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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85호 미디어인터내셔널] 뉴욕의 언더그라운드 영화, 옥상으로 날다.

-뉴욕 지역 독립영화제 ‘옥상영화제Rooftop Films’를 소개합니다.

▲ 옥상영화제 로고 (출처 http://kidcandrive.com/category/rooftop-films)

옥상영화제는 뉴욕에서 매년 여름 다양한 독립영화를 페스티발 형태로 야외에서 상영하고 있다. 지난 1997년 설립자인 마크 엘리자 로젠버그가 자기 집 옥상에서 독립영화를 상영하기 시작한 것이 그 시초였다. 새로운 독립영화들과 언더그라운드 예술인들의 공연을 결합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야외에서 진행하고 있는 옥상영화제는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17년째 이어져 왔다. 이제는 LA, 토론토, 필라델피아, 스웨덴, 텍사스, 피츠버그, (메인 주의) 캄덴을 포함한 여러 도시까지 퍼져나가고 있는 옥상영화제를 만나보자.

1. 뉴욕 예술인들의 풀뿌리 공동체, 옥상영화제

옥상영화제는 단순한 영화제가 아니라 하나의 공동체다. 이들은 영화인과 공연, 관객과 예술인, 상영관과 이웃의 경계를 허문다. 옥상영화제의 목표는 저예산 영화를 상영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런 영화인들에게 필수적인 지원 시스템을 제공함으로써 살아 숨 쉬는 독립영화 공동체를 지원하고 장려하는 것이다.

2. 옥상영화제, 뉴욕에서의 17년

옥상영화제는 1997년 6월, 뉴욕 맨해튼 14번가에 있는 한 아파트 옥상에서 시작되었다. 영화감독 마크 엘리자 로젠버그(Mark Elijah Rosenberg)는 바사 칼리지(Vassar College)를 졸업하고 고향인 뉴욕으로 돌아왔다. 그는 사람들에게 신작 단편영화들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할 획기적인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고 있었다. 당시만 해도 뉴욕 시민들이 독립영화에 관심을 갖게 하기란 정말이지 어려운 일이었다. 로젠버그는 작은 지하 영화관을 빌리는 대신 16mm 영사기와 저렴한 스피커, 커다란 흰 천을 자기가 살고 있는 아파트 옥상에 설치해놓고 닥치는 대로 사람들을 끌어 모았다. 영화계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알음알음 모여들었다. 그들은 뉴욕 하늘과 옥상 배수탑을 벗 삼아 밤이 깊을 때까지 함께 영화를 봤다. 그것이 옥상영화제의 시작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로젠버그가 이렇게 영화를 틀고 있다는 것을 집주인이 알게 되었고, 그는 살던 집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하지만 이듬해 여름, 로젠버그는 조슈아 브레이트바트(Joshua Breitbart)와 함께 브룩클린에서 옥상영화제를 계속 이어갔다. 둘은 댄 눅솔(Dan Nuxoll)과 합심하여 브룩클린의 동부 윌리엄스버그에 있는 오래된 공장 옥상에 튼튼한 스크린을 설치하고 관람석을 만들었다. 옥상영화제는 1998년에 그곳에서 한 편의 단편영화를 틀었고, 1999년에는 5편, 2000년에는 8편을 더 상영했다. 옥상영화제는 다른 곳에서 틀어주지 않는 영화를 트는 것은 물론, 영화 상영 전에 음악인이나 여러 예술가들의 공연을 열기도 하며 젊은 영화인들, 예술가들과 음악인들에게 옥상영화제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어갔다.

▲ 마크 엘리자 로젠버그(좌)와 댄 눅솔(우)
(출처 http://www.indiewire.com/influencers/rooftop-films)

브룩클린 주변 도시까지 옥상영화제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면서, 관객은 물론 상영 지원작도 점점 늘어났다. 2001년에는 여름 내내 금요일마다 영화를 상영하는 ‘옥상영화제 여름 시리즈’가 공식화되어, 매주 수백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독립영화를 보기 위해 뉴욕 곳곳에 마련된 상영 장소로 모여들었다. 옥상영화제는 비영리단체를 설립하고 스태프와 자원봉사자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설립자 로젠버그가 예술감독이 되었고, 사라 파머와 댄 눅솔이 각각 페스티발 디렉터와 프로그램 디렉터로 참여했다. 로젠버그와 눅솔은 지금도 옥상영화제의 상근자로 일하며 일 년 내내 영화제에서 틀 전 세계의 새 독립영화들을 모으고 있다. 2008년에는 상근자가 7명까지 늘어났고, 이후 시간제 직원과 인턴, 자원봉사자들이 계속해서 늘어 상영작 선정, 상영 장소 경비, 공연 홍보, 장비 이동 및 설치 등을 함께하며 여름 시리즈를 만들어가고 있다.

2004년에는 옥상영화제 사무실도 생겼고, 뉴욕 곳곳에 새로운 상영 장소들도 점차 늘어갔다. 지금도 옥상영화제는 뉴욕에서, 나아가 동부 전역에서 영화를 틀 수 있는 야외상영 장소를 더 확보해나가고 있다. 옥상영화제는 매년 조금씩 규모를 키워, 15주년이 된 2011년에는 여름동안만 47가지 행사를 통해 200편의 영화를 상영하며 30,000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이런 옥상영화제도 다양한 장애물을 맞닥뜨리고 있다. 눅솔과의 인터뷰에서 영화제 상영작들이 영화제 이후에 시장에서의 관객 동원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는 언급(*주1)이 있었고, 로젠버그는 동일지 인터뷰를 통해 “조직의 입장에서 볼 때 우리는 전략상의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법적인 문제도 있고, 비영리다보니 재정적인 면에서도 어렵죠.”(*주2)라고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음을 밝혔다. 그럼에도 이들은 뉴욕에서의 영화제 공식화와 유지를 최우선으로 하되, 같은 형태의 옥상영화제를 다른 도시로 확장해나가는 것을 장기적인 목표로 두고 영화제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3. 옥상영화제의 특징

1) 도시에서의 야외 상영

옥상영화제는 시작부터 그랬듯이 뉴욕 곳곳의 건물 옥상을 비롯한 야외 공간에서 상영이 이루어진다. 처음에는 독립영화 정도의 흡인력으로는 뉴욕 시민들을 극장 안으로 유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선택한 야외상영이었지만, 이것이 옥상영화제만의 차별화된 특성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날씨와 모기와 전쟁을 벌여야 하지만 관객들도 스태프들도 야외에서의 상영을 잊을 수 없는 즐거움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다음은 한 영화제 인턴의 영화제 참가기 감상에서 발췌한 글이다.

"이번 여름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비가 많이 왔다. 야외 활동을 하기에 좋은 날씨는 결코 아니었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영화제 인턴으로서 내가 이번 여름 최고로 꼽는 경험은 바로 비 오던 날이다. 소크라테스 조각 공원에서 “닉슨(Nixon)”을 상영하던 날이었다. 상영 준비를 시작할 때부터 하늘의 모습이 심상치 않았다. 일단은 습도가 올라가더니 모기들이 미쳐 날뛰었고, 곧이어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비가 쏟아 붓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다시 해가 나고, 다시 비가 오고, 날씨가 계속 오락가락했다. 솔직히 나는 관객들이 조금쯤은 날씨에 대해 불평을 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단 한 명의 관객도 불평하지 않았다. 그 상영을 보러 와 준 사람들은 영화를 정말 사랑하고 이 멋진 공동체의 일원이 되고 싶었던 것이다. 그날의 폭우는 우리에게 즐거운 이야깃거리를 주었고, 텐트 아래 옹기종기 모이게 해 주었을 뿐이다. 비가 그치고, 쌍무지개가 떴다. 하늘이 폭우를 쏟아 부었지만, 그 정도로 우리를 멈출 수는 없었다."

▲ 옥상영화제 상영 모습
(출처 http://248am.com/category/movies/page/6)

2) 다양한 예술 공연과의 콜라보레이션

옥상영화제는 상영관이 실내 영화관이 아닌 만큼, 라이브 음악 공연과 감독과의 자유로운 대화, 상영 후의 야외 파티가 함께하는 것은 기본이다. 일부 상영에서는 차력쇼, 자전거 묘기, 테마 노래방, 환경친화적 축제, 사회적 이슈에 대한 캠페인 등이 함께 이루어지기도 한다.

▲ 2010.6.1. 오픈로드 야외상영장 단편영화 상영에 앞서 공연 중인 Cymbals Eat Guitars
(출처 http://www.freewilliamsburg.com/archives/2009/05/cymbals_eat_roo.html)


3) 저렴한 상영작 출품 비용

옥상영화제의 상영작 출품은 거의 1년 내내 가능하고 마감 시한보다 얼마나 일찍 제출하는가에 따라 12~22달러 선으로 저렴한 출품비용을 자랑한다. 한 감독이 몇 편의 작품을 제출하더라도 출품비는 한 번만 내면 되도록 하여,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독립영화 감독들을 배려하고 있다. 또한 상영작으로 채택이 되지 않더라도 모든 출품자에게 그 해 영화제 티켓 두 장이 무료로 제공되어 상영을 하지 못하더라도 독립영화인들이 함께 모여 즐기는 축제로 만들고자 하는 의도도 엿보인다.

4) 상영작 모두에 제공되는 후속지원

옥상영화제는 경쟁 방식을 취하지 않고, 상영되는 모든 영화에 동일한 혜택을 준다. 그러다보니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작품들 중 다수가 극장 개봉이나 TV 방영, DVD 출시 등의 기회를 갖게 된다.

① 제작비 지원
옥상영화제는 모든 영화제 티켓과 각 상영작 지원요금에서 1달러씩을 신진작품 지원 자금으로 출자하고 있다. 이 자금 지원은 옥상영화인 공동체에서 영화 제작이 순환되도록 하는 데에 쓰인다. 영화제에서 자기 작품을 상영한 모든 감독들에게는 매년 이 자금이 지원된다. 이들은 AT&T에서 지원하는 10,000달러의 지원금과 50,000달러 규모의 이스턴 이펙트 제공 제작 장비 및 에지웍스 스튜디오, DCTV 제공 후반제작 서비스를 포함하여 매년 23,000달러씩을 지원하고 있다. 일단 옥상영화제에서 작품을 상영하고 나면 그 감독의 이후 작품 활동까지 지원하는 것이다.
이렇게 지원된 자금으로 올 2013년 제작, 상영된 작품은 토드 로할(Todd Rohal)의 <귀여운 녀석들(Sweet Cheeks)>와 헤더 코트니(Heather Courtney)의 <제목없음, 텍사스 다큐멘터리(Untitled Texas documentary)>를 비롯하여 총 12편에 이른다.
직접적인 자금지원 외에도 독립 영화인 프로젝트(Independent Filmmaker Project, IFP)와의 제휴를 통한 배급지원, 사회적 미디어 플랫폼인 킥스타터(Kickstarter)를 통한 홍보지원 등의 네트워크까지 제공하고 있다.

② 장비 지원
옥상영화제는 1997년 이래로 뉴욕의 실내와 야외에서 영화며 음악을 무대에 올리면서 기술적인 질을 높이는 데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리고 그 장비들을 영화제에서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저렴한 가격으로 빌려주고, 훈련된 전문 기술진이 도와주는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영화제 측은 자체 행사를 위해 마련한 장비들이지만 이것들을 독립영화 제작에 저렴하게 제공함으로써 영화제에, 나아가 북미 전역에 더욱 멋진 작품들이 나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장비대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출처 http://rooftopfilms.com/blog)


5) 영상 교육 사업

지난 4년 간 브룩클린 공립 공업고등학교에서는 학교 잔디밭을 옥상영화제 상영 장소로 제공해주었다. 그 보답으로 영화제 측은 교내에 영상 설비와 함께 영화의 이해 및 제작에 대한 수업을 학생들에게 제공한 것이 옥상영화제 영상 교육의 시작이었다. 2008년 여름에는 옥상영화제 출신 영화감독인 타미카 기샤드(Tamika Guishard)가 인종차별, 성차별에 대한 독립영화들을 가지고 학생들을 위한 기초 영상 문법 수업 커리큘럼을 만들었다. 한편 옥상영화제에서 잔뼈가 굵은 로버트 카스틸로(Robert Castillo)는 자신의 스토리보드 만드는 기술을 이용해서 학생들에게 개인적인 경험을 이미지와 영상을 통한 작품으로 만들어내는 방법을 가르치기도 했다. □

* 참고 사이트
- 옥상영화제 홈페이지 http://rooftopfilms.com
- 인디와이어 홈페이지 http://www.indiewire.com

*주1: 인터뷰 원문 “Seeing films I love struggle in the marketplace having trouble reaching audiences after their festival run... I don't think people have a lot of answers in how to fix that entirely.” (출처 http://www.indiewire.com/influencers/rooftop-films)

*주2: 원문 “From an organizational standpoint, we face logistic challenges that are legal and as a nonprofit we struggle to meet the needs from a financial standpoint,”
(출처 http://www.indiewire.com/influencers/rooftop-films)


[필자소개] 개미


- 미디액트 독립다큐멘터리제작 18기 수료 후 영상활동가의 길을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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