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과 연대’ 사라진 민주노총 7기 임원선거

[기고] 원탁회의 제안 배경과 무산 과정의 문제점

[편집자주] 민주노총은 오는 20일, 대의원대회를 열고 7기 지도부를 선출한다. 그간 민주노총 내 각 정파 및 세력들은 ‘연합집행부’ 구성을 위한 원탁회의를 진행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지난 2월 28일 파행됐다. 연합집행부 구성이 좌초되면서, 원탁회의 과정에서의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 선거를 앞두고, 원탁회의를 최초로 제안했던 노동전선의 이승철 정책위원장이 원탁회의 논의 과정상의 문제를 지적하는 기고를 보내왔다. <참세상>은 이후 민주노총 임원선거와 관련한 논쟁이 활발하게 이뤄지길 바라며 이 글에 대한 반론도 환영한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3월 20일 민주노총 7기 집행부를 뽑는 대의원대회가 열린다. 이번 임원선거는 ‘혁신과 연대’가 아닌 ‘구태와 패권’으로 치러진다는 점에서 매우 실망스럽다. 특히 ‘민주노총 7기 지도부 구성을 위한 원탁회의’가 일부 산별연맹 대표자들과 현장조직의 아집으로 무산돼 오늘에 이른 점은 우리 민주노조 운동 역사에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노동전선이 ‘원탁회의’를 제기한 배경은 민주노조운동의 현실에 대한 심각한 위기의식과 혁신의 필요성 때문이었다. 각 현장조직 뿐만 아니라 산별연맹 대표자와 지역본부 대표자 등 각자의 처지에 상관없이, 현재의 위기와 혁신 필요성에 공감하는 모든 사람들이 모여 논의하자는 것이 ‘원탁회의’를 제안한 배경이었다. 책임여하와 서로에 대한 평가를 떠나, 민주노조운동에 일부를 이루고 있는 세력이라면 누구든 모여 머리를 맞대보자는 취지였다. 이에 따라 2월20일 첫 회의를 시작으로 7기 임원선거 후보등록 직전인 2월27일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논의가 진행됐던 원탁회의에는 노동전선과 전국회의, 현노회, 현장실천연대, 좌파노동자회 등 현장조직은 물론 공공운수연맹과 언론노조, 서비스연맹, 보건의료노조, 건설산업연맹 등 주요 산별조직의 대표자들도 함께 참여했다.

도저히 의견을 모으기 어려울 것 같았던 의제들에 대해서도 지난한 논의 끝에 공감을 이뤄냈다. △7기 지도부의 과도적 성격 △정치세력화 운동의 방향 △투쟁혁신 △직선제 완수 △사무총국-조직운영 등 조직혁신 △사회적 합의주의 반대 △3기 전략조직화사업 전개 등이 공감을 이룬 주요 의제들이었다.

그러나 힘겹게 모아진 공감은 일부 산별연맹 대표자들과 현장조직의 패권과 아집으로 무위가 돼버렸다. 회의에 참석한 산별연맹 대표자들은 ‘백석근 후보가 위원장이 아니면 안된다’는 주장으로 일관했다. 이들 주장의 핵심은 ‘산별연맹의 결의 없이는 당면 과제를 완수하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백번 맞는 말이다. 지난 직선제 무산 과정에서 드러나듯, 산별연맹이 수수방관하거나 반대할 경우 조직혁신 등이 이뤄지기는 어렵다. 노동전선이 원탁회의 구성 과정에서 산별-지역 등 모든 단위의 참여를 제안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우리가 추천하는 사람이 아니면 절대 안된다’는 태도는 대중조직의 대표자가 가져서는 안되는 아집이다. 설사 반대하는 위원장이 선출된다고 하더라도, 대중조직의 대표로서 가지는 임무와 역할을 수행해야 ‘대중조직의 대표자’로서 자격이 있다. 게다가 대중조직의 대표자는 ‘대중적 책임’에 더욱 민감해야 한다. 지난 김영훈 집행부 중도 하차의 원인은 직선제 무산이었으며, 이는 중집 결정에 따른 것이었다. 불과 반년 사이에 통합진보당 1당 지지와 지지 철회를 선언하며 우왕좌왕했던 이들도 바로 민주노총 중집이었다. 그렇다면 중집 성원인 산별대표자들은 이번 선거에 대해 최소한의 대중적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노동전선은 이런 맥락에서 ‘노동전선은 후보를 내지 않아도 좋으니, 원탁회의의 정신을 살려 대중적 책임의 관점에서 지난 집행부 임원과 중집 구성원이 아닌 후보를 추천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이들은 끝까지 고집을 꺾지 않았다.

대중조직 대표자의 권위는 갈등을 해결하는 데에 앞장서는 지도력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일부 산별연맹 대표자들의 태도는 갈등의 조정은커녕 스스로 갈등의 당사자가 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형국이었다. 결국 원탁회의가 최종 마무리된 뒤, 참석했던 한 산별대표자는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으니 공감에 이른 의제도 알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원탁회의에서 가장 ‘정파적’인 모습을 보인 이들은 바로 일부 산별대표자들이었다. 활동가들 사이에서 이번 원탁회의에 참석한 ‘산별대표자 모임’의 태도를 두고 “과거 일부 산별대표자가 명망성을 무기로 휘둘렀던 벽제파의 재림”이라는 비아냥거림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렇게 치러지는 임원선거가 조직의 힘을 하나로 모아 투쟁과 조직혁신에 나서는 첫걸음이 되긴 난망하다. 따라서 원탁회의 제안조직인 노동전선은 이번 임원 선거에서 그 누구도 지지하기 어렵다.

이번 원탁회의에서는 민주노총 역사상 가장 폭넓고 진중한 임원선거 논의가 이뤄졌다. 그만큼 위기의식과 시급한 조직혁신의 필요성에 공감이 이뤄졌기 때문일 게다. 그래서 원탁회의 무산과 임원선거 각개약진은 더욱 아쉽고 뼈아프다. 노동전선은 원탁회의 제안조직으로서 앞으로도 민주노총 투쟁혁신과 직선제 완수 등 조직혁신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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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원대회 , 직선제 , 노동전선 , 연합집행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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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장우

    선거기간 원탁회의든 통합논의든 시작하면, 결론은 후보논의로 집중될 수밖에 없다. 원칙논의는 후보논의의 사전조건이지만 후보등록 시간이 다가오면 큰 세력 중심으로 동의되거나 추후논의로 넘겨지는 부수적인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논의에 참여하지 않거나 반기를 들고 별도의 후보를 내면, 그 조직은 꼴통조직으로 낙인찍히게 될 것이기 때문에 제안 받는 제 조직들은 주류세력이 참여하면 대부분 참여하게 된다.

    결국 주류세력입장에서는 원탁회의를 통해 군소후보를 정리하고 단일후보로 추대받길 원할 것이다.
    비주류 중소세력들은 주류세력에게 주요후보를 양보 받고 제 세력들의 동의를 얻어 주요후보직을 확보하거나 그렇지 못하더라도 일부후보직에 대해 나눔 받기를 바랄 것이다.
    물론 제안한 단위에서는 이러한 각조직의 이해를 넘어 민주노총의 혁신을 위한 대승적 연합을 기대했을수도 있다. 하지만 조건과 경험,지도력에서 그렇지 못했다.

    원탁회의를 통한 연합집행부구성이 민주노총의 혁신에 도움이 될까라는 부분에서 의구심이 든다.

    오히려 민주노총의 진로와 혁신방안에 대해 확실한 입장들을 가지고 경쟁하고, 조합원들의 토론을 유도하며, 대의원들의 선택을 받도록 하는 것이 좀 더 민주노총을 혁신시킬 수 있는 길에 가까운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민주노총의 현실인 산별조직구도와 정파적 대립관계에 대해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그렇게 이야기한다고 할 것이다.

    다시 반문해 본다. 민주노총의 혁신이 산별조직구도와 정파적 이해관계를 정확히 이해하고 그 질서에 따라가면 될 수 있는 것인가?

  • 이장우

    원탁회의 논의과정에서 조합원들은 완전히 배재되어있다. 정파조직과 산별대표자들의 의견만 중요하다. 현장에서 제기될수있는 혁신의 의지는 사전에 차단되는것이다. 차단되지 않더라도 산별대표자들과 정파조직들이 담합하여 후보를 결정한다면 좌절될수밖에 없다.
    어떤 현장조직의 선전물에는 논의과정에서 후보등록을 하지말고 후보등록기간을 연장하자는 논의가 있었다고 한다. 실행되지 않았지만 이러한 행위도 완전한 선거 담합이다.
    혁신의 시작은 제도와 행동으로 현장 조합원들이 참여 할수있는 통로를 완전히 여는것에서 부터 시작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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