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킹 투하츠, 전동휠체어 노출 사건

[칼럼] 드라마 속 장애인들 더 자주 등장해야

TV 드라마를 보다 보면 가끔 휠체어가 등장하곤 한다. 예를 들어 주인공의 어머니나 아버지가 중병에 걸려 나약한 모습으로 등장할 때, 악덕 기업주가 회사를 말아먹고 범죄를 저지른 뒤 법정에서 재판을 받을 때(이 장면은 뉴스에도 많이 나온다) 등이다. 이럴 때 등장하는 휠체어는 대부분 수동휠체어다. TV에서 수동휠체어의 이미지는 나약함과 병든 몸의 상징으로 등장하기 일쑤다.

요즘은 장애인도 곧잘 등장한다. 출근하지 않는 날에 아침 드라마를 자주 보는데(아내가 보기 때문에 같이 본다) 요즘 방영 중인 ‘복희누나’란 드라마가 있다. 그 드라마에도 지적장애인이 등장하는데 주인공 복희의 오빠로 나온다.

그런데 그 드라마는 다른 드라마와 달리 등장하는 지적장애인에게 상당한 능력을 부여했다. 주인공이 망해가는 아버지의 양조장을 살려내기 위해 막걸리 빚는데 중요한 누룩을 제조하는 기술을 찾으려 고군분투하는 내용이다. 술을 빚는 기술자들은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기술을 공개하지 않아 술을 빚을 때 누군가가 옆에 오면 그 사람을 매우 경계하고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한다.

그런데 이 지적장애인은 양조장 사장의 아들이지만 장애가 있어 술 빚는 기술자들도 그가 술 빚는 모습을 가까이 와서 구경해도 경계하지 않는다. 타고난 미각을 지진 그는 쉽게 사람들에게서 술 빚는 기술을 익혔고 복희가 양조장에 들어와 실패의 실패를 거듭하고 있을 때 짠~! 하고 나타나 누룩 만드는 스킬(기술)을 보여준다.

이렇듯 드라마 속에 장애인들도 점차 긍정적인 모습의 캐릭터로 등장하고 있는 것 같다. 좋은 현상이다. 물론 예전에도 장애인이 등장하는 드라마가 없진 않았다. 예전에 등장했던 드라마 속 장애인의 모습이 그의 장애를 이용해 드라마 주인공의 고난과 힘든 장면을 연출하는 데 중점을 뒀지만, 요즘의 모습들은 꼭 그렇지 않아서 반갑다.

특히 장애가 있는 캐릭터를 매개로 사건해결의 열쇠를 제공한다거나 극심한 마찰을 풀어주는 역할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 드라마를 시청하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왜곡된 장애인관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고 생각해 본다.

더 나아가 전동휠체어가 등장하는 드라마를 보게 되다니… 외국의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전동휠체어가 곧잘 등장하곤 한다. 전동휠체어 탄 악역으로 등장하기도 하고 주인공을 도와 전동휠체어에 장착된 기관총을 발사하며 적진으로 돌격하는 장면도 기억난다. 특히 X맨의 대머리 대장이 전동휠체어를 타고 초능력을 쓰는 장면은 압권이다. 이렇듯 전동휠체어의 등장은 수동휠체어와는 다르게 그것을 탄 캐릭터에게 강인한 무언가를 느끼게 한다.

[출처: MBC 방송 화면 캡쳐]
MBC 수목극 ‘더 킹 투 하츠’는 우리나라가 입헌군주제라는 가상 설정 하에 남한과 북한이 화해하기 위해 남한의 장교와 북한의 장교가 단일팀을 결성해 WOC(세계장교대회)에 출전한다는 줄거리로 시작한다. 북한의 특수부대 장교인 김항아가 남북장교 단일팀을 이끌게 되고 남한의 왕자 이재하는 국왕인 형의 강요에 못 이겨 세계장교대회에 출전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드라마가 늘 그렇듯이 북한장교 김항아와의 로맨스가 시작되며 극의 재미를 더한다.

하지만 늘 방해꾼이 있는 법! 남과 북의 화해 분위기에 배알이 꼴린 세계적인 무기상 클럽M(한국명 김봉구)에 의해 한국의 국왕이 암살되고 이재하의 동생 이재신이 클럽M 수하에게 쫓기다 낭떠러지에서 떨어져 척추를 다쳐서 장애인이 된다. 쾌활한 성격의 공주였던 이재신은 사고 뒤 외부 출입도 하지 않고 궁 안에서만 머문다.

이때 등장한 것이 럭셔리한 전동휠체어! 무심결에 지켜보던 나는 전동휠체어의 럭셔리한 등장에 조금은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은 수동휠체어를 탄 나약한 모습의 이재신 공주가 등장할 텐데 전동휠체어를 탄 공주라니… 그것도 현재 국내에서 가장 디자인이 세련된 빨간색 KP-45럭셔리다. 대충 고른 느낌은 들지 않았다. 재신 공주는 이 빨간색 럭셔리 전동휠체어를 타고 궁 이곳저곳을 당당하게 누비고 다닌다.

다른 드라마에도 전동휠체어가 등장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드라마에서의 전동휠체어의 비중은 꽤 높아 보였다. 급기야 어제는 국왕이 죽자 왕위에 오른 이재하가 WOC 출전을 위해 왕위를 한 달간 재신 공주에게 넘겼다. 아직 대중에게 자신의 다친 모습을 드러내기 힘들어하는 재신 여왕의 갈등과 이를 설득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사랑하는 근위대장에게 용기를 얻어 간신히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드라마 속에서도 장애인들이 더 자주 등장했으면 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의 거리감은 결국 단절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지금껏 여러 가지 이유로 우리 사회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단절시켜왔다. 하지만 이제 학교에서도 적지 않은 수의 장애학생들이 비장애인 학생들과 함께 학교에 다니고 있고, 동네에서도 전동휠체어나 수동휠체어 또는 목발을 짚거나 하는 다른 모습의 이웃들이 알게 모르게 함께 살고 있다.

따라서 사람들이 즐겨보는 드라마에도 이러한 현상을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 예를 들면 주인공이 버스를 타고 어디를 가는 장면을 찍는다고 했을 때 저상버스를 기다리는 휠체어 탄 장애인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도 있다. 또는 거리나 쇼핑하는 장면을 찍을 때 장애인이 지나가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담을 수도 있다. 미국드라마 같은 데에서는 이러한 장면들을 종종 볼 수 있다고 한다. 어쨌거나 앞으로의 재신 여왕의 활약과 빨간 럭셔리 전동휠체어의 활약을 기대해 보며, 이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는지 퍽 궁금해진다.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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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 전동휠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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