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짝퉁’ 진보의 시대다. 예전에 명품족의 등장과 함께 짝퉁의 시대가 도래하더니 이번에는 진보운동에도 ‘짝퉁’이 등장한 것이다. 한나라당을 제외한 모든 정치세력이 너도나도 진보를 외치면서 표를 구걸하고 다니는 ‘짝퉁’ 진보의 춘추전국시대다. 과거에는 진보가 노동계급의 중심성을 제1의적인 가치로 내세워 반자본·반시장의 입장을 지니고 있었지만 지금의 ‘짝퉁’ 진보는 ‘반MB=진보, 야권연대=진보’의 시대에 걸맞은 운동을 하고 있다. 지금은 ‘보수와 진보’ 또는 ‘보수와 혁명’의 시대가 아니라 ‘보수와 개혁’ 또는 ‘보수주의와 자유주의’의 시대다.
씽크로율 95%의 여야 정당들
물론 이러한 흐름과 방향이 대세이며 다수 대중들의 열망이기 때문에 굳이 부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진보의 개념과 진보의 가치를 명확하게 규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진보가 특정한 단체나 세력을 의미하거나 지칭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적·절대적 의미에서 최소한의 준거를 가져야 할 것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자본주의의 위기를 맞이하여 세계 각국은 경제회복을 위한 정책으로 분배가 공통적인 이슈가 되어 선거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는 한국도 예외가 아니라서 새누리당도 ‘평생맞춤형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전면에 내세우는 발상의 전환을 부득불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런데 새누리당과 비교하면 민주통합당은 한미FTA문제나 재벌개혁 등 몇몇 정책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차별성이 보이지 않는다. 새누리당과의 정책적 차별성은 표본오차 95%, 신뢰도 50% 이하로서 새누리당과 씽크로율이 95%에 가까운 정당이다. 그래서 한미FTA폐기도 아닌 재협상을 내세우고 있고 2010년 무상급식에 대해서도 반대했던 의원들이 있는 민주통합당은 진보정당과 어떠한 상관 관계가 없는 것이다.
또한 민주통합당은 본질적으로 개혁세력이며, 그들의 정체성은 항상 중도보수와 중도개혁 사이의 경계선에 머물러있다. 그런 의미에서 김진표는 민주통합당의 정체성에 적합한 인물이다. 괜히 정체성 운운하면서 대중들을 호도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노무현 세력과 김대중 세력이 하나로 뭉치면서, 특히 노무현을 매개로 하는 이미지 정치로 대중들의 심리를 적절하게 활용하고 있다. 게다가 민주통합당은 특정 개인과 조직의 이해관계를 은폐하고 ‘반MB’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대중들의 분노와 욕망을 왜곡·조작한 ‘나꼼수’를 통해 진보로 포장하였다. 민주통합당은 대중들을 대변하는 것처럼 끊임없이 쇼를 하다가 자기함정에 빠진 ‘나꼼수’를 외연확대 전술의 매개로 사용한 것이다. 특히 ‘나꼼수’는 대중들에게 ‘반MB’를 ‘진보’로 착각할 수 있도록 왜곡하고 진보의 울타리에 가두었다. 그러니 대다수의 대중들이 ‘나꼼수’의 패권주의와 획일화를 눈치 채지 못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진보신당의 박용진 전 부대표의 민주통합당 입당이나 청년유니온 김영경 대표의 민주통합당 입당논란도 결코 이상하지 않다. 예전 같으면 배신과 변절을 운운하면서 빼내가기 설전을 벌일 텐데, 지금은 야권연대에서 만나기 때문에 커다란 쟁점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내부의 자극제나 조직정비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익히 알려진 바대로 비판적 지지론의 원죄인 민노당과 자유주의 개혁세력인 국참당이 만난 통합진보당은 이념적·조직적으로 화학적 결합이 가능한 정당이며 나아가 민주통합당과의 유사성도 매우 많다.
김영경이 단순히 당선만을 목적으로 했든지 아니면 통합진보당의 패권주의에 상심해서 민주통합당을 저울질 했는지 모르지만 양당의 정책적 차별은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처럼 한미FTA폐기, 재벌해체 등 소수 정책을 제외하면 차별성이 많지 않다. 그래서 통합진보당으로서는 당연히 지지율 하락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요즘 청년세대라고 해서 모두가 진보적이지는 않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먹고 사는 문제이다. 이들에게는 어떤 정당이던 자신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 줄 수 있는 쪽을 택하겠다는 실용주의가 엿보인다. 이들의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에 대한 지지율도 크게 높은 편이 아니다. 이념적으로 진보 성향에 가깝지만 실질적인 영향력과 정책 등을 고려하면 민주통합당이나 새누리당의 ‘양자택일’이 불가피하다는 현실 인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
현재의 상황에서 다른 무엇보다 통합진보당의 정체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유시민 공동대표가 민노당 당권파들의 패권주의에 반발해서 당무를 거부하고 자신의 의사를 관철시킨 후 의기양양하게 다시 당무에 복귀하는 일련의 행태를 통해 통합진보당의 무능함과 패권주의가 확연히 드러났다. 또한 통합진보당의 야권연대에 대한 지극한 사랑과 민주통합당에 대한 일방적인 구애는 정말 굴욕적이며 목불인견이다. 안타까움을 넘어 측은지심이 생긴다.
진보콤플렉스와 패권주의
야권연대에 대한 통합진보당의 무한한 사랑은 혹시 차기 정권에서 한국노총에게 노동부장관이나 통일부장관을 빼앗길까봐 걱정하기 때문은 아닌가? 그래서 민주노총이 실질적으로 배타적 지지를 하고 있고 이미 개개인들과 일부 그룹들이 힘을 실어주고 있는 가 보다. 이러한 연출도 민노당이 통합하기 전에 사회주의 표현을 삭제하고 ‘진보적 민주주의’로 강령을 바꾼 것이 민주통합당과의 정치연합을 가장 중요시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기억하면 이해 가능하다.
그럼에도 통합진보당이 진보정당을 자임하는 것은 진보콤플렉스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의 남편이 되어 자신의 백성들을 황폐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을 급작스레 몰락하게 만든 오이디푸스처럼 민주통합당과 연합해서 진보세력을 붕괴·고립시키고 대중들의 삶을 황폐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러니 이념적·정책적 수준에서 통합진보당을 어떻게 진보정당이라고 호명할 수가 있겠는가?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민주통합당이나 통합진보당이나 사람, 정책, 이념 모두가 진보적이지 않다. 이들에게서 노동자 민중은 찾아볼 수 없고 공히 패권주의만 남아 있다. 2004년 SBS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에서 소지섭이 “그놈들의 헤게모니가 우리들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을 뿐”이라는 조소어린 대사를 음미하면 심히 걱정스럽다.
굳이 좌파가 걱정할 일은 아니지만 현재의 야권연대가 샴페인을 일찍 터트려 벌써부터 승리를 자축하고 있는 것을 보면 측은하다. 여야를 막론하고 일시적인 작은 승리에 대한 환희의 찬가는 너무 창대하지만, 심리적인 오만함은 결국 정치생명을 단명케 한다. 4.11총선에서는 야권의 승리가 어느 정도 예상되지만 대선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인 박근혜의 유연성과 대중성은 생각보다 강하고 여전히 매력적이며, 아직도 가장 강력한 대권주자이다. 여론조사나 분위기 때문에 안철수나 문재인이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보수세력의 탄탄한 지지기반과 부동층에 대한 달콤한 유혹도 엄청난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 여기에 새누리당에 대한 고정 지지층도 확고한 상황이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차이는 있지만 20대 층에서도 새누리당을 지지한다는 응답이 15~20% 가량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진정한 진보정치는 노동정치
현재 야권은 그냥 이미 만들어진 이슈나 정책에 복종하듯이 혹은 마치 홀린 듯이 그저 따라갈 뿐이다. 마치 ‘반MB’에 대한 자동장치라고나 할까. 단 한순간도 우리를 놀라게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럴 의도도 없다. 반전도 없고 부정도 없다. ‘반MB’가 주는 감흥은 그 단순함과 함께 노무현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아우라’와 박정희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아우라’를 동시에 만들어 내는 신기한 상황이다.
결국 야권은 진보인척 흉내를 내지만 결국은 통속적이고 전근대적인 개혁세력에 불과하다. 젊은 층들이 좋아하는 터틀넥 셔츠에 트위드 재킷을 입은, 머리에 무스와 왁스를 잔뜩 바르고 몸에 꽉붙는 가죽 코트를 입은 지식인과 정치인들의 세련미는 허위의식에 불과하다.
진즉 우리가 걱정할 일은 현재의 정치 과정이 미국식 정당제도로 구조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미국식 정당제도로의 정착이나 구조화는 한국의 좌파들에게 회복불능의 뇌사상태로 빠지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무너진 노동운동과 노동자계급정치세력화에 대한 복원이 매우 시급하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급진적 사회변화와 정치적 각성이 필요한 때 이다. 사회적 약자들의 시각에서 바라본 정치가 필요하다.
부르주아 정치, 보수정치, 자유주의 정치는 판타지이고 이미지정치이다. 그들의 혓바닥은 대중들을 농락하고 현혹시킨다. 하지만 진보정치는 리얼리티이다. 진보정치는 감동과 눈물 그리고 꿈과 희망이 있다. 모름지기 진보정당의 최소조건은 1,000일이 지났음에도 21번째의 희생자가 나온 쌍차투쟁이나 1,500일이 넘은 재능투쟁 등 노동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천에 복무하는 것이다. 그것이야 말로 진보정당의 도덕적·윤리적 실천이며 위대한 혁명인 것이다. 또한 지금 진보좌파에게 필요한 것은 해품달의 왕 훤이 월이에게 미혹되어 떨칠 수가 없는 것처럼, 대중들로 하여금 진보좌파에게 미혹되어서 떨칠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 세상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처럼.
- 사진
-
재난 연극
- 영상
-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
쇠사슬 몸에 묶고 저항했지만, 끝내 비정규직..
오체투지, 비정규직 해고노동자의 희망 몸짓
영화 <카트>가 다 담지 못한 이랜드-뉴코아 ..
- 카툰
-
로또보다 못한 민간의료보험
건강보험료, 버는만큼만 내면 무상의료 실현된..
위암에 걸린 K씨네 집은 왜 거덜났는가
팔레스타인인 버스 탑승 금지
- 판화
-
들위에 둘
비정규직 그만
개자유
다시 안고 싶다
- 기획연재 전체목록
-
- 어서와요 소소부부네
- 팔레스타인평화연대의 INTERNATIONAL
- 워커스 상담소
- 99%의 경제
- 미디어택
- 비문명의 역습
- 초고령화 사회, 돌봄을 요구하다
- 나현필의 INTERNATIONAL
- 워커스 사전
- 엄한진의 INTERNATIONAL
- 여성, 노동의 기록
- 녹색스트라이크
- 화성, 어쩌다 사회주의
-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의 항변
- 랑희의 질문들
- 배성인의 혁명을 꿈꾼 여성들
- 챗GPT가 말했다. "인간보다 더 많은 색임을 지게 될 줄이야!"
- 연정의 르포
- 약속의 8회, 위기를 돌려세우는 녹색 스트라이크
- 양지로 떠오른 국정원, 이적異的 행위의 기록
- 선을 넘는 사람들
- 연정의 바보같은사랑
- 2021위클리웨비나
- 이김춘택의 ‘무법천지 조선소’
- 파견미술-현장미술
- 러시아혁명 100주년 | 자코뱅 온라인시리즈
- 노동의 시대
- 배성인의 정치적 사유
- 비정규직의 세상보기
- 주례토론회
- 양규헌 칼럼
- 국제포럼
- 무슨 일 하세요?
- 소셜파워
- 반올림 이어 말하기
- 원영수의 국제칼럼
- 박병학의 글쓰기 삶쓰기
- 정영섭의 낮은 목소리
- 윤성현의 들풀이야기
- 세월호 1년
- 제갈현숙의 봉당풍경
- 이정호의 보수언론 벗거보기
- 기사로 풀어보는 경제
- 유럽 민중의 오디세이
- 2015 총파업
- 쿠오바디스 진보정치 그리고, 노동자 정치세력화
- 편집장 칼럼
- 참세상 특강
- 마르하바, 팔레스타인!
- 일본사회운동의 편지
- 유럽경제위기
- 김한울의 표본실
- 오늘, 이곳의 투쟁
- 북아프리카 혁명
- 월드컵에 정의의 슛을
- J에게 경제를
- 명숙의 무비, 무브
- 비정규직 사회헌장
- 감시·통제 벼랑 끝 감정노동자
- 불붙는 세계교육투쟁
- 여성 살해, 침묵하는 사회
- 탈핵
- 끝나지 않은 용산참사
- 언론노동자들의 공정방송 되찾기
- 쌍용차 정리해고 노동자의 눈물
- 4대강 논란
- 진보전략회의 진보논평
- 참세상 책방
- 노조파괴, 그림자 정부
- 강정마을 해군기지 논란
- 조성웅의 식물성 투쟁의지
- 이득재의 줌인 줌아웃
- 통합진보당 분당
- 18대 대선과 노동자정치세력화
- 투쟁하는 세계노동자
- 복수노조, 약인가 독인가
- 참세상 국제통신
- 박진의 인권이야기
- 희망뚜벅이
- 편집위원회 정세좌담
- 무상급식
- 이원재의 예술,대화
- 쿡! 세상 꼬집기
- 방방곡곡 99절절
- 최인기의 빈민운동사
- 양한승의 정세이야기
-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
- G20 서울 정상회의
- 전노협 창립 20주년 - 내가 함께한 전노협
- 주용기의 생명평화이야기
- 천안함 국민미스테리
- 근로시간면제(Time off), 충돌
- 의료 민영화 논란
- 전교조 명단 공개 파문
- 2011년 최저임금은?
- 김병기의 호주통신
- 기후변화와 노동자
- 쌍용차와 파업
- 지방선거 2010
- 2010 교육감 선거
- 임성용의 달리고 달리고
- 빛바랜 취재수첩
- 세미나네트워크 새움
- 콜트콜텍 미국원정투쟁
- 용산 철거민 대참사
- 용산참사범국민장 릴레이 기고
- 홈리스문제, 이렇게 하자
- 두 책방 아저씨
- 이수호의 잠행詩간
- 철폐연대-참세상 기획: 비정규직 10년 전망
- 콜트콜텍일본원정투쟁
- 그들만의 비정규법
- 해방을 향한 인티파다
- 혁명50년, 사회주의 쿠바 이야기
- 1단기사로 보는 세상
- '특별하지 않은 사람' 박종태의 죽음
- 배고프다! 영화
- 가자의 재앙
- 강우근의 들꽃이야기
- 박수정의 사람이야기
- 뉴코아 - 이랜드 비정규직 철폐투쟁
- 한미FTA를 저지하라
- 이정호의 미디어 비평
- 도요타반대세계공동행동
- 한반도 대운하를 가다
- 진보정당, 길을 묻다
- 38 여성의 날 100주년
- 또 하나의 왕국, 삼성
- 1·26 세계행동의 날
- 박영균의 철학으로 보는 세상
- 사이버 정치놀이터 미끄럼틀
- 2007 대통령 선거
- 대선후보들, 성소수자 인권과제 좀 들어보슈
- 아프간 피랍 사태
- 2007 남북정상회담
- 소통/연대/변혁 - 사회운동포럼
- 아그네스 쿠의 흐르는 강물처럼
- 리얼리스트 작가 선언
- 한상진의 레바논통신
- 백원담의 시와 모택동
- 맹세야, 경례야 안녕∼
- 제3회 맑스코뮤날레 - 맑스와 함께 상상하기
- 금속노조 한미FTA저지 총파업
- 비정규법 패기! 폐기!
- 한진의 사회복지노동자
- 정혜주의 바리오 아덴트로
- 평택,철조망을 걷어라
- 고길섶의 쿠바이야기
- 개토의 우울과 몽상
- 석궁이야기
- 민주노총 5기 지도부 선거
- 유영주의 전망좋은談
- 북한 핵실험과 한반도평화
- 조선남의 옥중수고
- 정대성의 독일통신
- 이영채의 일본사회운동
- 월드컵보다 아름다운 진실
- 에뿌키라의 장정일기
- 홍실이의 이상한 제국의 앨리스
- 이종회의 한미FTA 뒤집기
- APEC 밟고 WTO 돌려차기
- 민주노총 보궐선거
- 박석준의 의학철학이야기
- 황우석 사태 진단
- 2005년 하반기 비정규법 총파업투쟁
- 박영자의 북쪽이야기
- 하현의 미디어비평
- 2005세계여성대행진
- 박기범의 어떤 동화책
- 손호철의 남미이야기
- 박기범의 기소인 인터뷰
- 2004년 하반기 총파업투쟁
- 전범기소이야기
- 동화작가 박기범의 단식일지
- 김병돌의 그림세상
- 이현준의 지나가다 한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