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미디어운동연구저널 Act!

[ACT! 78호] 우리가 만드는 우리 모두의 방송 <복지갈구화적단>

석보경 퍼블릭액세스네트워크 활동가

[편집자 주]> <복지갈구화적단>은 부산, 대구, 청주, 익산 등 여러 지역 시민들이 자신들이 생각하는 복지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담은 5~10분의 영상들을 매주 수요일 팟캐스트에 공개하는 영상 제작단이다. 는 새로운 채널 발굴과 제작자 네트워크 활성화를 꿈꾸는 <복지갈구화적단> 코디를 담당하고 있는 석보경 퍼블릭액세스네트워크 활동가를 만나서 이야기를 들었다.


  석보경 <복지갈구화적단> 및 퍼블릭액세스네트워크 코디네이터,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사무국원
준혁: 2000년 퍼블릭 액세스 법제화 이후 많은 성장과 한계 속에서 <복지갈구화적단>(이하 화적단)이 만들어진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화적단의 탄생 배경을 소개해주세요.

보경: 2000년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방송법에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이 제도화 됐고, 그 이후에 <열린 채널>을 비롯한 많은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이 생겼어요. 위성방송이랑 지역 종합유선방송(SO), 지역 MBC 같은 지역 지상파 방송에도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이 만들어졌고, 지역 미디어센터도 많아졌고요. 그걸 기반으로 퍼블릭액세스를 할 수 있는 혹은 미디어를 다룰 수 있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났고, 그 사람들에 모임인 ‘퍼블릭액세스네트워크’(이하 액세스네트워크)가 만들어졌어요.
액세스네트워크는 2005년에 만들어졌고, 다양한 활동을 했어요. <열린 채널> 파행 운영을 비판하는 ‘닫힌 채널’ 활동도 하고, 알티비(RTV) <액션브이(액션V)>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활동에 대해 지역 미디어 활동가들이 직접 말하는 활동도 했고, 수차례 워크숍도 진행했어요. 다만 2008년 이후, RTV와 미디어센터가 어려움을 겪었고,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예산도 줄어들면서 액세스네트워크 활동 빈도 역시 드물어졌어요.
그러다가 뭘 좀 해보자라는 얘기가 나온 건, 익산공공영상미디어센터에서 시청자참여프로그램 관련 연구 사업의 일환으로 워크숍을 진행했는데, 이게 대성황이었어요. 몇 년 동안 모이지 못했던 사람들이 많이 모였죠. 오랜만에 뭘 하니까. ‘아, 사람들이 아직도 퍼블릭액세스에 관심이 많구나.’하는 생각을 했어요. 마침 그 시기에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지원 예산이 대폭 깎였고, 그 워크숍에 모인 사람들 사이에서 예산 삭감에 대해 뭔가 해봐야하지 않냐는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왔죠.
그러다 “액세스네트워크가 다시 필요하다.”라는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그 사람들이 모여 작년 2월쯤 액세스네트워크 회의를 했는데 그때 액세스네트워크가 필요한가, 뭘 할 수 있는가에 대해 얘기했어요. 지금까지처럼 각자 활동을 공유하는 것도 좋고, 새로운 정책을 만들고 공유하는 것도 필요하긴 한데, 뭘 중심으로 가는 게 좋겠냐는 고민을 했을 때 ‘콘텐츠’ 중심으로 가는 게 좋겠다는 얘기가 나왔고요.
콘텐츠 중심으로 가면 콘텐츠를 제작할 사람이 있어야 하고, 제작자를 지원할 수 있는 제도도 필요하고, 플랫폼이 있어야 콘텐츠가 퍼져나갈 수 있고 하니 그러한 것들을 함께 고민할 수 있다는 얘기를 했어요. 그래서 플랫폼과 제도, 제작자들을 엮어줄 수 있는 사업들을 고민하다가 화적단 프로젝트를 하게 된 거에요.

준혁: <복지갈구화적단>이라는 이름을 짓게 된 이유는 뭔가요?

보경: 이름을 뭘로 지을까 한참 고민하다가……. 잘 기억이 안 나는데, 회의에서 이름을 짓다가 ‘복지’라는 키워드를 넣고, 그 다음 강요, 갈구, 요구 같은 단어를 생각하다가 ‘도적떼’가 따라 나오고, 결국, 화적단이 됐어요. 화적단에서 ‘화’는 영상과 영화를 뜻하는 그림 화(畵)자로 복지에 관한 이야기를 영상으로 표현하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를 부여했어요.

준혁: 화적단이 갈구하는 복지란?

보경: ‘복지’를 선택한 이유는 그 키워드가 쉽기 때문이죠. 사람들에게 우리 뭔가 만들어보자 얘기해볼 때 제안하고 제안을 동의하기도 쉬운 소재이고, 모든 사람이 영향을 받고 있고, 관심을 갖는 소재잖아요. 복지의 뜻이 뭘까 찾아봤는데, ‘행복한 삶’이예요. 우리가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뭘 해야 할까? 정말 많은 얘기를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지역마다 사정이 다 다르다고 해도 결국 우리 모두는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하고, 그러기 위해 필요한 여러 가지가 있고, 그래서 우리는 복지를 갈구하는 거죠.

준혁: 정치권에서 말하는 ‘복지’와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보경: 정치권이 얘기하는 복지는 단지 공약이잖아요. 그러니까 시혜적이고, 있어 보이는 조치 위주로 정책을 짜게 되죠. 그런 거 말고, 우리가 직접 우리의 복지에 관해서, 행복하게 살려면 어떤 것이 필요하다는 걸 직접 얘기하려고 해요. 풀뿌리로부터의 복지를 얘기하는 거고 그게 정책에 영향을 미치기를 원하는 거죠. 그래서 진짜, ‘시민들은 이런 복지를 원한다!’라는 걸 담은 영상들을 만들려고 하는 거예요.

준혁: 티저 포스터 네 장도 그런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 같아요.

보경: 정리해고와 비정규 노동 문제를 상징하는 쌍용차, 모두가 시달리는 물가 이야기인 배추 값, 후쿠시마 사고 이후 불안이 높아져가는 핵발전소, 그리고 왜 로또 말고는 삶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지에 대해서 우리가 직접 이야기 할 수 있다는 의미로 네 가지 포스터를 시리즈로 만들었어요. 잘했다고 칭찬도 받았습니다.(웃음)

  <복지갈구화적단> 티져 포스터


준혁: 화적단이 플랫폼으로 팟캐스트를 선택한 이유는 뭔가요?

보경: 팟캐스트가 될 거 같아서요.(웃음) 2011년 3~5월쯤에 부산에 미디토리에서 운영하는 지역에 인디밴드를 소개하는 <인디야>라는 프로그램이 1만 다운로드를 넘겼어요. 그래서 축하파티도 하고. 1만 명이면 꽤 많은 사람들이거든요. 콘텐츠를 전국으로 유통시킬 수 있는 플랫폼에 대해 고민을 하던 차였는데, 부산의 활동가가 이게 가능성이 있다, 이걸로 가자고 하셔서 엉겁결에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팟캐스트가 뭔지 그 때까지 몰랐거든요. 사실 저희가 방송사에 채널을 내놓으라고 할 여건도 안 되고, 기존 지역의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이나 알티비(RTV)를 채널로 삼기에는 한계가 좀 있고. 그래서 선택지가 많지 않았어요. 우리에겐 인터넷 밖에 없는가, 그렇다면 인터넷 언론처럼 플랫폼을 만들어야 하나 했었는데 그 때 팟캐스트 얘기가 나왔던 거예요. 이후 <나는 꼼수다>가 엄청나게 히트를 쳤고, 지금은 <나는 꼼수다>의 영향으로 팟캐스트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고, 그를 기반으로 한 방송들이 엄청나게 많아졌지만 당시로서는 실험이었죠.
다시 생각해 보면 꽤 괜찮은 결정이었던 것 같아요. 스마트폰 2000만 시대라고 하잖아요. 이럴 때 인터넷과 모바일을 모두 기반으로 하고 있는, 전국 어디서나 언제든 많은 시민들이 시청할 수 있는 채널을 갖는다는 것은 꽤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게시판 댓글 등을 통해 플랫폼 안에서 시청자와 제작자의 소통 또한 가능하고요. 이후에 진행 될 공동체 채널과 관련한 운동에 있어서도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준혁: 화적단은 어떻게 운영되나요?

보경: 기본적인 결정은 각 지역의 활동가들이 모두 오시는 퍼블릭액세스네트워크 회의에서 하고요, 세세한 결정들은 편성팀하고 운영팀 회의에서 진행되고요,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사무국에 있는 제가 편성팀과 운영팀 회의 그리고 전체 회의와 연락책을 담당하며 조율을 하고 있습니다.
편성팀에서는 지역에서 제작될 콘텐츠의 주제, 기획, 상황의 시의성 등을 고려하여 일주일에 한번 올라가는 콘텐츠를 편성하고 있고요, 여기에는 저랑 대구, 부산, 청주, 전주, 부천의 활동가가 모여서 논의를 합니다. 또 운영팀은 익산의 활동가 분과 프로젝트 홍보 담당 활동가, 제가 들어가고요, 여기서는 화적단 콘텐츠의 의미화와 후속 작업, 프로젝트가 잘 돌아가게끔 돈이라든가 방향이라든가 이런 게 어떻게 배치되어야 할지 등을 얘기하게 될 것 같아요. 콘텐츠 제작은 각 지역에서 시민들과의 논의와 소통을 통해 이루어지고요, 그렇게 제작된 콘텐츠를 웹하드에 올려주시면 부천영상미디어센터에서 인코딩해서 팟캐스트와 블로그에 업로드하는 작업을 해 주세요. 일이 많을텐데도 흔쾌히 까지는 아니지만 어쨌든 받아주셨어요.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사무국이 예산이 있거나 인력이 많거나 하지 않거든요. 하지만 실제로 화적단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돈이나 사람이 필요한 게 사실인데, 이런 얘기를 회의 때 하게 되면 지역에서 가능한 수준에서 예산이나 일들을 나눠 주세요. 시그널 영상은 익산에서 만들어 주시고, 티져영상은 부산에서 만들어 주시고, 홍보물 인쇄비도 여기저기서 나눠 맡아 주시고. 그래서 이게 단순히 사무국의 일이 아닌 모두가 함께 만들어 가는 프로젝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뭐, 단순히 제가 해야 할 일이 줄어서 그런 건 아니고.(웃음) 이게 누구 한명이 ‘이렇게 저렇게 해!’ 라고 해서, 하기 싫은데도 그냥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하는 사업은 아니거든요. 지역에서도 화적단에 결합할 때 자기 지역의 목표를 갖고 가고 있고요. 예를 들어 우리 지역은 제작단이 없으니 만들어 보겠다거나, 제작자 네트워크를 꾸리겠다거나, 혹은 방영할 채널로서 이용하겠다거나 하는 목표를 함께 공유하면서, 전국의 활동가들이, 시민들이 논의하고 자발적으로 역할 분담해서 만들어 가는 프로젝트잖아요. 그 자체로도 꽤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계속 그렇게 돼야 할 테지만.

준혁: 전국적인 네트워크가 필요한 이유는 뭔가요?

보경: 지금 우리는 풀뿌리제작자네트워크 형성이 제일 중요한 목표에요. 지역에서 뭔가를 만들어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네트워크화 돼서 뭔가를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거죠. 그런데 이런 풀뿌리네트워크들이 지역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네트워크들과 관계를 맺고, 공동으로 해야 하는 일들이나 공동의 정책 방향을 생각해야 할 필요도 있잖아요. 퍼블릭 액세스 관련 예산이 깎였다거나, 우리 동네에 다른 동네랑 비슷한 일이 생겨서 조언을 듣거나 함께 연대해야 한다거나 하는 일들. 지역 안에 있으면 지역 내 활동만 생각하게 되는데, 우리에게 공동으로 대응해야 되는 사안들이 끊임없이 존재하니까. 그리고 또 다른 사람들과 만나서 나를 점검하고, 활동에 참고도 할 수 있고요.

준혁: 화적단의 편성 전략은 뭔가요?

보경: 기본적으로는 지역의 시민들이 직접 얘기하는 지역의 복지 이슈에 관한 콘텐츠들로 채워질 예정이고요. 이 지역에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닌 전국적으로 함께 이슈화 시켜 보고 싶은 얘기들, 지역에 있는 복지 관련한 대안이 될 수 있을 만한 사례들, 주류 언론에서 담지 못하는 소소하고 일상적인 시민들의 복지와 관련한 콘텐츠들이 방영이 될 것 같아요.
그렇다고 딱 참여할 수 있는 지역들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고요, 누구나 자신들의 복지와 관련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있다면 함께 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복지와 관련한 이야기인 만큼 소재는 무궁무진하잖아요.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모여진 콘텐츠를 통해서 지역의 복지정책에 대한 개선, 전국적 복지 정책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할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이를테면 1화로 나간 밀양의 송전탑 문제는 결국 신고리핵발전소 때문에 발생한 문제잖아요. 지금 영덕, 삼척에도 발전소 건설 계획이 있고, 고리핵발전소는 뉴스에서도 끊임없이 문제가 되고 있고. 그런데 부안 이런 데는 시민발전소 같은 것도 있단 말이에요. 이런 것들이 지역에서만 얘기되는 것이 아니라 전국적 채널을 통해 방영 되었을 때 이런 내용이 시민들 사이에 논의가 될 수도 있고, 관련된 지역들 간의 네트워크나 연대가 가능할 수도 있고, 그 시민들이 원자력 발전을 기반으로 한 정책에 대한 제안도 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러한 논의가 될 수 있는 소통의 장으로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준혁: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알려주신다면?

보경: 일단 콘텐츠를 일주일에 하나씩 꾸준히 펑크 내지 않고 방송할 예정이고요. (웃음) 지역마다 다른 이슈들이 방영될 건데, 지금은 일단 4, 5월 2달의 주제들만 확정되어 있어요. 생각나는 건 장애인 이동권 문제, 혁신학교에 대한 이야기, 구미 KEC 정리해고 문제, 삼척의 핵발전소 문제, 강원도 골프장 건설과 관련한 내용, 엄마들이 만드는 보육과 관련한 문제 등이 방영될 예정입니다. 여건이 된다면 지역에서 화적단의 영상들을 함께 보는 상영회를 계획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 미정이고요. 제작자대회는 할 예정입니다. 각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대학생, 아주머니, 할아버지 등 시민제작자들이 다 모여서 서로 얼굴도 확인하고, 제작한 영상도 보고 할 생각이에요. 올해 8월 31일~9월 1일(금~토) 익산에서 진행할 예정이죠. 영상제도 하고 힐링 프로그램도 하고 시상도 할 생각이에요. DVD발행은 제작자 워크숍 뒤에 시작할 계획이고요.

  <복지갈구화적단> 로고


준혁: 퍼블릭 액세스 활동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은 많아졌지만, 퍼블릭 액세스의 미래가 장밋빛만은 아닌데요, 고민이 있다면?

보경: 방송법 시청자참여프로그램 관련 조항은 2000년에 제정됐고, 미디어센터는 2002년 미디액트를 시작으로 10년 사이에 30곳 정도로 늘어났어요. 2005년에 액세스네트워크가 생겼고요. 하지만 보완이 필요한 방송법 조항은 초창기 제도 그대로 아직 남아있어요. 예산의 문제, 심의의 문제, 퍼블릭 액세스와 관련한 지원이 채택료뿐인 문제 등도 여전히 남아 있고요. 2009년 이후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은 예산은 계속 줄어들고 있고, 심지어 이제는 방송사 자부담도 있는데, 그렇다고 프로그램 자체가 아예 적어지진 않았어요. 그렇다는 건 액세스와 관련한 수요가 방송사에도, 시민들에게도 있다는 거예요. 예산은 적어지는데, 시청자참여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들은 훨씬 많아진 거죠. 미디어센터 등을 통해 미디어로 액세스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은 계속 생기는데 예산은 계속 줄어드는 건 문제가 되잖아요. 그리고 액세스 프로그램에 대한 심의문제 여전히 있고요.

준혁: 퍼블릭액세스 활동이 중요한 이유는?

보경: 퍼블릭 액세스란 쉽게 얘기하면, 기존 방송사가 독점하고 있는 미디어를 통한 발언권을 시민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단순히 이 사람이 얘기하는 걸 내가 듣는 게 아니고, 함께 얘기할 수 있는 게 퍼블릭 액세스인 거예요. 제가 이주노동자 관련 활동도 하는데, 한국이 ‘다문화사회’라고 말들 하잖아요. “우리는 하나!”, “우리는 외국인 노동자와 친구” 거짓말이죠. 이주 노동자의 모습이 미디어에 드러나지도 않고, 이주노동자들이 직접 발언할 수 있는 권리도 주지 않는데. 게다가 발언할 수 있는 자리도 없고. 발언할 틀도, 발언할 시간도 없죠. 이주 노동자의 이야기를 직접 듣지 않는데 어떻게 소통이 되고 다문화사회가 만들어지겠어요. 퍼블릭 액세스도 마찬가지인 거 같아요. 미디어를 나의 의견을 발언할 수 있는 장이 되게 하고, 방송사가 아닌 누구나 그런 권리를 가질 수 있어야 소통이 되잖아요. 그래야 누구나 이 사회에서 오해 받거나 차별받거나 소외받지 않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퍼블릭 액세스는 중요하죠.

준혁: 새로운 채널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는데?

보경: 한 지역에서 만든 이야기가 그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는 경우가 많죠. 예를 들어 부산에서 제작한 고리 원자력발전소와 관련된 얘기는 삼척이나 울진, 영덕 상황과 겹치는 것처럼 지역 이슈가 전국 이슈가 될 수도 있어요. 그런데 어느 한 지역에서만 프로그램을 방송하면 이런 한계를 해결할 수는 없죠. 그래서 이런 지역 이슈들을 다른 지역에도 보여줄 수 있는 전국적인 채널을 만드는 게 목표에요.
지금 이용할 수 있는 채널들로는 방송법에 규정된 KBS <열린 채널>, 지역 SO의 시청자참여프로그램, 그리고 RTV와 공동체라디오 등이 있어요. 그리고 법에 보장되어 있지는 않지만 지역 엠비씨(MBC)도 편성을 하고 있고요.
하지만 한계가 있죠. 일단 방송사에 자의성이 굉장히 크고, 채널이긴 한데 우리의 채널이 아닌 방송사의 채널이기도 하죠. 소통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법에 보장되어 있으니까 그냥 틀어주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요. 또 최근에는 엠에스오(MSO)가 자신들 마음대로 방송 권역을 설정하는 문제도 생겼고요. 무엇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예산을 매년 삭감하면서 계속 꼼수를 쓰기도 해요.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예산은 줄이면서 실적이 줄면 안 되니까, 50주 편성 프로그램을 36주로 줄이는 게 단적인 사례예요. 그러면 분배되는 예산은 비슷해지니까요. 이밖에도 심의와 관련한 문제들도 있고요.
미디어교육, 미디어센터 등 미디어 활동은 미디어활동은 채널이 필요해요. 내가 뭔가 만들어서 뭔가를 얘기하고 싶을 때 통로가 플랫폼이고 채널이죠. 지역 SO가 플랫폼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한계가 있고, 방송사 사정에 따라서 시청자프로그램도 없어지는 적도 많아요. 예를 들어 부산MBC에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은 최근 프로그램 자체가 없어졌어요. 이 외에도 시청자참여프로그램으로서 기능을 못하거나, 대학과 컨소시엄을 맺어 그 대학 영상들을 방영하는 경우도 많아요.
채널이 없으면 미디어교육의 경우 교육으로만 끝나게 돼요. 물론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채널이 있으면 교육 참여자들이 더 많은 시도를 해볼 수 있어요. 자기 의견을 표현할 수 있고, 영상을 만들 수 있고, 채널을 운영할 수도 있고요. 미디어센터에서 하는 활동들도 좀 더 다양하고 풍부해질 수 있죠. 시민들의 발언권들을 높이기 위해서도 방송사와 정부에 구애 받지 않는 채널이 필요해요.

준혁: 10년 간 진행되어온 액세스운동 속에서 화적단의 역할과 의미를 생각해본다면?

보경: 액세스 활동을 10년 동안 하면서 미디어로 제작할 수 있는 시민제작자로 불릴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이제 화적단을 통해서 시민제작자들을 모으고, 채널을 운용할 수 있는 실험을 해보고, 아래로부터의 복지 이슈를 위로 올리는 행동들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번 기회를 통해 전국적인 제작자모임인 퍼블릭액세스네트워크도 좀 더 활성화될 수 있는 기회가 될 거 같고요. 그런 차원에서 화적단이 하려는 실험은 크고 중요한 거 같아요.

준혁: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보경: 잘 됐으면 좋겠고요, 잘 될 거라고 믿고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된다면 더 좋을 것 같고요. 화적단과 함께 하고 싶은 분들은 언제든지 연락주시면 좋겠고, 관심을 갖고 봐주시길 바라요. 영상들 재밌어요. 관심을 가지고 많이 봐주시면 좋겠어요. □


* 복지갈구화적단 찾아오는 길
- 페이스북 http://www.facebook.com/Hwajuck
- 블로그 http://www.facebook.com/Hwajuck
- 트위터 @hwajuck
- 이메일 panetwork@hanmail.net


<복지갈구화적단 - 너희 동네 살만 하니?> 소개

전 세계적으로 경제 상황이 악화되고, 비정규직이 점점 증가하며, 사회 인프라의 민영화가 가속화되면서 삶의 안정을 확보하는 일이 개인의 책임이 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복지’는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하지만 사회 구조 및 정책적인 차원에서의 복지와, 개인의 삶의 차원에서의 복지는 종종 분리되어 이야기되며, 이를 통해 복지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왜곡된다. 구조적인 차원에서만 이야기되는 복지는 정치 싸움을 위한 논리로 변질되기 쉬우며, 개인적 차원에서만 이야기되는 복지는 단순히 가난한 사람을 구제하는 시혜적인 복지로 귀결되곤 한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 삶의 불안은 사회적 상황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따라서 진정한 복지 정책은 삶의 안정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에서 나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들 각자가 느끼는 불안이 뭔지, 자기 삶에 어떠한 복지제도가 필요한지에 대한 생각이 공유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한 지역의 주민들, 더 나아가 전국의 시민들이 자기가 가진 문제를 드러내면서 우리가 가진 문제가 서로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인식할 때, 비로소 삶의 문제를 각자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모여 사회의 변화를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시민들이 스스로 사회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하는 것은 퍼블릭액세스 운동의 중요한 문제의식이기도 하다. 퍼블릭액세스 운동이란, 지역 주민들이 자기 삶의 문제에 대한 영상을 만들거나 라디오를 제작하여, 이를 지역 방송국을 통해, 혹은 (시민방송 RTV나 KBS <열린 채널> 등의) 전국적 채널을 통해 방송되도록 하는 활동이다. ‘퍼블릭액세스네트워크’에 속한 주체들은 지금까지 각자가 속한 지역에서 이러한 활동을 이어 왔으며, 그 결과로 자기 지역의 이야기를 다루는 콘텐츠를 제작하고자 하는 다수의 풀뿌리 시민제작자들이 생겨났다. 하지만 시민제작자들의 욕구가 점차 증가하는 것에 비해 콘텐츠를 방영할 수 있는 채널(시청자참여프로그램 등)은 과거에 비해 더 이상 늘어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이번 <복지갈구 화적단> 프로젝트의 목적은, 이러한 지역의 풀뿌리 시민제작자들을 한데 모으고, 이들과 함께 지역의 관점에서 본 복지 문제에 대한 콘텐츠를 생산하여, 요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팟캐스트(Podcasts)라는 채널을 통해 이 콘텐츠들을 전국적으로 유통시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복지 문제에 대한 시민 개개인의 인식을 사회적으로 공유함으로써 복지 제도의 필요성과 방향에 관한 아래로부터의 요구를 만들어 내는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퍼블릭 액세스 운동에 있어서도, 지금까지 흩어져 있었던 풀뿌리 제작자들이 각자의 지역 내에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이를 근간으로 전국적 네트워크는 더욱 더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이러한 대안 채널을 만들어 보려는 움직임은 지역 혹은 전국적 차원에서의 퍼블릭 액세스 채널 운동에도 영향을 미쳐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의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다.

⑴ 전국적 복지 이슈의 제기

전국민 우울증의 시대, 1%의 특권층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행복하지 않는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복지’는 중요한 키워드가 된다. 지역에서의 ‘복지’ 이슈에 관한 콘텐츠 제작은 우리지역의 복지 수준 및 문제점 등을 공론화 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것이며, 이것의 전국적 유통은 지역에서의 복지 이슈가 단순히 지역에 국한된 일이 아님을 보여줄 것이고 또한 전국적 이슈가 우리 지역과 전혀 상관없는 일만은 아님을 알게 해줄 것이다. 이러한 풀뿌리에서부터의 복지에의 요구를 다룬 콘텐츠의 축적, 이슈의 확산은 올해 대선 및 총선에서의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여 한국 사회가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하는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

⑵ 전국적 콘텐츠 배급 채널 형성

방송통신위원회 출범 이후 계속되는 시청자참여프로그램 관련 지원금 삭감과 2011년 시청자참여프로그램 편성 방송사 자부담 신설로 인해 62개사까지 증가했던 시청자참여프로그램 편성 방송사는 올해 48개로 줄어들었고 편성 시간과 연간 사업 시행 주(週)수도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채널의 감소는 콘텐츠를 제작하고자 하는 시민들의 욕구를 약화시켜 결국 채널이 폐지되고, 채널이 사라지면서 시민들의 욕구는 더욱더 약화되는 악순환을 낳을 것이다. 이에 올해의 화두로 떠오른 팟캐스트를 통한 콘텐츠 발행과 웹사이트 구축을 통한 전국적 소통 및 아카이빙 기능을 실현하여 제작된 콘텐츠가 유통될 수 있는 전국적 채널을 확보한다. 이를 통해 콘텐츠는 지역의 액세스채널을 통해 지역 내에 복지 의제를 확산시킬 뿐 아니라 전국적 유통망을 통해 배급함으로서 지역의제의 전국화와 피드백 구조를 형성할 수 있다.

⑶ 풀뿌리 제작자 네트워크의 형성

지난 10년간 미디어센터의 설립, 미디어 교육, 퍼블릭액세스, 지역 공동체 상영 등 다양한 미디어 관련 활동들을 통해 지역에는 미디어를 갖고 자기를 표현하고 나아가 사회적 의제를 공론화 하려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욕구들은 단발성으로 그치거나, 욕구는 있지만 지원이 없어 포기하거나, 꾸준히 콘텐츠 제작을 한다고 하더라도 지역 액세스 채널의 축소 등으로 배급 통로가 사라져 피드백 구조가 없는 자기만족에 그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다보니 지역에서 어떤 행동을 함께 할 사람들을 찾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복지 이슈에 관해 지역 공동 제작을 제안함으로서 지역 미디어 제작자들의 네트워크를 형성,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지역 안에서 사람을 발굴하고 활동을 기획해보는 실험을 계속할 수 있도록 만든다.

⑷ 전국 네트워크 재조직화 및 관련 정책 제안

지역에서의 대안 미디어 활동과 전국적인 채널의 확보는 우리 지역의 다른 사람들과 만나고자 하는 욕구, 다른 지역에 사는 나와 비슷한 작업을 하는 사람들과 만나고자 하는 욕구로 표출되어, 잠시 침체되어 있던 퍼블릭액세스네트워크에는 사람이 다시 모이고 사람들 안에서 다시 동력을 확보하여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움직임은 다시 지역의 퍼블릭액세스 채널 운동에도 영향을 미쳐 점차 감소되어 가는 지역의 채널들, 시청자참여프로그램들을 복원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아울러 정책 제안을 통해 전국적인 대안 미디어 관련 정책을 시민의 커뮤니케이션 권리를 확대시키는 방향으로 개선시키기 위한 노력도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태그

퍼블릭액세스 , 팟캐스트 , 동네 , 복지갈구화적단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인터뷰 진행 및 정리: 준혁(ACT! 편집위원회)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