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병철, 인권위원장에 연임되면 안 되는 단 한 가지 이유

[기고] 인권의 보편성을 거부하는 국가인권위원회

작년 여름, 딱 이맘 때 전주 신흥고 교문 앞에서 캠페인을 벌였었다. 대구 토박이인 내가 전단지를 만들고 피켓을 들고 전주까지 가서 캠페인을 한 이유는 전주의 명문인 100년 전통을 자랑하는 이 학교가 전북학생인권조례에 ‘태클’을 걸었기 때문이었다.

전주의 신흥고등학교는 학생이 가지는 종교의 자유(제15조(양심·종교의 자유) ① 학생은 세계관․인생관 또는 가치·윤리적 판단 등 양심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 ② 학교의 장은 학생에게 양심에 반하는 내용의 반성, 서약 등 진술을 강요하여서는 아니 된다. ③ 학교의 장은 학생에게 특정 종교행사 참여와 대체과목 없는 특정 종교과목 수강을 강요하여서는 아니 된다.)에 관하여 ‘단, 종립학교는 예외로 한다.’라는 문구를 넣어주기를 요구했다.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 충격은 상당했다. 이는 고려시대 향·소·부곡(신라 시대부터 조선 초기까지 있었던 특수한 지방의 하급 행정구획. 이 향·소·부곡의 사람들은 일반적인 양민과 달라서 그 신분이 노비(奴婢)·천민(賤民)에 유사한 특수한 열등계급(劣等階級)의 지위에 있었다. 부곡이란 말은 원래 중국에서는 노예·노비적 인간을 가리켰던 말인데 우리나라에서는 행정구획으로 쓰이게 되었다) 과 무엇이 다른가.

종교의 자유는 한국사회에서 사회적 합의를 이룬지 오래된 ‘권리’이다. 조선시대에 천주교 박해 이후 한국 사회에서 종교의 강요 혹은 종교적 자유의 박탈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러나 신흥고는 우리 학교 학생들은 모든 사람의 권리에서 별로도 취급해달라는 반인권적 요구를 그야말로 위풍당당하게 주장했다.

어이없는 일이 1년만의 데자뷰처럼 다시 일어났다. 지난 2012년 7월 4일 국가인권위원회가 기독교 안의 동성애 관련 진정에 대해 기독교의 판단에 맡긴다며 조사를 거부한 것이다. 한 교회 신자가 지난 6월 1일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인터넷 커뮤니티에 ‘하나님을 섬기는 동성애자 모임’이라는 카페를 만들었다. 카페는 사흘 뒤 별다른 통보 없이 폐쇄되었고 이씨는 폐쇄 이유를 묻기 위해 교회 홈페이지에 글을 쓰려고 했으나 글쓰기 권한마저 박탈당했다.

결국 이씨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성경이 동성애를 허용하는지 여부에 대해 의견 다툼이 있어 이에 대한 판단은 기독교 내부 결정에 따르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에 조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라는 사유를 들어 진정을 각하했다.

기시감이 들긴 했으나 그 파급력은 달랐다. 전자는 사립학교가 요구한 것이었고 후자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이었다. 국가인권위가 특정 집단을 ‘모든 사람의 권리’와 다른, 별도의 규칙 즉 ‘기독교 내부 결정’에 따라야한다고 선언한 것이다.

인권의 가장 중요한 기본 가치 중 하나는 보편성이다. 어디에 사는 어떤 누구이든지 간에 ‘인간이라면’ 가져야할 권리라고 우리는 인권을 설명한다. 그래서 가나의 빈곤지역에 사는 어린이가 기아에 굶주리는 것을 인권침해라고 말하고 군대에서 상급자가 하급자를 물리적으로 폭행하는 것을 인권침해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그 사회 전체가 빈곤하여 모두가 굶주리는 사회적 배경이 있다 하더라도, 그 사회가 상명하복에 따르는 복종체제를 가진 곳이라 하더라도 ‘사람이라면’ 기본적 생존을 보장받아야 하고, ‘사람이라면’ 누구에게 맞지 않고 살 정도의 권리는 보장받아야 하기 때문에 그것들을 우리는 인권침해라고 말하고 반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국가인권위는 그 인권의 ‘보편성’을 거부하고 나섰다. 모든 인간이라는 테두리에서 ‘어떤 인간’을 빼내기 시작했다. 인권의 이름으로 인간을 배제시키기 시작한 것이다. 심지어 배제된 사람은 국가인권위가 아니더라도 사회에서 배제당하고 차별당하고 있는 성소수자들이었다.

현병철이 어떠한 사람이든, 어떠한 일들을 해왔든 간에 그 사람이 국가인권위 위원‘장’이라면 이 부분에 대해 책임져야할 책무가 있다. 하지만 어떠한 언급도 어떠한 사과도 없다. 오히려 국가의 권력으로 종교 안에서 성소수자가 배제당하는 건 어쩔 수 없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선언하고 있다. 차별과 배제를 지지하는 인권위이고 인권위의 수장인 것이다. 그 이유 하나만으로 현병철은 인권위원장의 자리에서 사퇴해야한다.

일반 기업체의 프로젝트 팀에서도 명백한 실수가 발생하면 팀장이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난다. 길을 가다가 부딪쳐도 미안하다고 사과를 한다.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과 사과하는 것은 일상에서도 기본적인 일이거니와 국가인권위원회라는 국가기관에서라면 더 엄밀하고 더 공식적이고 더 명확하게 이루어져야한다. 심지어 인권위원회가 인권의 보편성을 거부하고 있지 않은가.

현병철이 국가인권위원장에 연임되면 안 되는 이유는 이 한가지로 충분하다. 물론, 더 무수히 많지만.


국가인권위원회제자리찾기공동행동이 뽑은
현병철 위원장이 연임되면 안 되는 40가지 이유

■ 인권현안에 대해 침묵하거나 면죄부를 줌
* 정부나 대기업이 저지른 인권 침해 진정 및 정책 권고 부결
1) PD 수첩 명예훼손에 대한 검찰 수사 의견표명
2) 용산 철거민 사망사건에 대한 법원 의견표명
3) 야간시위 위헌법률심판제청 의견제출
4) 박원순 변호사에 대한 국가의 명예훼손 손해배상 청구 소송 사건 관련 의견제출
5) 두리반 단전조치로 인한 긴급구제(8/6, 8/11 두 번 요청)
6) 공직선거법 93조 1호의 표현의 자유 침해에 대한 의견제출
7) 국무총리실의 0000 간부 사찰에 대한 직권조사 개시결정
8) 정보기관의 민간인사찰(정치인 포함)의혹에 대한 직권조사 등
9) 철도공사의 노조원 불법 사찰
10) 국무총리실의 김종익 씨 사찰 건
11) 한진중공업 김진숙 씨 긴급구제
12) 한진중공업 고공농성자 등의 인권보호에 대한 의견표명
13) 코레일 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조치에 대한 정책 권고

■ 민감한 현안에 대한 조사 및 입장 표명 하지 않음
14) FTA 집회와 반값등록금 집회의 경찰폭력 침묵

■ 사회적 약자의 인권 관련 정책 및 조사 부재
15) 1년 6개월 동안 노동분야 정책권고 없었음
16) 일제고사 진정 등 청소년 인권 침묵
17) 성소수자 관련 사업계획 부재 : 인권위 앞 성소수자 혐오 시위 방치

■ 인권감수성 없음
19) “깜둥이” 인종차별 발언, “우리나라에 아직도 여성차별 존재하느냐?” 몰성적인 발언
20) 장애인권활동가들의 출입 막는다며 엘리베이터 정지 등 장애인이동권 침해

■ 비민주적 인권위 조직 운영
18) “독재라도 어쩔 수 없다” 등의 비민주적, 반인권적 언행
19) 인권위원장 권한을 강화하고 상임위원 권한 축소하는 운영규칙개정 시도
20) 비민주적 운영으로 유남영 문경란 상임위원과 조국 비상임 인권위원 사퇴
21) 비공개 안건 증가 등 조직운영의 불투명성 확대

■ 인권정책 대신 국제행사나 조직운영에 치중
22) 국제심포지엄 등 국제행사, 전화시스템 구축 등 인권개선과는 직접적 연관성 없는 예산 증가, 장애부분 예산 삭감

■ 인권위 직원 줄세우기와 관료화
23) 인권위를 비판한 노조 간부 강 조사관 재계약 거부
24) 부당해고에 항의하는 1인 시위했다고 내부직원 11명 징계

■ 북한인권위원회화
25) 사실 확인 없이 “임진강 논평” 발표
26) “북한주민의 자유로운 정보접근권”라는 이름으로 대북방송 권고
26) 북한관련 국제행사를 개최(국내에서 하는 것만이 아니라 유럽에 가서도 함)
27) 북한인권법 제정 권고: 남북관계를 악화시키고 한반도 평화에 위협이 될 것임
28) 인권상을 3년 연속 북한인권단체나 반북단체에 수여
29) 북한에 대한 조사권한도 없는데 북한인권침해센터를 설치(사실상 실적도 없음)

■ 인권위의 역사적 성과를 뒤로 돌림
30) 국가보안법 존치 발언 및 NAP 폐지 권고 삭제
31) 1인 시위나 비정규직 인권 권고에 반하는 직원 징계
32) 인권위가 결정한 2006년 북한인권가이드라인 역행

■ 시민사회의 지지와 소통 결여
33) 임명 당시부터 무자격자이므로 사퇴 촉구
34) 70여명 전문 자문 상담 위원 사퇴
35) 인권위가 주는 인권상를 수상자들이 거부
36) 전국적인 현병철 위원장 사퇴 운동(621개 전국 시민단체 사퇴 촉구)
37) 경찰의 인권위 농성자 처벌에 협조, 장애인권활동가들이 농성하자 경찰동원

■ 국제사회에서의 한국 인권위 위상 하락
38) 인권 경력이 없어 ICC 상임의장 자격 부족으로 출마 포기
39) 국제사회의 권고 : 인권위 독립성 및 인선절차 마련 권고 수차례 반복
40) 국제인권기구의 관례를 깨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의 상임위원 면담 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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