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서 노래하고 싶은 예술노동자들

[오늘, 우리의 투쟁] 국립오페라합창단지부(2)

[편집자주] 너무 많은 노동자들이 너무 오래 싸우고 있다. 갈수록 장기투쟁사업장이 많아지고 벅찬 승리의 소식을 들은 기억은 오래다. 이심전심 통하는 마음으로 연대의 기운을 나누며 힘을 내지만, 지난한 싸움은 주체의 몫으로만 남아 외롭게 이어진다. 끊임없이 스스로를 다독이고 새롭게 결의하며 오늘도 내일도 싸우지만, 때로는 잊혀지고 때로는 외면받는 노동자들의 이야기.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가 [오늘, 우리의 투쟁]을 통해 ‘참세상’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함께 싸워 함께 승리하는 날까지, 인간답게 살고 싶은 우리 모두의 연대를 소망하며 전한다.

2009년 1월부터 시작된 국립오페라합창단지부 투쟁은 32명의 조합원이 함께 시작했다. 6개월의 투쟁 후에 나라오페라합창단으로 복귀한 조합원이 25명, 2011년 여름 확약서 싸인을 강요하는 재계약을 거부하고 다시 투쟁에 나선 조합원이 12명이었다. 현재 3명의 조합원과 함께, 4년째 지부장을 맡아 투쟁을 이어가는 문대균 동지에게서 국립오페라합창단지부 투쟁의 배경과 예술노동자들의 현실에 대해 더욱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국립오페라합창단이 해체되면서 첫 번째 싸움이 진행된 것으로 안다. 노동조합 결성과 진행과정은 어떻게 되는가

2008년 하반기부터 우리도 모르는 얘기가 밖에서 먼저 들려오기 시작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전 정권 문화예술계 인사들에 대한 정치적 개편을 단행하면서, 국립오페라합창단의 정은숙 단장도 적잖은 외압 끝에 물러났고 신임 이소영 단장이 부임했다. 2008년 6월에 부임한 이소영 단장은 기존의 시스템들을 없애버리기 시작했고 하반기부터 해체 소식이 밖으로부터 들려왔다. 이소영 단장 부임 이후 여러 차례 면담 신청 끝에 11월 말 경에 처음 얼굴을 봤다. 해체되기 몇 주 전에 만난 자리에서야 해체할 예정이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해체가 현실화되자 그냥 있을 수 없어 방안을 찾던 끝에 공공운수노조를 찾아 상담을 했다. 이후 지부를 먼저 만들었고, 해체가 되면서 본격적으로 노동조합 활동이 시작되었다.

2009년 1월 1일부로 국립오페라합창단은 완전히 해체가 됐다. 해체 직후에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구제신청도 했는데, 모두 패소했다. 지노위, 중노위 심의에서 위원들이 구두로는 잘못된 문제라고 얘기를 했었다. 그러나 판결문에 명시된 이유는 우리들이 승소해도 돌아갈 사업장이 없기 때문이라는 판결이었다.

6개월 동안 싸우면서 국내외 음악계에서 큰 이슈가 되었고 사회적으로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상임화를 하려면 예산이 필요하고 3년 이내에는 확보해 상임화된 오페라합창단을 만들 것인데, 그 사이에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예산을 투입해 임의로 만든 단체에서 활동을 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구두로 한 약속이었는데, 당시 우리는 바보같을 정도로 순진했다. 서면으로 된 약속을 받아야 한다는 것도 그때는 잘 몰랐고, 공무원들이 자기 입으로 한 약속이니 당연히 지킬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거기서부터 거짓말이 시작됐던 건데, 나중에 알고 보니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이 아닌 고용노동부 일자리창출사업으로 만든 거였다. 당장 예산이 없어서 고용노동부의 협조 하에 만들었다는 공무원의 해명을 믿고 우리는 복귀를 결정했다. 25명의 조합원이 모두 오디션을 다시 보고 나라오페라합창단으로 들어갔다.

고용노동부의 일자리창출사업으로 오페라합창단이 운영되었다는 게 의아하다. 나라오페라합창단에서의 활동은 어떠했는가. 다시 싸움에 나서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고용노동부의 일자리창출사업은 지켜야 하는 내용들이 정말 많았는데, 공무원들도 사전에 정확한 고지를 하지 않았고 우리도 잘 몰랐다. 무조건 하루에 8시간을 채워서 일해야 하고, 1년에 진행되는 공연의 20%는 무료공연으로 진행해야 하고, 사업을 통해 일정한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는 등의 조항이 있었다. 그런데 하루 8시간 노동과 명확히 정해진 출퇴근 시간, 사업장 반경 일정 거리 안에 머물러야 한다는 등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따로 배정된 우리들의 공간은 없었다. 기본적으로 예술단체들이 하루 8시간을 일하듯이 꼬박 연습할 수는 없다. 그런데도 규정이 있다보니 아침에 출근해서 대기하다가 국립합창단의 연습이 끝난 이후 시간에만 연습을 할 수 있었다. 예술의전당 내의 휴게실은 공연자들이 사용하니 못 있게 하고, 국립합창단의 연습이 끝날 때까지 예술의전당 근처를 배회하는 식으로 2년을 보냈다.

나라오페라합창단에서 2년 동안 우리는 문화관광부의 약속을 믿고 기다렸지만, 애초에 약속했던 3년 이내 상임화를 위한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고 결과적으로는 거짓말이었다. 그리고 사회적일자리 창출사업은 무조건 3년 고용을 보장해주는 게 아니라 2년차와 3년차가 될 때 재계약을 하고 3년이면 계약관계가 끝나는 것이었고, 임금도 1년차까지는 최저임금, 2년차부터는 최저임금의 75%, 3년차부터는 50%를 지원해주는 거였다.

1년이 지난 후에 고용노동부에서 하루 8시간의 근무시간을 채워야 하는 것, 1년치 공연을 통해 얼마 이상의 수익을 내야 한다는 내용과 20%의 무료공연을 해야 한다는 규정을 지키지 않아 문제가 됐는데, 당시엔 부처간 협의로 유야무야 넘어갔다. 나라오페라합창단의 사업주인 국립합창단 쪽에서도 그런 규정들을 잘 몰랐었는지, 2년차부터는 공연을 많이 유치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무료공연 부분은, 우리가 독자적인 공연을 올리는 게 아니라 오페라공연에서 합창을 담당하는 식이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달성하기가 어려운 문제였다. 우리가 직접 기획을 해서 공연을 하기도 어려웠고, 어쨌든 규정을 지키기 위해 합창단원들이 구청의 문화회관 같은 데를 찾아가 무료 공연을 따와도, 국립합창단 담당자들이 진행하려고 들지 않았다. 우리는 어떻게든 오페라합창단을 살려서 활동해보려고 노력했지만, 2년차가 지나면서는 무료공연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게 문제가 됐고, 고용노동부에서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합창단으로 연락을 해서 재계약이 불가능하다고 통보했다.

그런데 그 즈음에는 국립오페라합창단 문제를 협의했던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장관도 고용노동부장관도 이미 물러난 뒤였고, 책임 있는 담당자들 역시 없는 상태였다. 고용노동부에서는 규정문제를 떠나서 고용노동부 예산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사업을 계속 지원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었고, 문화체육관광부는 말을 바꿨다. 결국 ‘3년 이내 상임화 합창단’ 약속은 싹 없어져버렸고, 신임 담당자들은 전임에게 전달받은 사항은 ‘3년의 고용을 책임져준다’는 것이었다며 우리에게 대책회의 결과를 통보했다. 그 내용은 ‘2011.4~2012.4까지 문광부 예산으로 나라오페라합창단을 한시적으로 1년 더 운영한다. 그 이후 합창단이 없어져도 어떠한 이의 제기나 단체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고, 확약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조합원들과 회의를 하면서 결국은 개인적인 선택일 수밖에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함께 싸울 사람들은 다음날 모이자고 얘기를 했고 12명이 다시 함께 싸움을 시작했다.


예술노동자들의 현실에 대해서 별로 알려진 바가 없다. 국립오페라합창단의 투쟁을 통해서 그나마 예술노동자들이 얼마나 열악하고 부조리한 현실에 놓여 있는지 폭로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국립’이라는 이름을 붙인 단체마저도 노동자들을 그저 비정규직으로 착취되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

나라오페라합창단은 2년차, 3년차로 갈수록 임금으로 지원되는 금액이 줄어들고, 국립합창단 소속이었기 때문에 규정에 따라 공연 1회당 8만원의 수당이 추가되는 식이었다. 국립오페라합창단 역시 일정 기본급에 공연수당이 더해지는 식이었는데, 기본급의 경우 2008년도 해체될 시점에 70만원이었고 2002년의 20만원 선에서부터 조금씩 인상된 것이었다. 그나마 공연수당이 1회당 15만원으로 책정되어 있어 공연을 많이 하면 힘은 들지만 생활에는 보탬이 됐었다.

우리나라에 제대로 된 오페라합창단이 없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명함을 내걸고 있는 오페라단은 100개가 넘는다. 정부 예산으로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오페라단은 국립‧서울시립‧대구시립 세 군데이고 나머지는 모두 민간 오페라단이다. 보통 오페라 한 편 올리는데 적어도 2억, 국립의 경우 7~10억이 들기 때문에 민간의 경우 단장들이 예산 지원을 따내고 기업체 후원을 받아 운영한다. 그 많은 오페라단이 있고 일 년에 한 편씩만 공연을 올려도 100개가 넘는데 전문 오페라합창단은 하나도 없다. 오페라합창은 다 알바식으로 운영된다. 오페라합창단을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면 꽤 많이 나오는데, 실제로는 그냥 만든 이름들이다. 보통은 지휘자 한 명이 개인사업자등록증을 내고 총무 한 명 두고, 소속된 단원은 없다. 예를 들어 국립오페라단하고 공연을 한다면, 계약을 따낸 후에 성악전공자들에게 연락을 해서 임시적으로 오페라합창단을 구성한다. 다른 경우는 민간오페라단이 공연을 올릴 때, 오페라단에서 자체적으로 사람을 모집해 OO오페라합창단 하는 식으로 이름을 붙이는 것이다. 이쪽에서는 ‘오부리’라고 하는데, 오페라가 다 그렇게 올라간다고 보면 된다.

오부리 공연의 공연비는 1회당 10만원 선이다. 보통 오페라 공연은 4회를 올리는데, 연습 기간의 밥값과 교통비 등을 빼면 반쯤 남는다. 무대 경험을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달리 돈을 벌 데가 없으니 그 20만원이라도 벌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내가 대학생일 때도 오페라합창 오브리하면서 10만원 받았는데, 15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똑같다. 물가는 그 사이에 엄청나게 올랐을 텐데 이건 그대로라는 얘기다. 문화예술 정책 전반을 관장하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관심도 없다. 국립오페라합창단이라도 잘 유지되었다면 다른 오페라합창단도 많이 생기면서 정상적으로 운영이 됐을 거라고 생각되는데, 그나마 하나 있던 것마저 그런 식으로 없애버리고 예술노동자들은 더욱 힘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일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것이나 얻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새롭게 알게 된 건 예술가도 어쨌든 노동자라는 사실인 것 같다. 솔직히 많은 예술가들이 자신이 노동자라는 인식이 거의 없는 편이다. 그냥 재능이 있고 좋아하는 일이라고 생각해 그 세계에 빠져서 산다. 우리도 외압을 겪으면서 자각을 한 부분이었다. 누구나 노동자라는 사실, 어떠한 권리가 있고 침해당했을 때 어떻게 싸워야 한다는 것 등을 미리 알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동조합을 통해서 알게 된 것이지만, 외국에서는 학교에서도 노동자의 권리를 교육한다는데 정규교육과정 거치면서 노동자의 권리에 대해, 노동조합에 가입할 권리가 있는지, 해고가 되면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그런 부분에 대해서 전혀 들은 적이 없다. 국가에서 당연히 해야 하는 건데 안 하고 있으니까, 어디 단체에서라도 했으면 좋겠는데 별로 없는 것 같다. 우리는 그나마 노동조합을 좀 아는 사람이 있어서 그를 통해서 도움을 받고 노동조합을 통해 싸울 수 있었던 거지만, 그마저 없었다면 유야무야 깨졌을지도 모른다. 그런 게 많이 필요한 것 같다.

지금 민주노총에 소속되어 있지만, 민주노총에 대한 바람들도 있다. 물론 당면투쟁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보면 단지 현실을 위해서만 싸우는 것은 아니니까, 미래에도 계속 싸워야 하고 권리를 얻기 위해서 계속 싸워야 하는데... 아이들이, 청년들이 우리의 미래라고 말하듯이, 다음 세대를 위한 교육이 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예술가들에게도 그런 교육을 함께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면 나도 함께하고 싶다. 투쟁을 시작하기 전에는 예술가로 살면서 정치에도 노동에도 관심이 없었다. 어떻게 보면 내 노래, 내 창작활동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정말 우물 안 개구리처럼 우리들이 만들어놓은 세상에만 빠져 살았다. 이제는 정치나 부조리한 사회 현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됐고, 그런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다행스러운 마음도 있다. 사회의 부조리들에 대해 알게 되고 얘기하게 되고 관심을 갖게 된 점은 다른 조합원들도 비슷할 것이다.

싸움이 길어지면서 느끼는 어려움이나 아쉬운 점들도 적지 않을 것 같다. 장기투쟁 과정에서 느끼는 기복이나 연대에 대한 생각이 있다면 이야기해달라

연대의 힘이라고 많이들 이야기하는데 사실 크다고 생각한다. 연대가 모이면 우리가 받는 힘도 있지만, 많이 회자되고 시민들이 관심을 가지면 힘을 받으니까 사실 해결하기도 쉬워진다. 부담도 없지 않지만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투쟁이 길어지면 그 관심이 꾸준히 유지되는 건 어렵다. 한편 우리 같은 경우, 시민들의 경우에도 문화예술은 밥 먹고 살아가는 생활보다는 부차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측면이 아직 많은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도 있다. 정치인들도 우리 투쟁과 관련해서 문화예술의 중요성을 얘기하다가도, 점차 투쟁하는 인원도 줄어들고 별로 이슈도 안 되니까 거리를 두려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

내부적으로 어려운 점들도 물론 있다. 가장 어려운 건 조합원들의 생활 문제이다. 국립오페라합창단원은 반주자까지 포함해서 총 43명이었는데 지금 현재 남은 사람은 네 명이다. 클래식음악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기독교인들이 많다. 투쟁하는 네 명의 조합원들의 생계는 주로 교회에서 성가대 지휘하면서 받는 수고비로 해결하거나 배우자가 전담하는 형편이다. 해고자들이기 때문에 따로 레슨을 하거나 그런 건 엄두를 낼 수 없다. 투쟁을 떠나간 조합원들 중 결혼 이후 음악 접고 가정에 충실하는 여성조합원들도 있고, 음악계에 남아서 오브리로 연명하거나 다른 합창단에 들어간 사람들도 간혹 있다. 다른 합창단에 들어가신 분들은, 국립오페라합창단에서의 활동이 중요하고 유리한 경력이지만 이력사항에서는 아예 뺄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경우도 있었다. 시립단체들의 입장에서 환영할 만한 이력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후 계획과 전망은 어떻게 하고 있는가

정치적인 부분 때문에 해결이 더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일반 사업장이었다면 어느 정도 해결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국립오페라합창단이 정권교체 이후의 인사개편 강행과 낙하산 인사를 통한 해체 수순을 밟다보니, 우리들의 투쟁이 뭔가 정치적으로 또 전 정권과의 대결 측면으로 해석되는 부분도 있다. 사실 우리 문제는 돈이 그렇게 많이 드는 것도 아니다. 작년에 재창단을 위한 예산으로 올린 게 15억이었다. 그런데도 해결이 안 되는 이유는, 문화체육관광부 담당자의 말을 그대로 옮기자면, 우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는 게 되어버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해당 부처의 책임 있는 인사들의 약속이었음에도 정부에서 이런 식으로 우리 문제를 정치적으로 프레임화시켜 버려서 더 어려운 부분이 있고, 그래서 우리는 더욱 분노하는 것이다.

작년까지는 국립오페라합창단 재창단 이외의 길을 생각하지 않았다. 투쟁해 온 우리들의 생존권 차원에서도 그렇고,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서도 국립오페라합창단은 다시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유혹들도 많았지만 이외의 다른 길은 없다고 생각하고 투쟁해왔다. 그런데 투쟁이 너무 길어지다보니 어려움이 적지 않다. 어쨌든 정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예산을 따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이기도 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계속 설득했던 건, 국립합창단 인원을 10명 늘리는 것이다. 사실 전혀 해결방안이 될 수 없다. 그렇지만, 투쟁이 길어지면서 이제 조합원은 네 명으로 줄어들었고, 언제까지나 거리에서만 싸울 수는 없기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 다들 지치기도 했고, 경제적으로 생활의 문제가 너무 심하다 보니 어려움이 많다. 생활고 때문에 조직이 와해될 우려도 없지는 않다.

어렵게, 일단 현장으로 돌아가자는 결론을 내렸는데, 이조차도 예산이 확보되어야 가능한 것이다. 지난 3년 동안도 국립합창단 인원 증원을 방안으로 제시하면서 문화체육관광부는 예산을 올렸고 기획재정부는 불승인하는 식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기획재정부 핑계를 대면서 노력했지만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물론 정부의 예산안 상정과 승인만 바라보고 기다리는 것은 아니다. 이제까지 투쟁해 온 게 있고, 과정에서 깨달은 것들이 있기 때문에, 현장으로 돌아가는 날까지 우리의 방식대로 투쟁하고 싸워나갈 것이다. 단, 예산 문제가 선결되어야 하는 싸움이기 때문에 국회를 통할 수밖에 없고, 우리의 노력으로 예산을 따냈을 때 오디션 문제나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사안에 대한 협의도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또한, 현 유진룡 문화관광부 장관이 인사청문회에서 문제 해결을 약속했지만 무책임하게 외면하고 있는 부분은 국정감사에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다른 것보다 빨리 해결이 됐으면 좋겠다. 우리뿐만이 아니라 이전에 비해서 투쟁사업장들의 싸움이 너무나 장기화되고 있어서 안타깝다. 노동자들이 고공농성을 시작하면 금방 문제가 해결될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고공농성 같은 필사적인 투쟁에도 면역이 된 건 아닌가 싶다. 당사자들은 정말 목숨을 걸고 올라가서 투쟁을 하는데 정부나 바라보는 사람들은 그냥 그런가보다 하는 것 같다. 투쟁사업장이 안 생길 수는 없겠지만 싸움이 너무 길어지지 않고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투쟁을 하다보면 당연히 몸도 지쳐가고 영혼마저도 다 갉아먹히는 것 같다. 현장으로 돌아가서도 치유가 되려면 너무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결국 치유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이 봤다. 사회적으로 다 같이 노력을 해야 하는 건데, 너무 노동자들만 노력하는 시스템이 되어버린 것 같다. 정부는 물론이고, 시민들도 조금 더 의식을 갖고 내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받아들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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