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 22일에서 25일 사이, 올해 1월 9일과 10일에 인천 신항만 건설 현장의 베트남 이주노동자 180여 명이 집단적으로 작업거부를 했다. 원인은 처음에는 세 끼 제공하던 식사를 한 끼로 줄이고 두 끼에 대해서는 월 24만원씩 공제한 것이 크고 (식사 질도 형편없었다고 한다.) 두 번째는 12시간 근로 인정을 11시간 인정으로 축소해버린 것이라고 한다. 주야 맞교대로 휴일도 없이 12시간 노동하고 최저임금을 받는데 밥까지 제대로 먹지 못하고 일요일도 쉬지 못하니 그야말로 머슴이 따로 없다.
정작 회사 측에서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는데 작년 8월 경에 경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에서 사안을 인지하고 수사를 벌였다. 그러더니 올해 3, 4월에 10명을 체포해서 구속시켜 버렸다. 검찰에 따르면 “불법파업과 조직적 폭력행사”라 사안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관련 노조, 단체들이 결성한 <검,경의 인종차별적 수사 중단! 이주노동자 노동권 보장! 베트남 이주노동자 10인의 무죄석방을 위한 대책위원회>가 주장하듯이, 이는 외국인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경향이 확대되는 맥락 하에서 과도한 조치를 취한 것이다. 한국 사람이었다면 이렇게 대량 구속이 되지도 않았을 사안이다. 또한 인종적 위계서열을 지속시켜 노동자 사이에 분열을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노동자를 쉽게 통제하고 착취를 극대화하고자 하는 자본의 전략으로 볼 때, 노동조건을 개선하고자 하는 이주노동자들의 자발적인 투쟁은 이에 위협이 되므로 철저하게 제압하고자 하는 것이다.
3개월 째 인천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는 이들 베트남 노동자들은 고통도 고통이거니와 왜 자신들이 그렇게 잡혀서 중형을 구형받아야 하는지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다. 단지 밥을 좀 제대로 먹고 싶다는 것, 일주일에 하루는 쉬게 해 달라는 것, 일한 만큼 인정해 달라는 것이 그렇게 잘못된 요구인가? 노조를 만들어서 집단행동을 한 게 아니고 그냥 작업거부를 했다고 해서 불법파업이라는 무시무시한 혐의로 구속되어야 하는 사안인가? 노조를 만들어서 불만을 제기할 수 있다고 누가 가르쳐 주기라도 했나? 인권도 침해하고 노동법도 위반한 회사는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는데 왜 문제를 문제라고 제기한 노동자들이 처벌받아야 하나? 이들은 시급히 무죄석방 될 이유 말고는 다른 이유가 없다.
이주노동자들의 행동
이 사건은 20여년에 걸친 이주노동자 투쟁의 연장선상에 있다. 80년대 후반부터 이주노동자들의 자생적인 현장 투쟁, 94년 산재 노동자들의 경실련 강당 농성 투쟁, 95년 네팔 산업연수생들의 명동성당 쇠사슬 농성 투쟁, 2001년 이후 평등노조 이주지부의 투쟁, 2002년 포천 아모르가구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파업 농성 투쟁, 2003~2004년 강제추방 중단과 미등록 이주노동자 합법화를 위한 명동성당 농성 투쟁, 2005년 이후 서울경인이주노조의 투쟁, 그리고 이주노동자 역사의 어디에나 있었던 여러 크고 작은 현장 투쟁 등이 그것들이다.
베트남노동자들의 대규모 행동은 고용허가제 하에서도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사실 고용허가제 하에서도 이주노동자들은 스스로 노동현장에서 불만을 제기하고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행동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고용허가제에서 가장 많은 불만이 제기되는 ‘사업장 이동의 제한’- 계약 기간 내에 사업주의 동의 없이 사업장 이동을 할 수 없는 조항-에 대해 이주노동자들은 주로 작업거부나 태업의 방법을 쓴다. 예를 들어 임금이 너무 적거나 일이 감당하기 힘들거나 기숙사가 열악하거나 관리자의 욕설이 심하거나 인격적 무시가 횡행하거나 하면 일단 관리자나 사업주에게 불만을 제기한다. 불만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이야기한다. 사업주가 동의해 주지 않으면 작업을 거부하거나 태업을 한다. 그것이 집단적일수록 효과가 있다.
이주여성들 역시 행동에 나서고 있다. 이는 주로 국제결혼을 통해 한국으로 온 이주여성들이 가정폭력, 성적 학대, 인격 무시, 감금 등 차별과 착취에 시달리다 못해 급기야 살해당하는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 지난 6월 2일 국가인권위에서 개최된 ‘가정폭력으로 사망한 이주여성 추모제’에서 100여 명이 넘게 모인 이주여성들은 사망 이주여성 7명의 영정을 들고 추모제를 하고 이후에 여성가족부까지 거리 행진을 하며 행동을 보여주었다. 이들은 이주여성들이 체류자격 문제 때문에 여성들이 폭력을 감내하는 현실을 규탄하면서 상업적 결혼중개업 중단, 맞아 죽는 이주여성이 더 이상 없어야 한다는 것, 모든 결혼이민자에게 입국과 동시에 영주권을 부여할 것을 요구했다. 이주여성들이 스스로 조직하고 준비하고 발언하는 모습은 참가한 내국인들에게도 인상적이었고 “한국사회 선주민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연대”(이주여성들의 성명서 내용 中)하고자 한다는 선언도 마찬가지였다.
노동조합과 연대
얼마 전 이주노조를 방문했던 독일의 전문가들은 이주노동자들의 상황과 이주노동자 독자노조활동에 공감을 하면서도 독일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기존 노동조합이 이주노동자들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이고 지원하고 연대하는 것이 조직화와 세력화의 가장 빠른 지름길이라는 말을 하였다. 독일 금속노조인 IG 메탈은 노조원의 50% 정도가 이주민 배경을 갖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상황과 조건이 다르기는 하겠지만 조직화와 연대가 이주민 권리 개선에 핵심적임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상상을 해보자. 동포이주노동자, 비동포이주노동자, 내국인노동자 할 것 없이 자기가 속한 사업장, 산업의 노조에 가입되어서 함께 어울리며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연대하는 것이 과연 불가능한 것일까? 이주민의 자기 조직화, 노동조합의 조직화 노력, 진보운동의 연대가 현실화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