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미디어운동연구저널 Act!

[ACT! 79호 미디어인터내셔널] 일본 독립 다큐멘터리 감독 유미코 하야카와를 만나다.

[편집자주] 4월 초 일본에서 메일이 하나 날아왔다. <굿바이 UR - 일본 공공주택의 위기>(2011)라는 다큐멘터리를 들고 서울국제여성영화제를 방문하는 일본 독립다큐멘터리 감독으로부터 한국의 독립 미디어 활동가들을 만나고 싶다는 문의 메일이었다. 항상 원고꺼리에 굶주려 있지만 특히 미디어인터내셔널 원고 후보에 좀 더 굶주려 있는 ACT! 편집위원회에서는 옳다 커니! 바로 원고 구상에 착수했다. 한국의 독립 미디어 활동에 관심을 가지는 분이니 만큼 분명 일본의 독립 미디어 상황에 대해서도 따끈따끈한 소식원이 되어 주리라. 이렇게 하여 우리는 지난 4월 23일 서울을 방문한 유미코 하야카와 감독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랫동안 한국과 일본 미디어 활동가들의 네트워크 구축에 힘써온 박도영 활동가와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사무국의 재환, 나비, 보경 활동가, 그리고 독립다큐멘터리 감독 지민 등이 (각자의 스케줄에 따라 오며 가며) 자리를 함께 했다.

  유미코 하야카와 감독
유미코 하야카와 감독은 6년 전에 직장생활을 하면서 막연히 저널리스트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는데 당시 오마이뉴스 재팬이 시작된다는 소식을 라디오에서 듣고 시민미디어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오마이뉴스 재팬에 기사를 기고하기도 하면서 시민미디어에 대한 관심을 키워갔다. 이후에 직장을 그만두고 영국으로 가서 저널리즘을 공부하게 되었는데 거기에서 비디오카메라로 처음에는 장난삼아 영상을 찍기 시작하다가 점점 몰두하게 되면서 첫 다큐멘터리 <런던 국회의사당의 평화시위>(2009)를 완성하게 된다. 이 작품으로 그녀는 일본언론인협회의 신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는데, <굿바이 UR - 일본 공공주택의 위기>(2011)는 그녀의 두 번째 작품이다. 현재 Petite Adventure Films라는 제작사를 차리고 다큐멘터리도 제작하고, 도쿄에 있는 시민미디어센터 MediR 등에서 미디어교육도 하면서 활동하고 있다. 특별히 소속된 단체는 없지만 독립미디어활동가들,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들, 반핵 그룹, 반전 그룹, 센다이 미디어센터 등 여러 네트워크에 소속되어서 영상 제작이나 글 기고 등을 하고 있다.
이번 인터뷰는 서로 한국과 일본의 시민 미디어 및 독립 미디어 상황에 대해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대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 * * * * * *


ACT! : 일본 동북부 지역에 지진이 발생한 지 1년이 지났다. 작년에 ACT!에서도 센다이 미디어센터 소식을 다룬 적이 있는데 센다이 미디어센터 상황은 지금 어떤가?

유미코 하야카와 (이하 유미코) : 현재 약 100명 이상의 사람들이 센다이 미디어테크에 시민 미디어 참여자로 등록해 활동하고 있다. 반은 지역 주민, 반은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들로 이루어져있다.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센다이 미디어테크 홈페이지에 링크시킨다. 나는 4-5개 정도의 영상을 올렸다.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라디오든 비디오든 자신이 원하는 매체를 통해 소식을 기록하고 공유할 수 있다. 나는 영화 파트에 등록해서 활동했다.

ACT! : 지진 이후 요즘 일본에서는 이슈가 무엇인가?

유미코 : 후쿠시마 원전 사고 1주년 기념 기사들이 여기저기서 많이 보도되긴 했지만 이후 사회적 관심은 많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사람들이 적응하고 있는 모습은 정말 놀랍기까지 하다. 뉴스에서는 이제 마치 기상 예보하듯 전국 지도를 펼쳐놓고 각 지역에 방사능 수치가 얼마라는 식으로 안내하면서 안전하다고 말한다. (오늘의 방사능 지도 등)

ACT! : 도쿄에 있는 시민미디어센터 미디알(MediR)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가?

유미코 : 작년까지 워크숍을 운영하기도 했었고 나도 워크숍에 참여했었지만, 현재는 활동을 쉬고 있는 상태다. 나도 자세한 사항은 모르지만 전해들은 바로는 예산을 다 소진해서 현재는 안타깝게도 작은 공간을 빌려 장비들을 보관해놓고 활동은 잠시 접고 있다고 한다. 현재 도쿄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시민 미디어는 아워플래닛 TV(*주1)와 IWJ (Independent Web Journal)(*주2) 등이 있다. IWJ는 야스미 이와카미라는 프리랜서 저널리스트이자 유명한 TV 논설위원에 의해 시작되었다. 기본 구조는 10-15개의 유스트림 채널을 마련하고 이를 시민 리포터들에게 개방하는 것이다. 일본 본토 북부의 로캬쇼 핵재처리 시설 문제라던지, 카미노세키, 오키나와 등 일본 어디에 있는 누구든 이 공간을 통해 자신들의 소식들을 알려낼 수 있다. 이밖에 아이폰과 유스트림 등을 이용해 1인 저널리즘을 하는 방법에 대한 교육을 많이 실시하고 있기도 하다. 이 두 가지가 현재 도쿄에서 활동하고 있는 주요 시민미디어들이라고 할 수 있다.

ACT! : 인터넷 말고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미디어는 무엇인가?

유미코 : 도쿄에는 케이블 방송사에서 운영하는 미디어센터들이 꽤 많다. 케이블 방송사에서는 시민들에게 시설을 개방하고 매주 약 15분-30분 정도 시민들이 만든 프로그램을 방영하는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다.

ACT! : 시민참여프로그램을 방영하는 것이 그들에게 의무사항인가?

유미코 : 그렇지 않다. 그래도 지역 주민들과 관계를 맺으려는 방송사들이 있다. 나도 무사시노 TV라고 우리 동네 케이블 방송사에서 운영하는 이런 프로그램에 소속된 적이 있는데 이런 미디어들의 대부분은 독립 미디어라고 부르기 어렵다. 미디어센터라기보다는 ‘문화 센터’와 더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시민들이 사회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으려고 하면 제작을 할 수 없게 한다. 일종의 매스미디어의 미니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ACT! : 내용에 대해 방송사로부터 허가를 받아야하는가?

  대한문 옆 쌍용자동차 분향소에서 방문 기록을 쓰고 있는 유미코 하야카와 감독


유미코 : 그렇다. 우리가 생각하는 미디어센터에서 하는 미디어교육이 아니라 그냥 문화센터 같다. 이 프로그램들에서는 대부분 지역의 좋은 음식점이나 학교 활동 등을 소개하는 정도에 그친다. 일본에서는 매년 이와 같은 미디어센터들이 모여 미디어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는데 작년에는 이 페스티발이 센다이 지역에서 열렸다.(메디페스트MediFest) 올해에는 니가타 현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이 페스티발에는 일본 노동넷이나 미디R 등 진보적 미디어센터들도 참가하고 있긴 하다.)

ACT! : 지금까지 시민미디어 상황에 대해 얘기를 나눠보았다. 일본의 독립미디어 상황에 대해서도 얘기해 달라. 일본에는 독립 다큐멘터리 제작자들이 많이 있는가?

유미코 : 히토미 카마나카라고 매우 유명한 여성 독립영화 감독이자 액티비스트가 있다. 그녀는 특히 로카쇼 핵재처리공장 문제에 관한 이슈를 다루었다. 영화제 등에서 여러 번 상영한 적이 있거나 미니씨어터에 개봉한 사람들로 따지면 현재 활동하는 사람들이 약 100여명 정도 되는 것 같다. 어제 인디다큐페스티발의 오정훈, 최민아 등과 얘기를 나눴는데 한국에서는 여성 독립영화 감독들이 많은 편이라고 하더라. 하지만 일본에서는 여성 독립영화 감독들이 비율로 따지면 전체 다큐멘터리 감독의 20% 미만 밖에 안 된다. 그런 점에서 한국이 여성 독립영화 감독들이 훨씬 많은 편이다.

ACT! : 젊은 독립영화 감독층은 많은 편인가?

유미코 : 별로 그렇지 않다. 일본에서는 60대 감독들도 매우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데 이들은 베트남 전쟁을 겪으면서 처음 운동을 해야겠다는 자극을 받은 분들이 많다. 하지만 한국의 88만원 세대와 같은 젊은 층들은 안타깝게도 너무 오랜 시간을 일하는 데 보내기 때문에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다. 반면 60대층은 은퇴 후 시간이 많기 때문에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것 같다. 또 젊은 층들은 자신의 일상에서의 행복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사회에 대해 무언가를 요구하거나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은 많지 않다. 그래서 (젊은 세대로 갈수록) 조용해지는 편이다.

ACT! : 안타까운 현실이다. 당신과 같은 연령대(30대 후반)는 상황이 어떤가?

유미코 : 반반인 듯하다. 어떤 이들은 젊은 층과 비슷하고 어떤 이들은 그래도 목소리를 내려한다. 나는 영화 만드는 법을 혼자 배웠다. 비디오카메라로 짧은 영상들을 만든 다음 유튜브에 업로드 하는 과정을 한 60편 정도 했던 거 같다. 나는 이런 방법으로 영화제작을 배웠는데, 보통 다른 사람들은 영화 전문학교나 대학교 영화학과에 들어간다. 거기에 들어가는 사람들은 보통 독립 영화감독이 되기 위해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영화나 방송업계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다. 또, 다큐멘터리 감독들은 방송 다큐멘터리로 돈을 번 다음에 독립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게 독립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온 전통적인 방식이다. 하지만 이젠 일본 방송에서 다큐멘터리의 자리는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예전에는 황금시간대에 편성되는 경우도 있었으나 지금은 새벽 1시에 편성되곤 한다. 예전에는 4-5개 하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들도 이제는 2-3개로 줄어들었다. 방송국에 그 이유를 물어본 적이 있는데 좋은 시청률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콘텐츠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스폰서의 압력이 크지 않아서 좀 더 유연하게 편성할 수 있기 때문에 한밤중에 편성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하더라. NHK에서 좋은 다큐멘터리들을 만들기는 하지만 NHK는 NHK 사람들하고만 작업을 하기 때문에 독립 제작자들이 그 서클에 들어가기란 불가능하다.

ACT! : 인터넷을 이용한 1인 미디어의 상황은 어떤가? 그런 사람들은 많은가? 아까 IWJ 얘기도 했지만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편인가?

유미코 : 그렇다. 하지만 1인 미디어의 문제는 전혀 편집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카이브를 이용하려고 다시 들어가면 영상 하나가 4시간이나 된다. 그런 방식도 중요하지만 어떨 때는 시청하기 힘들 때도 있다. 그런 방식은 독립 미디어를 만드는 초기 단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한편, 독립적인 미디어 제작을 유지하기란 너무 어렵다. 많은 이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작업을 하기 때문에 작업 기간이 오래 걸린다. 어떤 이들은 안타깝게도 작품을 끝마칠 기회를 놓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제작활동에만 전념하고 있는데 왜냐하면 친언니의 집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녁 식사 등은 내가 한다.(일동 웃음) 또 상영회에서 기부금을 받거나 DVD를 판매하는 방식으로 수입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나와 같은 경우는 드문 경우이다.

ACT! : 독립미디어활동가들의 네트워크가 있다고 들었다. 당신이 멤버이기도 하고. 이 네트워크는 어떤 활동들을 하는가?

유미코 : 보통 이 모임은 메일링 리스트로 운영된다. 이 모임의 이름은 콤라이츠(comrights)이다. 이 메일링리스트는 독립 저널리스트들의 활동과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 및 법 관련 소식을 얻는 아주 훌륭한 정보원이다. 우리는 정기적으로 만나는 것은 아니지만 일이 있을 때는 오프라인에서 만나기도 한다. 한편, 한국에서는 기자클럽 제도(*주3)가 없어졌다고 들었는데 일본에서는 여전히 매우 강력하게 존재한다. 하지만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들이 계속 항의해서 이제 몇몇 부처는 개방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참관 자격으로 참여할 수 있을 뿐 질문할 수는 없다. 또 아직도 들어가지 못하는 정부 부처들도 있어서 계속 싸우고 있는 중이다.

ACT! : 들어보니 일본의 독립 미디어 상황도 정말 열악한 것 같다. 일본에는 진보 언론이나 저널리즘이 많이 있는가?

유미코 : 그렇지 않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 이제 주류미디어의 정보가 믿을 수 없다는 사실은 모두에게 명확해졌다. 즉 이 미디어들이 일반 국민들을 위해 방송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프로파간다이며 광고 회사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는 사실 말이다. 신문과 방송은 아직도 원자력에 우호적인 논평가들을 기용하고 있다. 다만 최근에 반핵에 관한 정서가 높아지자 이제는 양쪽 견해를 모두 다루는 방식으로 좀 더 객관적인 것처럼 보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달라진 게 없다. 한국 상황을 잘 모르지만 주류미디어와 독립미디어 간에 서로 교류가 많은 것처럼 보인다. 일본에서는 주류미디어 사람들이 시민 미디어를 하찮게 본다. 마치 2류 저널리스트들인 것처럼 말이다.

ACT! :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대신 우리는 주류미디어와 대안미디어 활동가 간의 네트워크가 있기는 하다.

오재환 : 활동가간에 연결은 되어있지만, 주류미디어의 시민미디어 저널리즘에 대한 인식은 비슷한 것 같다.

유미코 : 일본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 사람들이 주류미디어에 대한 실망감이 커졌고 인터넷 등을 통해 대안적인 정보를 찾으려는 노력이 높아졌다. 그러다가 아워플래닛TV나 IWJ와 같은 방송들을 발견하고 대안미디어에 대해 알게 되곤 한다.

ACT! :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 대한 인상은 어떤가?

유미코 : 매우 인상 깊다. 일본에서도 도쿄 등에 여성영화제가 있는데 30-40편 정도의 영화만 상영할 뿐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상영하는 영화 작품 수도 많거니와 이벤트, 심포지엄, 콘서트 등 종류도 다양한 것 같다. 그래서 더 강력한 것 같다. 또 관객층도 더 젊은 편이다. 일본에서는 여성영화제 관객층의 절반 정도가 60-70대이다. 그녀들은 제1세대 페미니스트들이기도 하다. 페미니즘은 요즘 일본에서 점점 쇠퇴하고 있는 중이다. 사람들은 이제 별로 모험을 하기 보다는 그냥 공무원이 되고 싶어 한다.

ACT! : 내가 준비한 질문들에 대한 대답은 다 들은 것 같다. 한국 상황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는가?

유미코 : 나도 한국의 독립 다큐멘터리 제작자들의 상황이 궁금하다.

ACT! : 한국에서는 젊은 다큐멘터리 제작자들이 비교적 많은 것 같다. 최근에 이들의 네트워크가 만들어지고 있기도 한데 인터넷 커뮤니티의 가입자 수가 약 70명 정도 된다.

유미코 : 그들은 어떻게 다큐멘터리 제작자가 되는가?

ACT! : 미디어센터 출신들이 많다. 또 한국에서는 대학교에 영화학과가 정말 많다. 물론 영화학과 학생들 중에 다큐멘터리 제작자가 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대부분은 영화산업으로 진출한다.

유미코 : 그들을 독립 영화 제작자가 되게 만드는 동기는 무엇인가?

오재환 : 젊은 다큐멘터리 제작자들의 구성은 다양하다. 어떤 이들은 사회운동적 관심에서 다큐멘터리를 만들지만, 어떤 이들은 그냥 내 영화를 만드는 것에 더 관심을 가진다.

ACT! : 그리고 한국에는 영화제가 정말 많다. 한국 정부는 2000년대 이후부터 영화나 미디어 산업을 진흥하려고 엄청난 돈을 쏟고 있다. 그래서 전국적으로 영상미디어센터들이 지어지고 있기도 하다.

유미코 : 하지만 이해가 잘 안 되는 게, 미디액트에게 일어난 일은 그럼 어떻게 된 건가? 시민미디어를 그렇게 진흥하면 현 정부에게 위협이 되는 것이 아닌가?

ACT! : 현 정권 이후에는 시민미디어를 지원하던 예산이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퍼블릭액세스 프로그램들의 수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 또 정부 비판적인 메시지를 인터넷에 올려서 삭제되거나 체포되는 경우도 많다.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정부는 매우 강력하게 미디어를 통제하고 있다.

오재환 : 트위터에서 리트윗 해서 체포되기도 한다.

유미코 : 그래도 일본보다는 상황이 나은 거 같다. 여전히 사람들이 싸우고 있지 않나. 정부의 억압도 강하지만 사람들의 저항도 (일본보다) 강한 듯하다.

ACT! : 한국에서는 현 정치에 비판적인 정서가 사람들 사이에 많이 퍼져있다. 그래서 독립 미디어를 많이 만들어내는 것 같다.

유미코 : 독립영화 감독들이 영화제 말고 영화를 보여줄 수 있는 통로는 무엇인가? 일본에서는 영화제 경쟁이 치열해서 영화제에서의 상영 기회조차 많지 않다. 대부분은 지역 공동체 상영이나 미니씨어터에서 1-2주 아침 시간 상영 등을 통해 상영 기회를 갖는다.

ACT! : 여기서도 비슷하다. 그래서 신진 다큐멘터리 제작자들도 네트워크를 만들어서 상영기회를 넓히려고 하는 것이다. 주로 상영되는 기회는 영화제, 지역 상영회, 대학 상영회, 또는 대안 문화 공간 등을 통해서 하는 것이 전부다. 2007년에 독립영화 전용관이 세워지기도 했으나 정권이 바뀐 뒤 2년 만에 이곳의 운영진도 다른 사람들도 바뀌면서 정부가 통제하는 공간이 됐다.

오재환 : 이제 그 공간은 정치적 프로그램보다는 문화적 프로그램 중심으로 운영된다.

ACT! : 그래서 검열이 심해졌다고 말하는 것이다.

유미코 : 그런데도 선거 결과가 그렇게 나와서 안타깝다. 사람들은 여전히 정부를 지지하고 있지 않나?

ACT! : 그러게 말이다. 아무튼 현재 한국에서는 전국적으로 약 30-40개의 미디어센터들과 7-8개의 공동체 라디오 방송국, 그리고 약 5-60개 정도의 퍼블릭액세스 프로그램들이 운영되고 있다.

유미코 : 독립영화에 관한 기금 제도는 어떤가?

ACT! : 영화진흥위원회나 지역영상위원회 등 정부 지원제도들이 있지만 충분하진 않다. 그리고 몇몇 영화제들에서 지원하고 있기도 하지만 역시 충분치 않다. 그래서 한국에서도 감독들이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벌고 생계를 이어나간다. 한편 사회비판적인 시사프로그램들도 방송에서 많이 사라져갔다. 방송사의 사장들이 마음대로 바뀌기도 했다. 지금 MBC, KBS, YTN 등이 파업을 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유미코 : 한국은 방송에 대한 정부 통제가 강한 것 같다. 반면 일본에서는 정부보다는 도요타 등 거대 기업들에 의한 산업/자본의 통제가 매우 심각하다. 또 정치인보다는 행정부에서 일하는 관료들이 더 문제다. 일본에서는 수상이 매년 바뀔 만큼 정치인보다는 행정 관료들이 실세다.

ACT! : 그래서 지금 우리는 대선이 정말 걱정이다.

  ▲ 인터뷰를 마치고 한 컷! (왼쪽부터 유미코, 김지현, 도영, 오재환)


유미코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일본과 한국의 상황이 다른 점보다는 비슷한 점을 더 발견했던 것 같다. 상대적으로 한국이 더 운동이 살아있고 젊은 세대도 많다고는 하나 독립 미디어 활동가들이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는 것은 거기나 여기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하긴 독립 미디어 활동가들이 존재하는 이유 자체가 그런 열악한 구조를 바꿔내기 위한 것이니 당연한 건가? 아무튼, 이렇게 그녀와의 짧지만 즐거웠던 만남도 끝이 났다. □

* 주

1) 아워플래닛 TV(OurPlanet-TV)의 웹사이트 www.ourplanet-tv.org
- 아워플래닛 TV는 주류미디어의 9.11 관련 보도에 문제의식을 느낀 비디오 제작자들, 저널리스트들, 기타 미디어 전문가들이 모여 설립한 대안 미디어/비영리 웹캐스트 방송국이다. 사회적 현안 및 공동체 이슈에 관한 독립 영상과 웹저널리즘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것이 목표이다.

2) Independent Web Journal의 웹사이트 http://iwj.co.jp

3) 기자클럽제도
- 주류미디어에 소속된 기자만 정부를 취재할 수 있도록 출입을 제한하는 제도. 한국에서는 2003년부터 기존의 출입기자단 제도를 전면 폐지하고 취재를 원하는 모든 기자에게 등록만 하면 자유롭게 방문하거나 취재토록 하며 기자의 개별 공무원과 접촉을 줄이되 부처별로 정례 브리핑을 실시하는 출입기자 등록제를 실시했다. 즉, 신문·방송협회, 기자협회, 외신협회, 한국인터넷신문협회에 가입된 언론사의 기자는 등록신청 후 신원조회를 거쳐 출입증이 발급되며, 브리핑룸에서 청와대나 정부부처의 브리핑을 받는다. 때문에 ‘개방형 브리핑제’라고도 한다. (출처: 네이버 지식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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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진행 및 정리: 김지현 (ACT!편집위원회)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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