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사람

[월간 사람] [한상희의 쇳소리] 고양이를 부탁해

[월간 사람] [한상희의 쇳소리] 고양이를 부탁해

바야흐로 실용의 시대가 되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되지 않느냐는 덩샤오핑의 발언은 이제 새로운 힘을 받는다. 진보든 개혁이든 이념을 내세우며 변화를 추구하던 한 시대는 스스로 권력에 순치되어 버린 정치세력의 아집 속에서 너무도 쉽사리 자리를 비워 버렸다. 대신 실용을 내세우며 어떻게든 먹고 사는 문제가 우선임을 강권하는 시대가 우리를 기다린다. 이념과 가치를 다투던 정치의 시대는 가고, ‘배부르고 등 따신’ 경제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쥐 잡는 데 고양이 색깔은 아무 소용없다. 오로지 쥐 잘 잡는 고양이와 그렇지 못한 고양이의 구분만이 중요하다. 절대빈곤의 상태에서 어떻게 죽을 것인가의 선택만이 가능한 상태에서 고양이의 색깔은 절대 무의미하다. 황후의 밥이든 걸인의 찬이든 어떻든 주린 배를 달래는 한 움큼의 음식만이 필요할 따름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에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다. 쥐와 고양이가 주인공이듯 주린 배와 무미한 음식 한 조각만이 서사의 전부를 차지한다. 마치 자본제적 교환이 인간과 세계의 관계에서 인간을 제거하고 오로지 교환의 대상이 되는 상품만을 남겨 놓듯이, 이 흑묘백묘론은 삶의 방식을 그대로 ‘상품형식’으로 바꾸어 버린다. ‘어떻게 사느냐’라는

[월간 사람] [인권운동 길찾기] 평화권.발전권은 권리일 수 있는가

[월간 사람] [인권운동 길찾기] 평화권.발전권은 권리일 수 있는가

이번 연재 두 번째 순서에서 ‘집단은 권리의 주체일 수 있는가’란 주제를 다룬 적이 있다. 그러면서 이미 제3세대 인권에 대한 긍정적인 의미와 비판에 대해서도 검토했다. 그러므로 여기서는 우리의 논의를 평화권과 발전권으로 한정하도록 하자. 그런데 이런 의문이 있을 수 있다. 제3세대 인권 중 대표적인 인권인 왜 환경권은 다루지 않으면서 평화권과 발전권만을 논의하는가이다. 환경은 인권과 긴장 관계를 형성한다. 인권이 인간 중심으로 권리체계를 짜고 있는 것과 반대로 환경의 범주는 인권의 범주로 좁혀서 논의하기에 부족한 면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차원에서 논의가 진행되어야 할 주제가 환경권이다. 인권과 환경이 갈등하고 긴장하면서 서로의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어야 할 것인데, 이런 주제를 인간집단 간의 문제로 제기되는 제3세대 인권 일반으로 다루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생각이다. 서구 국가들의 반대로 지지부진한 평화권 평화권만큼 유엔에서 논의가 지지부진한 경우는 거의 없다. 유엔은 헌장에서 이미 평화권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고, 세계 평화의 유지를 자신의 임무로 삼고 탄생했다. 이후 평화권에 대한 논의들이 진행되다가 1984년 유엔총회에서는 평화에 대한 인류의 권리선언(the Declaration on the Right of Peoples to

[월간 사람] [인권 톺아보기] 反빈곤지역운동 모색을 위한 기획 진행

[월간 사람] [인권 톺아보기] 反빈곤지역운동 모색을 위한 기획 진행

대구소식-빈곤과차별에 저항하는 인권운동연대 反빈곤지역운동 모색을 위한 기획 진행 두 차례의 강연회와 토론회 열려 지난해 10월 지역에서 빈곤운동을 고민하기 위한 연대 틀인 ‘反빈곤네트워크(준)’이 출범하였다. 복지, 장애, 인권, 노동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단체들이 모여 각자의 활동에서 빈곤과 맞닿아 있는 활동내용들을 조금씩 공유하고 이후 본격적인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反빈곤지역운동 모색을 위한 기획’으로 11월 29일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는 빈곤사회연대 유의선 사무국장의 발제로 강연이 있었으며, 두 번째 기획으로는 12월 6일 참가단체들이 지역에서 빈곤운동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를 토론해 보는 자리를 가졌다. 인간답게 살 권리를 박탈하는 빈곤은 현재의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인한 공공서비스의 시장화와 맞물려 있으며 이에 대한 대응 역시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빈곤사회연대의 경험을 통해 빈곤운동의 어려움과 고민들을 함께 공유하고 2008년 반빈곤 활동을 계획하는데 도움이 되는 뜻 깊은 자리였다는 평가와 함께 한편으로는 지역 많은 단체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주최단체만의 자리가 되었다는 아쉬움도 지적되었다. 인권운동연대, 대구지역 5대 인권뉴스 발표 선정위원회에서 지역 활동가 및 단체회원 대상 설문조사 2007년 한 해 동안 대구지역에서는 많은

[월간 사람] [인권 안의 법, 인권 밖의 법] 동서남해안권발전특별법, 대재앙의 전주곡인가

[월간 사람] [인권 안의 법, 인권 밖의 법] 동서남해안권발전특별법, 대재앙의 전주곡인가

최근 5년 동안 개발의 과잉은 도를 넘었다. 2006년 개발행위허가 현황을 보면 면적을 기준으로 2000년 대비 4.2배가 증가하였고, 참여정부 출발시점인 2003년을 기준으로 2.6배가 증가하였다. 골프장 허가건수도 이미 500건에 다다르고 있다고 한다. 사진출처 | 녹색연합 참여정부는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건설”을 경제분야의 핵심과제로 선정하고 관광을 전략산업으로 육성하여 아시아의 관광중심국으로 도약한다는 국정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러한 국정목표는 해안중심의 전략적인 관광개발사업을 추동시켰으며, 구체적으로는 관광레저복합형 기업도시 건설, 지역특화발전특구 개발, 관광레저 시범도시 선정 및 기반구축, 골프장 건설 규제완화를 통한 대규모 골프장 건설 등으로 현실화 되었다. 그런데 참여정부와 17대 국회 임기 막바지에 어마어마한 연안개발계획이 추진되고 있는데, 소위 ‘동서남해안권발전특별법’(이하, 연안특별법)이 그 수단이다. 지역 간 개발경쟁이 태생의 근원 연안특별법은 애초 2006년 8월에 신중식 국회의원이 입법발의한 ‘남해안균형발전법’과 이미 한참 진도가 나가있던 ‘서남권 등 낙후지역 발전 및 투자촉진 특별법’이 단초가 되어, 이에 뒤질세라 윤두환 국회의원이 ‘동해안 광역권 개발지원 특별법’을 추진하면서 불붙은 지역 간 개발경쟁의 산물이다. 결국 남해안, 동해안, 서해안 모두를 개발하자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 연안특별법이다. 여기에는 국가발전의 우선순위도, 지역여건의 차이도 고려될 필요가 없이

[월간 사람] [달리는 포장마차] 책꽂이에 잘못 꽂힌 책

[월간 사람] [달리는 포장마차] 책꽂이에 잘못 꽂힌 책

월간 <말>지를 경마잡지로 착각했다는 우스개가 있고, 실제로 내 친구는 『햄버거에 대한 명상』이란 시집을 사오라고 동생에게 시켰더니 요리책 코너에서 한참 헤매다 결국 빈손으로 왔더라는 이야기를 들려준 적도 있다. 1967년 미국에서 나와 68혁명세대에게 경전처럼 읽혔던 리차드 브라우티건(Richard Brautigan)의 소설 『미국의 송어낚시』도 한국에서 처음 출간되었을 때 서점 낚시 코너에 꽂혔다는 ‘전설’을 갖고 있는 책이다. 절판되었던 그의 또 다른 작품 『워터멜론 슈가에서』도 얼마 전에 재출간 되었는데, 물론 이 책도 요리책이 아니다. 당연히 『미국의 송어낚시』는 송어 낚시하는 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화자는 송어를 찾아 여행을 떠나고 우여곡절 끝에 겨우 송어가 뛰놀던 강을 찾지만, 강은 이미 폐선장으로 변해 있다. 화자는 그 강에서 혹이 달린 12인치나 되는 무지개 송어 한 마리를 낚아 저녁 끼니를 때우고 녹색의 끈적거리는 것들과 죽은 물고기가 둥둥 뜬 온천수에서 질외 사정을 한다. 미국사회와 현대문명을 콜라쥬 기법으로 풍자한 이 작품은 당시 충만하던 새로운 세상을 향한 꿈과 이상의 묵시록으로 읽히는데 길지 않은 분량이지만 무수한 미국적 은유와 상징으로 난해하기 그지없다. (오죽하면 ‘미국의 송어낚시 읽는 법’이란 글까지 있겠는가.)

[월간 사람] [미디어세탁소] 대통령 만들기 대작전

[월간 사람] [미디어세탁소] 대통령 만들기 대작전

대통령 하나 잘못 뽑아가지고…” 허탈한 푸념을 들을 때가 종종 있다. 독백이라 치부하기에는 절망이 가득 담긴 이 말이 지금 유독 귀에 꽂힌다. 과연 이 말은 누구를 향한 것일까? 투표소에서 도장을 찍은 자신을 질타하는 말인지, 아니면 ‘대통령’이 되어버린 이를 향해 표를 던진 사람들을 원망하는 말인지, 이도 아니면 이런 저런 이유로 투표를 하지 않은 이들에게 하는 말인지 말이다. 허나 한국 사회에서 이와 같은 고백은 성립될 수가 없다. 최소한 보고 듣고 한 경험 속에서는 대통령을 뽑기 위한 과정은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민주적이거나 혹은 공정하지 못한 판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승부가 끝난 17대 대통령 선거 또한 다를 바 없다. 비전과 정책·공약에 대한 검증과 토론은 깡그리 사라진 채 온갖 비리와 이권 다툼으로 얼룩지고 말았다. 후보자들의 ‘쇼’에 이성은 흔들리고 진지한 토론이 언급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로 상황은 어색해졌다. 결국 지난 해 12월 19일 대통령 선거를 두고 영국 은 “대한민국이 1987년 대통령 직접 선거를 도입한 이래 ‘가장 지저분한 선거 중 하나(one of the dirtiest)’를 치렀다”는 평가를 내렸다.

[월간 사람] [인권이에요, 당연하지] 태안 자원봉사에 대한 딴지걸기

[월간 사람] [인권이에요, 당연하지] 태안 자원봉사에 대한 딴지걸기

최근 방송이나 언론에서는 연일 태안의 방제작업과 봉사활동 관련 기사들을 보도하느라 정신이 없다. 새 대통령 당선자가 정부 부처를 줄여 예산을 깎고, 의료보험 민영화에 자율형 사립고 100개 설립 등의 정책을 내세우고 있어도 여전히 태안 얘기가 대세다. 특히 주목을 받는 것은 끝없이 이어지는 방제활동의 손길이다. “세계의 전문가들이 놀란 인간 띠” 운운하며 구제 금융을 받았던 시기의 ‘금 모으기 운동’과 같은 아름다운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는 둥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원봉사를 추켜올리기에 바쁘기만 하다. 그러면서 한 켠에서는 여전히 봉사활동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은 아직도 주민들이 실의에 빠져 있으며, 생태계가 완전히 복원되려면 10년 이상은 걸릴 것이라는 등의 흉흉하고 절망적이면서도 선정적인 소식들을 내보내면서 은근슬쩍 더욱 많은 손길을 요구하는 내용을 흘리고 있다. 봉사활동을 추켜세우는 목소리가 슬슬 지겨워질 즈음, 방송에서 지역 주민들의 상황을 접했다. 어장 주인의 울분에 찬 모습이 화면에 떴고 얼굴 고랑 하나에 자식의 수십 년 세월을 담아왔을 할머니의 모습도 있었다. 매일 해산물을 캐고 잡아서 생활을 연명했을 바닷가 주민들에게 검은 기름띠의 바다는 말 그대로 죽음의 바다로 느껴졌을 것이다. 멸종위기를

[월간 사람] [내목소리] 감시통제의 세 가지 속성과 잘 사는 문제

[월간 사람] [내목소리] 감시통제의 세 가지 속성과 잘 사는 문제

<참세상>은 선거실명제를 거부하며 선거시기에 기사 덧글을 포함하여 게시판을 모두 폐쇄하였고,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런 조치를 실명제 위반으로 보고 이행명령을 내려 1천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습니다. <참세상>은 “민중언론으로서는 아무리 비싼 대가를 치루더라도 정부의 조치를 그대로 따를 수 없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권력관계 위에 이루어진다. 제도와 장치를 갖춘다. 외부에서 만들어지지만 궁극적으로 내면화된다. 감시통제의 세 가지 속성이다. 1. 아이가 부모를 감시한다? 노동자가 자본가를 감시한다? 잘 성립하지 않는다. 이처럼 감시통제는 권력의 불평등 관계를 반영한다. 2. 감시통제는 외부의 규율로 시작되지만 곧 내면화로 전화한다. 프라이버시 침해와 표현의 위축 효과가 나타난다. 자기 검열을 뜻한다. 3. 파놉티콘에서 RFID까지, 국가보안법에서 인터넷실명제까지 제도와 장치 구축이 선순환관계를 이룬다. 감시통제는 스스로 진화하지 않는다. 누군가 있다. 이번 대선에서 우리 사회구성원들은 ‘경제’ 즉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강한 욕구를 분출했다. 보다 잘 먹고살기 위한 욕구가 아니라 먹고살기 만만치 않은 현실에서 탈출하기 위한 희구라고 보는 게 정확하겠다. 소득 2만 달러와 각종 지표, 선진국 수준의 물질적 풍요 속에서 도대체 뭘 어떻게 먹고살아야 할지 불안하기만 한 동요 심리가 폭발한 거다. 감시통제 쯤이야? 불평등한

[월간 사람] [만화] 양치기 소년, 그후

[월간 사람] [만화] 양치기 소년, 그후

출처: [월간] 세상을 두드리는 사람

[월간 사람] [열린칼럼] 피해자보호를 넘어 권리보장을

[월간 사람] [열린칼럼] 피해자보호를 넘어 권리보장을

우리사회에서 성폭력은 오히려 피해자가 비난받는 범죄로 인식되어왔다. “뭔가 당할 만했겠지.”라는 따가운 시선 속에서 피해여성들은 피해 사실을 드러내지도 못하고 후유증에 시달려오곤 했다. 1994년 성폭력에 관한 특별법이 마련되고, 성폭력수사전담제, 진술녹화제, 아동성폭력전담센터, 원스톱(One-stop)지원센터, 그리고 전국 200여 곳의 성폭력상담소 등 많은 제도들이 마련되었다. 그럼에도 아직도 연일 신문, 방송에서는 성폭력 사건이 보도되고 있고, 성폭력 신고율 6.1%(한국형사정책연구원, 1998), 기소율 43%(법무부, 2004)에 머물고 있다. 무엇보다 많은 여성들에게 성폭력은 여전히 일상의 삶을 위협하는 범죄로 체감되고 있다. 또한 폭행, 협박과 저항의 정도를 엄격하게 따지는 ‘최협의설’은 강간의 판단기준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수사.재판 담당자들의 인권감수성과 성폭력 피해생존자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인한 2차 피해가 늘고 있다. 성폭력 상담현장에서는 성폭력에 관한 수사.재판과정이 가해자를 처벌하고 피해생존자들의 치유를 격려하기보다는, 오히려 피해자를 비난하거나 주눅 들고 분노케 하는 사례를 일상적으로 접한다. 이로 인해 상담소 활동가들 사이에는 성폭력 피해생존자를 상담.지원할 때, 더 이상 법에 기대지 말고 차라리 가해자의 실명을 공개하거나 주변 사람들이 함께 몰려가 가해자를 혼내주는 등 생존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대응을 하게하고, 이로 인해 생존자가 명예훼손이나 폭행죄 등으로 역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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