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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간 노동은 그만

[기획연재] 비정규직 사회헌장(10) 24시간 연속노동은 심각한 건강권 침해

[편집자 주] 비정규직없는 세상만들기 네트워크(이하 비없세)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가 무시되고, 기업의 이윤만이 최고의 가치로 여겨지는 세상에 문제제기하기 위해, 그리고 비정규직 노동자들 스스로가 법적인 권리를 뛰어넘어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찾는 길에 함께하기 위해,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사회헌장’ 운동을 시작하였습니다. 참세상과 함께 사회헌장의 내용을 하나씩 이야기하면서 그 권리를 찾기 위해 싸우는 이들의 목소리를 담고자 합니다.

“9조. 건강을 위협할 정도의 장시간 노동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죽음을 부르는 야간노동과 24시간 노동, 강제잔업과 특근은 없어져야 한다.”

2003년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에서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게 된 계기는 식칼테러 때문이었다. 관리자가 월차를 쓰려고 한 노동자를 밀쳐 넘어뜨리고 병원에 실려간 노동자를 찾아가 식칼로 아킬레스를 그은 사건이었다. 회사는 사내하청 노동자가 월차를 마음대로 쓰는 것, 잔업을 마음대로 하지 않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다. 그래서 본때를 보여 강제잔업과 강제특근을 시키고 월차도 쓰지 못하게 하려고 했던 것이다.

2003년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노동자들의 인간선언은 아직도 유효하다. 한국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2,000시간이 넘는다. OEDC 국가 중 두 번째라고 한다. 임금이 최저임금밖에 안되므로 잔업과 특근으로 생계를 메우는 노동자들도 있다. 잔업특근은 아직도 강제적으로 이뤄진다. 하루 72시간이라는 기록적인 노동시간을 일하는 작은 사업장의 노동자들도 많다. 유성기업의 사례처럼 죽음을 부르는 야간노동을 멈추고 ‘밤에는 잠 좀 자자’고 이야기했다는 죄로 용역깡패들이 날치고 노동자들이 구속되는 사례도 있다.

경비노동자들은 24시간 격일근무를 한다. 제대로 쉴 틈도 주지 않는다. 간병노동자들은 중간중간 짬짬이 쉬지만 적절한 휴식시간 없이 일주일동안 일을 해야 한다. 이런 지옥같은 노동은 노동자의 몸을 망가뜨린다. 기업의 이윤을 위해 노동자들의 건강과 생명을 갉아먹는 일을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 된다. 장시간 노동, 강제 잔업과 특근, 야간노동과 24시간 노동, 이제 멈춰야 한다.

병원에 환자가 입원을 하면 입원할 때부터 퇴원할 때까지 병원이 환자의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 하지만 병원은 간병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간병은 보호자들의 책임이 되고, 보호자들이 직접 할 수 없는 경우에는 간병인들을 구하게 된다. 그런데 가족이 아프면 가족 중에서도 주로 여성들이 간병을 하던 사회적인 관습 때문인지 간병이 병원에 꼭 필요한 업무 중에 하나라는 인식이 별로 없다. 그러다보니 간병인은 병원의 필요인력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간병비를 받으며 일하게 된다. 게다가 병원에 24시간 상주하는데도 병원에서는 간병인의 생활환경에 대해서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다. 또한 보호자에게 직접 간병비를 받는다는 이유로 특수고용 노동자라고 이야기하며 노동자들을 인정조차 하지 않아, 병원균 감염이나 산재 등에 노출되어도 병원은 모든 책임을 회피하며 간병인의 건강권과 노동권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간병인들은 3일에서부터 길게는 몇 주 정도 환자 옆을 지킨다. 그런데 환자는 하루 24시간 내내 지켜야 한다. 한 환자를 간병한 이후에는 다시 생계를 위하여 또 다른 환자를 24시간 연속 간병하면서 일을 한다. 그러다보니 정신적·육체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방광수술환자는 1시간에 한 번씩 소변체크를 해야 한다. 치매환자나 중증도가 높은 환자는 24시간 잠을 자지 않고 지켜봐야 한다. 와상환자를 돌보는 간병사는 밤새 가래가 끓는 소리가 나면 석션을 수시로 해야 한다. 그리고 새벽 6시 환자의 침상목욕을 시키고 검사실이나 촬영실로 이동해서 검사하는데 동행하고, 아침식사 등 유관식을 하루 5~8차례 드리고 식사량을 기록하는 등으로 정신이 없다. 50~90Kg의 환자를 매일 2시간마다 체위 변경을 해주어서 욕창을 예방하고 기저귀를 갈아주어야 하고 배설량도 체크하여 기록해야 한다. 환자복을 수시로 갈아입혀서 감염도 예방해야 한다.

간병인에게는 쉬는 시간이 없다. 3일간 간병을 하면 잠자는 시간도 없다. 중증 환자는 잠을 자지 않고 지켜봐야 하며, 그렇지 않더라도 좁은 보조침상에서 가수면 상태로 누워있다가 석션을 하거나 환자의 체위를 바꾸는 등 시간에 맞춰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3일 정도 잠도 못자고 일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눈의 혈관이 다 터지고 머리가 빙빙 돌아 도저히 간병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기도 한다. 간병인에게는 밥 먹을 시간도 없다. 환자의 식사시간과 식사량을 꾸준하게 체크하면서도 밥 먹을 시간도, 밥 먹을 장소도 없기에 배선실에 서서 간단하게 식사를 해결한다.

24시간 연속 노동으로 인해서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도 심하고 만성 근골격계 질환과 감염 문제에 항상 노출되어 있는 간병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당연히 간병인의 업무는 병원의 고유 업무여야 한다. 병원이 간병인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 그리고 간병인들이 제대로 된 노동조건에서 일할 수 있도록 8조 3교대로 전환되어야 한다. 그래야 간병서비스의 질도 높아지고 간병인의 노동권과 건강권도 보호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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