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파업, 철도투쟁 ‘그 후’

[기고] 공략하기보다는 낙후시켜라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가 벌인 민영화 반대 파업은 ‘국회 철도산업발전소위원회 구성’ 합의로 멈추었다. 2013년 한국사회를 뒤흔들었던 철도파업은 멈추었지만, 철도파업이 남긴 한국사회의 과제는 무겁고 엄중하다. 철도 민영화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철도노조뿐만 아니라 철도파업을 지지한 사회운동세력과 다수의 국민은 ‘철도 민영화 반대’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 철회’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은 여전히 ‘민영화는 아니다’면서도, 코레일 개혁 차원에서 ‘철도 경쟁 체제’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태도다. 이 와중에 수서발 KTX를 운영하는 수서고속철도주식회사가 지난 10일 출범하였다. 민영화가 아니라는 박근혜 정권의 공언이 무색하게 코레일 내부 문서인 ‘수서발 케이티엑스 운영 준비를 위한 조직설계’ 최종 보고서(2013년 12월 23일 작성)를 보면, 수서고속철도 설립과 경쟁체제 도입의 지향점은 결국 철도 민영화로 적시하고 있다. 보고서는 “2015년 개통 예정인 수서~목포, 수서~부산 간 고속철도 운송사업 경영권을 철도공사 출자회사로 운영해 공공부문 내 경쟁체제를 도입”한 뒤 “철도공사 운영 포기 적자노선, 광역철도 신규사업 등은 공기업 또는 민간에 개방해 민간과의 경쟁체제 도입”을 목표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결국, 수서고속철도주식회사 설립 강행은 ‘정상의 비정화’를 ‘비정상의 정상화’로 읽는 박근혜식 화법과 불통정치를 너무나도 빼닮았다. 마이웨이식 강행은 여전히 철도노조와 사회운동진영의 길고 긴 투쟁을 예비하고 있다.

23일간의 철도노조 파업투쟁, 무엇을 남겼나?

철도노조는 박근혜 정권의 공공부문 민영화에 맞서 23일간에 걸친 최장기 파업을 통해 ‘민영화의 진실과 폐해’를 알려냄으로써 ‘민영화는 안 된다’는 대다수 국민적 여론을 이끌어냈다. 철도노조의 투쟁은 반 박근혜 정권 투쟁, 반 정부투쟁의 불을 지폈을 뿐만 아니라 박근혜 정권의 민얼굴을 똑똑히 드러내도록 만들었다.

그래서 박근혜 정권은 집권 1년 만에 철도 파업이라는 가장 강력한 투쟁으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야 했고, 정권의 불통정책은 심각한 상처를 입혔다. 또한, 철옹성 같았던 박근혜 정권의 지지율은 40%대까지 떨어졌으며 특히, 중도층 이탈이 두드러졌고, 20~30대의 젊은층 지지율도 크게 하락했다.

23일간의 투쟁은 철도노조 활동가조차도 예상치 못한 투쟁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그동안 철도민영화 저지투쟁을 위해 지난 2년여간 지역별로 대책위를 결성하거나 여론 확산을 위해 동분서주하였지만, 이토록 국민들의 뜨거운 지지와 연대가 이어질지 철도노동자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서 철도노조의 파업투쟁은 노조만의 투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철도노조 투쟁에 함께한 민주노총을 비롯한 화물연대의 연대선언, 사회운동세력의 적극적인 연대뿐만 아니라 다수 시민의 지지와 참여가 철도파업을 밀어갔던 동력이자, 철도파업 그 자체다.

철도파업을 밀고 간 힘은 반 정권 투쟁, 민주주의 투쟁, 그리고 반신자유주의 투쟁으로 다양하게 중첩되어 전화하고 변주되었다. ‘투쟁의 언어’는 노동자의 것이자 국민의 것이기도 하였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며 아파도 진정으로 자신에게 향하지 못한 채, 소통이든 적대든 외부와의 관계를 모두 차단하며, 자기 안에 갇혀 살 것을 강요받았던, 안녕하지 못하였던 다수의 대학생과 시민들을 불러 모았다.

그들이 철도파업 과정에서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나의 문제이자 우리의 문제임을 서로 ‘질문’하고 경계를 뛰어넘어 ‘선언’하였다. 이는 앞으로 사회운동진영의 큰 자산으로 함께 소통하며 지켜내어야 할 너른 대중의 바다가 되어야 한다.

철도파업, 철회 혹은 합의 사이에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그러나 철도파업은 노정 직접교섭이라는 정치적 전망의 부재, 노동자 연대파업 및 전투적 민중연대의 부재, 전면파업의 부재를 넘지 못하였다. 특히, 철도노조 내부에서는 조합원 일부의 현장복귀가 차츰 확인되면서 조합원의 심리적 동요와 집행부의 조직보존이라는 압박에 이끌려 007식 합의가 되었다. 그 사이 국민은 어리둥절해 있었다. “함께 갔다가 함께 온다”는 철도노조의 투쟁 슬로건에서 드러나듯이 투쟁 이후 조직 내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향후 조직적 투쟁을 위한 뼈아픈 선택일 수 있겠으나, 여전히 짙은 아쉬움으로 무겁기만 하다.

철도노조의 합의 내용과 방식은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합의한 ‘철도산업발전 소위 구성과 파업중단’이라는 합의는 23일간의 ‘국민파업’에 비하면 앙상한 성적표였다. ‘철도민영화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는 문구만 있는 앙상한 성적표, 철도투쟁을 지지한 시민들에게는 부족한 성적표였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생색내기 좋아하는 부르주아 국회에 기대어 철도노조의 투쟁이 좌초되고 말았다는 점이다. 철도민영화에 대한 정책적 대안을 내놓지 못한 채, 청와대 눈치 보기에만 급급하였던 새누리당뿐만 아니라 철도민영화 밑그림을 지속해서 그려왔었던 참여정부에 대한 반성이 없는 민주당, 결국 철도투쟁은 여야 정치적 성과 찾기에 이용되었다. 이 와중에 파업을 철회한 철도노조 집행부는 억지춘향식 선택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철도투쟁에 함께하였던 시민들에게는 궁색하기만 한 것이다.

또, 철도노조 집행부는 최소한 파업을 전개한 조합원들의 민주적 토론을 통해 복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했다. 조직적 후퇴를 결정한다더라도 집행부 결정으로 복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파업을 전개해왔던 조합원들이 결정할 때, 향후 투쟁 역시 가능하다는 점을 간과했다.

철도노조에 대한 보복성 징계도 충분히 예상된다. 코레일은 파업 책임을 물어 6,850여 명 직위해제와 191명 고소·고발, 152억여원(12월 31일 기준) 손해배상 청구와 116억원 재산 가압류를 거둬들이지 않고 있다. 코레일은 영업 손실뿐 아니라 파업 장기화를 대비해 채용한 대체인력의 인건비까지 손해배상 청구 금액에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철도노조, 혼자가 아니다

철도노조 앞에는 무수한 탄압과 과제가 산적해 있다. 지속적인 철도민영화 저지 투쟁과 함께 조직을 지켜야 한다. 탄압은 철도노조를 겨누겠지만, 철도노조에 대한 탄압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시민들은 수천수만의 눈들로 스스로 분열되어 분노로 확장되었다. 철도민영화 투쟁에 호응한 노동자민중이 함께 하고 있다. 박근혜 정권의 철도탄압과 민영화저지 투쟁은 정확하게 반비례한다. 박근혜 정권은 철도민영화와 철도노조 탄압을 끊임없이 내부화하는 만큼 철도노조는 딱 그만큼 고립된다. 그러니 철도노조에 대한 탄압과 철도민영화 문제는 조직 내부로 침잠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로 끌어내야 한다. 함께 해야 할 일이다.

자본의 마지막 남은 신세계, 의료 영리화. 철도노조 투쟁의 학습효과를 잘 살리자

[출처: KTV 화면캡처]

박근혜 정권은 철도 민영화에 이어 자본을 위한 또 다른 신세계를 고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3일 박근혜 정권은 ‘보건의료산업서비스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하였다. 병원 부대사업 범위를 대폭 확대하고 이를 영리 자회사로 허용하는 것, 병원 인수합병 허용, 약국 영리법인 허용을 골자로 하는 내용을 발표했다. 여기에 신의료기술 평가와 신약허가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까지 포함했고, 의료인-환자 간 원격의료 허용도 추진하고 있다.

사실 박근혜 정부의 영리 자회사 방안은 2006~07년 노무현 정부 때 처음 선보였다. 2008년 이명박 정부 때 의료법 전부개정안으로 추진되다가 촛불에 의해 좌절된 방안이다. 2010년에도 이와 비슷한 의료법 개정안이 좌절된 적이 있다. 2006~10년에는 자회사를 병원 경영지원회사(MSO)라고 불렀다는 점이 지금과 다를 뿐이다.

철도민영화 그 이상으로 국민들의 기본적인 권리라 할 수 있는 사회공공재에 대한 직접적 공격인 의료 영리화 혹은 의료민영화 정책은 박근혜 정권의 민영화 정책의 완결판이 될 것이 자명하다. 환자들에 대한 의료비는 폭등할 것이고, 병원노동자들은 병원자본의 수직계열화 과정에서 구조조정의 먹잇감이 될 것이 뻔하다.

지난 철도노조 투쟁은 가르쳐 주고 있다. 2년 걸친 지속적인 철도노조의 투쟁 준비와 지역별로 촘촘한 연대단위의 구축, 전 국민들과 함께하기 위한 꾸준한 홍보와 선전 그리고 무엇보다도 노동운동 내부에 확대강화를 통한 총노동의 연대투쟁 조직화 등이 필요하다.

박근혜 정권을 낙후시키자

76년 자메이카 킹스턴회의를 통해 브레튼우즈체제가 공식적으로 붕괴한 후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 신자유주의가 종말을 고하고 있다. 자본재생산의 내적인 모순과 전 세계 민중의 저항 탓에 신자유주의 정책은 수정할 수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그 자체가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자신을 확대하면 할수록 모든 사회관계를 파편화시키고 분절시킨다는 점이 신자유주의의 가장 치명적 약점이다. 그것은 공동체, 함께 사는 삶이라는 발상 자체를 부정한다. 공공부문 민영화 혹은 영리화 정책은 신자유주의 핵심이다. 신자유주의 초기에 있었던 공공부문 민영화 혹은 영리화 정책은 대다수 국가에서 폐기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박근혜 정권은 매우 시대착오적이다. 지배계급에도 반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철도, 의료, 상수도, 교육 등의 민영화 및 영리화에 대해서 절대다수 국민은 동의하지 않는다. 시대착오적이며 시대흐름과 동떨어진, 자본을 위한 박근혜 정권, 낙후(落後)시켜야 한다. 스스로 낙후되는 것이지만, 낙후를 확인시키는 권력은 국민에게 있다. 결국, 국민의 손에 쥐어 쥔 낙후의 다른 말은 정권퇴진 밖에 없다.
덧붙이는 말

* '공략하기보다는 낙후시켜라' (<경계에서 말한다>,조한혜정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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