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괴담, 정말 괴담인가

[기고] "덮고 가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정부 대책마련 시급"

최근 SNS에서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심각성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주요 언론과 정부는 이와 관련한 내용을 ‘방사능 괴담’으로 치부하고 있다. 상당히 광범위하게 일반 시민들에게까지 문자로 유포되었던 주 내용은 후쿠시마 원전의 피해가 생각보다 더욱 심각하며, 생선 및 젓갈류 등은 방사능 피폭의 위험성이 있으니 먹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국민들의 염려가 증폭되자 해양수산부는 국내산 수산물의 방사능 안전성 조사 결과 모두 안전하다고 발표했고, 농식품부도 국산 농산물에 방사능 검출이 없다고 밝히며 괴담진화에 나섰다. 이와 함께 정홍원 국무총리는 악의적으로 괴담을 조작, 유포하는 행위는 추적해 처벌하겠다는 방침을 전하기도 했다.

지난 7월 18일부터 일본 후쿠시마 원전 3호기에서는 고농도의 방사능이 포함된 수증기가 배출되는 것이 육안으로 관측었고, 후쿠시마 인근 앞바다의 생태계가 사고당시보다 높은 수준으로 방사능에 오염된 사실이 보도되어 인근국인 우리 나라의 방사능공포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배출된 수증기는 시간 당 무려 2170mSv(밀리시버트)의 초고농도 방사능으로 성인에게 1년간 허용된 방사능 한계치인 1m㏜에 2000배 이상의 초고농도 방사능이며 방호복을 입어도 8분 이상 버티지 못하는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원전 3호기에는 우라늄 235보다 20만 배 이상 독성이 강한 플루토늄이 들어 있어서 수입 농산물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일본은 향후 방사능 오염 제거에 최근 3년간 투입한 금액의 4배를 웃도는 비용을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산업기술종합연구소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로 인한 방사성 물질 제거 비용만 후쿠시마현만 기준해 최대 5조1300억엔 한화로 약 57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현재의 검역수준을 강화해야 한다

우리 나라는 일본 후쿠시마 사고 후에도 꾸준히 일본산 수산물을 수입해 왔다. 검출되는 방사성 물질이 허용치 내라는 것이 이유이다. 하지만 지난 2012년 발표에 의하면 농림수산식품부와 농림수산 검역검사 본부가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검사 결과 검출 건수가 5배로 증가했고 물량은 18배가 늘었다. 핵발전소 사고시 가장 많이 배출되는 방사성 세슘만 해도 반감기가 30년이고, 인체에 무해한 정도가 되는데 최소 10배의 반감기 즉 300년이 지나야 한다고 한다. 방사선 세슘은 인체에 유입될 경우 근육에 침착되어, 위나 장으로 침투돼 피하지방이나 근육에 쌓이면 DNA 손상과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호흡기를 통한 피폭보다 음식물을 통한 내부피폭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2006년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로 인한 방사능 피폭 중에서 음식물을 통한 피폭이 80 - 90%라고 발표했다. 외부 피폭도 위험하지만, 내부 피폭이 훨씬 더 위험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외부 피폭은 방사능 물질이 외부에 있어서 공기 중에 있는 방사선에 우리 몸이 영향을 받는 것을 말한다. 외부 피폭에서 중요한 것은 방사능 물질의 농도와 사람(피폭자)의 거리다. 거리가 일정한 상태에서 방사능 물질이 10배로 많아지면, 사람은 10배 많이 피폭된다.

반대로 방사능 물질은 일정한데, 사람(피폭자)과의 거리가 10배 가까워진다면, 피폭량은 제곱으로 증가한다. 거리가 10배 가까워지면 피폭량은 100배 증가한다는 얘기다.

내부 피폭은 방사능 물질이 몸 안으로 들어와 신체 내부에서 피폭을 당한다는 말이다. 실제 일본은 열도의 70%가 방사능에 오염되었고 20%가 고농도 오염지역으로 조사되고 있다. 오염된 토지에서 생산된 농산물에는 땅속에 잔류하는 방사능물질이 고스란히 축적된다. 토양의 오염이 제거되는 수백년에서 수천년동안 방사능에 의한 내부피폭을 피할 수 없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2년이 넘도록 방사능에 오염된 지하수가 바다로 유출된 사실을 부인하다 지난달 참의원 선거 이후에야 인정했다. 최근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호기와 2호기, 3호기에서도 일본 정부가 정한 방사성물질 안전 기준치의 수백만배에 해당하는 매우 높은 수치의 방사성 물질이 확인되었다. 최근에는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 매일 300톤씩 바다로 고농도 방사능 오염수가 지하수를 통해 바다로 흘러들고 있다는 일본 정부의 발표도 있었다. 또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에 2년 넘게 오염 유출방지 대책을 시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서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사실 핵발전소 주변 지역이 고농도의 오염지역이므로 3호기와 4호기는 아직도 접근조차 불가능하다.

제염작업이 매우 어렵다는 결론이다. 핵발전소를 ‘지피기는 쉽지만 끄는 것은 불가능한 불’이라고 표현하고 있고, 이 불은 주변의 생명과 환경을 전소시키는 것보다 더 치명적이다.

정부의 괴담 일축은 오히려 국민의 불안을 가중시킨다
덮고 가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가장 중요한 불안요인은 일본산 수산물의 허술한 검역과 검역결과의 비공개 방침이다. 수입 수산물의 안전성 검사를 담당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현재 일본산 수산물과 식품의 방사능 검사결과의 적합여부만 밝힐 뿐 검출된 방사능 수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일본산 수입식품과 수입수산물 가운데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경우는 단 한 건도 없다.


음식물에 대한 세슘의 방사능 안전기준치인 370베크렐(㏃)이 너무 높게 잡혀 있는 것도 문제이다. 이는 일본(100베크렐)의 약 4배에 이른다. 게다가 안전기준은 정부가 정하는 관리기준일뿐 의학적으로 안전하다는 기준은 아니다. 또한 초콜릿, 과자, 맥주 등의 가공식품과 음료에 대해서도 방사능 검출수치가 공개돼야 한다. 농수산식품부에서 최근 실시한 '일본산 수입 수산물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한 것을 확인해보면 명태·대구·고등어 등 일본산 수산물뿐 아니라 표고버섯에서도 방사성 세슘이 검출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일본인근의 해류 방향을 고려할 때 러시아 해역도 방사능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크고 실제로 일본산 생태 뿐만 아니라 러시아산 동태에서도 세슘이 검출되고 있다.

특히 현재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방사능 허용수치도 일본 수입산 농축수산물에 대해서 세슘이나 요오드보다 독성이 강한 플루토늄과 스트론튬 등의 검사는 제외한 채 일부 방사능 항목만 적용해 적합 판정을 내려오고 있어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우리 나라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후 일본 앞바다에서 잡힌 명태, 고등어등의 수산물을 비롯해 수산물 가공품, 후쿠시마현에서 생산된 청주, 캔디류, 조미 건어포류, 양념젓갈류가 수입됐다. 전국 학교에는 사고 후 일본산 수산물 2,200Kg이 어린이들 학교급식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학교 급식은 농약 잔류 검사만 하고 있고 방사능 잔류검사는 하고 있지 않다.

전문가들은 유아나 태아에게 더 엄격한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생물학적으로 세포분열이 왕성하게 이루어지는 시기이므로 외부의 유해물질에 쉽게 세포변이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남성에 비해서 여성은 방사능에 2배 이상 취약하고, 유아는 성인에 비해서 20배 이상 취약하기 때문에 성별 연령별로 관리기준도 세분화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그리고 미국 과학아카데미에서 발행한 'BEIR 7 보고서'에 따르면, 피폭량과 암 발생은 비례한다고 밝히고 있다. 기준치 이하에서도 피폭량에 비례해 암발생이 증가한다는 것이 현재 세계 의학계의 중론이다. 따라서 국가마다 다양하게 설정돼 있는 허용기준치는 안전기준치가 아니라 관리기준치로 인식해야 한다.

사태가 이러한데 정부는 허용치내이니 문제가 없다고 일축하며, 괴담 유포자를 엄벌하겠다고 한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정확한 실태를 조사하고, 제대로 된 대응방안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정부의 안일한 대응은 국민들을 돌이킬 수 없는 위험에 몰아넣는 일이다.

정부의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각계각층에서는 현재 국민들의 우려를 괴담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방사능에 오염된 식품들이 한국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기도의회에서는 최근 도내 학교 급식에 방사능오염 식재료 사용을 사전 차단해서 안전한 식품을 공급하도록 하는 ‘경기도교육청 학교급식 방사능오염 식재료 사용제한에 관한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현재까지 피폭량 기준치를 수산물을 비롯한 모든 식품에 의한 피폭량과 병원에서의 피폭량 등을 합하여 인식해야 한다.

현재 일본산 식품은 농수산식품부와 식약처에서 수입을 관장하고 있는데,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이 두 부처는 일본산 식품에서 방사능을 측정하고 있지만 식약처에서는 검사결과수치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정확한 정보를 국민들에게 공개해야 하고, 사고시 얼마나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알려야 한다.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는 것은 방사능에 오염된 식품이 아니라 정부의 왜곡되고 감추어진 정보이며, 안일한 대응태도이다.

후쿠시마 핵사고는 앞으로 최소 삼백년 이상 바다오염을 초래했다. 사고로 인한 피해가 또다른 불평등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 최대의 피해자가 우리의 이웃, 민초들이 되지 않도록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의 방안이 시급하게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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