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비정규직 공약, 올바른 해법을 찾아서

[연속기획](1) 2012년, 비정규직을 말한다

왜, 비정규직이 문제인가?

정부는 정규직-비정규직을 갈라 치고 양극화를 이야기하면서 정규직 노동자가 양보해야 비정규직이 보호되고, 그 보호를 정부가 해 주겠다고 늘 이야기해왔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정부의 지속적인 노동유연화 정책은 포기되지 않은 채 지금까지 노동자들을 해고와 비정규직으로 내몰고 있고, 그 속에서 정부가 해주겠다는 비정규직의 보호는 사실은 더 큰 유연화를 위한 작은 발판 쌓기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 해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에서도 드러나듯이 비정규직 문제를 차별의 문제로만 국한시켜놓고, 직무 및 임금체계 개편을 통해 불합리한 차별을 없애겠다면서, 결국은 모든 노동자의 고용과 임금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차별여부에 대한 판단조차 불가능하게 만들겠다는 안을 내놓지 않았던가.

그리고 지금, 총선을 앞두고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의 핵심 이슈가 되고 있다. 정치권은 앞 다퉈 비정규직 문제를 이렇게 해결 하겠다 저렇게 해결하겠다며 정책을 내걸고, 그런 분위기 때문인지 이번에야말로 비정규직 문제를 한 발 전진시켜 볼 수 있겠다는 기대를 가지고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제도개선안들이 논의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연말 대선까지 지속될 것 같다. 그러나 비정규직 문제의 이슈화에 경계심이 앞서는 것은 지금까지 비정규직 문제가 제도정치권의 탁자 위에 올려 져 논의될 때마다 우리는 큰 왜곡을 겪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문제가 중요한 이유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가장 억압받는 약자이기 때문만이 아니며,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쟁이 치열하기 때문만도 아니다. 비정규직 고용형태가 자본의 노동착취가 집약된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 자본은 노동자들을 지속적으로 고용불안정과 빈곤으로 내몰며 무한착취를 위해 노동권을 박탈하고 있다. 자본은 구조조정을 통해 노동자들의 힘을 약화시키고 자본의 자유로운 활동을 가능하게 하고자 했으며, 98년 정리해고제 및 파견제의 도입으로 그를 제도화해 냈다. 그리고 기간제법 제정을 통해 비정규직 고용형태를 완전히 제도화했으며, 더 나아가 시간제 노동의 활성화 및 노동시간 유연화의 증대를 통해 노동의 유연성을 지속적으로 제고하고자 하고 있다.

그 속에서 노동자들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뉘어지고, 마치 대립하는 것처럼 양 방향에 놓여졌다. 그 틈바구니에서 자본은 노동권을 박탈하고 착취를 극단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그로 인한 권리의 박탈이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고용불안과 저임금, 장기투쟁으로 몰아넣었다. 언제든지 해고할 수 있다는 이점, 비정규직을 해고해도 계약만료이거나, 도급계약의 해지일 뿐 ‘해고’로 규정되지 않는다는 점이 바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를 박탈했고, 차별을 가능하게 했다.

비정규직의 문제는 구조조정의 문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투쟁해 온 지난 과정은 하나하나가 그런 권리의 박탈 지점을 드러내는 것이었고, 그로부터 무엇을 위해 어떻게 싸워야 할지를 밝혀 온 과정이었다. 한국통신계약직노동자들의 투쟁에서부터 기간제 계약으로 인한 고용불안정이 야기하는 노동권의 박탈을 보았다. SK인사이트코리아와 방송사 등 파견노동자들의 투쟁에서 간접고용의 문제, 파견노동의 문제가 노동권을 어떻게 침해하는지를 알았고,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수많은 투쟁에서 노동자성이 부정되는 것이 얼마나 심각하게 권리를 부정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로부터 노동자들의 요구가 형성되어왔다. 기간제 노동의 사용사유를 엄격히 규제하고 기간의 정함이 없는 고용을 원칙으로 할 것, 파견제를 폐지하고 실질적인 사용자인 원청이 사용자책임을 지도록 할 것, 그리고 특수고용 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고 노동관계법의 적용을 통해 권리를 보호할 것. 이것이 노동자들의 투쟁을 통해 형성되어온 요구였고, 권리 보장 방안이었다.

노동유연화 정책을 철회시키고 상시적 구조조정으로 인한 노동의 불안정화, 하청에 재하청 구조로 연쇄되는 간접고용 확산을 막지 못하면 비정규직 활용을 통해 노동자의 힘을 축소시키고 권리를 박탈하는 자본에 맞서 싸울 수 없다. 하기에 그 투쟁에서 비정규직 철폐는 자본의 구조조정을 중단시키고 노동자 권리 확보를 위한 기본적 요구이며, 정리해고 철폐-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는 희망의 움직임은 노동자 권리 전체를 관통하는 주요한 투쟁인 것이다.

그러나 비정규직 문제가 구조조정의 문제임을 바로 보지 못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해야 할 대상, 사회적 약자로 바라보는 시각은 비정규직 문제의 성격을 쉽게 간과해 버린다. 그리곤 비정규직 고용형태를 완전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니 차별을 해소하는 것에 집중해야 하고, 차별이 없어지면 비정규직 사용의 유인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런 시각에서 볼 때 비정규직을 철폐하라는 요구는 지나치게 강경하고 원칙적이기만 한 것으로, 제도개선 논의가 수면위에 부각되었을 때 정작 얻을 수 있는 것도 얻지 못하는 어리석은 주장이 되고 마는 것이다.

이는 비정규직 문제의 핵심이 차별이고, 이의 해결을 위해 정규직이 양보해야 한다는 정부의 선동과 맞닿아 있는 우리 내부에 존재하는 혼란의 요소이다. 그리고 매 시기 제도개선 논의가 물위에 오를 때마다 등장하여 투쟁의 요구를 조금만 더 뒤로 물리라 한다.

비정규직 해법, 잊지말아야 할 것들

비정규직 철폐라는 구호에 대하여 새기는 방식은 저마다가 다르다. 어떤 이는 그저 투쟁 구호 끝에 붙이는 익숙한 뒷 구호로 여길 수도 있을 것이며, 어떤 이는 현실에서는 불가능하지만 견지하고 있어야하는 원칙쯤으로 여기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비정규직 투쟁이 10년이 더 지난 지금도 비정규직 철폐가 정말 가능한 것이냐는 질문을 던지며 이렇게 말한다. 지난 투쟁의 과정 속에서 비정규직을 완전히 철폐한다는 것은 이미 불가능하다는 것이 드러났다라고.

지금까지 수많은 비정규직 투쟁이 있었고,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노동조합으로 조직되었다가 또 흩어져 갔다. 정부의 비정규직법 제정에 맞서 열린우리당사를 점거하고 국회 타워크레인을 오르며 온몸으로 저항했음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법 제정을 막지 못했었다. 그래서일까. 그래서 불가능을 이야기하고 현실적 개선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그 속에서 확인한 것이 겨우 ‘원칙적인 것만을 견지해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라면 그 시야는 또 얼마나 편협한 것인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하나하나는 ‘권리’라는 것이 어디에 존재하는 것인지, 어떻게 보장되어야 하는 것인지를 밝혀온 과정이었다. 그리고 그 투쟁들은 아직도 곳곳의 투쟁에서 살아 이어지고 있는 현재진행형이며, 지금 그 주체들의 요구는 바로 비정규직 철폐, 비정규직 고용형태를 정상적인 것으로 만드는 비정규악법의 폐기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난 기간 투쟁의 과정 속에서 그 요구를 입법적 대안으로 모아왔다. 기간제법, 파견법 폐지와 함께 노동관계법상 직접고용-상시고용 원칙의 확립, 그리고 노동자개념의 확대와 사용자 개념의 확대를 통해 권리를 보장하고 실질적인 사용자가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 다분히 딱딱하고 원칙적이고 한 치의 빈틈도 없어서 이것으로는 제도정치권과 타협해서 어떤 것도 얻을 수 없을 것 같은 이 요구. 이 요구는 바로 빼앗겨 온 권리를 어떻게 되찾을 것인가에 대해 투쟁의 당사자들이 내놓은 해답이다. 이 속에는 지난 시기 피 흘리며 싸웠던 노동자들의 외침이 들어있다. 삶과 노동에서 동등한 주체로 평등한 인격으로 존중받고자 했던 노동자들의 소망이기도 하다.

바로 여기에서 시작해야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를 동등한 주체로, 평등한 인격으로 존중하는 것, 노동자를 쉽게 쓰고 버리는 일회용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것, 보호와 시혜의 대상이 아닌 권리를 가진 살아있는 주체라는 것. 여기서 시작할 때 지난 비정규 투쟁 과정에서 형성되어 온 주체의 요구를 바로 읽을 수 있다. 이것이 우리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해법을 논할 때 잊지 말아야 할 첫 번째다.

또한 비정규직이 시대의 흐름으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고용형태가 아니라 자본의 노동자 착취가 집중된 영역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비정규직이 어떻게 양산되는지, 자본은 왜 지속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를 사용하는지를 기억해야 한다. 그래야 터진 물꼬를 어디서부터 막아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방향을 잡을 수 있다. 비정규직 문제는 바로 구조조정으로 인한 노동자 전체의 권리 박탈의 문제라는 것, 이것이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해답을 고민할 때 잊지 말아야 할 두 번째다.

지금 수많은 정치권이 쏟아내는 공약들은 유연화 전략과 함께 한다. 정권이 설령 바뀐다고 하더라도 신자유주의 유연화의 노선을 폐기하지 않는 한, 비정규직 문제는 그리 호락호락 풀릴 문제가 아니다. 자본에게 고용과 해고의 자유를 열어주면서 어찌 비정규직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겠는가. 정치권이 오랜만에 다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한마디씩 하는 시점이니 만큼 선거정세와 여소야대에 대한 기대감으로 열린 국면에서 제도의 개선가능성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는 조급한 심정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 전체의 이슈로 부각되는 지금이 우리가 스스로의 요구를 왜곡하지 않도록 가장 경계해야 할 시점이다. 우리의 요구는 교섭테이블에 대리해서 앉은 누군가에게 타협에 편리한 문구를 쥐어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자본에 의해 권리를 박탈당한 노동자, 그 권리의 회복을 위한 답이 우리의 요구여야 하며 교섭이 아닌 권리 쟁취를 위한 요구를 정선해 갈 때에만 정방향을 겨누어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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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솔

    비정규직 법으로 강제하여 존재할 수 없는 비정규직 문제로 수년동안 행정부, 사법부, 정치권, 모두 사기꾼이다. 다시 말하여 글도 법도 모르는 작자들이 술수를 부려 노동자를 탄압하였다. 악의적으로 인용하였다면 형사 처벌을 받게 되는 것이고 묵인 하였다면 직무유기가 되는 것입다. 따라서 본직적인 문제의식을 가지고 접근하여야 한다. 기간제법, 파견제법, 상시 근로자 5인 이상이면 대한민국 모든 법을 용인하는 것입니다. 근로기준법제15조 (근로계약) 이법이 정한 기준에 미지지 못한 부분은 무효로 하고 이법이 정한 기준의한 것으로 본다. 따라서 이법이라 함은 대한민국 모든 법을 망라하는 것입니다. 기간제법, 파견제법, 비정규직, 대한민국 모든 국민은 평들할 권리가 있고 차별대움 받지 아니한다. 근로기준법제6조 차별대우 금지 노조법제9조 차별대우금지 에 의거 처벌 대상입니다. 행정부 사법부, 입법부, 글 줄이나 읽었다는 놈들이 이러한 문제를 해석 하지 못한다면 참으로 한심한 노릇이다. 한심한게 아니고 사기치는 것이다. 노동자를 기망하는 것이므로 처벌 대상이다. 서울대 법대 나와서 노동자에게 사기 치는 것이 의무 인지 알고 싶다. 순진한 노동자를 더 이상 속이지 말아야 할 것이다. 거짓은 반듯이 실패한다. 거짓은 반듯이 실패한다. 하청,분청업은 연대책임이 따르며, 같은 법을 적용하고 있다. 본질을 떠난 해법은 없는 것입니다. 메뉴월이라 하는 것은 세분하 한 것입니다. 따라서 기간제법이 근로기준법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이며 파견제법이 근로기준법을 벗어날 수 없는 것입니다. 민법제2조 신의성실에 의하고 권한을 남용하지 못한다, 민법제110조 사기 강박에 의한 계약은 취소 할 수 있다.(취소 하지 않으면 유효 하는 것입니다) 반듯이 취소 하여 권리를 되 찾읍시다, 민법제766조 손해 및 사건을 안 날로부터 시효는 3년 입니다. 형법 부당한 방법으로 착취하였다면 몰수 하게 되어 있습니다. 위법한 협약을 하였다면 같은 범죄자로서 형법제30조(공동정범)입니다. 형법제123조 직권남용 징역 5년 자격정지 10년에 처한다, 국회의원 고소 고발 할 의무가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면 직무유기가 되는 것이고 직무유기 형법제122조 징역 1년 자격정지 3년에 처한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로서 (법치행정) 노동자를 더 이상 속이지 말아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모든 국민은 노동자이다. 투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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