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교수, 대학사회도 제2 제3의 김진숙이 필요하다

[진보논평] 정규직으로의 전환,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번 6월 임시국회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KBS 수신료 인상안 등 여야간의 첨예한 쟁점이 날카롭게 대립함에 따라 일부 안건을 제외하고 8월 임시국회로 넘기면서 폐회했다. 가장 커다란 이슈였던 등록금 문제와 대학 구조조정문제 역시 8월 임시국회에서 최우선적으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시간강사 처우개선 문제도 8월로 넘어가게 되었다. 그것은 시간강사 문제가 등록금 문제 및 대학구조조정 문제와 분리할 수 없는 성격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비정규교수노조의 입장에서는 교과부가 지난 3월 확정한 시간강사 처우개선을 위한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개선안이 아니라 개악안이라고 판단하여, 이를 저지하는 투쟁을 지속하고 있었던 터라 잠시 한숨을 돌리게 되었다.

다만 이번 임시국회에서는 고등교육법 제14조 제2항을 개정하여 전임강사를 조교수에 포함시켜 교원을 총장이나 학장 외에 교수·부교수 및 조교수로 구분하게 되었다. 그런데 정부가 이를 개정하게 된 배경을 보면, 전임강사인 경우 ‘강사’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어 해당 교원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전임강사보다 더 말석에 위치한 ‘시간강사’의 사기저하는 어떻게 해결할 것이며, 그들의 존재감은 어떻게 찾을 것인지 정말 막막하기만 하다.

  지난달 7일 비정규교수노조가 고등교육법 개악 저지를 위한 교과부 앞 농성 투쟁에 돌입했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현재의 대안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안의 핵심은 앞으로 정규 교원을 뽑기보다 1년 계약 시급제 교원, 강의나 연구나 지도만 담당하는 반쪽짜리 교원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교권과 복리후생권을 박탈한 채 말이다. 그런데 강사료 인상이 기본적으로 포함되어 있다 보니 내용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과거보다 나아졌다고 환영일색이다.

하지만 현실은 이들의 기대치와는 상반되게 진행되고 있다. 벌써부터 일부대학에서는 기간제강의전담교원, 초빙교수 그리고 겸임교수 등을 선발, 저임금의 노동력을 동원해서 기존 시간강사들의 교육권을 박탈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임교수 충원이 감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비정규교수노조, 전국교수노조 그리고 민교협 등 교수단체들이 대안을 들고 나오면서 정부의 개악안에 대해서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비정규교수노조는 연구강의교수제도를, 교수노조와 민교협은 국가연구교수제도의 도입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대안도 미봉책에 불과할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것은 이들 안의 공통적인 문제만 하더라도 4인 가족을 기준으로 한 급여 수준이 매우 낮으며, 여전히 계약직인 구조에서 내부 경쟁을 강화하기 때문에 일부 연구자들의 도태가 자연스럽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가 전면화되면서 비정규직과 저임금의 일상화는 비정규교수들에게 직격탄이 되어 궤멸적 타격을 입히고 있다. 그런데 이들에게 계약직 갱신을 통한 신분보장은 또 다른 이름의 비정규교수를 양산할 따름이다. 교수 앞의 연구강의와 국가연구라는 수식어를 붙이면 현실적인 관점에서 문제 해결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여전히 저임금과 불안정 노동 구조에서 벗어날 수가 없기 때문에 근본적인 문제 해법이 될 수가 없다. 대학선생이 교수면 교수고 아니면 아닌 거지 교수 앞에 붙이는 수식어가 뭐 그리 많은지.

투쟁하지 않으면 권리를 찾을 수 없다

구조화된 비정규교수의 문제는 시간이 지속될수록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들의 문제는 구체적으로 비정규직 노동 가운데 ‘지식 노동’의 문제에 해당하며, 거시적으로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흐름 속에서 형성된 문제이기도 하다. 이들 문제의 근본적인 해법이 모색되기 어려운 것은 그 내면에 깔려있는 인식의 문제와 이해관계가 복합적으로 얽혀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주변인이자 경계인이다. 안에서 보면 벌거벗은 생명이자 몫 없는 자들이지만 밖에서 보면 권력과 명예를 지닌 자들과 동일시되곤 한다. 이들에게는 노동권도 보장이 안 되지만 노동할 권리도 주어지지 않는다. 가끔씩 똥폼을 잡으며 거들먹거리지만 어떨 때는 영혼마저 팔아버린다.

7만여 명에 이르는 비정규교수들의 노동을 교육이라는 미명 아래 착취하고 대기업 노동자는 커녕 일반 노동자의 수준, 일용직 잡급 수준으로 전락시키는 이러한 사태는 사회적 총자본의 관점에서 재고해야 할 중대한 문제다. 4대 보험 인정, 방학 중 임금 지급, 교육과정 참여, 연구비 지급, 연봉을 고려한 강의료 인상, 연구실의 획기적 개선 등만이 비정규교수들의 교원지위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다.

헐값에 노동하고 학생들을 상품으로 배출하여 자본의 이익에 기여하게 만드는 노동 과정 전체를 고려해 비정규교수들의 처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말이다. 강사료를 1000원 더 주느니 마느니 하는 비열하고도 처참한 한국 대학 구조에서 뜬금없이 '노동과정', '사회적 총자본' 운운하냐고 물어볼지 모르겠지만, 비정규교수 문제는 시혜 차원에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정당한 노동에 정당한 임금 구조가 정착되어야 한다.

오히려 교수 1인당 학생 비율을 대입하면 거의 모든 비정규교수들의 정규직으로의 전환이 가능하다는 논리가 성립되며, 가장 커다란 문제라고 입버릇처럼 떠들던 재원 마련도 그리 어렵지 않다. 그것은 여기서 구구절절이 설명하지는 않겠지만 대학체제 개편을 통해서도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체로서의 비정규교수들이 투쟁하지 않으면 권리를 찾을 수 없다는 보편타당한 상식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대학사회에서도 제2의 김진숙과 또 다른 형태의 희망버스가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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