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추진 정당 밀어주고, 진보정당은 밀어내나

[기고] 민주노총 4.11 총선방침 재고되야

다시 생각나는 2010년의 씁쓸한 기억

최근 결정된 민주노총의 4.11 총선 방침을 보면, 지난 2010년 지방선거의 씁쓸한 기억이 다시 떠오른다. 당시 진보신당에서 출마한 대전시당 후보, 광역의원 후보들은 서약서 등으로 비롯된 당내 논란 끝에 민주노총 지지 후보를 신청하였다. 민주노총 대전본부에서는 승인되었으나, 최종 심의 단계인 중앙위원회에서 제외되었다. 한 달 가까이를 민주노총 지지후보로 선거운동을 해 왔는데, 후보들의 모든 선전물에서 이를 제거하고 또 설명하느라 애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 후 전해들은 논의의 과정은 더욱 황당하다. 당시 진보신당 대전시장 후보의 지지를 철회한 이유를 듣자하니, 민주노동당 대전시당이 민주당 김원웅 후보와 단일화를 성사시키면서 이 후보를 진보정당(민주노동당)의 동의로 선출된 ‘반MB연대 후보’로 간주해 같은 선거구에 두 후보가 출마한 것으로 해석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김원웅 후보는 17대 국회에서 외교통상위 위원장을 맡아 한미FTA를 추진한 당사자 중 하나이고, 심지어 날치기까지 시도했는데도 그러하였다.

[출처: 자료사진]

반FTA, 도대체 무슨 말인가?

민주노총 4.11 총선방침에는 ‘반MB-반FTA 1:1 구도형성(야권연대)’을 명시하고 있다. 민주노총이 진보정당과 함께 하는 야권연대의 유일한 기준으로 제시한 것이 반FTA이다. 이 이야기는 현실적으로 유일한 야권연대의 대상인 ‘민주통합당이 反FTA에 동의’한다면, 연대후보로 이들을 지지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기준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민주통합당과 야권연대는 불가능해 보인다. 물론 전제는 있다. 이 방침의 ‘반FTA’는 ‘FTA의 전면 폐기’를 뜻하는 것이어야 한다.

민주통합당은 지난 11월 22일 한미FTA가 날치기로 통과된 후 일관된 행보를 하고 있다. 날치기 무효를 외치던 원외투쟁 2주 만에 야권공조를 깨고 원내병행투쟁을 선언했으며, 최근에는 이용섭 정책위의장이 나서 "한미FTA의 재재협상을 통해서 국익에 도움이 되는 FTA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밝힌 바도 있다. 어쩌면 원조 FTA 추진 세력이기도 한 민주통합당에 ‘FTA 전면 폐기’를 요청하는 것 자체가 무리이기도 하다. 이렇게 되면 이제 민주노총이 답할 차례다. 반FTA를 포기할지? 야권연대를 포기할지?

진보신당 후보가 통합진보당에 투표해야 한다고?

‘정당명부 비례대표 집중투표 이행방안’을 제시하고 있는 3항과 ‘세액공제, 당원확대 적극 참여 이행방안’을 담은 4항은 형식적으로도 내용적으로도 충돌한다. 4항에서 민주노총은 조합원들에게 통합진보당, 진보신당, 사회당 등 진보정당에 당원으로 참여할 것을 권유하면서도, 3항에서는 정당명부 비례대표 집중투표를 통해 다른 당에 투표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집중투표의 대상이 통합진보당이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정당명부 비례대표에 당의 사활을 걸고 있는 진보신당과 사회당 당원에게 통합진보당에 투표하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도의적으로도 올바르지 않다. 정당 명부에서 한 표라도 더 얻고자 진보신당이나 사회당의 후보로 출마한 민주노총 조합원에게 통합진보당에 투표하라는 황당무계한 상황이 벌어질 판이다.

민주통합당은 존중? 진보정당은 무시?

이 방침에서 진보정당과 단일화를 통해 연대후보로 선정될 수 있는 민주통합당 후보에게는 어떠한 약속도 요구하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연대 후보로 선정된 민주통합당 후보를 지지할 의무는 있으되, 이 과정을 통해 얻어지는 권리는 아무 것도 없다. 이미 한국노총이 조직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민주통합당의 신의를 믿어야 할 뿐이다.

그러나, 진보정당에게는 가혹해도 너무 가혹하다. ‘후보자 서약서’에는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가 판단할 경우 언제라도 공직 사퇴’를 서약하도록 하고 있다. 진보정당의 당원 투표로 선출된 공직자의 목줄을 연대단체인 민주노총의 중앙집행위원회가 쥐겠다는 이야기이다. 진보정당의 독립성과 자주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독립적인 단체로서 존중하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민주노총, 총선 방침 재고해야

민주노총의 지지 후보가 되는 것은 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정치인이라는 증표이고,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정당이라는 인증이다. 진보정치인에게는 크나 큰 영광이자 따뜻한 격려이다. 그럼에도 진보신당 대전시당에서 출마하는 김윤기 후보는 이번 민주노총 지지 후보 신청을 미루었다. 여러 가지 운동적, 개인적 의미에도 불구하고 4.11 총선을 통해 우리가 가야 할 길의 이정표를 놓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1997년과 2002년 진보운동 일부의 비판적 지지로 당선되었던 대통령들이 비정규직 악법과 한미FTA를 추진했던 아픈 기억이 있지 않은가? 의미가 불분명한 ‘반FTA’를 명분삼아 FTA 추진 세력을 도와주는 결과를 빚게 될 민주노총의 4.11 총선방침은 재고되어야 한다. 민주노총 내부에서도 정체성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논란이 되고 있는 통합진보당에 대한 집중 투표 방침도 철회되어야 한다.

2012년 다수당이 바뀌고 정권이 교체된다 한들, 우리가 있어야 할 곳은 또 다시 차가운 아스팔트 위가 될 것임을 잘 알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을 이끌고 뒤를 받쳐 주는 노동자-민중의 조직된 힘이고, 강력한 대중투쟁이다. 국회의원과 대중투쟁의 톱니바퀴가 제대로 맞물릴 때, 10배, 20배의 힘이 된다. 그러니, 지금 민주노총이 할 일은 비정규직 철폐, 한미FTA 완전 폐기라는 선명한 계급적 요구를 갖고 다시 투쟁의 아스팔트로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일이다. 그 길에 진보신당은 진보좌파정당으로서 끝까지 함께 할 것을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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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당 , 비례대표 , 정당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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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주받을 NL집단들의 망동...
    이게 정치세력화야?
    아놔... 개나 줘버려라. 씨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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