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역폭력 부추기는 ‘경비업법’...어떻게 개정하나

“법적기준 강화, 용역업체 제한해야”

SJM과 만도 등에서 발생한 경비용역 업체의 폭력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경비업법 개정 등 사적 폭력에 대한 해결방안 모색이 활발해지고 있다.

14일 오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민주통합당 의원단과 참여연대가 주최하고 민주통합당의 진선미, 임수경 의원실 주관하는 ‘폭력용역 피해사례 보고대회와 경비업법 개정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남근 변호사와 금속노조 법률원의 임선아 변호사, 민변의 김철호 변호사,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의 이원호 사무국장 등이 참석한 토론회에서는 노사간의 대립이 벌어지는 사업장과 재개발 지역의 철거민 등 대표적으로 사적 폭력에 의한 피해에 노출된 이들의 용역폭력 피해사례 보고와 경비업법 개정 등의 대책마련을 위한 토론이 이어졌다.


지난 달 용역업체 컨택터스에 의해 40여 명의 중경상자가 발생한 금속노조 SJM 지회의 정준위 수석부지회장과 북아현동 철거민 대책위의 이선형 씨가 용역업체의 폭력피해 사례를 보고했다. 정준위 수석부지회장은 용역들에 의한 폭력피해 사례를 소개하면서 “용역들이 우리가 만든 부품들을 던지면서 폭행할 때 아픔보다 수치감이 더 들었다”고 말했다. SJM지회의 피해사례를 소개하는 영상에 등장한 한 조합원은 “폭행을 당하고 있는데도 경찰은 지켜보기만 했다”면서 울먹이기도 했다.

북아현동 철거민 대책위의 이선형 씨도 법원에 가기 위해 가게에 아내만을 남겨둔 사이 용역들이 건물을 부수고 아내를 건물 밖으로 끌어내는 상황에서 아내가 큰 부상을 입은 피해 사례를 밝혔다.

토론회의 발제를 맡은 김남근 변호사는 이같은 용역업체 폭력의 배경은 경비업법 상의 문제라는 점을 지적했다. 김남근 변호사는 특별한 자격요건 없이 자본금만 있으면 경비업체 허가를 받을 수 있는 등 경비업체 허가요건이 허술하다고 꼬집었다. 김남근 변호사는 자본금 규모를 확충하고 정규직 경력 경비원을 일정 수 이상으로 확보하도록 하는 등의 대안책을 제시했다.

쟁의 사업장과 재개발 현장에 경비용역을 배치하는 조건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김남근 변호사와 임선아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현장 경비용역 투입을 현행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변의 김철호 변호사는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현장 경비용역 투입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철호 변호사는 “현행법은 개인의 자력구제를 금지하는 것을 근간으로 하는만큼 경비용역업체의 현장 투입과 집행은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금속노조 법률원의 임선아 변호사는 경비업법이 경비용역 사용자에 대한 책임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돼야 한다는 주장도 이었다. 그녀는 “경비업자가 끼친 손해에대해 사용자가 배상 책임을붇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경비용역의 폭력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토론회에 참석한 민윤기 경찰청 생활안전과 협력방범계장은 “경찰의 미흡했던 예방조치가 송구하다”면서 “향후에는 폭력 전력이 있는 인사가 경비업체 신고를 하지 못하게 하고, 물리적 충돌이 예상되면 경찰의 메뉴얼대로 예방조치를 철저히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다양한 방면에 걸쳐 졍비업법과 사적폭력 근절에 대한 의견이 제출됐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국회의 의지’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의 이원호 사무국장은 “솔직히 이런 토론회가 지겹다”고 운을 뗀 뒤 “2009년 용산참사 이후 매년 같은 주제의 토론회에 참석했고 시민사회가 수많은 의견을 제시했지만 아무 것도 달라진게 없다”고 말했다. 이 사무국장은 “결국 의지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김남근 변호사도 “변호사 생활 시작하고 처음 한 일이 경비업법 개정에 대한 토론이었는데 아직도 변한 것이 없다”고 말하며 토론회에 참석한 의원들에게 “지난 17, 18대 국회처럼 ‘물국회의원’이 아니라 제대로 의지를 보여주는 19대 국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 토론회에는 주관 의원인 임수경, 진선미 의원과 용역폭력 진상조사 보고자로 나선 은수미 의원 외에도 여러 현직 국회의원들이 눈에 띄었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와 최민희 민주통합당 의원, 국회 행정안전위 민주통합당 간사를 맡고 있는 이찬열 의원도 자리했다. 통합진보당의 서기호 의원과 정진후 의원도 토론회를 지켜봤다. 특히 서기호 의원은 토론회가 끝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고 경비업법 개정안에 대한 토론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우리사회에 폭력이 없었던 적은 없지만, 이토록 사적폭력이 만연했던 적도 없다”면서 “국회가 열리면 경비용역업체의 사적 폭력 문제를 당연히 다뤄야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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