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과 밀양의 세 가지 닮은 점

[기고] 주민동의·사업목적 타당성·외부세력론... 민주적인 대화 촉구

밀양은 강정과 여러 가지 면에서 닮았다. 아니 강정 그 자체다.

일단 주민동의를 구하지 않고 사업이 시작된 면이 그 첫째이다. 강정마을 해군기지는 이 사업을 진행하며 사전에 단 한 번의 설명회조차 없었다. 보상이라는 미끼로 극히 일부분의 주민들만의 동의를 구해 사업을 결정했다. 절대다수의 주민의 반대의견은 묵살당했다.

밀양 송전탑사업 역시 애초에 동의 없이 공사를 강행하다 강한 저항에 부딪치자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그 합의조차도 주민들에게 탄원서라며 서명하게 하는 등 속임수에 가까운 방법으로 얻어낸 것이 밝혀졌다.

두 번째로 사업 목적의 타당성 부재 문제다. 제주해군기지는 안보적 타당성이 검증되지 않은 사업이다. 대한민국 최대 교역국인 중국을 가상적인 적국으로 간주하고 진행되는 사업으로 건설 목적 자체에 논란이 일자 영토도 아닌 ‘이어도를 수호한다’라든가 해적 문제가 이미 해결 된 ‘남방수송로를 보호한다’ 라든가 하며 명분이 분명치 않은 사업목적을 내세웠다.

급기야 휴전선에선 가장 먼 위치의 기지임에도 북한의 침략에 동·서해 모두 대처가 용이하다는 말까지 나왔다. 안보에 대한 확실한 비전과 국민적 합의 없이 국방부가 결정한 사업이면 그 자체가 안보가 되는 현실인 것이다.

밀양 송전탑은 우리나라 전력 공급 여유 분량이 다급할 정도로 딱히 부족한 상태가 아님에도 마치 송전탑이 지어지지 않으면 전력수요 공급에 막대한 차질을 빚을 것처럼 전력대란을 우려하는 뉴스들로 넘쳐났다.

하지만 올 여름 사상 최대의 무더위 속에서도 전력비상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게다가 제어케이블이 불량부품으로 판정난 신고리 원전 3호기 건설이 송전탑 건설의 핵심이유라는 것이 드러났음에도 건설이 강행되었다. 원전 자체의 경제성이나 안전성이 계속 문제 제기가 높아지는 가운데 소통 없는 일방적인 정책 추진의 표본이 바로 밀양이다.

셋째는 강정이나 밀양을 도와주려는 국민들을 소위 ‘외부세력’이라는 말로 매도하며 고립시키려 한다는 점이다. 두 사업 모두 국가가 사업주체이다. 그렇다면 이해당사자가 아니라도 국민이라면 누구나 사업의 타당성이나 사업과정에 부당성이나 위법성이 없는지 감시하고 목소리를 낼 권리가 있다 할 것이다.

그러나 정부나 정치세력들은 이러한 국민들을 ‘외부세력’으로 규정했다. 국민이면서 국민이 아닌 대접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역주민들을 마치 보상을 노리며 싸우는 사람인 것으로 매도하는 점까지 똑 같다. 그리고도 주민들이 물러서지 않고 투쟁하면 색깔론을 씌워 ‘종북좌파’로 내몰고 있다.

정부의 이러한 태도는 결코 갈등을 해소하고 국론을 하나로 묶는데 실패할 수밖에 없다. 결국 갈등만 양산되고 국민을 둘로 쪼개 놓아 궁극적으로는 국가의 기반이 무너질 우려가 크다.

이제라도 정부가 강정과 밀양문제 해결에 민주적인 대화와 전향적인 타협의 자세가 요구된다. 그 길만이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는 유일한 길일 것이다. 어차피 민주주의 제도 자체가 최고의 효율성을 목표로 하는 정치구조가 아니라 최악을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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