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의 주간지 사회와노동

포이동266번지와 모든 주거빈곤층의 주거권쟁취를 위해 함께 하자!

서울시와 강남구청은 포이동 266번지 화재에 대한 대책을 즉각 수립하라!

지난 6월 12일, 강남의 포이동 266번지(현 개포동 1266번지)에 큰 불이 났다. 96가구 중 75가구가 전소하고 21가구도 화재진압 과정에서 반파되어 200여명에 달하는 주민들 모두가 집을 잃은 셈이다. 마을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화재대피 훈련을 해 왔고 마을에 자체 알림종이 있었기 때문에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마을 주민들은 모든 것을 잃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포이동의 역사

포이동은 1980년대 초 넝마주이, 전쟁고아 등을 정부가 강제이주 시키면서 형성된 마을이다. 1981년 최초 이주 당시에는 아무것도 없던 개천 습지에 집을 짓고 고물 수집을 하며 마을을 건설했다. 이 마을이 속칭 ‘재건마을’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이후에도 강제이주는 이어졌다. 처음 1981년 자활근로대 1-2지대 45명을 이주한 뒤 1989년 개포4동 청사 건축으로 그곳에 살던 원주민 14가구를 구청에서 이주, 1989년 구청에서 상이용사 16가구를 이주, 1996년 양재천 개발 사업을 하며 공영주차장 부지에 살던 넝마주이 36가구를 이주. 총 네 차례의 유입이 있었다. 가난한 지역에 있던 사람들을 다른 가난한 지역으로 내몰기 위해 이주를 강요했던 것이다. 포이동 266번지 마을은 그러한 강제이주와 빈민에 대한 분리수거 과정을 통해 이루어졌다.

강제노동, 유령마을 취급, 퇴거명령. 세월에 따라 달라진 탄압의 방법

처음 강제이주 된 마을 주민들은 군대식 통제를 받고 상납금을 내며 강제노동을 해야 했다. 1988년 자활근로대가 해체된 이후부터 정부는 주거, 교육, 의료에 대한 어떠한 안전망도 제공하지 않은 채 유령마을 취급하며 마을을 방치했다. 주민들의 주소지는 인근의 다른 곳으로 등재되어 있거나 없었다. 주민세나 세금도 꼬박꼬박 내지만 내가 사는 곳에 주소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던 2003년, 강남구청은 포이동 266번지 자리를 ‘학교부지’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일방적으로 발표하며 퇴거명령을 내렸다. 이때부터 포이동 주민들은 ‘포이동266번지 사수대책위원회’를 꾸리고 투쟁하기 시작했다. 힘겨운 싸움 끝에 2009년 주소지를 등재 받았고, 수세식 화장실도 생겼다. 하지만 ‘강제이주의 증거가 없다’, ‘시유지를 무단점거하고 있으니 토지변상금을 내라’는 구청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2010년 기준 주민들의 토지변상금은 약 25억 원이다. 가압류 때문에 자동차 한 대 살 수 없고, 다른 곳으로 이주를 한다고 해도 불안에 떨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포이동 주민들은 이러한 문제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투쟁해왔다. 2007년에 임대아파트 이주 제안이 있었지만 마을을 지켜왔던 이유는 ‘이 곳에 살겠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상당수의 주민들이 강남구의 재활용쓰레기를 수집하는 노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수십년간 만들어 온 공동체를 벗어나 살 수 없는 사정 때문이기도 하다. 아이를 마을에 맡기고 일하러 나가던 가장이 포이동을 떠나 어떻게 살 수 있을 것이며, 폐지와 고물을 모아 생계를 유지하던 사람들이 어디로 이주해 어떻게 살 것인가? 현재 강남구청과 서울시는 화재피해를 입은 주민들에게 임대아파트를 주겠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이것은 또 한 번의 강제이주 계획에 불과하다. 포이동에 살던 주민을 화곡동으로 옮겨놓으면 주거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인가? 가진 것 없는 사람들에게 유일한 사회안전망이었던 마을 공동체가 없어지고 생계가 막막해지는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러한 문제는 주거빈곤층 뿐만 아니라 많은 뉴타운, 개발지역에서 맞닥뜨리는 중대한 문제다.

강남구와 서울시는 주거복구의 책임을 직시하라!

화재의 주범은 열악한 주거환경을 방치하고 무대책으로 일관한 서울시와 강남구청이다. 판자촌은 언제나 화재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판자로 지어진 집이라는 특성과 작은 집들이 서로 벽을 기대어 서 있기 때문이다. 마을 주민들은 서울시와 강남구청에 환경개선을 계속 요구해 왔다. 뿐만 아니라 초기 진화할 수 있었던 첫 발화 때 출동한 소방차는 고작 한 대였다. 불이 번지기 매우 쉬운 판자촌의 화재에 제대로 된 초기 대응조차 없었다.
화재 이후 주민들에 대한 대응 역시 문제가 많다. 지금까지 주거권을 인정받지 못해왔기 때문에 주민들이 마을을 떠나지 않으려는 데도 ‘인근 초등학교로 임시숙소를 마련하겠다. 이곳에 오지 않으면 이불을 옮겨갈 수 없다’는 옹졸한 태도를 보였다. 그 덕분에 마을 주민들은 화재 첫 날 맨 땅에서 파지를 덮고 자야했다.

연대의 힘으로 주거빈곤층의 승리를 만들자!

지난 화재 이후 ‘포이동 266번지 사수대책위’와 다양한 사회시민단체가 모여 <포이동266번지 주거복구 공동대책위원회>(포이동주거복구공대위)를 발족했다. 포이동주거복구공대위는 초기 대응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포이동화재 대응의 진상을 규명하고, 포이동 주민들의 주거공간이 이 자리에 확보될 수 있도록 강남구청과 서울시에 맞서 싸울 것이다.
우리는 포이동의 투쟁을 시작으로 다시 한 번 주거의 권리에 대해서 이야기해야한다. 돈 없는 사람이 도심에서 사는 것을 두고 보지 못하는, 땅과 집을 돈으로만 보고 돈이 없는 사람은 살고 있던 공간마저 빼앗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이 땅의 자본주의에 맞서 싸워야 한다. 포이동과 같은 상황을 겪고 있는 지역은 또 있다. 지난 겨울 화재 이후 여전히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는 산청마을, 근린공원을 조성하겠다며 30년 산 주민들에게 행정대집행 계고장을 붙이는 상황인 화곡본동. 우리는 가난한 노동자들이 군락을 이루고 어디에서든 살아야했던 남한사회의 뼈아픈 과거에 대해 생각하고, 집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임을 밝혀야 한다. 포이동으로 향하는 연대와 승리가 전체 주거빈곤층의 승리로 번져나갈 수 있도록 투쟁하자.
태그

빈곤 , 주거 , 주거권 , 화재 , 포이동 , 강남구 , 강제이주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사회진보연대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