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민중의 주머니가 다 털렸다. 우리는 99%다 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지만 정작 그 소리를 모아내는 움직임은 없었다. 작년 그 추운 겨울에 여의도 한국거래소에 몇 몇 대학교 총학생회장들이 천막을 쳤지만 경찰이 학생들의 천막을 뜯어냈다. 우리는 99%다 라고 외쳤지만 외마디 비명에 그치고 있다. 노동자계급을 대표해야 할 민주노총은 총선에 의한 심판론에만 몰두하고 정작 99%의 이익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 우리의 적은 누구인가? 자본의 심장부를 겨누는 총파업은 애써 외면한 채 MB에게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하는 일이 과연 올바른 일인가? 능력을 탓하기 이전에 총파업의 노력은 해 보았는가? 선거철마다 정치판이나 기웃거리는 민주노총의 모습은 이제 신물도 안 나올 지경이다. 능력 운운은 변명이다.
그 사이에 국내 외 각종 재벌들은 노동자 민중의 돈을 싹쓸이 해 갔다. 그 많던 돈은 도대체 다 어디 갔는가? 그 많은 돈이 다 어디 갔길래 노동자 민중의 주머니에서는 동전 몇 푼 서로 부딪히는 소리 밖에 들리지 않는가? 노동자 민중의 삶이 거덜나는 동안, 포스코가 곳간에 쌓아 둔 돈은 수십조에 이르고 재벌들이 자신의 곳간에 숨겨놓은 돈은 300조를 넘는다.
어디 재벌 뿐이랴. 지난 IMF 이후 소위 공적 자금이라는 명목으로 천문학적인 돈이 금융권으로 흘러 들어가 금융자본의 배만 불렸다. 4대강 사업으로 건설자본 및 현대 등 재벌들의 배 속으로 노동자 민중의 피 같은 돈이 흘러 들어갔다. 그 돈으로 주식시장이 불을 밝히고 노동자 민중의 돈은 생면부지의 인간들의 배 속으로 다시 흘러 들어가고 있다. CEO들은 배당금을 챙기고 저마다 흡혈귀가 되지 못해 안달이다.
오늘날 총선 정국에서 벌어질 일들은 이미 몇 년 전부터 다 예상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는가? 진보든 보수든 정당 이름은 바뀌어도 그 사람이 그 사람인데 국회에 무엇을 더 바라단 말인가? 예전에 영국의 어느 시장이 “선거로 세상이 바뀔 것이라면 부르주아는 그 선거제도를 없애버렸을 것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선거로는 정권이 바뀔지언정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자본주의 안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다 결국엔 이윤율 문제로 공황에 빠지고 마는 자본주의의 철의 법칙은 선거도 의회도 제도정치도 국가도 용납하지 않는다. 옆 나라 일본의 차세대 총리 1위로 꼽히는 하시모토의 파시즘적인 발언이 왜 지금 그 나라에서 먹혀 들어가는가? 주지하다시피 지금 자본주의는 파국에 몰려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의 정책이나 통합진보당의 정책이나 오십 보 백보 인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총대선이 아니다. 2013년 다시 자본주의의 위기로 세계가 출렁일 때 한국사회에 파시즘의 물결이 밀려 들어오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민주노총이 할 일은 서울 총선승리 다짐 결의대회가 아니라 미국의 99% 민중들처럼 의사당을 점거하고 노동자 민중의 요구를 직접적으로 관철시키는 일이다. 애꿎게 국회를 압박한다면서 국회 앞 계단에서 집회나 하는 것은 사실상 꼴사나운 일이다. 민주노총이 엄한 일만 저지르고 있으니 희망광장이 청와대 포위 투쟁을 펼친다고 하지 않는가. 입법투쟁이라는 가당치도 않은 말로 노동자 민중의 희망을 더 이상 뭉개서는 안 된다.
민주노총이 정작 해야 할 일은 노동자 민중의 털린 주머니를 두둑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금융재벌, 제조업 재벌에 타격을 가해야 한다. 어줍살스럽게 정치방침 선거방침 운운하고 있으니 국가나 자본이 보기에 노동자 민중이 얼마나 만만해 보일 것인가.
국가를 털어라. 재벌들의 곳간을 노동자 민중의 힘으로 털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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