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10년
2012년 5월 9일, 미디액트는 10주년을 맞이했다. 그러니까 미디액트는 2002년 5월 9일, 한일 월드컵이 열리던 바로 그 해 봄에 개관하였다는 소린데, 그게 어느새 10년이 되었다. 그렇다. 월드컵의 환호도 벌써 10년 전의 일이 된 것이다! 그 때, 나는 얼마나 뜨거웠던가...! 아, 양해 바란다. 나는 2002년도에 한국에 없었던 탓에 미디액트 개관 당시를 추억하거나 회상에 젖을 상황은 못 되니까. 2002년 하면 월드컵밖에 안 떠오르는 걸. 다만, 먼 타국에서조차 감출 수 없었던 10년 전 월드컵의 기대와 환호와 흥분이 여태껏 내게 생생한 걸 보면, 미디액트 개관 당시의 기대와 환호와 흥분도 당시의 목격자들에게는 여태껏 생생하리라 짐작해 볼 뿐이다. 좀 무리한 비유였으려나..? 어쨌든, 나처럼 미디액트 개관이라는 역사적 순간을 뼈아프게 놓친 사람들을 위해서 당시의 목격자 중 한 분을 이번 호에 초대하여 그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보려 했으나, 모두들 너무 ‘샤~이’ 하신 관계로 이번 호에는 실! 패! 하지만 계속 조르고 있으니, 다음 호에는 미디액트 10주년의 소회를 담은 글 하나 정도는 실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어느덧 10년
그렇다. 어느덧 10년이 된 것이다. 미디액트가 설립된 지, 그와 함께 이 땅에 미디어운동이 본격적으로 뿌리를 내린지. 작년 겨울에 우리 ACT!편집위원회는 지난 [ACT!]를 1호부터 76호까지 싹 훑어보고 미디어운동 10년의 역사를 단번에 따라 잡아보자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었다. 그러나 막상 들춰본 [ACT!] 지난 호들의 무게는 우리에게 너. 무. 버거웠다. 내용도 내용이거니와 우선적으로 글 개개의 그 엄청난 양! 끝도 없이 내려가는 스크롤의 대-압박 속에 우리들은 채 10호를 넘기지 못하고 넉다운 되고 말았다. 비록 중도에 포기하기는 했지만, [ACT!] 초창기 호들을 살펴보며 우리는 미디어운동 초기 활동가들의 그 가슴 떨리는 기대와 미디어운동의 본격적인 시작을 향한 환호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벅찬 흥분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그 때를 함께하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아쉬울 정도로 나는 [ACT!] 초창기 호들에서 느껴지는 당시의 그 활력과 생동감에 완전히 매료되어 버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이후에 그들이 겪어야 했을 산전수전들과 그 과정에서 그들이 마주쳐야 했을 무력감이 떠올라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했다. 그리고 10년 후, 오늘. 나는 좀처럼 활력과 생동감을 찾지 못하고 있는 나 자신에 대해 반성해 본다. 그리고 미디어운동 전반에 퍼져있는 이 무력감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다. 무엇이 바뀐 것일까. 어느덧 다가온 미디액트 10주년을 맞이하며 나는 (글로 배운) 미디어운동 초창기의 기대와 환호와 흥분을 다시금 떠올리며, 지금의 이 험난한 고비를 어떻게든 반드시 넘어가리라 다짐해본다.
언젠가 10년
어쩌다보니 미디액트 10주년 행사의 일환으로 개최하게 된 [ACT!] 포럼. 올해 초에 미디어운동 전반에 대해 살펴보는 세미나를 진행한 ACT!편집위원회는 별 생각 없이, 이대로 끝내기는 아쉬우니 포럼을 한번 개최해보자고 의기투합하였고, 그 어처구니없던 경솔함은 결국 대재난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미디어운동의 전반에 대해, 그것도 프레임이니 전략수립이니 하는 말들을 내걸고 하는 포럼이라니! 우리가 겪었을 수많은 불면의 밤들(토론이나 고민 때문이 아니라 걱정과 후회 때문에)을 쉬이 짐작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 대재난의 결과는 이번 호에 포럼 특집 기사가 실려 있으니 거기서 확인하기 바란다. 단, 포럼 당일, 이 재미없는 주제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많은 분들이 오셔서 상당히 놀랐고, 참여자들이 미디어운동의 전반적인 흐름과 방향성, 그 전망에 대해 활발히 토론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ACT!] 초창기 호들에서 느꼈던 그 활력과 생동감이 떠올라 잠시 감격하기도 했다. 아닌척하면서 이 사람들은 그동안 이토록 많은 할 말들을 감추고 살았구나. 고민이 없어서가 아니라 고민을 터놓고 말할 자리가 없어서 그 동안 참고 살았구나. 그렇다면, 우리라도 계속 자리를 만들어야겠다. 이들을 계속 귀찮게 만들리라. 기대하시라... 라고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꼭 미디액트 10주년이어서는 아니었지만, 이즈음에서 포럼을 개최하고 그 특집기사를 [ACT!]에 싣게 된 건, 미디어운동이 10년째를 넘어가고 있기 때문인 건 맞다. 의도적이 아니더라도, 10년쯤 되면 많은 것들이 변화하기 마련이다. [ACT!]만해도 거의 모든 편집위원들이 바뀌었고, 전반적인 글의 분위기나 다루는 내용의 범위들도 상당히 변화하였다. 이를 지난 [ACT!] 들을 읽으며 더 확실히 느낄 수 있었는데, 시간의 흐름에 따른 당연한 변화도 있었고, 시대의 변화를 핑계로 바뀌지 말아야 할 것이 바뀐 것도 있었다. 미디어운동 전반의 경우도 이와 비슷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 잠시 멈춰 서서 지난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점검하고, 이에 비추어 앞으로 가야할 길을 준비할 때다. 언젠가 다시 10년이 찾아왔을 때, 아무리 시간이 흘렀다 하더라도, 바뀌지 말아야 할 것은 바뀌지 말아야 하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준비와 계획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ACT!]도 자연스레, 혹은 의도적으로 조금씩 계속 바뀌어 가고 있다. 지난 호부터 [미, 디어(Me, Dear)] 라는 자기고백(?) 코너가 생겼고, 이번 호를 기점으로 포럼, 대담 등의 기획 특집 기사를 때에 따라 실을 예정이다. 또한, 차기 호부터 새롭게 등장할 꼭지들도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으니,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기대를 바라며, [ACT!]의 변화와 발전을 위한 조언도 아낌없이 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 아, 그리고 편집위원에도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지난 1년간 우리와 함께 했던 미르가 개인사정으로 잠시 우리를 떠나게 됐고, 대신 이번 호부터 김연주씨가 합류하게 된다. 새 편집위원에 대해 궁금한 분은 이번 호 [미,디어]를 참조하시면 되겠다. 느리지만 꾸준히 발전하(려고 노력하)는 진보적 미디어운동 연구 저널 [ACT!]와 우리가 불철주야 항상 연구(!)하고 있는 미디어운동이 맞이하게 될 언젠가 10년 후의 밝은 미래! 상상이 잘 안되긴 하지만, 그래도 10년 후의 새로운 누군가가 지금의 우리를 바라보며 실망은 하지 않도록, 내가 그랬던 것처럼 오히려 용기를 얻을 수 있도록 오늘도 우리는 계속 노력해본다. 그저 그럴 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