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버스가 폭력이라고?

[기고] 희망버스 승객의 투쟁 아닌 노동자 투쟁 되어야

난무하는 폭력, 맞다. 그런데 내가 본 것은 사측이 동원한 용역 깡패들의 폭력이었다. 울산의 현대차에서 전면에 등장한 용역 깡패들은 현대 자본이 사적으로 동원한 폭력이다. 공권력(공적인 폭력)은 그나마 전체 사회의 질서 유지라는 외피를 써야 한다. 공권력은 때로는 공적인 외피를 벗고 벌거벗고 지배자의 편에 서서 등장하기도 하지만, 정치의 연장으로서의 공권력은 정치적으로 무력화되면 힘을 쓸 수 없다.

대법원의 판결조차 지키지 않는 정몽구를 공권력이 나서서 지켜주려면 정치적 부담을 져야 하고, 이를 감당하기 힘들기에 발을 뺐을 것이다. 빈 자리는 사적인 폭력이 채운다. 사적인 폭력은 공권력이 외피를 벗고 등장할 수조차 없을 경우에 마지막에 등장하는 벌거벗은 폭력이다. 법과 정치가 실종된 상태의 ‘폭력’ 그 자체, 백색 테러, 막무가내의 폭력. 이는 물리적으로 무력화되어야 한다. 모든 ‘봉기의 정치’의 마지막 임무는 벌거벗은 폭력을 제압하는 것이었다.

[출처: 뉴스셀]


[출처: 뉴스셀]

희망버스 측은 정몽구 면담을 요청했고, 현대 자본 측은 면담을 거부했다. 애꿎은 노동자들은 죽어가고, 송전탑에 올라 목숨을 걸고 항의하고 있는데, 법도 무시하고, 면담도 거부하는 사측, 할 수 있는 게 없다. 담장이 뜯겨지고 진입을 시도하면서 충돌이 벌어졌다. 분말소화기, 물대포, 쇠파이프로 무장한 용역들은 미친 듯이 날뛰었고, 희망버스 승객들은 만장을 묶고 다니던 깃대로 맞섰다. (모든 사진들을 보라. 죽창과 파이프를 들고 어쩌고 하는 저들의 주장은 거짓이다.) 공권력인 경찰은 주변을 지키고만 있었고, 적극적인 개입을 피했다. 용역들은 돌을 던지기도 했고, 소화기를 쏘지 말라는 경찰에게 소화기를 던지기도 했다. 희망버스 측에서 부상자가 속출하였다. 흉기에 손이 찢어지고, 돌에 맞아 머리가 깨지고... 현장에서는 쇠파이프만 보았는데, 나중에 사진을 보니 용역들은 커터칼, 낫 등 흉기로 무장하고 있었다.

문화제에서는 아름다운 연대의 정신을 볼 수 있었다. 자신들만의 문제가 아님을 알고 있고, 끝까지 투쟁하여 대법원 판결에 따라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이 관철되도록 하겠다는 천의봉, 최병승 두 동지의 편지가 읽혀졌다. 밀양의 주민들, 강정마을의 강동균 마을회장 등이 무대 위에 올라 연대를 하였다. 지금 시기 자본과 정권에 의해 자신의 삶터인 마을과 일터에서 몰려나는 사람들은 누구보다도 피부로 모순을 느끼고 바로 서로를 알아 보는 것 같다. 주기적으로 송전탑 바로 옆을 지나가는 기차들이 빵 하고 경적을 울린다. 물어 보니 응원하는 소리로 ‘빵빵연대’라고 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이었다.

[출처: 뉴스셀]

아쉬운 점은 희망버스에 총연맹과 산별의 위원장, 주요 간부들이 대거 함께하고 있고, 비정규직 문제야말로 노동자 사안인데, 이것이 노동자 투쟁이 아니라 희망버스 승객들의 투쟁이 되었다는 점이었다. 힘든 싸움도 젊은 학생들이 열심히 나섰고, 희생이 컸다. 그러나 비정규직 문제뿐 아니라 쌍차, 코오롱 등 정리해고 문제, 철도 및 가스 민영화 등 지금의 노동 현안들은 한두 사업장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이고, 전사회적인 사안들로 이야말로 총연맹, 산별이 모두 나서서 총파업을 선언해야 하는 수준의 사안들이다. 노동자 투쟁이 잘 안되니 희망버스 투쟁으로 대응하는데, 이는 이 대신 잇몸으로 씹는 양상이다. 각자 현장으로 돌아가 열심히 조직하여 노동자 투쟁을 활성화해야 한다. 희망버스 승객으로 오신 몇몇 위원장, 활동가들과 의견을 공유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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