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판결과 저임금 불안정노동자들

[통상임금 연속기고](1) 임금체계 개편 논의를 경계한다

통상임금 논란의 본질

통상임금 관련 판례와 최근 상황

통상임금은 시간외 근로수당, 휴일 근로수당, 연월차 근로수당 등 각종 법정수당을 계산하는 기준이다. 그렇기 때문에 통상임금에 상여금이 반영되는가 안 되는가에 따라서 임금격차는 매우 커지게 된다. 2012년 11월 서울고법은 한국지엠의 판결에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넣지 않는다면 기본근로에 대해서는 상여금이 고려되지만 연장근로 등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음으로써 연장근로의 시간당 노동가치가 떨어지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적시한 바 있다. 2013년 3월 금아리무진 대법파견에서는 ‘정기적이고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1988년에 만든 통상임금 산정지침을 아직도 고치지 않고 있다.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것은 통상임금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판례는 이미 오래 전부터 나오고 있는데도 고용노동부는 정기적인 수당을 통상임금의 범주에 넣지 않는 것이다. 특히 대법원 판결을 두고 ‘전원합의체 판결이 아니’라거나 ‘판결은 사례별로 다르다’고 평가절하하면서 과거의 지침을 고집한다. 그리고 박대통령이 미국을 방문시 GM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통상임금 문제에 대한 GM의 요구를 받아들이겠다는 발언을 하고 온 이후 ‘노사정 협의’를 통해서 이 문제를 재논의하자고 이야기하고 있다. 기업들도 통상임금에 대해서 법적으로 적극 대응하겠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후폭풍이 거셀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이미 135여개 기업에서 소송에 들어가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조용하다. 중소영세사업장이나 노동조합이 없는 노동자들의 경우 문의는 많더라도 비용이 들어가는 소송을 감당할 여유도 없고, 해고될 것이 두려워서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관심은 갖고 지켜보지만 실상은 고요한 정국이다.

왜곡된 임금구조와 왜곡된 임금인상의 결과

통상임금의 문제는 당연히 노동자들에게 지급되어야 할 임금을 사용자들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은 것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은 왜곡된 임금인상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그동안 정부와 사측은 임금인상률을 낮추기 위해서 기본급 인상을 최대한 자제시켜왔고, 그 결과 노동자들의 임금구조는 기본급보다 각종 수당이 많은 기형적 구조였다. 노동자들은 일단 임금수준을 인상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에 수당에 의존해서라도 임금을 올리려고 했다.

이런 왜곡된 임금체계는 노동자들의 삶을 불안정하게 만든다. 기업은 위기라고 주장할 때 각종 수당부터 삭감한다. 수당을 ‘당연히 지급해야 하는 비용’이라고 간주하지 않는 경향이 지배적이므로 노동자들은 이에 저항하기 어렵다. 사업장에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분할하기 위해서 수당으로 장난질친다. 중소영세사업장에서는 기본급을 낮출 수 있을 만큼 낮춰놓고 성과급을 주는 것처럼 수당을 지급한다. 그런 경우는 통상임금에 포함되기도 어렵거니와 임금유연성을 높이고 노동자들을 경쟁시킴으로써 노동자들을 통제할 수 있게 된다. 기본급으로는 생활이 불가능한 노동자들은 이런 수당논리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번 대법원 판결은 통상임금에 대해 수당의 명목이 어찌되었든 ‘당연하게 지급되어야 할 임금’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장시간 노동에 의존하는 관행이 문제

이번 통상임금 논란은 노동자들이 얼마나 장시간 노동에 의존하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통상임금은 시간외근로수당의 기준이 된다. 임금채권 시효가 3년이라서 설령 법원에서 승소를 한다 하더라도 3년치밖에 받지 못하겠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GM대우의 경우 8천억원대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호들갑을 떤다. 자본가들은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킬 경우 38조원이 추가로 들어가서 중소기업은 망한다고 죽는소리를 해댔다.

이 비용 계산이 맞는가는 차치하고, 결국 장시간 노동에 의존하는 관행이 문제임을 알 수 있다. 최근 노동자들은 기본급으로는 생계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장시간 노동을 해야 생계가 간신히 유지되는 상황이다. 시간외수당이 생계유지에 큰 보탬이 되는 것이다. 자본역시도 노동자들을 신규채용하는 것보다는 장시간 노동으로 노동자들을 일시키는 것이 낫다고 본다. ‘상여금이 포함되지 않으면 연장근로의 시간당 노동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본은 기본급을 낮추는 데 성공하였다. 지금처럼 기본급이 낮은 구조에서는 연장근로수당이 작아지면 노동자들은 더 많은 연장근로를 하게 된다. 연장근로수당을 낮춰 장시간 근로를 규제하겠다는 정부 발상이 얼마나 왜곡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서 시간외근로수당을 더 많이 받는 것이 목적이어서는 안 되며, 기본급을 대폭 높이는 방향으로 투쟁의 방향이 전환되어야 한다. 시간외근로를 줄이더라도 생계가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급제가 아닌 월급제로 전환해야 하고 이를 위한 투쟁을 만들어야 한다.

통상임금에 대응하는 방식

통상임금 집단 소송이 답일까?

민주노총은 통상임금에 대해서 집단소송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미 GM이나 현대제철 등 100여개 대기업이 집단소송에 들어가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는 7월 21일 ‘임금반환 집단 소송인단’을 모으고 집단소송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통상임금에 대한 집단소송은 기업들에게 압박을 주고 그동안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던 시간외근로수당을 받아내는데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과연 소송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기본적으로 통상임금에 대한 대법원의 판례는 변한 적이 없다. ‘고정적(일률적)이고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때 ‘고정적’이라는 말은 그 사업장 노동자 전체가 동일하게 받는 것을 의미한다. 상여금이 성과에 따라 조금씩 다르거나 하는 일에 따라 다르다면 그 상여금은 ‘고정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소송 과정에서는 사업장의 상황에 따라서 판례가 복잡해질 것이다. 소송만으로 모든 노동자들이 그동안 제대로 받지 못했던 연장근로수당 등을 제대로 받게 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리고 임금채권은 3년이 소멸시효이다. 이번 소송을 통해서 지난 3년간 제대로 받지 못했던 시간외근로수당 등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소송은 지난 3년간의 효과에 머문다. 기업들 역시 적극적으로 법적 대응을 시작했다. 노동부와 자본은 판례가 조금이라도 달라질 경우 이것을 트집잡아 ‘소송’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상여금을 주는 시스템을 다르게 만들거나 수당도 불규칙하게 가능성이 높다.

통상임금에 대한 민주노총의 비정규직과 정규직연대방안

통상임금에 상여금을 포함시키는 이번 대법원의 판결로 유리한 사람들은, 고정적인 상여금을 많이 받는 이들이다. 그리고 장시간 노동을 많이 한 사람들이다. 당연히 제조업 대기업에서 일하는 정규직들이 이번 판결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이 판결이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작지 않다. 중소영세사업장이나 대공장 비정규직에 대해서 회사는 노동자들을 붙잡아두기 위한 방편으로 ‘상여금’을 이용한다. 상여금이 있는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이나 대공장 비정규직은 대다수가 장시간 노동으로 일하고 있으므로 통상임금이 법원 판례대로 될 경우 그동안 받지 못했던 시간외근로수당 등이 상당할 것이다.

물론 여기에서 제외되는 이들은 고정적인 상여금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도 많다. 비정규직 노동자들, 그리고 일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단시간 노동자들, 알바 노동자 등이다. 여기에 더해 몇개월 단위로 이곳저곳을 옮기는 노동자들은 여러 회사를 상대로 하여 소송을 하기도 힘들다. 최근에는 포괄임금제가 등장하여 이 판결의 영향을 받지 않는 노동자도 많아지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에 대해서 5월 14일 ‘미조직된 노동자들에 대한 집단소송을 지원하겠다’고 밝혔고, 토론회 등을 통해서 “정규직-비정규직의 소득격차 해소·연대방안‘ 등을 논의했다. 통상임금 반환소송이나 단협 개정으로 발생한 이익을 비정규직 투쟁기금으로 적립하자는 것이고, 통상임금이 확대되면 오르는 시급을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도 적용하자는 것이다. 통상임금이 정규직-대공장에 주요하게 작동할 것이라고 전제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통상임금 판례는 적용범위가 매우 넓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소송‘은 대공장 정규직 노동자들 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미조직노동자들에 대한 소송지원은 매우 의미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단지 그동안 못받은 임금을 받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면, 이 임금을 받아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지원하자는 수준의 연대방안으로는 이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대응이 되기 어렵다.

임금체계 개편 논의를 경계한다

1개월 단위 고정 상여만 포함시키는 방안을 제도화하려는 것

기업과 정부는 통상임금의 범위와 관련하여 노사정협상으로 구체화하자고 이야기한다. 이번 통상임금과 관련한 판례가 일관되지 않으므로 제대로 된 법을 논의하자는 주장이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듯이 판례가 일관되지 않은 적은 없다. 다만 고정적이고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것이 통상임금이라는 것은 분명하되, 어떤 수당이 고정적이고 정기적인가에 대한 판단이 다를 뿐이다.

그런데 지금 기업과 정부는 상여금 등 각종 수당에 대해서 ‘1개월 단위’로 지급되는 것만을 통상임금으로 보자는 것이다. 3개월, 6개월 단위로 지급되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지 말자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제도화된다고 해서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3개월 단위로 상여금을 지급하더라도 그것이 고정적이고 일률적이라면 아마도 1개월 단위로 지급되는 것을 3개월에 한 번 몰아서 주는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내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런 식으로 법을 바꾸게 되면 기업들은 상여금을 줄 때 그 상여금에 성과급의 성격을 반영함으로써 이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것을 막으려고 할 것이다. 노동조합이 안정화되어 있지 않은 곳에서는 이런 변화는 계속 벌어질 것이다. 정부와 자본은 통상임금의 범위를 축소시켜서 그동안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던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거부하고, 장시간노동체계를 유지하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사정협의에 들어가지 않고 ‘법대로 하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옳은 태도일 수 있다. 하지만 이후 기업단위로 상여금과 각종 수당을 지급하는 형식을 다르게 구성함으로써 법원에서 노동자들이 패소하게 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면 ‘법대로 하라’는 것은 당장의 체불임금 소송에만 유리할 뿐, 기업들이 다양한 형태로 상여금 지급 형태를 바꾼 이후에는 더 이상 의미없는 판결이 될 것이다.

직무·성과급제로의 변형이 실질적인 자본과 정부의 목표

6월 21일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 주재로 ‘임금제도개선위원회’가 열렸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법대로 하면 될 뿐 이 내용의 법개정안을 논의할 필요가 없다’는 태도를 분명하게 하면서 불참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임종률 성균관대 명예교수를 위원장으로 하여 김동대 인천대 교수, 박지순 고려대 교수, 김유선 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 등 전문가 12명이 참여한 회의 체계를 가동하고, 8월 말까지 통상이믐 문제를 포함한 임금제도 및 임금체계 합리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기업들은 그동안 틈만 나면 임금체계 개편을 시도했다. 이번에는 통상임금을 계기로 하여 임금체계를 손보려고 한다. 이들은 직무·성과급제의 도입이다. 우선 직무에 따른 임금체계를 만들면 직무에 따라 고용형태도 달라지고 임금체계도 달라진다. 그러면서 하나의 기업 안에서 차별을 없애고 단일호봉제를 쟁취하고자 했었던 운동진영의 노력이 허사가 된다. 비정규직의 경우, 별도 직무로 만들고 그 직무에 따른 임금체계를 별도로 만들게 되면 정규직과의 차별이 합리화된다. 그리고 ‘성과급제’를 광범위하게 도입하여 상여금과 수당을 성과급 형식으로 만들고, 노동자들의 임금이 낮은 것을 성과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면서, 노동자들끼리 경쟁시키고 통제력을 강화할 것이다.

이것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매우 큰 타격이 된다. 낮은 직무를 이유로 한 별도의 낮은 임금체계가 만들어질 것이고, 성과에 따라 고용을 연계하면 노동자들의 단결이 훼손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통상임금 문제를 빌미로 한 임금체계 개편에 대해 적극 대응해야 한다.

임금이 생계비를 보장하게 하는 방법

지금은 임금체계 재편을 전면적으로 논의할 때가 아니다. 노동자들의 힘이 무력한 상황에서는 임금체계 개편논의가 결국 자본의 임금유연화 전략을 관철시켜주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임금체계’로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급이 낮은 현실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면서 이후 임금과 생계비를 연동시키기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성과와 연동한 임금체계나 직무에 연동한 임금체계는, 노동자 임금총액을 고정시켜놓고 노동자들끼리 위계에 따른 제로썸 게임을 하도록 만들어서 경쟁시키고, 임금의 고정 총액을 낮추더라도 그에 맞서서 싸우지 못하게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원칙은 임금의 평등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그동안 자본이 제대로 지불하지 않고 있는 임금 전체를 내놓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제대로 지불하지 않던 시간외수당을 제대로 지급하게 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이번에 법적 유리함이 있는, 상여금이 있고 시간외노동을 많이 하는 이들만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상여금에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차별이 있다면 이에 대해서도 공공연하게 문제제기를 해야 하고,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이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이 생계를 보장하지 못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제기해야 한다.

비정규직·불안정노동자들과 무엇을 함께할 것인가?

2006년 비정규법이 통과되었을 때 차별시정이 노동자들에게 미치는 영향과 효과가 클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아니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차별시정을 신청하지 않았다. 개별이 차별시정을 신청해야 하고, 그렇게 되는 순간 해고는 불을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차별시정제도는 결국 ‘합리적인 차별’을 만드는 것으로 귀결되고 있다. 통상임금제도도 마찬가지이다. 열심히 소송을 지원하고 기금을 만든다 하더라도 비정규직이나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대기업보다 작고, 소송에 따른 위험부담은 큰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쉽게 소송에 나서지는 못할 것이다. 그래서 민주노총이 소송을 대리하겠다고 하고, 심지어는 소송을 통해 받은 임금을 비정규직 투쟁 기금으로 적립하는 연대기금 운영도 이야기한다.

그렇지만 이번 통상임금의 문제를 마치 주머니에 넣어놓고 잊어버리고 있다가 갑자기 찾은 돈처럼 생각해서는 안 된다. 기업과 정부는 이 통상임금 문제를 계기로 해서 임금체계 개편을 통한 임금유연화 정책을 노골적으로 획책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떼인 돈 받아드립니다’류의 통상임금 소송에 머물고, 자본과 정부가 이야기하는 임금체계 개편 논의를 소홀하게 대응한다면 결국 자본은 더 큰 것을 우리에게서 빼앗아갈 수 있다.

무엇을 중심으로 대응할 것인가?

첫째, 임금체계 개악을 막는데 힘을 쏟아야 하고, 특히 그 임금체계 개악이 비정규직이나 영세사업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충분하게 검토하고 대응해야 한다. 임금체계가 직무성과급제로 바뀌면 지금처럼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분리직군이 되는 상황에서는 차별적 임금이 합리화될 것이다. 그리고 성과급제와 고용이 연동되면 노동자들은 경쟁에 내몰린다. 중소영세사업장의 경우 포괄임금제로의 전환 가능성도 있다. 상여금과 각종 수당을 기본급에 포함시킨다는 명분으로 두고 그 기본급을 결국에는 최저임금에 맞춰버리는 포괄임금제로 인해서 노동자들은 더 저임금에 고통받게 된다. 그리고 여기에 성과 상여를 더해서 노동자들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것이다.

두 번째로 기본급 인상투쟁을 하되, 최저임금 투쟁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 기본적으로 임투에서는 수당인상 방식이 아니라 기본급 인상의 원칙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 기본급 인상에서는 하후상박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하며, 그로 인해 장기적으로 노동자들의 임금격차를 줄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노동조합이 있는 곳에서는 수당보다는 기본급 인상투쟁을 하면 되겠지만, 조직되지 않은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평균임금의 50%’라는 방식으로 임금격차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법정 노동시간만큼 일하고도 생활이 가능할 수 있을만큼의 생계비 개념을 적용한 최저임금 대폭 인상 투쟁이 필요하다.

세 번째로 중소영세사업장이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소송을 지원할 때조차도 이것이 ‘조직화’와 ‘원청과 정부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 소송을 대리하는 것이 아니라 소송하는 노동자들에게 이 투쟁이 왜 중요한지, 지금까지 임금체계가 어떻게 왜곡되었고 장시간 노동에 의존해왔는지 자본은 왜 임금체계를 변형하려고 하는지 설명하고, 그 노동자들이 조직화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을 빌미로 하여 자본의 ‘지불능력론’이 대두된다. 중소영세사업장은 이 비용을 지불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이럴 때 이 중소영세사업장이 비용을 지불할 수 없을만큼 단가를 낮게 책정해왔던 원청의 책임을 묻고, 만약 감당할 수 없는 사업장이 있다면 정부가 책임지도록 하는 적극적인 투쟁이 필요하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주체를 세우고, 중소영세사업장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원청자본의 책임을 구체화해보자.

마지막으로 지금 시급제 임금구조에 대한 문제제기가 필요하다. 정부에서는 오히려 시간급제를 활성화하고 있고 특히 공공부문에서 단시간 노동을 확대하려고 하고 있다. 시간급제는 장시간 노동을 강제할 뿐 아니라, 임금이 마치 노동시간에 비례하는 것처럼 왜곡하면서 각종 수당은 당연히 지급해야 할 것이 아니라 부가적으로 지급하는 것처럼 만든다. 시간급제를 지탱하는 것은 낮은 기본급과 연장수당이다. 따라서 시간급제를 없애고 월급제로 전환하기 위한 투쟁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단시간 노동의 확대전략에 맞서 노동시간 전체를 대폭 줄여나가는 투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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