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대통령이 내건 여성비정규직 정규직화의 희생양

[기고] 나는야 여성, 비정규직, 해고노동자라네!

2011년 1월, 내 나이 50이 넘어 마지막 직장으로 삼아 보건복지정보개발원에 입사했다. 이전 직장은 모두 아이들을 지도하는 일이었다. 나는 2000일 넘게 투쟁하고 있는 재능교육 노동자들과 같은 학습지 노동자였다. 출퇴근시간도 불규칙하고 사회보험 혜택도 없는 일이었다. 모처럼 9시에 출근해서 6시에 퇴근하는 일을 찾다가, 보건복지정보개발원에 사회복지전문직으로 취업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러나 성실하게 2년을 근무하던 중 2012.12.28일 계약기간 만료통지서를 받고 쫓겨났다. 내가 근무하던 보건복지정보개발원 상담센터의 업무는 보건복지정보개발원에서 만든 복지관련 전산시스템에 대한 사용자(행복이음-공무원, 어린이집, 바우처, 보건소, 복지시설)의 문의를 받아 처리하는 곳이다. 일에 익숙해지는데 6개월 이상의 시간을 필요로 하는 상시 지속적 업무이다. 매년 재계약서를 쓰면서 만 2년이 되면 무기계약직으로 넘어가는 식으로 근무해왔다. 그러나 지난 연말엔 입사일과 상관없이, 계약기간이 끝나는 연말에 전체 상담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인원인 42명을 무더기로 해고했다.

성실하게 일했던 우리는 왜 재계약대상자가 안되었는지 궁금했고 연말엔 상담 응대율이 40% 이하로 무척 바쁜 시기였음에도 대량해고를 한 이유가 궁금했다. ‘상시 지속적 업무를 하는 계약직은 만 2년이 도래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다’는 이명박 정권 말기의 비정규직 대책과 무관하게, 사측은 해고가 아니라 ‘계약만료’라고 주장했다. 또한 계약직이기 때문에 근무평점이나 상담원 평가내용을 공개할 의무도 없고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13명의 상담원이 일방적인 계약해지의 부당함을 외치며 투쟁하기로 결정하고 그중 8명이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 서울일반노조에 가입하고 투쟁하기 시작했다. 쫓겨나서야 비로소 내가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였음을 알았고, 여성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건 여성비정규직의 정규직전환을 위한 ‘희생양’으로 해고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공공기관이므로 솔선수범하여 대통령의 공약실천을 위한 사전준비(순차적인 정규직전환을 위해 비정규직 노동자의 수를 줄여놓을 필요가 있어)도 하고, 혁신적인 경영으로 공공기관평가를 좋게 받는 일석이조의 ‘희생양’이 된 것이다.

한겨울의 칼바람, 잔인한 봄바람, 그리고 한여름의 무더위와 장맛비를 견디고 따가운 가을햇볕아래 출근투쟁과 정기집회를 통해 정리해고의 부당함을 외치며 지금도 투쟁중이다. 투쟁하던 동지 8명 중 5명은 한여름의 무더위와 생계를 이유로 사측과 개별 접촉하여 회사로 복귀했다. 신규채용 1년 계약직으로 입사했다. 5명 중 3명은 근무기간이 2년 6개월로 이미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어야하는 대상자이다. 그들은 현실의 부당함은 느끼지만 현실을 이길 수 없다는 판단을 하였다. 또한 노동조합이 가지고 있는 조직의 부정적인 면만 보고 조합탈퇴를 선언하고 현장으로 복귀했다. 그러나 나머지 3명은 복귀하지 않고 계속 투쟁중이다. 현실과의 타협은 현실의 부당함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고 생각되어 복귀할 수 없었다.

서울시내 수많은 투쟁현장에 연대하면서 지난 연말에 행해진 보건복지정보개발원의 대량해고가 수많은 공공기관과 사기업에서 이미 수없이 자행되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지면으로만 보아왔던 쌍용 현대 기아 자동차 3사의 비정규직 해고문제, 재능 기륭 유성 코오롱 콜트콜텍 등등… 헤아릴 수조차 없는 많은 사업장에서 비정규직·정리해고 문제로 장기간 투쟁하고 있는 현실을 직접 볼 수 있었다. 쫓겨나서야 비로소 나만의 문제, 보건복지정보개발원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전반에 만연된 문제임을 깨달았다. 또한 내가 오랫동안 몸담았던 학습지교사의 불합리하고 부당한 근무여건 개선을 위해 2000일 넘게 투쟁하고 있는 재능교육 동지들도 만날 수 있었다.

똑같은 일을 하고 정규직의 반 정도의 임금밖에 못 받는 것도 억울한데 부당해고까지 당해야하는 현실, 정규직노조와 비정규직노조가 따로 있고 정규직노조는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려고, 비정규직에게 한술의 밥알도 내주려하지 않는 현실, 그래서 그 부당함에 항거했다는 이유로 어마어마한 금액의 손해배상 가압류까지 당해야하는 현실, 그것이 노동자 스스로 감당이 안 되어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는 현실, 목숨을 초개와 같이 버려도 달라지지 않는 현실… 대법원의 판결도 무시하고(현대차) 사회적 합의(기륭전자)를 지키지 않아도 용서되는 자본, 그러나 노동자는 그런 자본에 해를 입힌다는 이유로 어마어마한 금액의 손해배상을 노동자에게 청구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잘못된 것이다. 기계의 부품도 아니고 소모품도 아닌, ‘인간’으로서 살기위해 수많은 노동자가 대한민국 곳곳에서 투쟁중이다.

오늘도 대한문 앞에서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그들을 지지하는 동지들과 함께 단식투쟁중이다. 노동자도 인간다운 삶을 살 자격이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더 많은 노동자가 투쟁에 참가해야한다. 이러한 노력은 낙숫물이 되어 세상을 바꾸는 동력이 될 것이며 우리 후손들이 올바른 일터에서 정당한 대가를 받고 노동할 수 있는 세상의 기반이 될 것이다. 그 기반을 위해 보건복지정보개발원 해고노동자 3인도 열심히 투쟁 중이다.
덧붙이는 말

* 보건복지정보개발원 콜센터 비정규직 해고노동자 3인은 추석연휴 기간인 오는 9월 21일 토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일일 동조단식농성에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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