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러한 문제의식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 동안 진보진영의 연구영역과 실천영역에서는 이 문제들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천착하고 실천하여 왔으며 어느 정도 성과를 축적하였다. 특히 재구성된 노동해방의 이념 위에서 대량실업, 비정규직, 청년실업 등 현재 당면하고 있는 노동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새롭게 모색되어야 한다.
이들 문제는 아직 연구가 충분히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더 이상 미룰 수도 없는 과제이다. 이번 호에서 각각의 글들의 연관성과 체계성이 부족하고 필자들의 주장과 견해가 상이하기도 하지만, 앞으로 노동해방의 문제를 어떤 식으로 연구해 나갈 지 그 필요성은 충분히 전달하고 있다.
장대업은 「가치, 불균등한 자본의 지배형태 그리고 제3의 노동자계급들」에서 현존하는 노동운동은 자본 외부에서의 다른 사회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자본에 저항하는 투쟁, 혹은 자본에 종속당하지만 명확하고 직접적으로 자본주의적 고용관계에 포섭되어 있지 않은 사람들의 투쟁을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이는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그것은 자본이 제2, 제3의 노동자계급들을 창출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문제는 자본주의의 주요모순이 해결되고 문화적인 혁명을 통해서 극복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주요모순의 해결을 위한 선결과제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성백은 「노동해방 이념의 재구성」에서 정보화, 세계화 등 오늘날 변화된 조건 속에서 노동해방의 이념을 혁신적으로 재구성하는 것이 필요하고 맑스의 노동해방의 이념부터 재조명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동을 신성시하는 노동이데올로기를 극복해야 하고, 자본의 지배로부터의 해방이란 전통적인 이념에 “노동시간의 단축”을 통한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을 추구해야 한다고 본다. 현대 사회의 형성기에서부터 경제적 재분배의 기본원리가 되어왔던 “노동에 의한 소유”라는 원칙에서 노동과 소유를 분리하는 새로운 원칙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20세기 사회진보운동의 목표가 노동할 권리와 참정권의 쟁취에 있었다면, 이제 21세기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사회진보운동의 목표는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생활할 수 있는 소득을 보장하는 권리를 쟁취하는 데에 있음을 주장한다.
박영균은 「노동의 신화와 노동의 종말, 그리고 문화혁명」에서 근대적인 노동패러다임에 기초하고 있는 ‘노동의 신화’와 정보사회론의 기술결정론에 근거하고 있는 ‘노동의 종말’ 양자를 모두 비판하고, 맑스가 말하는 ‘노동해방’은 ‘생존권’이나 ‘노동의 소외 극복’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발달된 생산력을 기반으로 하여 좀 더 많은 것을 인간적으로 향유하는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에 있다고 본다. 따라서 이미 자본에 의해 배제되거나 그 불안 속에서 새로운 삶을 찾는 다양한 사람들은 그들의 역량을 사회적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하고 이렇게 연결된 사회적 생산력을 ‘자본 없이 살기’라는 ‘생산-소비의 자치공동체 건설 운동’으로 바꾸어 가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사회문화적 변혁 프로그램을 작동시켜 희망을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문은미는 「페미니스트 노동 개념의 함의: 성별화된 세계체제 이론의 가능성」에서 (교환)가치생산 중심의 노동 개념에 대한 비판을 시작으로 노동 개념을 확장하고, 재개념화해 온 페미니즘 노동 연구를 살펴본다. 특히 1990년대 초까지 가부장제 이론을 둘러싼 이론화 작업이 활발하게 전개되어 오다가 90년대 이후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90년대 이후 활발하게 등장한 섹슈얼리티, 여성 주체 이론과 더불어 문제의식을 여성의 종속적 지위, 여성 지배체제, 여성에 대한 남성의 지배에 대한 보편적 이론을 마련하고자 하는 시도는 젠더가 어떻게 사회의 성별화된 시스템을 재생산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분명한 것은 노동개념을 재정의하고 확장하면서 새로운 노동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하는 것으로부터 이러한 작업들이 진행되고 있고 그 과정에서 젠더관계는 중요한 분석틀이라는 것이다.
강연자는 「주40시간 법정노동시간 단축 투쟁과 노동운동의 과제: 민주노총은 초과노동 제한하고 실업 감소 투쟁에 앞장서라」에서 IMF 이후 일자리 나누기로 시작된 노동시간 단축이 높은 초과근로를 유지함으로써 일자리 나누기는 물론 실근로시간 단축도 실패한 과정을 분석한다. 초과근로는 노동자간 경쟁을 유도하고 노동자 연대를 약화시키는 핵심요소의 하나이며 자본가의 노동자 관리통제 도구이다. 따라서 초과근로 제한은 노동자 내부 경쟁 지양, 연대 강화를 위한 기반을 다지는 출발선으로 본다. 그리고 노동진영이 초과근로 제한을 통한 실업률 해소에 주도적으로 나설 때 사회대안 세력으로서 자기 입지를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보며, 초과근로 제한에 따른 임금문제를 민주노총 표준생계비에 근거하여 해결하자고 주장한다.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노동운동이 현실분석과 노동운동 대의에 입각한 목표 설정을 해야 하고 노동시간을 둘러싼 정치를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정세에서 손호철은 「연합정치를 말한다: ‘진보정치’의 재구성을 중심으로」에서 지방선거 이후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는 연합정치를 분석한다. 먼저 빅 텐트론과 반한나라당 비민주 진보-개혁연합정당론을 비판적으로 살펴보고, 반신자유주의라는 최저강령을 중심으로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사회당과 진보적 시민사회진영이 결합하고 이 같은 단결된 힘에 기초해 민주당과 같은 자유주의세력과 연합하는 ‘선진보대연합, 후 조건부 민주대연합’을 제시한다.
우석균은 「‘신복지운동’론과 무상의료로 가는 길: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방안 논쟁에 대한 소론」에서 하나로 시민회의가 주장하고 있는 ‘11,000원 보험료 인상으로 모든 병원비를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을 둘러싼 논쟁과 최근 추가로 논의되고 있는 ‘새로운 복지국가 운동’ 주장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배성인은 「G20 정상회의의 불편한 진실」에서 최근 끝난 G20이 지속가능한 세계경제를 위한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시켜주었다고 판단한다. 그는 G20의 역사적 배경, 구성, 성격과 한계, 주요의제와 쟁점을 분석하고 노동자 민중이 세계와 역사, 정치와 사회의 주체로 나서는 것만이 체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국제정세에서는 서영표가 「누가 에드 밀리반드를 ‘빨갱이’라 부르는가?」에서 최근 밀리반드가 영국 노동당 당수가 된 배경으로 영국 민주주의의 양면성, 언론, 노동당의 태생적 한계와 지난 13년간의 신노동당의 역할을 주목하며 에드가 아니라 아버지 밀리반드가 그의 신좌파 동지들과 함께 꿈꿨던 급진적인 정치에서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누리는 발언대를 통해서 「학생인권조례 통과와 전망」에서 오래 전부터 자신들의 인권 보장을 요구해온 청소년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연대해온 교육 및 인권단체들이 학생인권에 대한 법적 제도화를 요구한 결과 이루어진 경기도학생인권조례의 통과를 반기며 학교현장에서 학생인권조례가 안착되는 것, 그리고 학생인권조례가 담지 못한 내용을 더 담을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획과 활동의 필요를 제기한다.
방정균은 「상지대 사태, 그 본질은 무엇인가?」에서 민주대학으로서 자기 위상을 구축했던 상지대의 분쟁을 다루고 있다. 그는 상지대 사태는 사학분쟁조정위원회와 교과부의 잘못된 결정 때문에 시작된 것이라고 보고 사분위 결정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양심적인 정이사가 선출되어 학원이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결정을 내릴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일반논문으로 정병기는 「독일 통일 20년: 급속한 일방적 정치통합과 사회통합의 타임래그」에서 독일의 정치제도적 통합이 어떻게 진행되었고, 이것이 통일 후의 완전한 정치사회적 통합과의 관련성, 그리고 어떠한 모습으로 현상하고 있는지를 밝히는 과정에서 한반도 통일을 위한 시사점을 도출하고 있다.
신승원은 「‘소외된 노동’의 경제 비판 : 『경철 초고』와 앙드레 고르」에서 지금까지 『초고』의 해석은 『초고』의 해방론을 추상적·유토피아적 기획으로 일면화하고 대안적 경제 인식의 측면을 소홀히 다루었다고 본다. 『초고』의 가장 강한 주장인 ‘소외된 노동’의 극복은 생계필연적 억압으로부터 현존을 해방하기 위한 기획이었으며, 경제에 대한 구체적 비판의 입장을 견지한다는 점에서 진보적 사회에 대한 여전히 유효한 접근을 제공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앙드레 고르의 기본 소득론과 문화 사회론은 『초고』의 대안적 경제 인식을 새롭게 구체화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이것은 ‘노동의 재배치’와 ‘경제 합리성’의 조정이 오늘날 사회주의 논의의 주요한 문제라고 본다.
이성민은 「연합의 길」에서 가라타닌 고진의 세계공화국으로의 이념과 연합의 길이라는 대의를, 현실 속에서 “What is to be done?”란 문제의식으로 정식화한다. “무엇을 할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이 행해져야 하는가?”, “무엇이 이루어져야 하는가?”로 보고 이 물음은 행위를 하는 주체나 집단을 직접적으로 내포하지 않는 즉 주체의 직접적인 욕망을 표현하는 물음이 아니라 이 물음은 타자 속의 공백을, 다시 말해서 타자의 욕망을 정식화하는 물음이라고 주장한다.
목차
특집 : 노동, 노동해방 다시 보기
* 가치, 불균등한 자본의 지배형태 그리고 제3의 노동자계급들(장대업)
* 노동해방 이념의 재구성(이성백)
* 노동의 신화와 노동의 종말, 그리고 문화혁명(박영균)
* 페미니스트 노동 개념의 함의: 성별화된 세계체제 이론의 가능성(문은미)
* 주40시간 법정노동시간 단축 투쟁과 노동운동의 과제: 민주노총은 초과노동 제한하고 실업 감소 투쟁에 앞장서라(강연자)
정세
* 연합정치를 말한다: ‘진보정치’의 재구성을 중심으로(손호철)
* ‘신복지운동’론과 무상의료로 가는 길: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방안 논쟁에 대한 소론(우석균)
* G20 정상회의의 불편한 진실(배성인)
국제
* 누가 에드 밀리반드를 ‘빨갱이’라 부르는가?(서영표)
발언대
* 학생인권조례 통과와 전망(전누리)
* 상지대 사태, 그 본질은 무엇인가?(방정균)
일반논문
* 독일 통일 20년: 급속한 일방적 정치통합과 사회통합의 타임래그(정병기)
* ‘소외된 노동’의 경제 비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