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대테러나 대간첩, 해적퇴치용으로 사용했던 ‘지향성 음향장비’가 시위대 진압 목적으로 도입될 예정이다. 지향성 음향장비는 지난 2005년 11월 5일, 소말리아 해역에서 크루즈선 납치를 시도하는 해적들을 격퇴하는 데 사용된 바 있다.

경찰청은 지난 28일, ‘경찰 장비의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하고, 일명 ‘음향대포’라는 지향성 음향장비를 진압 장비에 추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다목적 발사기 사용 요건도 완화할 방침이다.

음향대포는 G20정상회담을 앞두고 경비 강화의 일환으로 도입됐으며, G20정상회담 반대 집회, 테러 등의 발생시 투입될 예정이다. 경찰 측은 음향대포를 기타 장비로 분류하고, 가스차나 살수차, 함정용 물포와 같은 기준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음향대포의 위험성여부가 연구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체에 유해할 수 있는 장비를 성급하게 도입한다는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특히 음향대포가 개인의 인체에 손상을 입힐 우려가 있어 도입을 신중히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처장은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음향대포에서 크게 소리가 나면 150dB 이상의 소리가 나며, 이 정도 소리는 비행기 제트엔진 소리와 맞먹는 것으로 고막이 찢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경찰은 150dB까지는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황이지만, 소리의 크기 뿐 아니라 주파수나 음의 높낮이 역시 문제가 되고 있다. 오 사무국장은 “유투브에 관련 동영상이 올라오기도 했는데, 간접적으로만 들어도 삐- 소리가 굉장히 자극적이고 부담스럽다”면서 “외적으로 인간에게 상처를 입히지는 않지만, 정신 건강상 미칠 영향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음향대포는 해외에서도 거의 사용된 적이 없어 인체 유해성에 관한 검토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 오 사무국장은 “세계적으로 음향 대포가 사용된 적이 별로 없어 인체 영향도 검증 안 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음향대포는 G20정상회의를 앞두고 미국 피츠버그에서 사용된 적이 있다. 캐나다 토론토에서는 음향대포를 도입할 예정이었으나 법원의 결정으로 사용이 금지된 바 있다.

또한 음향대포는 G20정상회담 이후에도 계속 투입될 것으로 예상돼, 경찰의 진압 대응방식이 엄격해 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오 사무국장은 “대체로 장비는 국가적 행사로 도입되고, 한번 도입되면 계속 사용할 가능성이 많다”면서 “조현오 경찰청장이 ‘세금으로 산 장비를 왜 묵혀두느냐’고 발언한 것과 같이, 정부기관의 관성으로 볼 때 계속 사용될 가능성이 많다”고 내다봤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역시 음향 대포 도입에 대해 29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고문, 범죄의 가벌성이 확정된 사람에게도 허용되지 않을 것을 일반 시민에게? 조현오 청장, 잔인하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한편 장비 사용 절차상의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경찰에서 입법예고한 개정안에는 다목적 발사기로 고무탄이나 스펀지탄, 페인트탄, 조명탄 등을 현장 지휘관의 판단에 따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현장 지휘관은 사건의 종합적 판단이 어려운 위치여서 잘못된 장비 투입이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이 늘고 있다. 오 사무국장은 “현장 지휘관이 흥분을 일으키거나 감정을 자제하지 못해 장비가 무분별하게 투입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