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탑농성, 현대차 정규직도 책임 있다

[칼럼] 모든 노동자의 단결이 문제의 해법

지난 2000년 현대자동차 정규직 노동조합이 비정규직 사내하청 노동자의 비율을 16.9% 이내로 유지하는 것을 사측과 합의해 준 이래 지금까지 사내하청 비율은 계속 늘어 왔다.

2004년 노동부에 의해 현대차 울산공장, 아산공장, 전주공장에 불법파견 인정이 난 이래 비정규직의 파업, 분신이 줄을 이었으나. 현대차 정규직 노조와 현대차 사측과의 임금협상, 단체협상 자리에서 비정규직 문제는 거론만 될 뿐 그 때마다 다음해로 넘어 갔다. 올해 임금 협상 만해도 송전탑에 올라가 농성을 하고 있는 최병승씨가 올 2월 대법원의 최종 확정판결을 받았음에도 특별교섭으로 문제가 넘어가버렸다.

누가 보더라도 현대차 정규직들이 같이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의 문제에 힘을 쏟지 않기 때문임을 알 수 있다. 저임금으로 인해 이직율이 높고 수백개 하청업체들에 소속되어 있는 관계로 노동조합 조직률이 떨어지는 비정규직들이 스스로의 힘만으로 대한민국을 쥐락펴락 하는 거대자본 현대차와 싸워 이기기는 힘들어 보인다. 현대차의 불법행위가 10년 넘게 시정되지 않는 데에는 정규직 노조원들의 일종의 방관이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1998년 IMF 구제금융 시기에 현대자동차에서 1만 명이 넘게 정리해고, 희망퇴직이 이루어진 아픈 상처가 있었다. 지금의 쌍용자동차와 다름없는 경험을 가진 현대자동차의 정규직들이 그 때와 같은 상황에 대비해 비정규직들을 완충제로 여기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초원의 들소도 흩어져 있으면 사자의 손쉬운 먹잇감이 되지만 암놈들과 새끼들을 가운데 몰아넣고 숫놈들이 둥글게 진을 치면 아무리 강한 사자 무리들도 어쩔 수 없다. 2006년 금속연맹이 산업별 노동조합으로 전환할 때의 정신이 바로 이런 단결의 정신이었다.

1987년 이전 노동조합이 없었을 때를 상기해 보라. 모두가 손쉬운 사자의 먹잇감이었지 않았나. 정규직들이 개개인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비정규직 문제를 방관하는 것은 비정규직을 사자의 먹잇감으로 던져주는 일이나 마찬가지이다. 이는 정규직 개개인이 당장은 먹고 사는 것이 편할지 몰라도 이미 자식들이 88만원 세대가 되어 돌아오고 있고, 사회의 극심한 양극화로 나타나고 있다.

노동조합의 정신은 단결이다. 개별 자본이 위기에 처해 구조조정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산업별 노동조합이 강화되어 정치세력화 된다면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충분히 생계가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경제공황과 같이 최악의 상황이 오더라도 전노동자의 단결로 자본과 대결해야 문제가 풀리는 법이다.

출퇴근하면서, 송전탑에 걸려 농성하고 있는 비정규직의 피맺힌 절규를 남의 일로 여기지 말자. 현대차 정규직들은 87년 대투쟁의 정신으로 비정규직 문제에 임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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