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학생-학부모의 힘으로, 일제고사에 조종을

[기고] 2012년 일제고사 반대투쟁 어떻게 할 것인가?

일제고사 반대, 운동화 끈을 고쳐 매고

이명박 정부의 등장과 함께 일제고사가 부활되어 전면 실시 된지 5년째에 접어들고 있다. 그나마 시도교육감협의회 주관의 일제고사는 2010년 이른바 진보교육감들이 선출되면서 일제고사로서의 의미를 상실하였지만, 교과부 주관의 일제고사는 어김없이 강제 실시되고 있다. 오는 6월 26일에도 초6, 중3, 고2를 대상으로 국가단위 일제고사가 실시될 예정이며, 정부는 이른바 ‘학업성취도 평가의 향상도’ 즉 일제고사 결과를 중학교까지 확대하여 공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교사와 학부모들은 일제고사반대시민모임을 중심으로 지난 4년간 중단 없는 투쟁을 전개해왔으며, 올해에도 어김없이 일제고사반대체험학습을 포함한 일제고사반대 직접행동을 조직 중에 있다. 물론 상황은 쉽지 않다. 주변에서는 “이제 지칠만도 한데 아직도 일제고사반대 체험학습 같은 무리한 투쟁을 하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또 초기에 일제고사반대투쟁에 함께 했던 사람들도 이런저런 이유로 이 투쟁을 주저하는 모습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다시 머리띠를 동여맨다. 일제고사의 실질적인 조종을 울리겠다는 각오로 다시 운동화 끈을 고쳐 맨다. 왜 다시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는가? 그것은 무엇보다도 일제고사가 반교육적이며, 교육현장을 통제하는 핵심기제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일제고사가 학력을 신장시킨다고?!

이명박 정부는 일제고사를 실시하는 이유는 첫째, 학생의 정확한 학력수준을 확인할 수 있으며, 둘째, 일제고사 등의 시험으로 기초학력미달학생의 학력을 신장시킬 수 있을 것을 들고 있다. 그러나 이는 새빨간 거짓말이다.

우선 일제고사가 아니더라도 현재 실시되는 수많은 시험으로도 이미 학력수준은 확인되고 있다. 수행평가, 중간고사, 기말고사, 거기에 고등학생들은 전국단위모의고사 등으로 자신이 어떤 과목에서 무엇이 부족한지 심지어 과목별 전국석차까지 잘 알고 있다. 이는 교사는 물론 학부모도 마찬가지이다.

또한, 일제고사와 같은 획일적인 시험으로 학력을 신장한다는 것은 지나가던 개도 웃을 일이다. 물론 일제고사대비 문제풀이를 반복시키면 일제고사 성적은 조금 나아질지 모른다. 그러나 이는 학력신장과는 거리가 멀다. 왜냐하면 학력 즉 학업능력이라는 것은 ‘스스로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능력’을 말하는 데, 이는 반복적인 시험으로 형성되지 않는다. 자꾸 시험을 보면 답을 찍는 요령은 늘지 모르지만, 교과내용을 이해하는 능력은 결코 획득될 수 없다.

물론 기초학력미달학생은 존재한다. 그리고 이는 현행 시험으로도 이미 교사와 학부모들 그리고 학생 스스로 이를 인지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달학생을 위한 학습지원 시스템이 제공되어야 한다. 또 지금과 같은 이른바 진도 나가기 식의 수업방식이 바뀌지 않고, 턱없이 부족한 교사의 수가 충원되지 않고 해결되기 어렵다. 더욱이 반복적인 문제풀이와 획일적인 시험을 강요한다고 해서 기초학력미달 문제가 해결될 리 난무하다. 정부가 진정 기초학력미달학생 문제를 해결하려면 일제고사에 들어가는 수백억의 예산으로 교사의 수부터 늘리거나 교육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상식일 것이다.

일제고사가 만든 파행

일제고사가 학력을 신장할 것이라는 맹신은 결국 ‘학력의 신장 = 일제고사 성적’ 이라는 기괴한 논리로 둔갑되면서 학교를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있다. 일제고사 성적을 올리기 위한 각종 편법은 이제 정규교육과정을 왜곡시키고, 급기야 초등학생을 붙잡고 야간학습을 시키는 파행까지 나타나고 있다.

더욱 문제는 일제고사 성적을 학교별 성과급이나 학교평가 지표, 교원 인사 등에 반영시키면서 사태는 극단으로 달려가고 있다. 0교시나 야간자율학습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편법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자율적 선택이라는 미명의 방과 후 학습은 일제고사 대비 문제풀이 수업으로 변질되고 있다. 심지어 성적 조작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런 아수라장 속에서 학생인권은 발 디딜 곳조차 없으며, 설사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었다고 해도 무기력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일찍이 일제고사가 부활되면서 당시 교과부 관계자들이 일제고사의 모델로 제시했던 것은 미국의 학업낙오자방지법(NCLB)이었다. 그러나 NCLB는 결국 실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무엇보다도 한국과 동일하게 교육과정의 왜곡, 성적조작 등 파행이 끊이질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다인앤 래비치는 [미국의 공교육 개혁, 그 빛과 그림자]에서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마침내 학업낙오방지자법이 의도하지 않았던 사태가 벌어지지 시작했다. 읽기와 수학이외의 과목 수업 시간이 축소된 것이다. 여러 학교에서 역사, 과학, 예술, 지리 과목 시간은 두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쉬는 시간까지 줄어들었다. 학교의 연간 학업 향상도 계산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과목은 읽기와 수학뿐이었고, 이들 과목에서도 시험대비에만 집중하게 됐으며 모두 시험 점수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많은 학교구가 시험준비 자료와 활동에 엄청난 돈을 투자했다. 응시 기술과 전략은 지식에 우선했다. 교사들은 전년도 출제 문제로 학생들을 시험에 대비시켰고, 문제는 해마다 거의 같은 형식으로 출제됐다. 학력이 저조한 학생이 많은 대도시 학교에서는 시험준비와 연습이 일상학습의 중요한 부분이 됐다.”(171쪽)

“선다형 문항에 답하는 기술은 날이 갈수록 좋아졌다. 하지만 11학년 학생들에게 지문을 주고 짤막한 답을 써 보라고 하자, 절반이 쩔쩔 맸다. 성적이 낮은 학교구든 높은 학교구든 읽은 지문을 토대로 증거를 제기해 보라는 질문에 아이들은 지각 있는 답을 써내지 못했다. 선다형 시험에서 동그라미를 치는 기술은 습득했지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은 배우지 못한 것이다. 방금 읽은 내용을 설명해보라는 질문을 했을 때는 특히 상황이 심각했다.” (172쪽)

“역사, 지리, 시사 등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고 수학문제는 답을 추측해서 맞혔으며, 과학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고 수학문제는 답을 추측해서 맞혔으며, 과학에 대한 일반 지식은 경악할 정도로 부족했다. (중략) 성실하고 열심히 일하는 교사들과 헌신적인 학교장은 주와 연방법의 요건에 따르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그들은 성공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교육이 아니라 훈련을 받았을 뿐이었다.” (173쪽)


일제고사를 부활시킨 자들이 모델로 삼은 미국에서 이미 지금 한국에서와 거의 동일한 파행들이 발생하였다는 사실을 그들 또한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이 일제고사를 강행하는 것은 일제고사의 목적이 결코 그들이 말하는 학생들의 학력향상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일제고사 성적을 가지고 교사들의 성과급을 연동시키는 것에서처럼 교육현장을 그들의 입맛대로 통제하는 것에 있다.

2012년, 일제고사에 조종을 울리자

“학생과 교사들은 불만이 많지만 학부모들은 일제고사를 좋아하기도 한다.” “일제고사거부는 학습권을 포기하거나, 교사의 일제고사 체험학습안내는 학습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식의 이유로 일부 교사들 중에는 일제고사 반대투쟁에 대해 회의하는 목소리들도 있다.

그러나 일제고사를 좋아하는 학부모는 많지 않다. 대다수 학부모들은 교장과 담임선생의 등쌀에 아이들이 다칠까 두려운 것뿐이다. 실제로 교사들이 일제고사반대투쟁을 제대로 하지 않은 한 일제고사반대는 결국 공허한 사탕발림에 지나지 않으며, 그 자체로 분명한 한계를 갖는다. 이런 점에서 지난 4년간의 일제고사반대투쟁은 많은 아쉬움이 존재한다. 물론 현장교사들의 용기 있는 행동으로 일제고사반대 투쟁전선은 유지되었지만, 전교조가 조직적이고 대중적이며 공공연한 투쟁을 전개했다고 주장하기에는 일정한 난망함이 있다.

그런데 최근 전교조가 6월 일제고사반대 투쟁에 적극적으로 나선다고 한다. 4년이나 늦어졌지만 전교조의 동참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전교조가 말이 아닌 행동으로 나서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도 적지 않다. 일제고사폐지는 일제고사를 반대하는 대중의 행동, 특히 교사의 행동을 조직하는 것이 관건적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학교라는 공간에서 학생들은 교사의 통제대상으로 위계질서의 아래에 있고, 학부모들 또한 아이들을 학교에 맡긴 것만으로도 약자의 위치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어려운 조건에서도 학생과 학부모들이 지난 4년간 힘겹게 일제고사반대투쟁, 체험학습을 조직할 때, 전교조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학생 학부모들 보다 앞장서서 일제고사반대 경쟁교육중단을 교사들의 행동으로 돌파하기 보다는 민주당의원 등을 매개로 한 학습권보장 과 같은 관련 법안 마련에 상대적으로 치중하지는 않았나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일제고사 전면부활 5년, 이명박 정부 5년. “내년이면 일제고사는 사라질 텐데. 왜 쓸데없이 체험학습이다 반대집회다 또 난리법석이냐”는 비판을 모르는바 아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뀐다고 제도가 저절로 바뀌던가? 그 정권을 강제할 수 있는 힘, 그 잘못된 제도를 무력화시키는 직접행동 없이 그 어떤 변화도 기대할 수 없다.

올해야 말로 교사-학생-학부모 그리고 더 많은 교육 노동 시민사회단체의 참여가 잇을 것을 기대한다. 올해만큼은 교사들의 위력적인 그리고 실질적인 의미를 갖는 직접행동이 있을 것이라 다시 기대해 본다.

6월 26일 일제고사반대 체험학습과 교과부 앞 규탄집회에 보다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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