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우.리.학.교.를.보.고

[회원들의 이야기마당]

 

한동안 영화를 보며 눈물을 흘린 적이 없었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면서 나는 두 번이나 눈물을 주룩주룩 흘려야 했다.
그리고, 그건 아마 내가 재일동포들의 실제 생활들을 기록해서 만든
‘우리학교’에 동화되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일본의 최북단에 위치한 혹가이도.
그곳에는 광복 이후, 일본으로 건너가게 된 재일동포들의 피와 땀으로 세운
‘혹가이도 조선초급중급고급학교’가 있었다. 문화와 생활양식이 다른 일본사회 속에서
그들은 검정색 치마저고리을 입고 한글을 배우며 우리 고유의 민족성을 지켜가고 있었다.
처음엔 재일동포 선생님들과 학생들의 강세 섞인 한글 발음을 들으며
다소 낫설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들이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받는 영향을 생각하며
차츰 이해되는 듯 했고 익숙해지는 듯 했다.

내가 ‘우리학교’를 관심있게 봤었던 부분은 두가지였다.
첫째는 총련의 교육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학교에서의 생활이었다.
‘우리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의식과 문화, 언어, 학습형태, 생활방식 모두를
학교 선생님들이 관여하고 기획하고 있다.
이는 학생들을 단순히 의식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교육을 통해
학생들을 주체로 세우려 했던 것이다. 이러한 목표에서 다양한 학습방법이 나타난다.
학생들의 생활에 깊숙이 개입하고 지도하는 선생님의 모습.
학생들의 잠자리를 직접 신경써주며, 곁에서 돌봐주는 선생님의 모습.
동무들간에 민주적인 토론을 거쳐 생활규범을 실천하는 모습.
대호선생님, 경화선생님이라며 학생들이 선생님의 이름과 별명으로 호칭하는 모습.
사뭇 한국의 학교와 다르기 때문에 이질감을 느낄지도 모르겠지만,
공동체를 이루며 교원과 학생들간에 흉금을 털고 솔직하게 생활하는 모습은
사실 인간적인 아름다움으로 비춰지고 있었다.

그리고 두 번째 관심있게 봤던 부분은 재일동포들의 민족성이었다.
아이를 낳고 모든 대화를 일본말로 얘길 하면서도 ‘엄마, 아빠, 할매, 할배’만큼은
우리말로 얘기한다는 이민2세의 인터뷰. 서구문명과 일본전통이 뒤섞여 있는
일본사회에서 재일동포들의 민족성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 것 같았다.
아니, 끈질기게 지켜내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일제강점기 당시부터 시작된 재일 조선인에 대한 탄압은 지금까지도 계속되었다.
그러한 탄압에서도 조선인의 정신과 문화를 배우는 조선인학교를 지키려고 했던
재일동포들의 투쟁과 정신은 위대하게만 보인다. 그러니, ‘우리학교’ 학생들이
동포사회에 감동을 주기 위했던 일본학생들과의 축구경기에서 패한 후
대성통곡했던 것은 당연했으리라.. 그리고, 나는 그 학생들의 재일동포에 대한
애정과 젊은이들의 열정, 민족적 자부심에 대한 모습에서 진한 감동을 느낀다.

‘우리학교’에서는 민족에 대한 소중함을 보여주며 재일동포의 조국, 우리의 조국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든다. 분단되어 있는 우리의 현실을 일본에 있는 동포들의
시각을 통해 다시 한번 돌이켜보게 되었다.
그리고 이는 남한에서 살고 있는 나의 의식과 실천에 대한 반성을 불러 일으킨다.
그리고 평화적인 조국통일과 민족자주의 소중함을 다시금 가슴에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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