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꽃 나무의 열매들이 정말 희망열매일까요?”

[기고] 전국의 투쟁사업장에 본 것은 ‘참담함’ 그 자체

이 땅의 모든 곳은 신음하고 있었습니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부터 남쪽 끝자락 목포에서도, 바다건너 제주 강정에까지...

  목포 보워터코리아지회의 천막농성장 [출처: 박태준]

작년 2월14일 우리는 해고를 당했습니다. 수주가 없어서 경영상의 위기라고... 그렇게 우리는 한진중공업에서 해고를 당했습니다. 309라는 숫자와 희망버스로 대변되던 우리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싸움.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자들은 끝끝내 1년 뒤 복직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었습니다.

"연대"라는 말을 보편화시켜버린 희망버스, 그 희망버스는 악랄한 자본의 폭력을 시민들의 눈으로 직접 보게끔 만들었습니다. 자유로움을 표방했지만 결코, 자유롭지 않았던 발랄한 희망버스. 희망버스는 단지 연대의 버스가 아니라 소통의 창구였습니다.

살기위해 크레인에 오르고, 살기위해 아이 엄마들이 길거리로 나왔고, 살기위해 몇 달을 길거리에서 살았지만 언론매체마저도 외면해버린, 아프다고 말을 해도 들어주는 사람하나 없던 우리들에게 우리 이야기를 할 수 있게끔 해주었고, 다른 이들에게 우리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끔 하는 소통의 창구였던 것이었습니다.

소금꽃 희망열매 전국투쟁사업장 순회는 우리가 받았던 그 큰 연대의 고마움에 인사라도 한번하자. 싸우고 있는 동지들에게 응원이라도 하고 오자. 그 동지들의 염원을 쌍용차 희망텐트촌에 모아서 이제는 단일사업장 싸움이 아닌 연대투쟁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알려 보자라는 기획에서 진행되었습니다.

50여 곳의 사업장에서 본 것은 ‘참담함’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50여 곳의 투쟁사업장을 순회하면서 보았던 것은 참담함 그 자체였습니다.

[출처: 박태준]
999일이 적힌 투쟁상황판의 날짜, 이미 천삼백일을 훌쩍 넘겼지만 날짜를 천단위로 고치면 서글퍼질 것 같아서 그냥 두었다라고 말씀하시면서 웃으시는 포스코사내하청 동지를 보면서 마음 한 켠은 커다란 아픔으로 먹먹했습니다. 발전기가 꺼지면 냉장고가 되어버리는 ASA지회 컨테이너, 분회사무실이 없어서 차량 안에서 진행할 수밖에 없었던 광주쌍용차정비분회 분회장님과의 간담회, 영하17도가 넘는 날씨에 강풍이라는 악 조건속에서도 2012년 첫 문화제이기에 꿋꿋하게 진행되었던 목포 보워터코리아지회...

자본은 이름만 달리 했을 뿐 똑같은 악랄함으로 노동자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었습니다. 천막농성44일차에 지회 깃발도 없이 싸우던 충남 천안의 성우 AMT지회, 퇴근선전전을 하다가 야간근무라며 뛰어 들어가던 동지의 뒷모습, 근무를 마치자마자 달려 나와서 내리는 눈을 같이 맞으며 힘찬 팔뚝질과 함께 선전전에 임하던 동지, 민주노조사수를 위해 그렇게 작지만 큰 울림으로 흔들림 없이 지켜내고 계시는 모습을 보면서 커다란 반성도 했었습니다.

14시간 근무를 하고서는 아침 찬바람을 마다않고,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해 대구시청을 뜨거운 투쟁의 열기로 채우시던 대구시립시지노인병원지부 동지들, 그렇게 힘들어하고 있었고, 그렇게 투쟁하고 있었습니다.

  대구시립시지노인요양병원지부 조합원과 소금꽃 희망열매 전국투쟁사업장 순회단 [출처: 박태준]

희망열매... 단지 그 사업장동지들의 염원만은 아니었습니다. 민주노조를 깨기 위해 복수노조를 뒤에서 조종하고, 표적정리해고를 일삼으며, 노노 싸움을 부추기는 더러운 자본의 작태가 모두 같기에 비정규직, 정리해고 철폐를 외치는 우리 모두의 염원이었습니다.

그렇게 모아진 희망열매가 소금꽃 나무에 열리게 되었고, 그 열매들이 평택 쌍용차 희망텐트촌에서 터뜨려지면서 그 희망의 기운이 전국 곳곳으로 퍼져나갔습니다.

돌아보지 못한 투쟁사업장들이 아직 많습니다
정말 우리가 같이 손잡아야 할 동지들이 정말 많습니다


그러나 여러분들께 정말 묻고 싶습니다.

정말 희망열매입니까?
그 소금꽃 나무의 열매들이 정말 희망열매 일까요?

아닙니다. 희망의 염원이 적히긴 했지만 그 열매는 처절함의 상징입니다. 그 열매들의 개수는 투쟁사업장, 아니 자본의 폭력에 신음 하고있는 동지들의 수입니다. 이름조차 생소한, 그래서 더욱 미안하고 죄스러웠던 그 동지들의 아픔이 고스란히 담긴 그 열매가 어떻게 희망열매가 될 수 있겠습니까?

  투쟁사업장들이 쓴 소원지 [출처: 박태준]

자기들도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면서도 인근의 다른 동지들 걱정을 먼저 하는 그 순수한 사람들의 피눈물이 어찌 희망열매일수 있겠습니까?

처진 어깨, 피로에 쩔은 얼굴들, 말씀들도 잘 안하시던, 그러나 웃으면서 반겨주시고, 싸우는, 억압받는 이웃 동지들을 먼저 걱정하시던 그 선한 눈에 동지들의 기필코 이긴다는 그 결연한 의지가 담긴 열매이기에 희망열매였습니다. 죽을지언정 결코 굴종의 삶을 살지 않겠다는 결사항전의 의지의 열매이기에 정말 아름다운 핏빛 희망열매였습니다.

돌아보지 못한 투쟁사업장들이 아직 많습니다. 정말 우리가 같이 손잡아야 할 동지들이 정말 많습니다. 다 이기고 난 뒤 승리의 순회보단 우리 같이 싸웁시다라는 투쟁의 순회가 더욱 필요 하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민주노총 위원장이, 금속노조 위원장이 돌아야 할 길입니다.
그들이 들어야 할 아픔들입니다. 보아야 할 싸움들입니다.
그리고 이 땅의 노동자, 서민들이 보고, 들어야 할 현실입니다.

  지난 2월 12일 쌍용차 3차 공장포위의 날에 활짝핀 희망열매와 김진숙 민주노총부산본부 지도위원 [출처: 박태준]

살기위해 높은 곳에 오르지 않고, 살기위해 굶지 않으며, 살기위해 제 몸을 불사르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보듬어야 할 현실인 것입니다. 서로가 맞잡은 손만이 노동자, 서민이 악랄한 자본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연대투쟁. “필승의 연대투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추신: 그 외 언급되지 않은 많은 투쟁사업장 동지들께 죄송함의 인사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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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투쟁사업장 , 소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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