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터키의 총선이 있었습니다. 이번 선거는 쿠르드족과 터키족에게 여러모로 중요한 선거였습니다. 쿠르드족에게는 13여 년만에 의회에 진출할 수 있는지 여부가 달려있었고, 터키족에게는 터키가 세속국가로 남을지 아니면 이슬람주의로 전환할지 여부가 달려있는 선거였기 때문입니다.
일단 쿠르드족은 목표로 했던 수를 채우지는 못했지만, 24명의 당선자를 배출하면서 의회에서의 4당의 위치를 차지하여 성공적으로 의회에 안착하였습니다.
쿠르드 정당 13년 만에 처음 의회진출
이로써 쿠르드 정당은 13년 전 쿠르드족 의원이었던 레일라자나 씨가 의회에서 쿠르드어로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의원직을 박탈당하고 몇 년간의 투옥생활을 거쳐서 해외로 추방된 이후 처음으로 의회에 진출을 하였습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터키가 유럽연합 가입을 추진하면서 유럽연합의 압력으로 2년여 전에 겨우 터키로 돌아올 수 있었던 레일라자나 씨가 이번에 다시 출마하여 당선되었다는 것입니다.
사실 정확하게 말하면 쿠르드 정당이 의회에 진출한 것은 아닙니다. 이번에 당선된 24명의 의원은 쿠르드족 정당 소속이 아니라 쿠르드 정당의 지원을 받는 무소속 연합 후보입니다. 터키의 여당과 제1 야당은 선거 얼마 전에 선거법을 바꿔서 지난 선거에서 득표율 10% 미만인 정당은 이번 선거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만들어 버렸습니다. 하지만, 신생 정당과 무소속은 출마가 가능합니다.
이전 선거법에서도 쿠르드족 정당을 겨냥하여 10% 미만의 득표를 한 정당은 의회에 진출할 수 없도록 한 규정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예 선거 자체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만들어 버린 것입니다. 그리고 또한 무소속으로 당선된 의원이 득표율 10%미만의 정당에 가입할 수도 없도록 만들어 버리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선거 후에 쿠르드정당인 DTP(쿠르드족에 대한 탄압의 일환으로 터키 정부는 쿠르드족 정당을 각종 구실을 들어서 해체시키고 쿠르드족은 새로운 정당을 창당하고 하는 과정이 계속 반복되어서 지금의 이름은 6번째 바뀐 이름입니다.)는 이번에 당선된 의원들과 함께 새로운 당을 창당할 예정입니다.
세속주의 군부 vs. 이슬람주의 집권당 AKP
또한 이번 선거는 터키에서 이슬람주의와 세속주의가 정면으로 맞붙었던 선거이기도 합니다. 그간 터키 세속주의의 수호자임을 자처하는 군부와 이슬람주의 정당인 집권당 AKP는 여러 면에서 갈등을 겪어 왔습니다. 무슬림인 총리의 부인이 히잡을 착용했다는 이유로 군부에 의해서 정부의 공식 행사에 참여가 저지되기도 했었습니다. 또한 터키가 유럽연합 가입을 위해서는 사이프러스 문제와 쿠르드족 문제를 털고 가야만 한다고 판단한 에르도간 총리가, 그간 터키에서는 금기였던 “터키내에서의 쿠르드족 존재의 인정과 쿠르드족 문제가 존재함을 인정”하고 쿠르드족의 중심 도시인 디야르바크르를 방문하여 이곳의 시장과 면담을 하고 돌아간 며칠 후에는 군부가 연결된 것으로 보이는 총리 암살 시도가 있었고, 또한 군부 내에서 총리 암살을 시도하던 일부 현직 군인들이 적발되기도 했었습니다. 이후 총리는 쿠르드족 문제에 관해서는 더 이상 발언을 하지 않았습니다만, 이렇게 쌓여간 양쪽의 앙금은 터키군 참모총장 임명을 둘러싸고 극도에 달합니다.
그간 터키에서는 군부가 행정부 수뇌를 쿠데타와 암살을 통해서 바꾼 적은 있지만, 행정부가 군부의 수뇌를 바꾼 역사가 없습니다. 그런데 에르도간 총리가 헌법에 주어진 권한을 행사하여 퇴임하는 군 참모총장이 임명한 후계자를 인준하지 않겠다고 발언한 것입니다. 군 참모총장은 급히 에르도간 총리를 만났고 이후 인준 거부 발언은 없었던 것이 되지만 군부와 총리 사이에 간극이 극도에 달하게 된 사건이었습니다.
이후 집권 여당이 대통령 후보로 AKP 소속인 외무장관 압둘라 귤을 추천하자 터키에서는 군부와 연결된 세력들이 총리에 이어 대통령까지 AKP 출신이 차지하게 되면 터키는 다시 이슬람주의 국가로 회귀하게 된다면서 대규모의 집회를 벌이게 됩니다. 이 집회에서는 조금 생뚱맞은 구호가 등장하기도 하는데 “우리는 더 이상의 쿠데타를 원치 않는다.”는 것이 그것입니다. 한국의 한 언론에서는 이를 두고 터키 국민이 이슬람주의 정부를 지지하지도 않지만, 군부를 지지하는 것도 아니라는 다소 오리발 같은 해설 기사를 쓴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만, 이 집회는 군부에 의해서 조직된 관제집회로 보는 것이 정확하고 이 구호는 군부가 ‘계속 이렇게 나간다면 또다시 쿠데타를 할 수도 있다’는 경고를 보낸 것으로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그러자 에르도간 총리는 의회해산과 조기 총선이란 강수를 던진 결과 치러진 선거가 이번 선거입니다. 군부가 대규모 시위를 조직하자 국민의 뜻을 묻겠다며 맞수를 던진 것입니다.
선거는 AKP의 승리로
군부 행보 주목해야
그리고 선거 결과는 에르도간 총리의 압승으로 나타났습니다. AKP는 지난 총선에서 보다 더 높은 지지율을 얻으면서 재집권에 성공하였습니다.
이번 선거의 결과는 터키의 유럽연합 가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유럽 언론은 이번 터키의 선거를 거의 생중계로 보도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선거의 결과로 군부가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도 앞으로 주목해서 보아야 할 부분입니다.
그간 터키에서는 행정부가 군부의 권력을 견제하고자 나설 때 꼭 쿠데타가 발생했었습니다. 그리고 그 후에는 이웃나라와의 전쟁이 이어졌습니다. 터키의 뜬금없는 사이프러스 침략은 쿠데타 직후에 발생한 것이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터키는 인근 지역에서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쿠르드 게릴라 소탕을 명분으로 이라크 국경을 넘어가고 있습니다. 군부가 뭔가를 만들어 낼만한 요건은 대충 충족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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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보내드린 글에서 본의 아니게 몇가지 잘못된 정보가 포함되었습니다.
바로잡습니다.
먼저 레일라자나씨가 당선되었다는 소식은,
제가 선거 기간 중에 터키 비자 기간이 만료되어 아르메니아를 잠시 다녀왔습니다
..
그 사이 그의 출마가 터키 정부에 의해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터키에 돌아온 날은 선거날 이었고, 선거 결과가 그녀가 출마하기로 한 디야르바크르 시에서 출마한 모든 쿠르드족이 당선되는 결과가 나왔기에 당연히 레일라자나도 당선된 것으로 생각하고 글을 보냈습니다만 결과적으로 오보가 됐습니다.
그리고 또 쿠르드족 의원 24명이 당선되었다는 것 역시, 오보가 되었습니다. 선거
당일 발표된 집계 결과는 24명의 쿠르드족 의원이 당선되었다는 것이었지만, 터키 정부가 쿠르드족의 의회 활동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 집요한 방해를 하고 있습니다.
터키 선거법상, 해외 거주자는 부재자 투표시 무소속 의원에게 표를 던질 수 없도록 되어있습니다. 이것도 역시 무소속으로 출마한 쿠르드족 후보들을 겨냥해서 개정된 선거법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집계된 해외 부재자 투표용지를 쿠르드족 의원들이 당선된 지역에 합산해 버렸습니다. 그래서 이 지역의 선거 결과가 뒤바뀌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확인된 쿠르드족 당선자는 모두 22명입니다.
터키 의회에서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20명의 의원이 필요합니다. 터키 정부와 주요 야당은 쿠르드족이 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하도록 가능한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3명의 당선자의 당선을 취소시키기 위해서 무슨 일을 할지가 자못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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