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 한 조각도 회사 것 아니면 남겨둘 수 없다

[칼럼] 진술 조작으로 법원마저 모독하는 현대미포조선

현대미포조선에 다니는 김석진 조합원(현대미포조선 현장노동자투쟁위원회 의장)은 현재 회사와 15년 넘게 법정투쟁 중이다. 긴 싸움의 시작은 부당해고였다. 1997년 4월, 김 조합원은 회사로부터 해고를 당했다. 현장에서 중심이 되어서 노동조합 활동을 해온 김 조합원에 대한 보복, 탄압이었다. 이에 김 조합원은 해고무효소송을 내 1심에서 승소했고, 곧 2심에서도 승소할 수 있었다. 해고의 부당함이 명백했기 때문에 김 조합원의 복직은 얼마 안 남은 듯 보였다.

  현대미포조선 현장노동자투쟁위원회 김석진 의장. 원직복직을 요구하며 현대미포조선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던 모습

그런데 생각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대법원 판결이 3년 5개월이나 늦어진 것이다. 이는 해방 이후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 오랜 계류시간이었고, 당시 언론과 국회, 시민 사회 노동단체가 나서기도 했다. 그때 미포조선이 한 일들 중 하나가 92% 노조 대의원들의 서명을 받아 탄원서를 대법원에 제출한 일이었다. 탄원서 내용은 8년 동안 이어온 무분규가 깨질 우려가 있으니 김 조합원의 복직에 반대한다는 것이었다. 미포조선은 강요없이 서명을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대의원 동원과 여론 호도가 아니냐는 여론의 비난을 받았었다.

결국, 대법원에서도 승리해 김 조합원은 현장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나 회사와의 법정공방도 끝난 건 아니었다. 김 조합원이 단체협약에 의거해 부당해고기간 동안의 임금지급을 요구했는데, 미포조선은 부당하게 이를 거부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2008년, 울산지방법원은 해고기간 동안 평균임금의 100%를 가산지급하라며 판결했다. 하지만 미포조선은 이에 불복해 부산고등법원에 항소했다. 그러면서 전직 노조간부 20여명으로부터 진술서를 받아 제출했는데, 평균임금 100%를 가산 지급하는 기간에 대한 단협 조항의 취지는 부당해고 전체 기간이 아니라 1개월이라는 내용이었다. 부산고등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김 조합원에 대한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에 반해 2011년, 대법원은 김 조합원의 손을 들어주며 부산고등법원으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그러자 회사는 이번에는 아예 현대미포조선 전체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앞서 법원에 제출한 내용의 진술서를 받고 있다. 김 조합원에 따르면, 단협 해당 조항에 대해 1990년과 1992년 회의록은 “부당해고 방지와 정신적 피해보상”에 목적이 있음을 기록하고 있고, 또한 1988년과 1990년에 단협을 제정하고 신설할 당시에 미포조선과 함께 현대그룹노동조합총연합 사업장이었던 현대자동차에도 동일한 단협이 있었고, 실제로 이에 따라 부당해고된 노동자에게 해고된 전체 기간의 임금이 지급된 사례가 있다며 따라서 부당해고 전체 기간 동안의 정신적 피해를 회사가 당연히 배상하도록 되어 있다고 한다. 그리고 대법원은 2007년, 2008년에 대우자동차판매주식회사와 대우자동차주식회사 에 대해서도 부당해고 전체 기간에 대한 평균임금을 가산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처럼 미포조선이 진실을 호도하는 진술서를 제출해 법원의 판단을 흐리려는 것도 문제지만, 조합원들에게 스스로를 속이고 동료를 반대하는 내용의 진술서에 서명을 강요하는 것도 문제다. 이십여년이 지났지만 함께 투쟁해 처음으로 쟁취해냈던 단체협약의 문구 하나하나가 진정 무엇을 말하는지를 모를 조합원은 없다.

비록 근육은 피로해지고 가슴에 품었던 뜨거움도 예전과 비할 수 없다고는 하지만, 모두가 하나였던 그때에 대한 기억은 지워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 회사는 그 기억마저 부정하라 하고, 동료를 자기 손으로 반대하라고 한다. 양심 한 조각도 회사의 것이 아니면 남겨둘 수 없다는 듯 말이다. 기억과 양심까지 빼앗고, 관계까지 앗아간다. 본의가 아니더라도 회사 뜻에 따를 수밖에 없는 심정과 함께 김 조합원과의 인연, 사연까지 묻을 수밖에 없는 게 과거의 동료들이 어쩔 수 없이 살아가는 법일 것이다.

양심의 자유까지 농단하는 미포조선의 발상은 그동안 김 조합원에게 보여준 집요한 탄압에 비춰보면 당연하게도 보인다. 2008년 4개월간 사내하청 비정규직 복직 연대투쟁에 참여한 후 김 조합원이 출근하는 현장사무실 입구에 작업동료들 명의의 김 조합원을 비방하는 현수막 장기간 설치, 노무관리자들을 시켜 이른 새벽부터 자택 감시 미행, 일터에서는 왕따 조장까지 해왔다. 장시간 정신적 고통으로 지금 김 조합원은 그 후유증으로 6개월째 병가휴직 중이다.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요양신청도 해 놓은 상태다. 조합원들에게 거짓 진술서를 받는 행위와 노동탄압, 인권유린을 현대미포조선은 이제 제발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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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 미포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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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동자

    노동해방 그날까지 노동현장에서 조직하고!! 투쟁하며!! 지켜가는!! 희망을 가지자

  • 동반성장위원회

    현대미포조선은 최하위 등급을 받았다. 그룹 3사가 동일하게 동반성장을 실천하고 있기 때문에 현대미포조선의 고민은 깊어만 가고 있다

  • 녹두장군

    현장을 묵묵히 지켜가는 김의장님 힘내십시오

  • 정의의 사도

    1. 단협 조항은 단체교섭 당사자의 의사에 따라 해석되어야 함 ○ 단체교섭 당사자는 노동조합과 사용자(회사)이며, 조합원 개인(김00)은 당사자가 아님 ○ 단협 46조 부당징계시 평균임금 100% 지급 부분에 대해 당사 노사는 평균임금 1개월이라는 점에 이의가 없음 - 1990년 단협 제46조(부당징계) 체결 당시 노사 교섭위원, 그 후 노조 집행부, 대의원들은 부당징계시 지급되는 평균 임금 100%가 평균임금 1개월분임을 확인함 ※ 법원 판례의 문제점 - 고등법원에서는 당사자 의사를 인정하여 평균임금 100%를 1개월분으로 판결하였으나, 대법원은 당사자 의사를 인정 하지 않고 대우자동차 판매회사 판례를 근거로 해고 전체 기간에 대해 평균임금 100% 지급판결을 내림 ※ 대우자동차 판매와 당사 사례의 차이점 ① 대우자동차 판매 - 부당해고시 지급되는 평균임금 100%에 대해 단체교섭 당사자인 노동조합과 회사의 의견이 다름 ▶ 회사: 평균임금 100%는 1개월분임 ▶ 노조: 평균임금 100%는 해고 전체기간 동안 임금임 ② 당사 노사의 경우 의견일치로 평균임금 100%를 1개월분 으로 인정함 2. 미포조선의 단체협약은 주변사 수준으로 체결하는 것이 관례 였으며 현재도 주변사 단협과 유사한 점이 다수임 ○ 1990년 당사 단체교섭 체결당시 현총련(현대그룹 노조대표 자 연합회)가 결성되어 조합활동, 단협 내용을 상호 공유 하여 유사한 수준에서 결정함 ○ 현대미포조선은 유사업종인 현대중공업 단협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음 ○ 주변사 단체협약을 보면 부당징계시 평균임금/ 기본급 100%에 대해 1개월로 인정함 ※ 1990년 당시 부당징계 관련 주변사 단협 내용 ① 현대중공업: 기본급 100% (1988) 현재까지 현행유지 - 기본급 100%로 기본급 1개월분임 : 판결결과 ② 현대삼호중공업: 기본급 100%로 기본급 1개월분임(실적) ③ 한국프렌지: 평균임금 100%(1990) → 평균임금 200% (1992) →평균임금 70일분(1996)→평균임금 3개월분(2004) ④ 현대자동차: 기본급 100% (1988) → “해당기간” 평균 임금 200% (2001) ⑤ 현대모비스: 평균임금 150% (1994)→평균임금 200%(60일분) (1996)→“해당기간” 평균임금 200% (현대자동차 동일) (2001) ⑥ 현대하이스코: 해당기간 평균임금 200% 지급 요구(“해당 기간”삭제하고 평균임금 200%로 합의 (2004) ※ 현대자동차, 모비스는 2001년 단체교섭 갱신을 통해 “해고 전체기간” 이라는 문구를 명시함 ※ 현대미포조선은 90년 부당징계 관련 단협제정 후 현재까지 변경없이 현행유지하고 있으며 90년부터 현재까지 노동 조합도 평균임금 1개월분임을 인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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