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네가 만들어진 6년 전과 현재의 상황은 많이 다르다. 각각의 지역과 활동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들이 축적되었고, 그에 따라 활동가들의 고민이나 방향에 대한 인식도 다양해졌다. 함께 모이는 자리가 절실했던 그 때에, ‘전미네’로 모였던 활동가들, 그리고 그들의 고민들은. 이제 ‘전미네’로만 모이지 않게 되었다. 전미네가 아니어도, 전국적인 네트워크의 힘을 빌리지 않더라도, 활동을 시작,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 워크숍은 지역에서 먼저 제안했다. 지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지만 다른 지역에서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에 대해 충분한 공유,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 답답함을 느꼈다. 네트워크의 부재로 인한 답답함을 공유하고 풀뿌리미디어운동에 대한 공동의 인식을 만들기 위해선 먼저, 모여야 했다.
어떠했고, 어떠하길
이번 워크숍은 특정한 주제가 없었다. 지역마다, 활동가들마다 처해있는 상황과 바라보고 있는 방향들이 달랐기 때문에 공통의 관심사를 모으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또한, 그 동안 전미네 차원의 모임이 뜸했고, 그로 인해 논의되지 못한 것이 너무나 많았다.
▲ 2012. 6. 15 익산공공영상미디어센터 /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워크숍 |
공통의 이야깃거리를 정하는 대신에, ‘5분’이라는 공통의(!) 시간제한을 두고 ‘지난 5 년. 앞으로의 5년’, 활동의 성과와 의미에 대해 지역별로 발표를 진행했다. (이번 워크숍에는 유독 숫자 ‘5’가 많이 등장한다. 워크숍 이름뿐만 아니라 발표 시간, 거기다 ‘오’재환 활동가의 사회까지) 다양한 활동들을 종합하고 공동의 인식을 만들기 위해, 차곡차곡 쌓인 지역의 활동, 경험들의 의미를 공유하고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워크숍 1부에서는 지역 매체로 자리 잡기, 공동체에서의 미디어 활용, 미디어센터의 의의와 전망 등에 대한 다양한 지역, 단체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9개의 지역, 단체에서 발표를 했는데 그 중, 안산의 ‘지구인의 정류장’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이주 노동자가 밀집해 있는 안산지역에서, 2009년부터 이주 노동자를 대상으로 미디어교육과 상담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고 있는 ‘지구인의 정류장’은,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여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했다. 활동이 진행되면서 관계는 확장되었고 교육을 위해 쓰였던 공간은 이주 노동자들의 쉼터가 되었다. 단순히 교육을 하고, 받는 공간이 아니라, 고민을 나누고,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 된 것이다.
‘지구인의 정류장’의 활동은 새로운 공동체의 형성, 그리고 확장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공동체와 구성원들이 자신의 목소리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그것들이 공동체 내외부에서 소통될 수 있도록 통로를 만들고, 그것을 위한 활동 등을 지속할 것이라고 앞으로의 방향을 얘기했다.
앞으로의 방향을 그리는데 있어서 외부적 상황들은 중요하다. 많은 지역의 단체가 재정적 지원이 줄어들거나 없어진 상황에 놓였고, 함께 활동하던 활동가들의 수도 줄어들었다. 또한, 정책적인 지원 역시 지난 5년과 다름없거나 오히려 축소된 상황이다.
외부적 상황들과 관련하여 아쉬웠던 점은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어떠한 공동의 시도들을 할 것인지 혹은 하고 있는지. 이야기가 진행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단번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와 상황들이지만, 이런 자리를 통해 공유되고 논의되었으면 했다. 시간적 제약 등으로 논의되지 못한 부분은 아쉽다. 전미네 차원의 모임뿐만 아니라 다양한 자리에서, 함께 논의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그래, 우리 같이
이제, 우리의 이야기를 해야 했다. 각자 얘기하고 싶은 이야깃거리를 제안했고, 그것들을 한 데 모아, 몇 개의 그룹으로 나눴다. 공동체/지역, 협동조합, 네트워크, 정책, 지속 가능성 등으로 분류되었고, 각자 참여하고 싶은 그룹에 들어가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필자는 ‘네트워크’에 대해 이야기 하는 그룹에 들어갔는데 우리 그룹 인원이 너무 적어 보경, 재환 활동가가 함께 했다. 나를 포함한 신진 활동가 2명, 전미네 활동가 2명. 이렇게 4명이 모였다.
▲ 2012. 6. 15 익산공공영상미디어센터 /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워크숍 |
활동가들이 모이는 것도 중요한데,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공동의 인식, 방향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모여야 한다. 전미네 사무국이 기획한 젊은(신진)(!) 활동가들의 네트워크인 ‘오겡끼데스까’는 새로운 네트워크 형성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고, 또한 그 네트워크를 통해 여러 가지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지역 방문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의 활동가들을 만났고, 지역 현안에 대한 적극적인 활동으로 이어졌다. (오겡끼데스까 멤버들을 중심으로 4대강 사업에 대한 옴니버스 [江, 원래]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당장에 모이면 좋은데, 그 모임을 통해서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그것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기 힘들었다.
그룹이나 주제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그룹별 토의는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자신이 관심 있는 이슈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오랜만의 자리였다.
1부 발표 때, ‘우리의 지난 5년, 앞으로의 5년’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로 풀어나간 지역이 있었는데, 그동안 미디어센터와 관계 맺어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수강생으로 시작해, 현재 미디어교육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분을 통해 미디어센터의 활동 의미를 돌아볼 수 있었고, 놀이터에 오듯 매일매일 센터를 찾는 아이의 모습에서 미디어센터의 미래를 기대할 수 있었다. 미디어센터가 시민들의 미디어 리터러시 함양은 물론, 사람을 남기는(공동체의 발굴, 개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살펴볼 수 있었다.
2002년 영진위에서 미디액트를 만들었고, 현재까지 전국 약 30여개의 미디어센터에서 교육과 상영 활동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동안의 활동의 의미와 성과를 정리해보고, 미디어센터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공유하고 논의할 때인 것 같다.
▲ 2012. 6. 15 익산공공영상미디어센터 /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워크숍 |
개인적으로 이번 워크숍에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활동기간이 길지 않은 필자에게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반갑고 설레는 일이다. (낯가림이 아주 많이, 심한 탓에 힘든 부분들도 있지만)그러나 기존 활동가는 나와는 조금 다른 기분이 든다고 한다. 그들 역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인데 새로운 얼굴이 나타나면, 낯익은 얼굴은 사라진다고 한다. 물론 각자의 활동으로 인해 워크숍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이겠지만, 활동가들의 지속적인 활동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현 상황에서 활동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과 논의 역시 필요하다.
이번 워크숍에서는 지역에서 활발한 활동들을 하고 있는데 결국, 그걸로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대한 단초를 찾아가고자 했고, 이를 위해 지역별로 앞으로의 방향에 대한 고민들을 나눴다.
물론 1박 2일의 워크숍으로 네트워크에 대한 갈증, 답답함 그리고 고민 등이 해결됐을 리 없다. 하지만 오랜만의, 이 자리를 통해서 다시, 자주 만나야 함을 새삼(!) 느낀다.□
* 관련 사이트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http://www.media-net.kr
[필자소개] 김명아
- 인디다큐페스티발2011 프로그램팀을 거쳐 현재 한국영상미디어센터협의회 사무국에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