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 각국이 가혹한 긴축조치를 다시 앞다투어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집권층 내 정치적 불안도 만만치 않다. 노동조합과 사회운동단체들은 긴축조치에 맞서 강력한 대중파업을 포함한 대중시위를 조직하고 있다.
프랑스 1945년 이래 가장 큰 긴축조치
프랑스 정부는 7일 1번째 긴축조치가 발표된 지 두달반만에 성장둔화와 신용등급을 문제로 다시 2번째 대폭적인 삭감정책을 발표했다. 이는 1945년 이래 가장 큰 규모라고 평가됐다.
프랑스 프랑수아 피용 총리는 2012년에서 2016년까지 약 650억 유로를 절감한다는 목표로 부가가치세 인상, 정부예산 특히 사회복지비 삭감 계획을 발표했다. 피용 총리는 기초식량과 같은 생필품을 제외한 숙박비 등 이전에 인하됐던 부가가치세를 현재 5.5%에서 7%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정년 또한 애초 2018년부터 62세로 연장될 계획이었지만 이번 조치에 의해 일년이 더 앞당겨진 2017년 부터 시행한다. 총리는 "파산이란 말은 더 이상 추상적인 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프랑스 노동조합은 즉각 반대의사를 밝히고 정부의 긴축조치에 저항할 것을 예고했다. 저항이 다시 대중화될 경우 2012년초 대선을 앞두고 있는 사르코지 대통령을 상당히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에도 사르코지에 대한 지지도는 40%에도 미치지 않는 형편이다. 긴축조치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사르코지 대통령은 피용 총리에게 발표를 일임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이탈리아 의회 긴축안 승인,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사임위기
이탈리아 하원은 8일 독일, 프랑스와 유럽연합 그리고 국제통화기금이 요구한 이탈리아 정부의 긴축예산안을 승인했다. 8일 실시된 하원 투표에서 총 630명 중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의원 321명이 기권한 가운데 찬성 308표로 예산안을 가결했다. 그러나 베를루스코니는 다수표를 잃어 사임위기에 처한 것으로 분석됐다. 집권 우파 연정은 의회 630표 중 과반수인 316표를 얻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베를루스코니는 8명의 배반자라는 메모를 기록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지난 G20 정상회의 전인 11월 2일 이탈리아정부가 계획했던 긴축조치에는 국가자본 매각, 노동시장 개혁, 이탈리아남부 건설계획 그리고 기반산업프로젝트가 포함됐다. 유럽연합 감독안은 이번주부터 로마에서 이탈리아 예산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포르투갈, 공공부문 임금삭감, 민간부문 노동시간 연장
포르투갈 또한 10월 13일 대폭적인 긴축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국가신용을 개선하고 유로화구제조치의 조건을 이행하기 위해서라고 페드루 파소스 코엘류 총리는 밝혔다. 포르투갈은 월 1000 유로 이상 버는 모든 공공부문 노동자의 월급 일부를 삭감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민간부문 일일 노동시간이 30분 연장됐다. 수많은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부가가치세가 정가의 23%로 인상됐고 건강과 교육 부문 예산은 "본질적으로 삭감된다"고 정부는 밝혔다. 심각하게 적자경영의 문제를 가지는 국영기업에 대한 구조개혁도 진행된다. 포르투갈 정부의 긴축조치안은 11월말 의회에서 통과될 예정이다.
포르투갈 노동자들은 이미 2주 이상 정부의 긴축조치에 맞서 강력한 대중파업을 전개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정부의 긴축조치가 보다 많은 노동에 보다 적은 임금을 의미한다며 비판한다. 포르투갈은 그리스와 아일랜드와 함께 3번째로 유럽연합과 국제통화기금 대출을 받은 바 있다. 올해 예산적자는 약 10%에서 6%로 낮아져야 하며, 2012년에는 4.5%로 떨어져야 한다. 긴축조치에 따라 올해 경제규모는 1.9%, 2012년에는 2.8% 축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포르투갈에서는 심각한 경제위기 아래 조제 소크라트스 중도 좌파 사회당 정부가 지난 6월 선거에서 물러난 후 자유주의적 보수당의 페드루 파소스 코엘류 정부가 집권했다. 그는 선거시기까지만해도 포르투갈이 이러한 긴축조치를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영국, 공공부문 정년 연장
영국 정부는 공공부문 노동자 정년을 65세에서 68세로 연장하고 연금납입금은 두배로 인상할 계획이다. 또한 연금은 더 이상 물가상승지표와 연동돼 인상되지 않는다. 이외에도 영국 정부는 공공부문 3만 노동자 해고와 임금 삭감 또한 계획 중이다.
영국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노동자 시위로 정부의 연금개혁안을 멈추기 위해 투쟁할 계획이다. 100만 명 이상의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영국공공노동조합(Unison) 노동조합원들은 정부에 대한 압력을 높이기 위해 11월 30일 24시간 전국총파업을 단행하기로 했다. 노동조합 대표 데이브 프렌티스(Dave Prentis)는 이번 표결은 정부의 연금개혁안에 대한 조합원들의 분노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노동조합은 장시간의 파업을 위한 노동조합의 투쟁기금이 3천만 파운드로 충분하게 조직됐다고 밝혔다. 프렌티스는 영국공공노조가 광산노동자 파업 지원을 위해 나섰던 1926년 이래로 역사상 가장 큰 파업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평균수명이 늘었기 때문에 연금개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노동조합은 정부의 입장과는 반대로 개혁안은 노동자들이 보다 장시간 일하고 낮은 연금 때문에 보다 많이 지출하게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영국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6월 30일에도 연금개혁에 반대해 대중적인 전국 일일 총파업을 벌인 바 있다. 4개의 영국 노동조합들이 벌인 이날 전국총파업에 75만명의 노동자들이 참여했으며 전국 85%의 학교가 이날 문을 닫았다.
그리스, 추가긴축조치안 구성 위한 거국내각 구성
그리스 의회의 신임투표에서 살아남은 파판드레우 총리는 야당을 포함한 거국내각을 구성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정당들과의 대회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파판드레우 총리는 사임을 하고 거국내각을 이끄는 새 총리가 들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2012년 2월 총선까지 15주 간 구성될 과도정부는 이른바 구제기금 분할액을 얻기 위해 베를린과 파리에 의해 정해진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독일 재무장관 볼프강 쇼이블레는 "그리스는 합의된 사항이 실제로 변경될 수 있다는 것을 확실히 인지해야 한다"며 압박했다.
그리스 사회운동과 노동조합들은 예정된 과도정부의 계획에 맞서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8일 급진좌파연합(Syriza)은 아크로폴리스 언덕에 "은행의 정부들을 멈추라. 삭감조치는 해법이 아닌 문제이다" 등의 현수막을 들고 모여 시위를 벌였다. 오는 10일에는 그리스 공산당 노동조합운동 조직인 전국노동자전선(PAME) 구성원들이 아테네에서 '가혹하고 비민중적인 긴축조치를 과도정부가 관철시키고자 한다'는 이유로 대중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들은 긴축조치가 민중의 삶을 20년 후퇴시킨다고 비판하며, 즉각적인 총선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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