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는 체제변화를 원한다”...세계를 점거하라

[국제통신] 로마 15만, 베를린 1만...1500개 도시에서 자본주의에 맞서

세계 도처의 민중들이 금융자본이 점령한 현실에 맞섰다. 월스트리트 점거의 공식 사이트인“occupywallstreet.org”은 국제행동의 날인 15일 오후 5시 30분(현지시간)을 기준으로 세계 1500개 도시에서, 미국에서만 1백개 이상의 도시에서 시위가 벌어졌다고 밝혔다.

  1%에 맞선 99%의 행동이 벌어진 1500여개 도시 [출처: http://occupywallst.org]

뉴질랜드 웰링턴에서 서울, 도쿄, 타이페이에 이어 베를린, 로마, 마드리드로 그리고 다시 월가점거운동의 발원지인 뉴욕을 비롯해 미국의 수많은 도시들에서 함성이 이어졌다. 일자리와, 집과, 미래를 빼앗긴 99%의, 금융자본에 억눌린 지구 곳곳에서 넝쿨진 세계 시위자들은 금융권력에 함께 맞서는 한편, 빼앗는 체제가 저지른 고유의 문제를 함께 제기했다.

아시아/오스트레일리아: “우리는 체제의 변화를 요구한다”

외신과 “occupywallstreet.org”에 따르면 한국을 비롯해 일본, 대만, 홍콩, 뉴질랜드, 필리핀 등에서 “Occupy(점령하라)” 시위가 벌어졌다.

일본 도쿄에서는 15일 도쿄 도심 히비야와 록폰기 등 3곳에서 5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Occupy Tokyo(도쿄를 점거하라)”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집회와 행진을 했고 외국인도 여러 대열에 섞여 있었다. 특히 일본의 경우는 “원전 반대”라는 주장도 더해졌다.

[출처: 일본 레이버넷]

록폰기 미카 대공원에서 열린 집회에는 2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석했다. <일본 레이버넷>에 따르면 한 학생은 “누군가를 희생해 착취하는 경제성장은 이제 그만두자. 돈을 계속 요구하는 생활은 이제 그만두자”라고 호소했다. 참석자들은 스카이프로 미국과 연결하거나 수제 카레를 나눠주고 드럼을 두드리면서 자유로운 광장 공간을 만들어갔다.

일본의 경우는 “특수 사정”으로 핵 발전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행진 코스에 도쿄전력 본점과 경제산업성도 포함되어 있다. 참가자들은 빈부격차 시정뿐만 아니라 “원전 반대”를 외쳤고 도쿄 전력 앞에 올 때 구호는 한층 커졌다.

  호주 중앙은행 앞을 점거한 시민들

호주에서는 수도 시드니는 물론 멜버른과 브리즈번 등에서도 시위가 벌어졌다. 시드니에서는 15일 오후 금융기관과 사무실 빌딩이 들어서 있는 “마틴 플레이스”와 그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들은 “진정한 민주적인 경제 시스템을 요구한다”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내걸고 2천여 명의 시민들이 호주중앙은행(RBA) 앞 광장을 ‘점거’했다. 여기에는 원주민들도 함께 참여했다.

멜버른에서도 시위가 벌어졌다. 조직가 중 한명인 조쉬 리(Josh Lees)는 “사람들은 실질적인 민주주의 원한다”며 “우리는 단지 정권교체를 요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서지 않았다. 우리는 체제의 변화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대만 타이페이 ‘101빌딩’ 앞 광장에서는 오전 10시부터 1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2시간여 동안 사회 내 빈부격차와 분배의 불평등을 성토하는 집회가 열렸다. 대만에서는 빈부격차가 사상 최악인 상황이라 내년 1월 총통 선거의 최대 쟁점이 되고 있다. 참가자들은 “계급사회 반대”, “일자리를 갖고 싶다” 등이 쓰여진 플래카드를 내걸고 빌딩 주변을 행진했다.

  홍콩 [출처: http://occupywallst.org/]

이날 오후 2시부터는 홍콩섬의 금융 중심가인 센트럴의 익스체인지 스퀘어에서 100여명의 시위대가 모여 ‘자본주의 반대’와 ‘금융패권 타도’ 등을 외쳤다.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는 약 1백 명이 미국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다양한 좌파 단체들이 연합하여 시위를 벌였고 “미제국주의를 끝장내자”, “필리핀은 상품이 아니다”라고 외쳤다.

뉴질랜드는 오클랜드와 수도 웰링턴 등지에서 점거 시위가 벌어졌다. 특히 오클랜드 아오테아 광장에서는 텐트와 슬리핑백 등으로 무장한 2천여 명이 자본주의의 탐욕 등을 규탄하면서 6주간의 장기 시위에 돌입했다.

유럽: “이윤제도를 폐지하자, 돈은 일하지 않는다”

독일에서는 50여 개 도시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수도 베를린에서는 1만명의 시위자들이 시청청사에서 총리공관까지 행진했다. 이중 2백여 명의 시위자들은 독일 국회의사당으로 몰아쳤다. 여기서 시위자들은 차단목을 만들고 “의회를 점거하라”고 외쳤다. 독일 ATTAC(금융거래과세연합)은 경제위기 영향에 대한 “위기청문회”를 벌였다.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유럽중앙은행 앞에서는 6천여 명이 은행제도에 맞섰다. “너희들은 우리의 삶을 놓고 투기한다”, “이윤제도를 폐지하자, 돈은 일하지 않는다”, “자본주의는 살인한다, 자본주의를 없애라”, “은행과 기업권력을 부수라”, “너희들은 우리 삶을 가지고 투기하고 있다”, “너희는 우리의 미래를 도박하고 있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함부르크에서도 5천명의 사람들이 금융권력에 맞서 시위했다. 사람들은 집회와 시위를 벌이고 즉석 강의 등 다양한 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은행은 우리의 정부가 아니다”, “은행은 우리를 병들게 한다”, “민중을 생각하자”는 등의 푯말을 직접 만들어 들고 나왔다.

슈투트가르트에서는 1천5백여 명이 함께 했고 “경제는 민중에게 기여해야 한다. 거꾸로가 아니라” 등의 푯말이 보였다.

스위스 취리히에서는 오전 10시 금융가의 상징적인 사열식장 점거로 시작됐다. 음악이 흐르며 다양한 행동들이 벌어졌다. 한 까페는 따듯한 음료를 시위자들에게 선물했다. “우리는 너희들을 석방시키지 않겠다”, “면죄부 없는 자유로운 스위스”, “진실 보다 믿기 어려운 것은 없다”, “지구를 점거하라”, “동물들을 존경하라” 등의 현수막이 걸렸다.

가장 큰 규모를 보인 이탈리아 수도 로마에는 15만 명 이상이 모여 시위를 벌였다. “유럽의 민중들이여, 일어나라”라는 구호 아래 시위는 이어졌다. 일부 시위자들은 국방부에 화염병과 발연탄을 던지며 저항했다. 은행과 상점 창문 그리고 현금지급기도 부수어졌다. 이탈리아 국기와 유럽연합기 또한 불에 탔다.

스페인에서는 약 60개 도시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적어도 1만 명이 마드리드에 모였고 정부의 긴축조치에 맞서 시위했다.

그리스에서는 긴축조치에 반대하여 시위가 벌어졌다. “그리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은 다른 국가의 미래이다”라고 한 시위자는 말했다.

영국 런던에는 약 4천명이 금융가 근처인 세인트폴 대성당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시위 조직가들은 애초 런던 증권거래소 앞을 점거할 계획이었으나 경찰에 의해 저지됐다. 행진 과정에서 경찰과 시위자들은 대치했다. “혁명을”, “거리는 우리 것이다”, “우리는 99%다”. 런던에서 두 아이와 함께 시위에 참여한 한 남성은 “나는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나는 그들 또한 그렇지 않기를 바란다. 이것은 그들의 미래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나는 오랫동안 시간제 노동을 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무엇이건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위키리크스의 줄리안 어샌지도 런던 증권거래소 앞에서 발언했다. 그는 “나는 이 시위가 우리가 뉴욕, 카이로 그리고 튀니지에서 보았던 것과 같은 과정이 초래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아메리카: “우리는 거덜났고, 은행은 구제됐다”

미국에서는 100여개 도시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도처에서 금융권력에 맞선 “99%”라는 푯말이 이어졌다.

  뉴욕, 타임스퀘어 [출처: http://occupywallst.org/]

뉴욕에서는 약 2천명이 JP 모건 체이스 은행에서 금융가로 행진했다. 시위조직가들은 노동조합과 학생들 그리고 다양한 사회단체들이 함께 했다고 알렸다. 시위대는 드럼을 연주하며 합창했다. 수백명이 이미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시위에 참여하기 위해 합류했다. 가족 전체가 오기도 했다. 오후에는 국가 재정위기를 초래했다는 이유로 몇몇 사람들은 맨하탄 인근 시티은행에서 계좌 해지 시위를 벌였으며 이때 24명이 연행됐다.

시위대들은 “우리는 거덜났고, 은행은 구제됐다”, “매일, 매주, 월가를 점거하라”, “이봐, 기업의 탐욕은 끝나야 해” 등의 구호를 외쳤다.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뉴욕대 학생 리니아 팔머 패톤(Linnea Palmer Paton)은 “나는 월스트리트를 점거하고 있다. 왜냐면 이것은 나의 미래, 나의 세대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이는 위험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카이로 타흐릴 광장의 평화로운 점거에 고무돼, 오늘밤 우리는, 민중들의 힘은 세계적인 변화를 위한 멈추어질 수 없는 힘이라는 것을 세계에 보이고자 타임즈광장으로 향하고 있다. 오늘, 우리는 우리 국가의 독재자들, 월스트리트에 맞서 싸우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길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14일 130명 이상의 경찰들이 시위캠프를 철거하고 23명을 연행했던 덴버에서는 경찰폭력을 비판하는 집회가 벌어졌다.

워싱턴에서는 "DC점거", "기계를 멈춰라" 조직에 의해 2개의 광장이 점거됐다. 이들은 기차역과 거리에서 전쟁비용과 몰락한 국가경제에 대해 알렸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수백명이 모여 시위했다. 이들은 퍼싱 광장에 모여 금융지구로 이동하며 "은행이 아니라 민중을 구조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도심 행진 후 많은 시위자들은 다시 2주 동안 지속되고 있는 시청 앞 시위캠프에 돌아왔다.

캐나다에서는 몬트리올, 밴쿠버, 토론토 등 적어도 6개 도시에서 시위가 벌어졌으며 토론토에서 시위대들은 증권거래소에 몰려 들어가려고 시도했다. 캐나다 오타와 연방공원 점거를 시작한 6백명의 사람도 지구행동의 날에 참여했다. "나는 오늘 인권 전에 이윤을 말하는 타락한 세계 은행제도에 반대하는 원주민 민중들과 함께 참여했다"고 원주민 청년 리더 벤 포우리스(Ben Powless)는 말했다. "원주민은 99%에 속한다. 우리는 1492년부터 1%에 맞서 저항해왔다. 우리는 오늘 자치와 존엄을 위해 그리고 우리의 땅을 훔치고, 우리의 물을 오염시키고, 우리 세대의 민중들을 억압하는 체제에 맞서기 위해 행진하고 있다. 오늘 우리는 뉴욕 그리고 세계 도처의 민중들과 함께할 것이다. 더 이상은 안된다!"고 말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증권거래소에서도 80명의 사람들이 모여 시위를 벌였다.

미국 뉴욕 자유공원 시위캠프는 이제 한달을 기록하고 있다. 그 사이 시카고에서는 10일 수천명이 시위를 벌였다. 시위자들은 경찰의 해산 명령을 거절하고 팔을 엮어 저항했고 이때 적어도 26명이 연행됐다. 11일 보스톤에서는 약 1백명이 연행됐다. 주말에는 뉴욕, 시애틀, 워싱턴 그리고 덴버 등에서 다시 50여명이 경찰에 의해 연행됐다. 월가점거운동이 시작된 후 9백명 가까이 연행됐다.

월가점거운동 제안자들은 "occupywallstreet.org"에서 15일 국제행동의 날에 대해 기대 이상의 성공으로 평가하고 계속된 점거, 저항행동을 예고했다. "운동의 성공은 부분적으로 온라인기술과 국제적인 소셜네트워킹의 확장에 기인한다. 저항의 빠른 확산은 지구적 금융제도와 다국적은행들에 의한 압도적인 불평등에 대한 일반 대중의 대답이다. 계속적인 행동이 오는 주중에 계획돼 있고, 맨하탄 자유광장 점거는 계속될 것이다"라고 이들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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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점거운동 ,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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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444

    새로운 소식입니다. '만국의 노동자가 단결'할 예정입니다.

  • 111

    그동안 월가로 먹고 살던
    하수구 와 하수종말처리장에서 살던 돼지들이
    배가 불렀을때는 저런시위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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