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폐쇄 2주, 만도 공장을 가다

용역 감시와 차단, 두려움의 공간...서늘한 풍경

9일 오전 7시 30분 만도 문막공장 출근길. 직장폐쇄 2주 째 인 공장 앞을 회사 노경협력팀과 용역직원 20여 명이 지키고 있다. 이들은 출근하는 조합원들의 패증을 검사한다.

그 앞에는 금속노조 만도지부 조합원이 유인물을 배포하고 있다. 이미 85%이상이 제2노조에 가입한 상황이지만,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차를 멈추고 유인물을 받는다.


공장 앞 출근 풍경 사진을 찍으니, 정문 앞을 지키고 있던 직원이 “사진을 지워달라”고 요구했다. 공장 출입이 가능하냐고 물으니 “직장폐쇄 중이라 불가능하다”고 이야기 한다. 깁스지회 취재를 나왔다고 하니, 노경협력팀 직원에게 문의한 뒤 깁스 지회만 출입이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그렇게 해서 오전 8시 10분, 깁스지회장을 따라 만도 문막 공장을 방문했다. 더운 날씨에도, 공장 안팎 풍경은 서늘하기만 하다.


차단된 공간

공장 정문에서 깁스 공장까지, 200미터도 안 돼 보이는 길이지만 용역직원 6명이 따라붙는다. 회사는 깁스 공장 주변을 노란 안내판으로 둘러쳤다. 깁스지회 조합원들은 이 선을 넘어가면 안 된다. 깁스 공장에 도착하니, 따라붙었던 6명의 용역들은 유유히 돌아간다.



깁스코리아는 만도의 협력사다. 지난 1999년, 만도기계의 업종별 분리매각 당시, 미국업체 깁스가 만도 원주사업본부 문막공장 D/C부문을 인수했다. 하지만 지난 5월 파산되면서 공장은 멈췄다.

구 만도공장으로 시작해, 같은 담장 안에서 일을 하고 있는 만큼 깁스지회는 만도지부 소속의 4개 지회중 하나다. 지회는 회사 측에 회사 파산과 인수에 관한 도의적인 책임을 물어왔지만, 회사 측은 이 같은 논의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회사가 깁스공장의 출입만을 허용하는 것 역시 ‘우리와 상관없는 곳’이라는 의미가 저변에 깔려 있다.

문막지회 사무실은 깁스공장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다. 10미터도 채 안 되는 거리다. 하지만 문막지회 사무실로 건너가려하니, 용역 직원과 노경협력팀 직원이 제지한다. 명함을 건네고, 지부 관계자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문막지회 사무실에 들어갔다. 책상마다 휑하니 비어있어, 지도부 사퇴로 인한 공백이 느껴진다.

오전 9시부터는 깁스지회 조합원들의 집회가 진행됐다. 공장 옆 광장에 약 100명의 조합원들이 모였다. 직장폐쇄와 용역투입으로 무거움이 내려앉은 공장에, 투쟁가와 구호가 울려퍼진다. 직장폐쇄와 기업노조 출범. 지부 지도부 사퇴 등의 혼란스러움을 이겨내고, 어떤 조합원의 이탈도 없이 노조를 지키고 있다.


공장안, 수많은 ‘감시의 눈’

용역 직원들이 따라 붙는 대상은 단지 ‘외부인’만이 아니다. 오늘에서야 회사 측으로부터 복귀 연락을 받은 노동자들 역시 감시의 대상이다. 노란 패증이 없는 그들에게 용역은 어김 없이 따라붙는다.

노동자들의 가슴에 붙어있는 노란 패증은, ‘노조 와해’의 상장이다. 지난 98년, 만도에 공권력 투입 직후, 그 때도 회사는 노동자들의 가슴에 패증을 달게 했다. 한 쪽에서 “이걸 다시 보게되는구나”라는 탄식이 흘러나온다.


용역직원은 공장 곳곳에 배치 돼 있다. 정문과 지회사무실을 중심으로 담을 따라, 노란 바리케이트를 따라, 여러 무리가 어슬렁거린다. 그래도 오늘은 어제보다 용역 직원이 절반 가량 감소했다는 노조 조합원의 설명이 뒤따른다.

지난8일 고용노동부 펭택지청에서 회사 측에 ‘직장폐쇄 철회’ 공문을 보냈고, 자격미달의 용역업체 직원이 투입됐다는 논란이 뒤따르면서 용역 인원을 축소시킨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여전히 공장은 수많은 ‘감시의 눈’들이 노동자들의 등 뒤에 붙어 다닌다.

정문을 통과해 깁스 공장까지 오는 길옆에는, 제2노조인 ‘만도노동조합 문막지부 임시 사무실’이 차려져 있다. 컨테이너 두 개를 이용한 말 그대로 ‘임시 사무실’이다. 컨테이너라면 공장 뒤편에도 줄줄이 이어져 있다. 이곳은 용역직원들의 숙소로 사용된다.




다시 한 번 지회 사무실에 들어가보려 했지만, 이번엔 확실히 거부를 당했다. 노경관리팀 직원은 ‘본사의 지침’이라고 설명했다. 오후에 공무원노조가 지회사무실을 들를 예정이었으나, 이마저도 회사 측에 의해 거부됐다. 노조 관계자들은 깁스공장과 지회사무실 사이에 테이블을 만들어 앉겠노라며 헛웃음을 쳤다.

노동자들도 지회 사무실에 거의 발길을 끊었다. 여기저기 감시의 눈이 두려울 테다. 이 같은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깁스지회 사무실을 방문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지금 문막 공장은 감시와 고립, 차단, 두려움의 공간으로 변해 있다.


오후 6시, 깁스 조합원들이 최근 투쟁을 뒤로 하고 집으로 귀가한다. 저녁 어둠이 내려앉을 때 쯤, 깁스 공장의 문도 닫힌다. 지회는 침탈의 위협 때문에 조합원들이 퇴근하고 나면 대부분의 공장 문을 걸어 잠그곤 한다. 크고 어두운 공장에는 21명의 지도부와 간부들만이 남았다. 다시 공장 문이 열릴 때 까지 12시간이 흘러야 한다.

회사 측은 오늘, 담화문을 발표하고 내일(10일) 오전 직장폐쇄 철회 여부를 밝히겠다고 말했다. 12시간 후, 깁스 공장 문이 열렸을 때, 만도 공장은 아직도 고립과 두려움의 공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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