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브릿지 투쟁, 아름다운 이들의 승리를 믿는다

[기고] 9월 6일 '골든브릿지 파업투쟁 500일 문화제'를 앞두고

바람이 서늘해지고 있다. 농성장의 새벽은 이제 추울 것이다. 투쟁하는 이들은 그렇게 계절을 온몸으로 느끼며 농성을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앞에서, 그리고 서대문 본사 앞에서 농성하고 있는 골든브릿지투자증권 노동자들도 그중 하나다. 이 노동자들은 9월 4일이면 파업을 한 지 500일이 되었다. 해고되어 9년, 10년 싸우는 경우는 있지만 조합원 모두가 파업에 돌입하여 함께 500일을 버티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아마도 이랜드 노조의 510일간의 파업이 가장 긴 파업일 것이다. 골든브릿지 노동자들이 이제 그 날을 앞에 두고 있다.

이들과 함께하면서 정말로 아름다운 이들을 만났다 생각한다. 파업 기간 도중에 두 명의 조합원이 정년을 맞았다. 원래 조합원이 아니었으나, 회사가 노조를 깨려고 단체협약을 해지해버려 조합가입 범위 제한이 없어지자 부장 신분으로 노조에 가입해서 투쟁한 이다. 회사가 명예퇴직을 종용할 때 회사를 떠날 수도 있었겠지만, 함께하기로 한 길 끝까지 가려고 파업 중에 퇴직을 맞았다. 이들만이 아니다. 금융위원회의 농성장은 전직 임원들이 지키고 있다. 조합원들이 대부분 본사와 금융감독원, 법원 앞에 가 있다 보니 항상 외롭고 힘들게 농성을 해야 하는 곳인데도, ‘우리가 이곳은 굳건하게 지킬 테니 마음 놓으라’면서 버티는 이들이다. 조합원들이 흔들릴 때 나이 든 조합원들이 앞장서서 40대 중반의 평균연령을 자랑하는 ‘몸치탈출’이라는 몸짓패를 만들기도 했다. 매일매일 자신과 싸우면서도 서로에 대한 신뢰로 이렇게 우직하게 버텨주는 이들이다.

우리는 투쟁하는 곳곳마다 골든브릿지 동지들을 만날 수 있었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새누리당 앞에서 농성하려다가 천막이 뜯겨 망연자실할 때 기꺼이 함께 밤을 새워준 이들이었다. 새벽에 콜트-콜텍 공장에 경찰과 용역들이 들어와서 노동자들을 몰아낼 때 가까이 사는 이들부터 우선 왔다면서 하나둘씩 모여들어 힘을 더해주던 이들이 바로 골든브릿지 노동자들이었다. 기꺼이 대한문에서 시민상주단으로 역할을 하고, 코오롱 불매 산행에 함께한 이들이었다. 그뿐이랴. 정몽구를 구속하라면서 상경한 양재동 현대자동차 농성장에서, 박정식 열사의 죽음을 기억해달라며 이야기하시는 어머님과 온양장례식장에서 골든브릿지 노동자들은 항상 함께했다. 지금은 현장으로 돌아간 베링거인겔하임동물약품지부 해고노동자의 투쟁 자리를 꽉 채워준 것도 골든브릿지 동지들이었다. 언제 어디에서나 작은 사업장, 큰 사업장을 가리지 않고 투쟁하는 이들이 어렵고 고통받을 때 자기 일처럼 여기고 함께한 이들이었다.

이 노동자들이라고 흔들리지 않았으랴. 아침에 일어나면 정말로 파업현장에 또 나가야 하는지 매일매일 갈등하고, 가족들에게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말하기 어려워서 입을 꾹 다물게 되고, 용역들과 부딪칠 때면 두려움에 몸을 사리게도 되고, 모금운동을 하다가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울컥하기도 하고, 정말로 전망이 있을까 고민하면서 괜히 주변의 동료에게 울분을 터뜨리기도 하고. 아마도 매일매일이 전쟁이었을 것이다. 500일. 숫자로는 쉽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 속에 담긴 고통은 말로 표현되지 않는다. 추운 길거리에서 노숙농성도 하고, 용역깡패들과 몸을 부딪쳐가며 싸우다가 다치고, 경찰조사도 받고, 거액의 손해배상도 받고, 차비가 없어서 먼 곳의 집회현장에 걸어가기도 했다. 가족과의 관계가 망가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 아픈 날들을 500일이나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이 싸움이 ‘정당하기’ 때문이다. 단지 억울해서 싸우는 것이 아니었다. 이 싸움이 곧 나만의 삶이 아니라 금융의 공공성을 지키는 싸움이고, 이 싸움이 창조컨설팅이라는 노조파괴 업체에 맞서 민주노조를 지키는 싸움이고, 이 싸움이 이상준이라는 회장의 패악질에 맞서 노동자들의 권리를 제대로 지키는 싸움이기에 당당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동지들이 이 날들을 견딘 것은 인간다움에 대한 신뢰와 긍지였다. 무엇이 정당한지 알기에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 그리고 내 옆의 동료들이 아직도 버티고 있다는 신뢰, 그리고 전망이 없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에는 승리한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그렇게 500일은 눈물과 고통과 신뢰와 의지가 뒤섞여 인간다움을 만들어낸 시간들이었다.

골든브릿지 노동자들은 꼭 이겨야 한다. 운동권 출신이라고 거들먹거리면서 창조컨설팅을 동원하여 노조파괴 공작을 하고, 용역깡패들을 투입하고, 고소를 남발하고, 심지어 자본시장법을 위반해가며 돈 빼돌리기를 하는 이상준 회장 같은 이에게 이 아름다운 이들이 질 수는 없지 않겠는가. 이 노동자들이 이기는 것은, 증권업종의 구조조정 광풍에 휘말려 해고를 강요당하고 있는 많은 증권 노동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고, 창조컨설팅의 노조파괴 공작에 아직도 고통당하고 있는 유성기업 등 많은 노동자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고, 장기투쟁을 하느라고 몸과 마음이 지쳐서 전망이 있는가 묻고 있는 투쟁사업장 노동자들에게 ‘그렇다’고 말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조금만 더 연대할 수 있다면, 우리가 조금만 더 질기게 버틸 수 있다면, 우리가 조금만 더 서로를 신뢰할 수 있다면 비록 힘든 시간을 지내더라도 반드시 더 큰 희망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을 우리 노동자들에게 말해주는 것이다.

9월 6일 금요일 저녁 7시 반. 골든브릿지투자증권 노동자들이 대한문에서 파업투쟁 500일 문화제를 한다. 많은 이들이 동참하면 꼭 이길 수 있다. 앞으로 더 큰 어려움이 기다릴지 모르지만 더 많은 이들이 함께하면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어느 날 갑자기 다가올 승리의 날을 기다린다. 아니, 그 승리의 날을 만들기 위해서 오늘도 더 많은 이들에게 이 투쟁을 알리고, 집회를 하고 일인시위를 하고 농성을 한다. 이 따뜻한 투쟁에 함께하고 싶은 이들, 승리의 기쁨을 함께 누리고 싶은 이들은 9월 6일 금요일 오후 7시 30분 대한문에서 열리는 골든브릿지 파업투쟁 500일 문화제에 꼭 함께 해주시기를 요청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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