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이라는 이름이 아직은 낯선 당신께

[청소노동자 행진 연속기고](8)

[편집자주] 오는 6월 15일 오후 4시 30분, 홍익대 정문 앞에서 ‘포기할 수 없는 꿈, 우리는 아직도 꿈을 꾼다’라는 제목으로 ‘3회 청소노동자 행진’이 개최된다. 2010년 6월 5일 1회를 시작으로 매해 6월 개최되는 청소노동자 행진은 이 사회의 유령처럼 살아가는 청소노동자들의 존재와 요구를 알리는 장이며, 청소노동자의 밥과 장미의 권리를 위한 행진이다. 노동조합과 여러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3회 청소노동자 행진 준비위원회는 청소노동자 행진 준비위 참여 제안을 시작으로 ‘여성, 비정규직, 최저임금,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등 2012년 청소노동자를 둘러싼 다양한 쟁점을 담은 연속기고를 진행한다.


“아이고 허리야... 아이고 팔이야~~”

아침청소를 마치고 앓는 소리가 절로 나지만 쉬는 시간을 쪼개어 휴게실에 앉아 이렇게 편지를 씁니다. 곳곳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못 쓰는 글이지만 이렇게 마음을 담아 봅니다.

우리는 이화여대에서 청소를 하고 있는 손종미, 홍익대에서 청소를 하고 있는 이숙희라고 합니다. 아마 당신도 우리가 노동조합을 만들기 전과 비슷한 모습이 아닐까 조심스레 상상해 봅니다.

뙤약볕 아래 풀매기도 군소리 없이 해야 하고, 나이 어린 소장한테 반말 들어가며, 욕을 들어가면서도 꾹 참아야 했던 시간. 근로계약서에 써 있는 출근시간보다 훨씬 이른 시간에 나와 건물 곳곳을 청소하고.. 쉬는 것조차도 컴컴한 계단 밑, 혹은 몸이 편히 누이기도 힘들만큼 좁은 공간에서 차가운 밥을 먹어야하는 현실...

우리도 아무것도 모르던 그때엔 시키면 시키는 대로 그렇게 일해 왔습니다. 그래야만 하는 줄 알았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당하고만 있었던 그때를 지금 생각해 보면 나의 무지함에 살짝 낯이 뜨겁긴 하네요.

하지만 이제는 당당하게 고용안정 그리고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생활임금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도 해나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나의 너무나 당연한 권리라는 사실도 압니다. 노동조합을 만들고 우리의 삶은 많이도 변했습니다.

사는 게 바로 줄타기 같은 거 아니겠어요? 외줄 위에 서서 무섭다고 앞으로 안 나가고 버티면 결국엔 힘이 빠져 떨어지고 말잖아요. 하지만 위태위태하게 균형을 잡으면서 한발씩 앞으로 디디면 떨어지지 않지요. 균형을 잡기 위해 양팔을 벌려 혼자 힘으로 나갈 수도 있고, 장대 같은 것에 의지할 수도 있겠지만 제일 좋은 건 누군가 옆에서 잡아주고 거기에 의지해 함께 가면 더욱 좋지 않을까요?

6월 15일 청소노동자들의 행진이 있습니다. 유령처럼 일하고 있는 우리 청소노동자들, 청소노동자 행진에 용기 내어 함께 목소리를 내어 봅시다. 그리고 우리들의 권리와 희망을 이야기해 봅시다. 청소노동자의 행진은 단순한 행진이 아닙니다. 우리들의 꿈과 희망이 함께하는 아름다운 행진입니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꿈꾸기에 반드시 이룰 수 있는 우리의 꿈을 이야기하는 행진입니다. 그래서 여러 청소노동자 여러분들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우리 작은 힘 하나하나가 모여 큰 힘이, 작은 소망 하나하나가 모여 큰 꿈이 만들어 집니다. 그 힘과 꿈이 허상이 아닌 현실로 나타나게 하는 그런 행진에 여러분의 관심과 참여를 바라는 것입니다. 청소노동자 손종미, 이숙희가 6월 15일 청소노동자 행진에 청소노동자 당신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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