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함께 싸워야 합니다

[연속기고] ‘갑’갑한 사회, 다윗들의 “동행”(1~2일 차)

현대차 희망버스 전국순회단
‘갑’갑한 사회, 다윗들의 “동행” 1일차 (7월 10일/수요일)


치 떨리는 분노. 그러나 동지들이 있다.

75일간 현대-기아차그룹 본사 앞에서 정몽구 회장 면담을 요구하며 농성을 했던 현대차 비정규직 해고자 동지들이 5일 만에 다시 모였다. 전국에서 ‘울산으로 가자’며 조직되고 있는 현대차 희망버스를 더욱 넓게, 더욱 강하게 조직하기 위해서다. 양재동 노숙으로 지쳤던 현대차 비정규직 해고자 동지들은 단 하루도 허비할 수가 없다. 가을, 겨울, 봄, 여름. 현대차 울산공장 3공장 앞 철탑에서 4계절이 바뀌도록 농성하는 천의봉, 최병승 동지를 생각하면 맘 편하게 쉴 수도 없기 때문이다.

다시 선 양재동 현대차 본사. 용역깡패와 경찰

오전 11시 서울 양재동을 출발하여 전국을 순회하기로 한 해고 동지들이 모인 양재동에는 우리보다 수십배는 많은 용역깡패와 경찰이 진을 치고 있었다. 용역깡패보다 먼저 우리 앞을 가로막은 경찰. 기자회견을 빙자하는 미신고 집회, 몸자보, 지난 75일간 농성을 하며 불법미신고 집회, 범죄 예방. 그들의 고장난 레코드가 다시 돌아간다. 전국의 동지들을 만나러 가는 날. 우리의 기자회견이 불과 30분이면 끝나는 것을, 이번에는 농성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길을 떠나는 것을 아는 경찰은 그저 우리를 막기에만 여념이 없었다. 정몽구 회장의 충견.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파업, 노동자들의 축제

현대기아차 본사에서 출발한 해고동지들이 찾은 곳은 케피코지회다. 케피코지회는 금속노조 지침에 따라 4시간 부분파업을 전개했다. 케피코지회에서 경기도본부 중부지부 동지들과 간담회를 가졌고 그 자리에서 중부지부 동지들은 희망버스를 조직하기 위해서 애를 쓰겠다고 했다. 케피코지회 동지들과 함께 한 파업출정식을 마치고 우리는 금속노조 경기지부 파업집회장으로 향한다. 우리들의 지회, 아산, 울산, 전주 현대차 비정규직 3지회의 오늘 파업은 어떻게 되었을까. 라인이 멈추었을까?

금속노조 경기지부 파업집회. 각 지회가 준비한 장기자랑이 이어졌다. 노동자의 현실을 폭로하는 집체극부터 율동까지. 무대에 쓰여 있는 노동권, 총파업축제. 그렇다. 파업은 노동자들의 강력한 무기이자 노동자들의 힘을 보여주는 축제이지 않는가. 금속노조 이기만 경기지부장은 “16명의 우리지회 조합원을 지키기 위해서 1,500명의 경기지부 조합원들이 우리지회 앞으로 모였다. 산술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것이지만 이게 바로 금속노조다”며 노동자들의 단결과 연대를 호소했다. 단결과 연대의 힘은 노동자들의 축제를 만들어내는구나.

그러나 그 생각도 잠시 울산에서 날라든 소식. 팔에 부목을 대고 누워있는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이진환 선전부장의 사진. 아~울산에서는 대체인력을 저지하기 위해서 전쟁을 벌이고 있구나. 또 다시 용역의 폭력에 우리의 동지들이 온 몸으로 파업을 사수하기 위해 쓰러져 가는구나. 울산으로 전화를 하니 병원에 계속 부상당한 조합원들이 온단다. 대공장, 그곳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축제’는 언제 올 것인가?

“동지들, 7월 20일 울산으로 달려와 주십시오”

우리는 기아차 소하리 공장에서 출퇴근하는 노동자들에게 연대를 호소했다. 기아차 소하리 공장의 많은 동지들이 함께 해주었으며, 민주노총 평택안성지부에서는 급하게 잡힌 일정이라 많은 수는 아니지만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평택에 왔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동지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아울러 기아차 소하리공장을 방문한 동지들은 수원역에서 함께 촛불을 들었다. ‘국정원을 해체하라.’, ‘KTX 민영화 반대한다.’, ‘불법파견 인정하라.’ ‘7월 20일. 울산으로 향하는 희망버스를 조직해주십시오.’ 수원역에 모인 철도노동자들에게, 수원 시민들에게도 7월 20일 울산으로 달려와 줄 것을 호소하며 뜨거운 연대의 정을 나누었다.


치 떨리는 현실에 잠 못 이루는 밤

평택에서 우리는 울산에서 오늘 벌어진 일을 평택지역의 동지들에게 보고했다. 현대차 자본은 교섭이 진행 중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체인력을 투입하는 것도 모자라 용역을 동원하여 현대차비정규직지회 박현제 지회장을 납치하려고 했다고 한다. 입만 열면 불법이니 뭐니 떠들어대던 그들은 결국 교섭위원인 지회장을 납치하려고 했고 선전부장과 법규부장을 비롯한 15명의 노동자들이 병원에 입원하도록 폭력을 행사했다. 저들은 정말 작정했나. 집행부를 모두 공장 밖으로 몰아내려는 건가. 12일 다시 파업이 있다. 파업을 지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동지들이 또 병원으로 실려가야하나. 이 지경으로 변한 현대차 공장의 현실을 바꾸는 것은 비정규직 노동자들만의 몫인가? 다시금 정신을 가다듬고 신발끈을 조인다. 7월 20일. 희망버스가 단지 부푼 꿈만 전달하는 것이 아닌 진정한 노동자들의 단결과 연대의 희망, 투쟁의 희망버스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사실을 한시도 잊을 수 없는 밤이다.

현대차 희망버스 전국순회단
‘갑’갑한 사회, 다윗들의 “동행” 2일차 (7월 11일/목요일)


우리는 하나입니다. 서로의 마음을 알지요.

오늘 일정은 고공농성을 진행했던 사업장 방문이 많다. 쌍용차, 유성기업... 언제쯤 우리는 고공농성을 하지 않아도 될까? ‘갑’갑한 사회, 다윗들의 동행 2일차는 쌍용차 평택공장에서 시작되었다. 2009년 77일간의 파업투쟁 이후 4년이 다 되도록 현장으로 가겠다며 투쟁하는 쌍용차 동지들은 항상 투쟁사업장을 챙기는 ‘형님’과도 같은 존재들이랄까. 출퇴근하는 쌍용차 동지들에게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을 알리며, 정리해고-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향한 투쟁에서 우리는 하나라고 강조했다. 현대차 희망버스를 조직하는 전국순회에도 다음 주에는 결합하신다니 전국순회단에는 정말 천군만마와 같은 존재들이다. 유성기업 아산지회로 이동하려는 순간 쌍용차 동지들은 현대차 희망버스 전국순회단에게 투쟁기금을 선뜻 내놓았다. 달랑 몇 푼 들고 전국의 동지들을 믿고 출발한 순회투쟁이라는 것을 알았을까? 어제만 해도 케피코지회에서 점심을,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수원지부 동지와 쌍용차 심리치유공간 와락에서 저녁을 자상하게 챙겨주셨다. 우리의 투쟁이 얼마나 중요한 투쟁인지 다시 한번 느낀다.


고공농성자 카톡방 친구들.
최병승, 천의봉의 든든한 친구 홍종인, 한상균


두번째 일정으로 방문한 곳은 유성기업이다. 정문에 도착해서 현장 순회를 마치고 나온 홍종인 지회장 동지를 만났다. 그의 오른 손에는 아직도 지팡이가 들려있다. 쌍용차에서 아침 출근선전전을 마치고 유성기업까지 함께 해준 쌍용차 한상균 동지를 비롯한 쌍용차의 다른 동지들 모두도 4년에 걸친 투쟁으로 몸이 만신창이인 것은 마찬가지다. 울산의 천의봉, 최병승 동지도 얼마나 만신창이가 되었을까? 유성기업지회 동지들과 간담회를 하면서 다시금 희망버스를 제대로 조직하고 싸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성기업 홍종인 지회장, 쌍용차 한상균 전 지부장은 ‘이번 희망버스는 단지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만을 위해서 울산으로 향하는 버스만의 의미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래서 ‘고공농성자 경험자들이 모여 다시 희망버스를 조직하자’고 했다며 전국의 투쟁을 모아가는 새로운 출발이어야 함을 강조했다. 현대차 비정규직 해고자인 전홍주 동지는 비정규직 정규직화도 중요하지만 269일째 철탑 위에 방치되어있는 최병승, 천의봉 동지를 구하기 위해서 달려와 달라고 호소했다. 먹먹해진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동지들이 있다. 유성기업에서 중식선전전을 진행하고 일정을 마치려 하자 유성기업 동지들은 게릴라 파업으로 오후 1시 30분에 파업 프로그램 시간을 선뜻 내주며 전체 조합원들에게 희망버스의 취지를 설명하라고 한다. 그 소중한 시간을 내주는 동지들이 있기에 우리는 반드시 승리한다. 아울러 희망버스 계좌로 아산과 영동의 동지들이 투쟁기금을 내겠다고 하신다. 정말 고맙습니다. 유성동지들.

기아차 화성공장에서 우리는 대공장의 정규직 노동자들을 만났다. 퇴근 시간을 앞두고 출입문 앞에 모여드는 노동자들에게 최병승, 천의봉을 살리기 위해서 울산으로 와달라고 호소했다. 노동을 마치고 퇴근하는 기아차 노동자들에게 ‘기아차에도 비정규직이 있다’, ‘우리는 현대-기아차그룹에서 일하는 같은 노동자들이라며 7월 20일 희망버스에 함께 해줄 것’을 호소했다. 하루 노동을 마치며 썰물처럼 집으로 향하는 노동자들을 보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평범한 일상이 가능할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정몽구에 맞서 함께 싸워야 할 동지들

기아차를 나선 우리는 당진으로 향했다. 애초에 우리가 방문하고 문화제를 하려던 곳은 화물연대 보랄 석고보드 사이로 고공농성장이었다. 그런데 일정을 최종 협의하는 과정에서 타결되어 내려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최병승 동지는 농성 타결 소식에 카톡으로 ‘잘됐네’라고 카톡을 보냈었다. 충남 서부지역의 동지들은 부랴부랴 당진시내에서 2일차 마지막 집회를 조직했고 정몽구 회장에 맞서 함께 싸울 현대제철 비정규직 동지들이 한걸음에 달려왔다. 당진 KT 앞에서 열린 2일차 집회에는 정몽구 회장에 맞서 함께 투쟁해야 하는 현대제철 정규직, 비정규직 동지들, 현대하이스코 동지들을 비롯하여 충남 서부지역의 동지들이 함께 해주셨다. 많은 수는 아니지만 쩌렁쩌렁하게 구호를 외치는 현대제철 비정규직 동지들에게서 힘을 느낀다. 매년 근로계약서를 다시 써야 하는 현대제철의 비정규직 동지들이 7월 31일 재계약을 해야 하는데 노조인정과 고용보장을 위해서 현대제철 비정규직 동지들도 힘차게 싸울 것이라고 한다. 어딜 가든지 비정규직 동지들의 투쟁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 그 힘을 어떻게 모아나갈 것인가? 현대제철 비정규직 동지들은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에 함께 할 것이고 20일 울산에서 함께 싸우자며 결의를 밝혀주었다. 충남 서부지역의 동지들에게 정말 감사드린다. 숙소 인근에서 현대제철 비정규직 동지들이 손수 구워준 삼겹살로 다음 일정을 결의하며 하루 일과를 마쳤다.

헤어지는 순간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장이 하신 말씀 ‘다음에 당진에 올 때는 승리하고 정규직이 되어 현대제철 비정규직 투쟁에 연대오시라.’

아, 또 한 가지. 당진에서 마지막 집회를 준비하는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인천에서 걸려온 전화다. 8살, 6살의 두 아이랑 가려면 장시간 버스를 타기 힘든데 혹시 기차로 가는 방법이 있나요? 희망열차 999가 20일, 오전 9시 서울역에서 출발합니다. 두 아이의 엄마께서 아이들의 손을 잡고 천의봉, 최병승을 만나러 갑니다. 여러분, 함께 가지 않으시렵니까?



현대차 희망버스 전국순회단 일정

3일차(7월 12일 금요일)

오전 6시 30분 현대제철(B문) 출근선전전 - 오전 11시 현대차 아산공장 방문 - 오후 5시 30분청주 정식품 퇴근선전전 - 오후 7시 청주 상당공원 촛불집회

4일차(7월 13일 토요일)

오전 11시 인천공항 비정규직지부 방문 - 오후 4시 KTX 민영화 반대집회(서울시청광장) - 오후 7시 국정원 촛불집회(서울시청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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