitung.de/]
한달 동안 경기장을 제공하며 시합을 지원했던 남아프리카는 여느 당구장 주인과는 다르게 적자를 기록해야 했다. 독일 언론 타즈(TAZ)에 따르면 관광객들과 축구팬들의 소비는 15억 유로(2조2천7백8십5억원)로 계산됐다. 그러나 이 액수는 새 경기장 건축 그리고 거리와 공항 현대화와 증축에 소요된 35억 유로(5조3천1백6십5억원)에 비하면 현저하게 적은 수치다. 아파르트헤이트 정책 폐지 이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월드컵 개최를 통해 세계에 새로운 인상을 남겼다며 긍정적인 후폭풍을 기대하지만 구조적인 문제들이 남아 있다.

우선 정부 관계자들은 낙관적으로 전망한다. 타즈에 따르면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 추계, 4주동안 국민총생산은 0.4% 상승됐다. 또한 관광장관 마트너스 반 살콱(Marthinus van Schalkwyk)은 월드컵 선전으로 인해 이후 보다 많은 수익이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이미 1백9십만명의 방문객들이 올해 일사분기 동안 찾아왔고 이는 전년에 비해 3십2만명이 많은 즉, 21% 상승된 수치이다. 더욱이 이 시기는 초겨울 시작인 관광비수기에 해당된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조직 임원 리치 믁혼도(Rich Mkhondo) 또한 4십1만5천개의 간접적 일자리 창출을 강조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월드컵으로 인한 효과는 단지 짧은 시간만 유효할 것이라는 데 입을 모은다. 우선 건설업종 일자리는 기한이 정해져 있으며 불안정하고 일자리가 심각하게 축소돼 왔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동안에만 8만개의 일자리가 없어졌다. 뿐만 아니라 전년도에는 8십7만개의 일자리가 없어졌다. 그리고 상반기 동안 4% 성장률을 기록하긴 했으나 경기장에서 일했던 6만6천명의 노동자는 월드컵 폐막과 함께 더 이상 일할 수 없게 됐다는 사실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한편, 월드컵으로 인해 발생한 직간접적인 문제들도 논란되고 있다. 독립적인 꼬뮤니즘 국제청년조직인 “One Solution Revolution”(유일한 해결법, 혁명)에 따르면 철도요금은 월드컵 전에 비하면 47% 상승했고 그래서 가난한 사람들은 이용하기가 더 어렵게 됐다. 게다가 투자예산 때문에 교육, 건강 그리고 수도공급 등 절박하게 필요한 다른 예산은 더 부족하게 됐다. 뿐만 아니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보통시민”은 월드컵에 초대되지 않은 손님들이었다. 거리판매상 또는 성노동자들은 쫓아내졌다. 부유한 손님들이 그들로부터 보호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타즈와의 인터뷰에서 짐바브웨에서 정보통신을 공부했지만 남아프리카 케이프 주도인 캅슈타트에서 샌드위치를 파는 토니(Tony)는 “월드컵을 통해 유일하게 변한 것은 기초시설뿐이다. 그리고 월드컵으로 인해 우리, 이주민들은 곧 분노하게 됐다. 그들이 우리를 추방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나는 짐바브웨에서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물건을 정리하고 주말에 돌아갈 것이다. 남아프리카는 그 정도로 외국인에게 적대적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FIFA나 초국적 기업들의 표정은 전혀 다르다. 우선 FIFA는 28억 유로 이상(4조2천4백7십6억원)을 월드컵 전에 이미 벌어들였다. 이는 2006년 독일월드컵에 비하면 50% 증가한 액수다. FIFA는 수익을 “축구발전지원금”으로 사용한다고 밝혔지만 이는 아프리카국가들에서의 축구가 보이듯이 유럽 축구자본의 상업적인 이익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이러한 FIFA가 독점적인 마케팅 권리를 부여한 나이키, 아디다스, 코카콜라, 맥도널드, 소니, 현대 등 초국적 기업들도 그들의 거액 투자를 크게 웃도는 효과를 발표하고 있다. 현대는 자동차부문에서 1천억 투자 대비 84배의 광고 효과를 가졌다고 한다. 또한 아디다스는 독일에서만 평소 대비 2배를 초과하는 판매량을 가졌다.

그러나 이러한 상업적인 이익이 노동자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민중에게는 돌아가기 어렵다는 것은 자명하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세계 기준으로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아디다스가 판매한 선수복과 운동화의 대부분은 최저수준의 임금으로 하루 평균 16시간까지 노동하고 있는 중국과 방글라데시에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타즈와의 인터뷰에서 토착민 후손이며 캅슈타트에서 휴게점을 운영하는 죠(Joe)는 이렇게 말한다. “월드컵은 우리에게 좋은 경험이었다. 이벤트가 진행될 동안 사람들은 일상에서 지속됐던 생계전쟁을 잊었다. 그러나 우리는 다시 완전히 불공정한 사회 속에서 살아야 한다. 나는 매우 성나있고 많은 사람들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우리의 국가로부터 소외돼 있다. 아파라트헤이트 시절이 끝나면서 우리에겐 자유가 주어졌다. 하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어떤 종류의 자유인가? 나는 가난할 자유, 언제인가 조그마한 땅 또는 작은 집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 없이 살아남기 위해 싸워야 하는 자유를 가진다. 월드컵은 좋은 경험이었지만, 사람들은 몹시 화나있고 완화되지 않을 것이다.”

또한 남아프리카공화국 노동총연맹 대변인 패트릭 크래븐(Patrick Craven)은 “월드컵은 기초시설과 관광부문을 지속적으로 개선시켰다. 그러나 이 불평등한 사회에서 보다 많은 일자리를 만드는 데 필요한 충분한 정치적 의지가 지속될지는 의문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4년 후에 다시 찾아올 월드컵. 차기 개최국으로 선정된 브라질에서의 승자는 과연 누구일까? 브라질 민중들은 전세계 민중들과 함께 스포츠를 통한 연대의 쌈바춤을 과연 출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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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 월드컵 , 남아프리카공화국 , FIFA , 부부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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