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미디어운동연구저널 Act!

[ACT! 84호 이슈와 현장] 지역 극장의 귀환

영화 관람을 위해 2, 3시간을 나가야 했던 장수군민들이 이제는 동네에서 영화를 즐기고 있다. 장수군 ‘한누리시네마’의 이야기다. 군민들의 문화 향유권을 위해 장수군에서 설립한 한누리시네마의 성공 사례가 알려지며, 각 지자체의 관심이 크게 증가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이런 지자체를 지원하며, 극장 부재 지역에 영화관을 짓는 ‘작은 영화관’ 사업에 박차를 가했다.


지역 영화관의 가치를 공유하기 위해

‘한누리시네마 군민들이 누리는 영화 관람의 경험을 타 지역에도 확대하자!’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 중인 지역 공공상영관(이하 작은 영화관) 지원 사업은 위와 같은 취지로 시작했다. 영화관이 없는 91개 지역에 작은 영화관을 설립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사업에 뜻이 있는 지자체가 문화체육관광부로 신청을 하면, 사업 검토 과정을 거쳐 영화관 설립 비용 일부분을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도 일종의 TF를 구성하여 작은 영화관 사업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사실 이 사업의 시발점은 전라북도 장수군의 한누리시네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누리시네마는 군민들의 문화 향유권을 위해 장수군청의 주도로 설립된 영화관이다. 장수군 문화체육시설의 활성화 방안을 검토하던 중, 설문조사를 통해 지역의 젊은 층이 전주로 이주하려는 이유 중 하나가 문화생활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때문에 가장 대중적인 영화 관람 시설을 만들어 군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기존 갤러리로 쓰이던 공간을 리모델링했다. 이를 통해 2개관의 디지털 영화관, 한누리시네마가 개관하게 되었다. 한누리시네마 개관 이후 뒤풀이 문화가 영화 관람으로 바뀔 만큼 군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 전북 장수군 한누리 시네마 상영관 전경



영화문화 향유권의 지역 편중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가 발간한 「영화문화 향유권 강화를 통한 지역문화 활성화 방안 연구」(2012)에 따르면, 2011년 말 기준 특별시와 광역시를 제외한 도의 시군구 156개 중 영화관이 없는 지역은 91개 지역이다. 또한 2012년 기준 16개 광역시/도의 230개 시군구 중 109개 지역에 극장이 전무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에서는 영화관 편중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다. 통계에서도 드러나듯 영화관 대부분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2011년 말을 기준으로 전국의 영화관은 292개, 전체 스크린 수는 1,974개이다. 이 중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은 영화관 143개, 스크린 971개로 전체 스크린의 49.2%를 차지했다. 영화관 편중은 관객 수에도 그대로 드러났다. 「2011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전체 관객 중 수도권 관객이 56.4%로 나타났다.
또한 문화예술회관, 도서관, 박물관, 미디어센터 등 공공 문화 기반시설 현황도 함께 조사했다. 공공 문화 기반시설을 통해 비정기적으로 영화를 상영하는 지역이 다수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상영설비를 갖춘 문예회관은 극히 적었다. 미디어센터 역시 마찬가지였다. 전국 30개 미디어센터 중 상영 시설이 갖춰진 곳은 16곳이었고, 시설 교체가 필요한 미디어센터도 존재했다.


지역민들을 위한 작은 영화관을 위하여

한국영화 관객 1억 명 돌파라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영화영상 문화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변방은 여전히 존재한다. 때문에 문화체육관광부는 지역영상문화진흥과 활성화를 위해 작은 영화관 사업 지원에 나서고 있다.
작은 영화관 사업 초기에는 구체적인 계획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각 지자체 역시 영화관 설립을 추진하려 해도, 실질적인 매뉴얼이 부재하기 때문에 설계에서부터 영화관 운영까지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때문에 연구 보고서 발간을 통해 영화관 설립에 관한 건축 가이드라인부터 프로그램 수급, 극장 운영 등 다양한 모델을 제안했다.
2012년에 진행된 「영화문화 향유권 강화를 통한 지역문화 활성화 방안 연구」가 실태조사서였다면, 2013년에 진행된 「지역영상문화 활성화를 위한 작은영화관 및 지역영상미디어센터 설립 지원 방안 연구」는 일종의 액션 플랜이 담긴 보고서이다.
먼저 영화관 설립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지자체를 위해 권장 건축 기준을 만들었다. 1관은 디지털, 1관은 3D 상영을 기본으로 2개 스크린을 가진 총 100석 내외의 극장을 기준으로 했다.
또한 지자체는 대부분 영화관 운영 경험이 없기 때문에, 작은 영화관 운영 모델도 만들었다. 운영 필요 인력은 최소 9명이며(*표1 참조) 사회적 기업과 사회적 협동조합, 문화 관련 비영리기관, 그리고 민간 등에 위탁하여 운영하는 모델을 제시했다. 또한 영화 수급과 관련하여 직접 수급, 배급대행업체, 지역 영화배급사 등 3가지 모델을 구성했다.(*표2 참조)




특히 작은 영화관의 경우, 지역의 미디어센터와 연계하여 다양한 프로그램 진행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영화관이 새로 생긴 지역의 경우, 지역민들이 영화 관람뿐만 아니라 교육 및 제작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커진다. 때문에 작은 영화관과 미디어센터가 함께 영화 제작 워크숍이나 어르신 영화 제작 교육 등을 시행할 수 있다. 이것이 지역 영화제로 나아갈 수 있고, 실버 영화제 개최도 가능할 것이다. 관람 행위에서 그치지 않고 다양한 행위로 확장되기 때문에, 더욱 긍정적인 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다.


더 나아질 작은 영화관을 위하여

문화체육관광부가 작은 영화관 지원 사업을 발표하기 이전에도, 각 지자체에서 영화관을 설립하기 위한 움직임이 이미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현재 가장 활발하게 추진 중인 자치단체는 전라북도이다. 전라북도는 한누리시네마의 성공을 바탕으로 지역 내 8개 군·구에 작은 영화관 조성 계획을 수립하기도 하였다. 2013년 6월 현재, 김제와 임실에는 영화관 설립을 거의 완료한 상태이다.
강원도 인제군에서는 CGV와 연계하여 기존 공연장을 리모델링해, 2012년에 비상설상영관을 개관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홍천, 동해 등 강원도 각 지역에서 영화관 설립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히 일고 있다.
작은 영화관 설립과 운영에 대해 아직 더 많이 고민해야할 부분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먼저 운영과 관련하여 프로그래머 등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또 인구가 적은 지역의 경우 운영비를 고려할 때 적자 운영이 불가피할 수 있다. 그러나 문화 향유권이라는 공공적 목적으로 설립된 영화관이기 때문에, 이익이 발생하기 않는다고 해서 문을 닫을 수는 없다.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각 지자체에서 운영관리비를 지원하는 등 대안을 내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 법률 상 지자체의 직접 지원은 어렵기 때문에, 작은 영화관 활성화를 위한 법 개정 또한 이루어져야 한다.
영화 관람은 가장 기본적인 문화 활동이다. 영화 관람에 대한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작은 영화관 설립일 것이다. 작은 영화관은 문화 복지의 차원에서 접근하고 운영해야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다. 작은 영화관의 원활한 설립과 운영을 위해 관련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의 적극적인 사업 지원으로, 영화문화에서 소외되는 지역이 없어지길 기대해 본다.


[필자소개] 오혜리
- 오혜리님은 본문에 인용된 연구인 2012년「영화문화 향유권 강화를 통한 지역문화 활성화 방안 연구」와 2013년 「지역영상문화 활성화를 위한 작은영화관 및 지역영상미디어센터 설립 지원 방안 연구」에 참여하셨습니다.

태그

문화운동 , 한누리시네마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오혜리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