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츠키주의란 무엇인가?

[신간안내] 던컨 핼러스 지음, 『트로츠키의 마르크스주의』(책갈피, 2010.8)

한국의 사회주의자들에게 트로츠키는 상당히 논쟁적인 인물이다. 그것은 그의 사상이 이론적인 면이나 실천적인 면에서 기존의 혁명가들과 상이하기 때문이다. 이념 과잉의 시대에 내재적 접근을 통한 자의적 해석과 왜곡이 빚은 결과이기도 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로자 룩셈부르크나 그람시 역시 올바른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여전히 이들 혁명가들을 둘러싼 국가, 당, 혁명 등의 논쟁은 지속적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비단 트로츠키만의 문제가 아니라 마르크스주의 진영 전체의 핵심적 쟁점인 것이다. 그래서 특정한 혁명가나 사상가의 정치적 올바름을 이야기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의 사상을 제대로 조명하는 계기가 필요하다.

이번에 출판된 『트로츠키의 마르크스주의』는 트로츠키 사상의 전체를 객관적으로 조망하고자하는 의도에서 쓰였다고 한다. 그러한 취지에 맞게 기술되었는지의 판단은 독자들의 몫이지만 굳이 편견을 갖고 접근할 필요는 없다. 학습도 없이 실천도 없이 이론과 사상을 수용하거나 비판하는 것은 교조적이거나 개량적일 수밖에 없다. 어떠한 사상과 이론도 사회주의운동에 있어서 반드시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출판사 서평에 의하면 네 가지 주제에 초점을 맞추어 트로츠키의 공과를 엄밀히 따지고 있다고 한다.
첫째, 트로츠키의 사상에서 가장 유명한 연속혁명론이다. 연속혁명론은 후진국 러시아에서 사회주의 혁명이 가능한지에 대한 트로츠키의 답변이었다. 이 책은 러시아 혁명과 그 뒤 식민지나 반식민지 나라들, 즉 제3세계에서 전개된 상황을 돌아보며 연속혁명론의 타당성을 따져 본다.
둘째, 러시아 혁명의 결과와 스탈린주의, 소련 국가의 성격 문제다. 트로츠키는 스탈린주의에 대한 역사유물론적 분석을 최초로 꾸준히 시도했던 사람이다. 이 책은 트로츠키의 스탈린주의 분석을 살펴보고 그 강점과 약점을 지적한다.
셋째, 매우 상이한 상황에서 대중적 혁명 정당이 사용하는 전략과 전술 문제다. 트로츠키는 스탈린주의가 재앙적 영향을 끼친 중국 혁명(1925~1927년)의 패배, 파시즘의 승리, 소련과 코민테른의 타락 등을 비판하고 분석하면서 전략과 전술 부문에서 마르크스와 레닌 못지 않은 공헌을 했다.
넷째, 당과 계급의 관계다. 혁명 운동이 노동자 대중과 관계 맺는 문제에 관해 트로츠키는 무어라 말했을까?

본문의 일부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트로츠키의 연속혁명론

트로츠키는 레닌만큼이나 굳게 ‘혁명적 부르주아지’에 대한 의존을 배격했다. 그는 멘셰비키의 도식을 다음과 같이 조롱했다.

“민주주의 혁명가들인 자코뱅 당이 프랑스 혁명을 끝까지 수행했듯이 러시아 혁명도 혁명적 부르주아지의 민주주의에만 권력을 이양할 수 있다는 것은 …… 언론인적 유추와 연역을 통해 만든 초역사적 범주다. 멘셰비키는 이런 식으로 혁명에 대해 확고한 대수적 공식을 만들어 놓고는 거기에다가 있지도 않은 산술적 가치를 대입시키려 한다.”

이 밖의 다른 모든 점에서 트로츠키의 연속혁명론은 볼셰비키의 주장과 달랐다. 가장 중요한 점은 연속혁명론에서 농민이 독립적인 정치적 구실을 할 수 있다고 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것은 농민이 혁명적이기는 하지만 혁명을 지도하는 구실을 할 수 없으며, 역사는 부르주아 국민을 속박에서 해방시키는 과제를 농민에게 맡길 수 없다는 것이다. 트로츠키는 오직 노동계급만이 러시아 혁명에서 지도 역할을 할 수 있고 그렇게 한다면 반드시 수중에 권력을 장악하고야 말리라고 확신했다.

엥겔스가 처음에 세운 가설은 트로츠키에 와서 뒤집혔다. 즉, 자본주의의 불균등 발전 때문에 후진 러시아가 일시적으로 국제 사회주의 혁명의 전위가 되는 결합 발전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연속혁명론은 트로츠키가 죽을 때까지 줄곧 그의 마르크스주의의 핵심이었다. 오직 한 가지 중요한 점에서만 1917년 이후 그의 연속혁명론 사상은 노동계급의 자생적 행동에 크게 의존했다. 이 시기의 트로츠키는 볼셰비키의 ‘중앙집권제’에 반대했고 당의 지도적 구실이라는 개념을 실천에서 배격했다. 1917년에는 중앙집권과 당의 구실에 대한 그의 입장을 완전히 바꾸었다. 이후의 연속혁명론은 혁명적 노동자 당의 역할에 바탕을 두고 구성됐다.

1925~1927년 중국 혁명에 대해

당시 중국은 영국·프랑스·미국·일본 제국주의들 사이에 비공식적으로 분할된 반식민지였다. 독일 제국주의와 러시아 제국주의는 1919년 이전에 전쟁과 혁명으로 말미암아 중국에서 축출당했다.

1925년경 트로츠키는 여전히 소련 공산당의 정치국원이기는 했지만, 정책에 직접적 영향력은 전혀 행사할 수 없었다. 아이작 도이처에 따르면, 1926년 4월 트로츠키는 공산당이 국민당에서 탈당할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그해 9월 처음으로 충실한 논설을 통해 소련 공산당의 중국 정책을 비판했다.

중국의 혁명 투쟁은 1925년부터 새로운 국면에 돌입했다. 이 국면의 두드러진 특징은 프롤레타리아의 광범한 계층들의 능동적 개입이다. 그와 동시에, 상업 부르주아지와 그들과 연계된 지식층 인자들은 파업과 공산주의자, 소련에 대해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우경화로 치닫고 있다. 이러한 기본적 사실에 비추어 볼 때, 공산당과 국민당의 관계를 새로 정립하는 문제가 반드시 제기될 필요가 있음이 명백하다.

즉, 중국 혁명은 부르주아 혁명이며 따라서 중국 혁명의 목표는 프롤레타리아와 농민의 민주주의 독재여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자와 농민의 동맹을 유지하기 위해서 운동은 ‘민주주의적’ 요구들에 애써 머무를 필요가 있다. 사회주의 혁명은 일정에 오르지 않았다. 핵심 문제는 부르주아지가 제국주의자들에게 투항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므로 국민당은 반드시 반혁명적 역할을 할 것이다.

결과는 잘 알려져 있다. 1926년 3월 광둥에서 국민당 군대의 사령관 장제스는 좌파에 맞서 첫 번째 쿠데타를 일으켰다. 소련의 압력을 받아 중국 공산당은 굴복했다. 장제스 군대가 ‘북벌’에 나서자 노동자·농민의 반란 물결이 군벌 세력들을 분쇄했지만, ‘동맹’에 충실한 공산당은 ‘과격한 행동’을 막으려고 최선을 다했다. 1927년 3월에 장제스가 상하이에 입성하기 전에 군벌 세력들은 중국 공산당이 지도한 두 번의 총파업과 한 차례의 봉기로 패배했다. 장제스는 노동자들에게 무장해제를 명령했다. 중국 공산당은 저항하지 않았다. 그 직후 4월에 노동계급은 학살당하고 노동운동은 분쇄당했다. 국민당의 분열이 뒤따랐다.

민중전선과 스페인 혁명에 대해

1936년 7월 프랑코의 권력 장악 기도에 대응해 스페인 혁명이 분출했을 때 스페인 공산당은 2월 선거에서 승리해 권력을 장악한 스페인 민중전선의 일부로서 전력을 기울여 운동을 ‘민주주의’의 틀 안에 가두어 두려 애썼다.

스페인 공산당과 그들의 부르주아 동맹들은 이러한 노선을 따라 공화국 정부의 정책을 점점 더 우파적 방향으로 밀고 나갔다. 오랫동안 지속된 내전 과정에서 공산당은 자신보다 좌파적인 정당인 마르크스주의통일노동자당POUM을 맨 먼저 정부에서 축출했다. 트로츠키는 POUM이 민중전선에 참여할 때부터 혹독하게 비판했다. POUM은 민중전선에 참여한 결과 정치적으로 무장해제당하고 공산당한테 ‘좌파적’ 커버를 제공하게 됐다. 공산당은 POUM을 쫓아낸 다음 스페인 사회당 내 좌파 지도자들을 축출했다.

그리고 트로츠키가 경고한 대로 프랑코가 승리할 수 있게 됐다. 혁명 진영은 몰락했고 혁명성도 잃어버렸다. 대중의 영웅적 투쟁이나 개별 혁명가들의 영웅적 행동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중은 자신들의 힘에만 의존해야 했던 한편, 혁명가들은 강령이나 행동 계획도 없이 분산돼 있었다. ‘공화국’ 군대의 지휘관들은 군사적 승리를 이룩하는 것보다는 사회혁명을 분쇄하는 것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병사들은 더는 지휘관들을 신뢰하지 않았고, 대중은 정부를 믿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은 내전의 초기부터 예상할 수 있는 것이었다. 자본주의 체제의 구출을 과제로 설정함으로써 민중전선은 군사적 패배를 자초했다.

에르네스트 만델(Ernest Mandel)은 트로츠키를 “20세기의 영향력있는 많은 사회주의자들 가운데, 시대의 주요 발전경향과 중심적 모순을 가장 명확하게 인식한 사람”(레온 트로츠키 지음, 강대진 옮김, 『역사의대안-트로츠키주의』, 풀무질, 2003, 11쪽)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트로츠키는 사회주의 역사에서 영원히 미복권된 인물이다. 스탈린에 대한 자유주의적 비판자였지만 스탈린 정권에서 ‘인민의 적’으로 추방당했고 자본주의국가로부터는 위험한 혁명수출업자로 낙인 찍혀 떠돈 유랑의 혁명가였다.

이 책의 저자 던컨 핼러스(Duncan Hallas)는 제2차 세계대전 동안 국제 트로츠키주의 노동자연맹에 가입했으며, 종전 이후에는 영국에 돌아와 토니 클리프와 함께 지금의 사회주의노동자당 SWP의 전신인 <소셜리스트 리뷰> 그룹의 창립 멤버가 됐다.

■ 차례

1장|연속혁명
멘셰비즘/볼셰비즘/트로츠키의 대안/검증/1925~1927년 중국 혁명

2장|스탈린 체제
변질된 노동자 국가/노동자 국가, 테르미도르 반동, 보나파르트 체제/전망

3장|전략과 전술
중간주의와 초좌파주의/공동전선/영-소 노동조합위원회/‘제3기’의 독일/민중전선과 스페인 혁명

4장|당과 계급
역사적으로 좌우되는 도구/변칙/연속성의 파괴/새 인터내셔널

5장|트로츠키가 남긴 유산
1938~1940년의 세계 전망/소련, 스탈린주의, 제2차세계대전과 그 결과/빗나간 연속혁명/트로츠키 사후의 트로츠키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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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츠키 , 연속혁명론 , 민중전선 , 스페인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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