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협정 체결하고 주한미군 철수시켜 통일로 가자

[특집 2]

이른바 북핵문제를 내세워 극단적인 대북적대정책으로 일관하던 부시 정부가 북한과 대화에 나서고 있고, 냉전과 분단에 앞장서온 정치세력도 앞 다투어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에 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2006년 10월 이후 미국 부시 정부는 핵무기를 보유하게 된 북한에 대해 군사적 무력을 동원하여 전쟁도 불사할 것이냐, 아니면 대화로 정책을 전환할 것이냐를 선택해야 하는 막다른 골목에 놓였다. 이미 이라크 침략의 늪에 빠져있는 부시 정부에 대북강경책이 북핵문제를 더 악화시켰다는 비판여론이 빗발치고 2006년 11월 중간선거에서도 참패한 부시는 외교적 실패를 자인하고 대북강경노선을 수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로써 위기로 치닫던 한반도 상황은 평화협정 체결이라는 대화의 국면으로 극적인 전환을 맞게 되었다. 그토록 염원하던 평화협정 체결과 평화체제 구축, 민족 통일의 실현이 가시권 안으로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은 50년 넘게 지속되어온 정전상태를 평화상태로 전환시키기 위한 국제법적,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는 일이며, 한국전쟁을 계기로 한국에 진주한 모든 외국군을 철수시키는 일이며, 또한 정전으로 인한 분단 상태를 극복하고 통일을 이루는 일이다.
지난 반세기 이상 적대했던 북한과 미국이 화해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게 된다면 한반도 정세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국면을 맞게 된다. 평화협정 체결은 적대적인 북미관계를 정상화시킴으로써 늘 전쟁의 위기 속에 살아온 우리 민족에게 평화와 안전을 보장해줄 것이다.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대립과 반목을 일삼던 남북관계도 민족의 단합과 통일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대선회를 하게 된다.
이는 우리 민족이 결코 놓쳐서는 안 될, 절체절명의 호기다.

그러나 도래하고 있는 평화협정 체결 정세는 우리 민족에게 또 다른 위기이기도 하다.
그것은 미국이 북한의 핵을 폐기시키고 한반도 전체를 지배하기 위해 평화협정 체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부시 대통령은 2005년 11월, 노무현 대통령과 이른바 ‘경주선언’을 발표했다. 북미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를 합의한 9․19 공동성명이 발표된 지 두 달 만이다. 그리고 그 이듬해인 2006년 1월 20일, ‘한미동맹 동반자관계를 위한 전략대화 공동성명’을 발표한다. 같은 해 10월, 북한의 핵실험이 있은 후에 개최된 SCM(한미연례안보협의회)에서 한미양국은 ‘한미동맹비전 공동연구’를 채택하여 새로운 한미동맹을 제시하였다.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을 통해 한미양국은 북한에 대한 방어를 명분으로 유지되어온 지금까지의 한미동맹을 이른바 ‘신 한미동맹’으로 전환하기로 합의했음을 공표하였다.
신 한미동맹은 미국의 패권에 맞서 ‘지역 및 범세계적으로’ 미국에 ‘도전’하여 ‘패권국가로 등장할 수도 있는’ 중국에 맞서기 위한 동맹이다. 또한 미국의 패권 행사에 저항하는 북한에 맞서는 동맹이다.
신 한미동맹은 이와 같은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통일 이후까지 한반도에 미군을 주둔시키며 구 한미동맹을 가치동맹, 경제동맹, 포괄동맹, 지역 및 지구동맹으로 전환한다. 결국 신 한미동맹은 한반도를 비롯하여 동북아는 물론,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 영구히 자신의 패권을 실현하려는 미국의 이해에 더욱 깊숙이 편입되게 만드는 것이다. 신 한미동맹 아래에서는 우리 민족과 국가의 이익이 질식되고 우리 국민의 생존이 항상적으로 위협받게 될 것이다. 아프간에서 일어난 한국인 희생과 억류사태는 바로 신 한미동맹의 현 주소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지금까지의 한미동맹이 보장해 준 미국의 군사적 기득권을 계속 유지해주면서 북한에 대해서 더욱 적대적 성격을 갖는 신 한미동맹이 이대로 추진된다면 한반도 평화와 우리 민족의 통일은 기약조차 할 수 없이 다시 먼 미래로 물러나게 된다.
따라서 미국이 북한과 평화협정을 체결하겠다면서 동시에 북한을 겨냥한 한미동맹을 더욱 강화하는 모순된 행보를 보이는 것은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에 어두운 먹구름이 드리운 것과 같다.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은 바로 한반도 평화체제가 구조화되도록 하는 것으로, 한반도 구축의 출발점이자 분단에서 통일로 가는 징검다리다. 따라서 어떤 평화협정을 체결하느냐에 따라 민족의 자주를 실현하느냐, 영구적인 대미예속에 떨어지느냐가 가늠된다.
그런데 지금 한반도 평화협정 정세는 한미동맹 세력이 주도하고 있다. 평화통일운동세력은 대부분 한미동맹 세력에게 짓눌려 있거나 포위되어 있다. 심지어 그들에게 포섭된 경우도 있다. 평화협정 체결 논의를 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며 정세 주동성을 스스로 포기하는 일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만일 한미동맹 세력이 평화협정 체결을 계속 주도해나간다면 그 평화협정은 우리 민족의 평화와 통일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운명을 영구히 미국의 이익에 내맡기는 도구가 되고 말 것이다.
따라서 한미동맹 세력이 주도하는 평화협정 체결 흐름을 차단하고 민족과 국가의 이익이 실현되는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위해서는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투쟁을 전면화 해야 한다. 평화협정 체결 투쟁을 전개하는 데 있어서 핵심고리는 주한미군 철수 투쟁이다. 주한미군 철수야 말로 한반도 평화협정이 민족의 자주를 실현하고 통일을 이루는 평화협정으로 만들어주는 보검이다. 주한미군 철수 없는 평화협정은 평화도, 통일도, 자주도 보장해주지 않는다.

평통사는 2000년 매향리 폭격장 폐쇄 투쟁으로부터 여중생 투쟁, 용산, 평택 투쟁과 방위비분담 투쟁 등 그 동안 온 힘을 다해 대중적인 반미투쟁을 고양시키는 데 기여하였다. 이제 평화협정 체결이라는 민족사적 전환기를 맞아 자주적인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투쟁의 깃발을 높이 들자. 이것은 그 동안 전개해온 대중적 반미투쟁의 성과에 기초하여 본격적으로 자주와 평화, 통일을 위한 투쟁을 전개하자는 것을 말한다. 이 역사적 업무를 얼마나 잘 수행하느냐가 평통사의 향후 진로를 결정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7월 8일 개최된 임원워크숍에서 결의된 대로,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과 주한미군 철수 투쟁에 떨쳐나서자. 이 투쟁은 평통사 뿐 아니라 우리 민족의 향후 100년 운명을 가늠하게 될 것이니, 초심으로 돌아가 사활적 이해를 걸고 떨쳐나서자.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김종일(평통사 사무처장)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