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미룰 수도, 누구도 대신할 수없는 노동자계급정당

[기고] 9월 9일,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을 위한 토론의 장이 열린다

노동자계급이 21세기 한국 사회에서 자신의 이해를 올곧게 대변할 독자적인 노동자계급정당을 갖는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자본주의 세계대공황으로 그 어느 때보다 자본의 공세가 거세어지고, 그 속에서 살아남아야만 하는 노동자들이 자본의 탄압과 회유에 의해 갈갈이 찢기고 있습니다. 민주노조마저도 더 이상 자신의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교두보가 되지 못한 현실에서, 노동자계급을 노동해방의 정치적 방향으로 이끌 노동자계급정당을 건설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습니다.

진보와 자유주의 개혁의 경계가 불문명하고, 보수야당과 자유주의 정치-사회세력의 힘이 여전히 강력하며, 의회 진출만이 정치의 전부인양 말하며 자유주의 세력과의 야권연대만이 유일한 현실적 정치 대안이라고 강변되는 한국 사회의 정치현실에서, 노동해방과 한국사회의 변혁을 위한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은 그 무엇보다 힘들고 어려운 과제입니다.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에 기초한 진보정당 건설도 해봤습니다. 그러나 우리 노동자들에게 돌아온 것은 ‘노동의 배제’와 야권연대라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투항’뿐이었습니다. 의회권력에 접근하면 할수록 노동자계급으로부터는 더욱 더 멀어지는 ‘현실 정치’뿐이었습니다. 결국 노동자는 돈 내고, 표만 찍는 정치적 동원 대상에 불과했습니다. 통진당 사태에서 보듯, ‘진보 정치’ 역시 기존 자본의 정치와 다를 바 없다는 정치적 무력감과 분노만 남겨놓았습니다.

이런 현실을 몇몇이 몸부림을 친다고 극복할 수 없을 거란 절망감 때문에 ‘노동의 정치’ 자체를 포기하고 발걸음을 다시 뒤로 돌리는 활동가들도 많습니다. 이것이 2012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노동 정치’의 현실입니다. ‘위기감’이라는 말조차도 사치스럽게 들릴 정도의, 처참한 ‘진보 정치’의 현실입니다.

진보정당에 동의했던, 동의하지 않았던, 통합진보당으로 과잉 대표되는 진보정치와 노동정치의 위기의 현실에서 우리는 숨 막혀 하고 있습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다시 시작해야 하는지 막막합니다. 하지만 수십년 자본과 정권에 맞서 싸워온 우리가 자본에 의해 찢긴 노동자를 하나의 계급으로 단결시켜 내고, 투쟁을 통해 노동자계급의 독자적인 정치를 시작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통진당 사태가 보여준 위기를, 우리 자신의 정치적 실천에 의해, 노동자계급정당의 건설을 위한 산고의 하나로 자리매김시켜야 합니다.

‘현장의 노동자들과는 무관하게 잘난 것들끼리 치고 박고하는 정치 이제는 신물이 난다’, ‘어차피 금배지 달려고 하는 정치 너희들 끼리나 해라’ 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만신창이가 된 노동자정치를 보며, 민주노조운동의 위기를 보며, 많은 동지들이 지금은 노동자정치세력화보다 현장투쟁의 복원과 강화가 필요하다고도 말합니다.

현장투쟁의 복원과 강화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이것이 마치 노동자계급의 정당운동은 먼 미래의 일처럼 정치를 기각하게 하는 것으로 흐르게 된다면 이는 올바르지 못한 행동입니다. 또 노동자계급정치를 바로 세우는 활동과 결합되지 않는다면 현장활동-노동조합운동의 복원과 강화도 제대로 이뤄질 수 없습니다.

노조운동과 정당운동은 별개가 아니며 선후차의 문제도 아닙니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 민주노총의 우경화와 진보정당의 우경화는 서로 영향을 미치면서 노조운동과 당운동의 위기를 상호 증폭시켜왔음을 똑똑히 보고 있습니다. 민주노조운동의 혁신 및 투쟁성 복원과 노동자정치운동의 새로운 모색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동시에 추진해야 할 2012년 노동운동의 당면한 과제이며 우리에게 부여된 임무입니다.

노동해방과 사회변혁을 열망하는 노동현장의 활동가들이 만나야 합니다.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 그런 정치적 실천의 주체로 서야 합니다. 누가 대신해 줄 수 없습니다. 내가 내 노동의 주체, 내 삶의 주체이듯이, 내가 노동정치의 주체로 서야 합니다. 세계 자본주의의 위기의 현실에서, 다가 올 계급투쟁의 격화를 예상하면서, 흔들리지 않고 올곧게 노동자계급의 현재와 미래의 이해를 위해 투쟁해 나갈 노동자계급정당의 첫 교두보를 만들어나가 합니다.

바로 이런 전망 속에서 산업과 지역을 넘어 전국의 현장활동가들이 함께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에 대해 논의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금속산업중심의 현장활동가들은 ‘변혁적 현장실천!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을 위한 전국활동가모임’으로 6/9일과 7/14일 전체모임을 하고 민주노동당-통합진보당으로 이어진 노동자정치세력화 실패에 대한 평가와 노동자계급정치 실현을 위한 현장실천과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에 대한 고민을 나누었습니다.

또한 공공, 전교조, 공무원 현장활동가들도 3조직 공동모임을 구성하고 노동자계급정치와 당건설에 대한 토론을 여러 차례 진행하였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야만의 자본주의를 철폐하고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변혁적 현장실천과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이 시급한 나의 과제임을 서로 확인했습니다.

이제 금속-공공을 넘어 변혁적 현장실천과 노동자계급정당건설을 고민하는 전국의 활동가들이 함께 모여야 합니다.

노동자계급성을 명확히 하고 노동해방 세상을 건설하기 위해 투쟁하는 정당 건설에 뜻이 있고 고민이 있는 동지들이 함께 토론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봅시다. 우리 스스로 원하는 노동자정치는 무엇이었는지, 어떤 모습인지, 어떤 활동을 하는 당인지, 그리고 어떻게 당을 건설해야 하는지를 스스럼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진지한 토론의 자리를 마련해 봅시다. 서로 생각에 차이가 있을 수도 있고 중요하게 고민하는 지점이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토론해야 합니다. 그럴 때만이 우리 노동자의 미래를 열어볼 기회가 주어질 것입니다.

그 누구에게도 대신시킬 수 없는, 우리들만의 독자적인 정치적 전망과 계획을 실천적으로 만들어 봅시다. 전국의 현장활동가 동지들! 9월 9일 모여 봅시다. 탐욕의 자본주의체제를 넘어 노동해방을 향한 우리 노동자계급의 정치와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에 대하여 얼굴 맞대고 토론합시다.

김일섭(한국GM지부), 이호동(발전노조), 김소연(기륭전자분회) 김정수(공무원노조), 이성대(전교조), 김수억(기아차사내하청), 양한웅(공공), 이백윤(동희오토사내하청), 김형우(현대차비정규), 유명자(재능교육지부), 엄길용(철도노조), 김형균(철도노조), 이정행(기아차지부), 이기만(금속경기지부), 조희주(전교조), 원영만(전교조), 이선인(일반노조), 박철준(공무원노조), 김은환(공무원노조), 김동성(발전노조), 이동기(현대차지부), 김기덕(금속대전충북지부), 이김춘택(금속경남지부)

변혁적 현장실천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을 위한 현장활동가 전국대토론회
2012년 9월 9일 오후 1시 철도회관(용산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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