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없는 대선, 노동자의 심금은 누가 울리나

[기고] 개혁 강제할 힘 키우는 정치가 필요하다

개혁을 주장하는 문재인과 안철수, 두 후보의 2차 단일화 협상에서 ‘새 정치 공동 선언’이 발표됐다. 이들의 ‘새 정치’가 ‘새누리 정치’보다는 진일보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새 정치’는 단일화 협상 이전부터 주장하던 공약에서 실질적으로 더 나아간 것이 없다. 남은 것은 단일화를 위한 실무 협상뿐이다. 정치 수사적으로 내놓는 그들의 거대 담론적 공약들은 막상 그 정책의 대상자들에게 감동을 주지 않는다.

민주당을 포함해 기성 정당들에 대해 많은 국민들은 이미 염증을 느끼고 있다. 그 산물이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부상이다. 안 후보의 주요 공격 대상은 구 정치와 정당정치다. 그러나 이것 자체가 그의 자가당착이다. 그는 스스로 비판하는 구 정치 및 정당 정치와 타협해서 단일화를 이루려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달리 보면 그것은 본질적으로 민주당과 공유하는 바가 있기 때문이다.

민주화의 역사에서 민주당이 기여한 공로는 누구나 공감하는 바다. 그러나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 그것은 기성 정당의 틀에서 벗어날 수 없는 태생적 한계이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민주당은 자유 민주주의의 틀 안에서 개혁을 꿈꾸고 있을 뿐이다. 자유 민주주의의 또 다른 이름인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구조적 모순과 억압성을 보지 못하거나 애써 보려 하지 않는다. 이것이 안철수 후보 진영과 민주당이 공유하는 본질이다. 이들의 일파와 전술적 연합이 아닌 조직적 통합을 통해 탄생한 통합진보당 진영도 이 점에서 보면 오십보백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만들어진 정리해고법과 파견법이 시행된 이후 인위적 구조조정으로 양극화가 심화되었고 현 정부에 와서 더욱 악화되었다. 기본적으로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에 있어서 양대 정당은 근본적인 개혁을 단행할 의지가 없다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 이들은 이러한 개혁을 통해 얻을 이익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전체 노동자들의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비정규직으로 내몰려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적 권리조차 누리지 못하는 상황은 개선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물론 세 후보 모두 경제 민주화와 복지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또한 비정규직 관련 정책도 앞 다투어 내놓았다. 그러나 정작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실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세 후보들 중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비정규직 노동자와 해고 노동자들에게는 미래가 보이지 않는 현실이다. 결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스스로 나섰다. 오랜 비정규직 노동자로서 파업과 구속, 단식 농성과 고공 농성 등 기륭전자 투쟁에 몸담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해 싸워온 김소연 노동자가 비정규직을 대표해서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김소연 후보의 주장은 한 마디, “정리해고·비정규직 없는 세상”으로 대표된다. 그는 가시적으로 절반 이상의 노동자를 대표하지만, 잠재적으로는 노동자 전체를 대표한다.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이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않는다면, 오늘의 정규직은 내일의 비정규직이나 해고 노동자일 것이기 때문이다.

김소연 후보를 보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현 정권과 기성 정치에 환멸을 느낀 사람들 대부분이 자유 민주주의 안에서 실현 가능한 정권 교체와 새 정치를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안철수 후보는 되고 김소연 후보는 안 되는 이유다. 다른 한편 우리 국민들의 기성정치 환멸은 정당정치 환멸로 바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다. 아직은 개혁 정당에 대한 기대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안 후보보다 문 후보의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그러나 문 후보도 노무현 전 정권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한다면, 설사 집권한다 하더라도 노동자들의 끊임없는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김소연 후보의 출마는 노동자들의 진정한 의사를 분명히 알리는 데 커다란 의미가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직화와 새로운 정치세력화를 위해 이번 대선이 활용되어야 한다. 김소연 후보 진영은 이 점을 명심함으로써 민노당의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 진정한 정치 개혁과 노동자 정치는 노동자들이 결집한 사회적 힘에서 나온다. 세 후보들 중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이후 노동자들의 결집된 힘을 통해 정권으로 하여금 정치 개혁을 추동하고 노동자들의 요구를 수용하도록 강제할 수 있어야 한다. 김소연 후보 진영은 이 사회적 힘을 키우는 것을 대선 참여의 목표로 설정하고, 장기적 안목으로 토대를 굳건히 조직하는 것에 매진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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