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협정 체결과 주한미군

[특집 _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과 주한미군]

  2․13합의로 한반도평화체제 논의가 본격화 되고 있다. 한반도평화체제는 6․25전쟁이 실질적으로 끝난 지 5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공식적인 전쟁종결이 이뤄지지 않았기에 이를 끝내고 한반도에 평화 상태를 확립하기 위한 평화협정을 선결조건과 필요조건으로 한다.
평화협정은 이미 53년 정전협정에서 3개월 이내 회담을 열어 매듭짓기로 합의한 사안이었다. 그렇지만 50년이 훨씬 지난 지금에서야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다니 통탄할 일이다. 이는 54년에 열린 제네바회의에서 미국과 한국을 뺀 참가국 모두가 추진했지만 결국 미국의 훼방으로 무산되었다. 이후 한반도는 끊임없이 미국주도의 전쟁위기 연속이었고 평화와 통일은 지속적으로 가로막히고 위협받아 왔다.

 평화 절대성과 평화와 통일의 불가분성
본격적인 논의 이전 이와 관련 근본적인 전제부터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첫째, 평화의 절대성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장 나쁜 범죄는 살인죄다. 또 범죄 중에 가장 극형을 받는 범죄 역시 살인죄다. 이처럼 모든 사람에게 가장 귀중한 것은 목숨 곧, 생명이다. 그런데 이 목숨을 집단적으로 대량 빼앗아 가는 게 전쟁이고 집단학살이다. 그래서 이 전쟁에 의한 집단적 생명권 박탈에서 해방되는 권리인 생명-평화권은 인권가운데 핵심적인 인권이다. 지금 이라크 인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유엔 인권규약이 규정하는 자유-시민권이나 사회-경제권 이전에 생명-평화권이라는 사실이 평화의 중요성과 긴요성을 잘 말해 준다.
둘째, 평화체제의 개념규정이다. 평화체제는 전쟁이 발발할 수 있는 근본적 소지를 제거하여 공고한 평화상태가 장기적으로 또 구조적으로 확립(보장)된 상태라고 정의할 수 있다. 단순한 불가침 및 평화협정과 선언 또는 군사적 신뢰구축 등으로 상호 군사적인 적대․긴장상태가 해소되는 수준을 넘어서서(필요조건이긴 하지만) 군축과 다자간협력평화체제 등을 통해 설사 일시적으로 신뢰가 상실되고 긴장이 높아진다 하더라도 평화상태를 훼손하지 못하게 하는, 곧 평화정착이 구조적으로 실현되는 실질적 조치가 이뤄진 상태(충분조건)인 전쟁배제 구조의 구축과 공고화를 의미한다. 곧 전쟁을 하고 싶어도 전쟁을 할 수 없는 전쟁배제의 구조화를 의미한다. 이러한 높은 수준의 평화체제가 궁극적인 지향이긴 하지만 현실적 여건에 따라 낮은 수준의 평화체제를 추구할 필요가 있음도 인정해야 한다. 특히 현 단계 한반도평화체제는 높은 수준의 지향과 낮은 수준의 실질적 이행의 구도로 추진돼야 할 사항이다.
셋째, 평화와 통일의 불가분성이라는 한반도 평화체제의 특성이다. 한반도평화체제이건 평화협정이건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평화의 공고화와 구조화 자체 만에 국한될 수 없다. 이 평화의 공고화와 구조화라는 발판과 과정을 거처 통일을 이룩하는 것이 우리의 지향이다. 우리의 경우 궁극적인 평화체제는 통일이 아니고는 확보될 수 없다는 점에서, 곧 통일 없는 완벽한 평화체제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도 평화와 통일은 불가분의 관계이다.
이렇다면 지금 우리가 추구하는 평화협정(체제)은 한반도에 평화를 위협하고 통일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제거하는 데 초점이 모아져야 한다. 곧 전쟁배제 구조를 만들고 통일친화적인 구조를 만드는 것이 평화협정의 요체다.

 평화위협 토대로서 주한미군과 한미군사동맹은 철수와 철폐돼야
그럼 한반도 평화위협의 실재를 점검해 보겠다. 첫째, 전쟁위기의 경험적 사례분석은 평화위협의 실체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구체적 보기이기에 이를 통해 평화위협의 실재를 확인해 보겠다. 한반도는 냉전기간에 68년 푸에볼로호 정탐선 사건, 69년 EC-121기 정찰기 사건, 76년 미루나무(도끼)사건을 세 번 전쟁위기가 있었다. 탈냉전기간에서는 최소한 일곱 번의 위기가 있었다. 91-92년 120일 전투시나리오 등 제2의 한국전쟁위기, 94년 6월“한 두 시간”만 늦었더라도 전쟁이 발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렸던 영변 핵위기, 미국의 인공위성 사진으로 이북이 핵무기를 개발한다고 단정 짓고 모의 핵푹탄 BDU-38로 핵전쟁 실전연습까지 벌렸던 98-99년 금창리 핵위기, 1-2차 서해교전, 03년 9-12월 전쟁위기, 05년 4-6월 전쟁위기 등이다. 이 가운데 서해교전 두 번을 빼고는 모두 미국이 의도적이고 계획적으로 평화위기를 조성한 것이다. 이런 경험적 사례와 더불어 미국은 끊임없이 평화위협 구조를 강화하고 공고화 해 왔다.
둘째, 북은 70년대부터 지금까지 끈질기게 대미 평화협정 체결을 촉구해 왔으나 미국은 지속적으로 이를 거절해 왔다. 셋째, 미국은 80년대 중반부터 적의 종심을 파고드는 공중강습작전(공지전) 전략으로 북한 점령과 선제공격 전략을 연합사 작전계획으로 세워왔다. 이들 작전계획이 5026에서부터 5030이고 미일의 작계 5055에 이른다. 이에 덧붙여 한국군은 독자적 작전계획인 북한난민 발생 시 대응책인 충무 3300, 북한정권 붕괴 시 북한 지역 비상통치 계획인 충무 9000을 세워 놓고 있다. 넷째, 대북 침략전쟁연습인 연합전시증원훈련(RSOI)과 독수리훈련(FE)의 통합훈련, 을지포커스렌즈(UFL) 훈련 등을 매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강화해 오고 있다. 다섯째, 여기에다 콘플랜 8022의 핵우산전략과 핵태세보고서(NPR)에서 북에 대한 선제핵공격 0순위를 설정하고 있다.
이 평화위협의 실재를 확인해 본 결과 결론은 한반도 평화조약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평화위협의 토대인 주한미군철수와 한미군사동맹철폐가 본질적 논의사안임이 자명해 진다.

 전쟁배제 구조화를 위한 남측 군사체제의 근본적 변환
이와 더불어 남쪽의 대북과잉억지력 수준의 군사력 또한 전쟁배제 구조를 위해서는 필히 조정되어야 할 핵심이다. 남북 군사력을 단순․특징화 한다면 남은 대북과잉억지력, 공격형, 질적 역량 압도라는 특성을 북은 방어형 군사체제, 지하화, 인력 의존형, 질적인 절대 열세, 양적의존 특성으로 대비시킬 수 있다.
[2006 국방백서](201쪽) 남북 군사비 비교는 004~06년 북은 각각 3.9억, 4.6억, 4.7억 달러의 군사비를, 총예산을 각각 25.1억, 29.0억, 29.4억 달러로 발표하고 있다. 반면에 남의 국방비는‘06년 22조5129억(230억 달러) 07년 24조7000억(250억 달러)로 아예 비교의 대상이 되질 않는다.
05년 3월 8일 미국 상원군사위 06년도 예산안청문회에서 라포트 주한미군사령관은 북한군에 대해 "공군 조종사들은 매년 12-15시간 정도 항공기가 작동하도록 유지하는 수준에서 비행훈련을 하기 때문에 군사준비 태세로는 부족하며, 지상군은 여단규모 기동훈련이 매우 드물 정도로 대규모 기동훈련은 줄어든 채 사단급 이상은 주로 지휘소 훈련을 하고 있다"며 "이 같은 경향은 최근 수년간 변함이 없으며, 물자 부족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에 비해 한국 공군과 주한미공군은 한 달에 15시간 비행훈련을 한다고 라포트 사령관은 밝혔다. 한국군의 대북 과잉억지력은 주한미군이 평택으로 확장 및 집결되면 한국군은 한반도 문제를 전담하고 주한미군은 신속기동군으로서 동북아와 전 지구 전담으로 역할분담이 이뤄진다는 점에서도 입증된다. 곧, 한국군사력만으로 대북 억제력이 충분하니까 미군은 동북아기동군으로 재편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이러한 질문을 제기하게 된다. 북의 군사력이 절대적 열세인 상태에서 남을 위협할 수 있는 의지를 가질 수 있나? 또 비정상적으로 의지를 갖는다하더라도 과연 이를 수행할 역량이 있는가? 이러한 상황에서 제대로 된 한반도평화체제나 평화협정은 남도 북처럼 방어형 군사체제로 재편하고 대대적인 군축을 감행해 전쟁배제 구조화를 정착화 해야 한다.

 통일 가로막기 주도자로서 미국과 그 토대인 주한미군과 군사동맹 청산
다음 통일 친화적 평화협정과 체제를 위해서도 주한미군 철군과 군사동맹은 철폐돼야 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 통일가로막기의 실체를 역사적으로 고찰해 보겠다. 미국은 통일의 결정적 계기마다 개입해 통일가로막기의 주범역할을 해 왔다.
48년 1월 유엔조선위원단의 방한으로 분단선거가 치러지는 시점인 4월에 열린 남북연석회의 합의 사항인 외국군철군 후 통일정부 수립은 미국의 철군 거절로 분단선거 강행되어 결국 분단으로 귀결됐다. 이어 72년 7․4공동성명 이후 73년에는 교차승인에 의한 두 개의 한국정책을 강요해 6-23선언으로 7․4공동성명을 훼손하고 분단영구화를 꾀했다. 다음 91년 남북기본합의서가 합의되자 92년부터 특별핵사찰을 강요해 93-94년의 영변핵전쟁위기를 일으켜 이 결과 통일정국이 중단됐다. 또한 2000년 6․15공동선언이 이뤄지자 미국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02년 고농축우라늄 핵위기를 조장해 찬물을 끼얹었다. 더 나아가 02년 12월 5일 미래 한미동맹구상이란 비밀 합의를 통해 한미 공동으로 흡수통일을 추구하고(이는 필연적으로 제2의 6․25로 귀결되는 반통일반민족의 전형임), 통일 이후에도 미군주둔을 보장받으려고 하고 있다.
이런 역사적 고찰에서 통일가로막기 주도자의 물적 토대인 주한미군과 군사동맹 청산 없이 통일지향적 한반도 평화체제의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주한미군 철수에 대한 낙관적 전망
이렇게 평화협정에서 주한미군철수와 군사동맹철폐는 핵심임에도 단지 미국의 막강한 힘과 주한미군 철수에 대한 자신감 상실로 명확한 지침 없이 꽁지를 빼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러나 주한미군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 전망을 밝게 해 준다. 주한미군 문제는 이제 미시적 삶의 차원과 민족사의 자주행로라는 거시적 차원의 문제의식이 결합되어 대중성을 획득하고 있고, 대중적 인식전환을 맞았다.
미군문제는 개인과 민족의 생명권, 국가사이 평등권, 반환기지 오염으로 인한 환경권, 매향리-무건리 폭격피해로 생활권, 주한미군 범죄에서 한국인의 인권, 작전통제권과 자주권 중심의 주권, 통일권, 평화권과 생명권, 우리 땅을 되찾겠다는 재산권 등의 차원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 결과 국민일반의 여론 역시 주한미군불가피론에서 미군철군당위론으로 전환되고 있다. <문화일보>가 의뢰한 여론조사에서(05.5.10) '미국이 한국정부의 동의 없이 북한을 폭격할 경우 우리 정부가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북한 편에 서야 한다'는 47.6%로 미국 편 31.2%를 훨씬 앞섰다.

 높은-낮은 수준 평화체제와 동시-단계 이행의 전략 병존
이제 우리 모두는 낙관적 전망을 가지고 50여년 만에 찾아온 이 결정적 계기를 맞아 주한미군 철군과 군사동맹 철폐의 절대적 계기를 일궈내야 하는 민족사적 과제 앞에 확고한 다짐을 해야 한다.
지금 한미동맹 세력이 추진하고 있는 허구적 평화체제로는 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할 수 있는 기회를 무산시킬 뿐 아니라 앞으로도 주한미군 주둔에 면죄부를 줄 우려가 있다.
주한미군철군-군사동맹철폐와 북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 폐기를 연계시켜 이를 매듭짓는 평화체제 구축에 매진하고, 여기에서 더 나아가 동북아협력평화체제를 구축하고 이를 한반도평화체제와 접목시키는 ‘완벽한’평화체제 또한 우리의 청사진이 되어야 할 것이다.


△ 지난 5월 9일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전망과 과제' 토론회 사회를 진행하고 있는 강정구 교수. 이날 토론회에는 200여명이 넘게 참가하여 최근 한반도 정세에 관한 높은 관심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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