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평화, 우리 민족의 영원한 평화를!

[책을 열며]


△ 새만금을 지키려는 투쟁을 기념하는 매향비 앞에 홍근수 대표와 함께 선 문규현 상임대표

“완전한 평화는 인간에게 어울리고 사나운 분노는 야수의 몫이다.”
‘평화’가 뭐지? 새삼 궁금해서 이 자료 저 자료 넘겨다보는데, 고대 로마의 시인 오비디우스가 했다는 이 말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정녕 스스로를 인간으로 생각한다면 우리의 존재 방향, 끊임없는 지향점은 평화여야 합니다. 그런데 인간이기를 포기한 사람들이 인류 역사에 꽤 됩니다. 그 중 아돌프 히틀러는 단연코 맨 앞 순위에 있습니다. 그 자는 “인류는 영구한 투쟁 속에서 강해졌으며, 평화가 영구히 계속되면 모두 멸망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답니다. 이런 사고를 가진 자가 불러온 인류사적 비극이 무엇이었는지, 그런 자의 말로가 어찌되었는지는 두 말할 필요도 없이 우리 모두가 다 아는 사실입니다. 히틀러는 인류사의 괴물이랄 수 있습니다.

분쟁과 갈등이 존재하는 대부분의 나라와 지역에 미국이 있고 미군이 있습니다. 분노를 포식해야 지탱 가능한 사나운 야수처럼 말입니다. 미국의 제국주의적 야욕과 행태는 아돌프 히틀러의 말과 많이 닮아 있습니다. 자신들이 겉으로 내세우는 말과는 달리 미국은 평화가 두렵고, 평화를 추구하면 멸망하고 말리라는 두려움에 가득 사로잡힌 가여운 존재처럼 보입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중에도 아프간에 피랍된 한국인 22명이 마침내 석방된다는 기쁜 소식을 간절히 기다려 보지만, 어디에도 그런 말은 들리지 않습니다. 아프간 정부를 실질적으로 통제하고 있는 미국이 계속해서 침묵하고 탈레반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피랍 사태에는 여러 원인과 배경들이 있겠지만 미군의 아프간 점령과 그에 맹목적으로 추종한 한국군 파병이 이 비극의 주범이요 핵심입니다.

어제 7월 27일은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54주년 되는 날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아직도 우리는 전쟁이 멈춰진 상태에 살고 있지 평화체제를 얻지 못하고 있는, 여전히 야수의 시대를 살고 있는 겁니다. 1989년 평양청년대축전에 참가한 임수경과 함께 판문점을 통과해서 분단의 장벽을 허물고자 했을 때, 사실 처음 계획한 날이 7월 27일 정전협정 체결일이었습니다. 분단과 전쟁을 상징하는 날에 판문점을 넘어섬으로써 평화와 자주, 통일의 의지를 알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비록 8월 15일로 날을 바꾸어 분단선을 넘어섰고, 그 뒤에 남북정상회담도 이뤄지고 수많은 사람들이 남북을 오가는 나름 가슴 벅찬 시대가 되었지만, 여전히 평화협정이 체결되고 있지 못한 완고하고 냉엄한 현실 앞에선 답답할 따름입니다. 정부가 평화협정을 체결할 준비를 하고 있다지만 정작 정전협정 당사자인 미국은 슬쩍 뒷전으로 감추는 식의 방안이라니 북한의 반발은 불 보듯 환합니다. 판문점 북남 경계선을 넘어 남쪽 구역으로 들어섰을 때 우리 앞에 먼저 다가선 자들은 미군이었습니다. 이 땅의 진정한 주인이 누구인가를 뼈저리게 알 수 있는 지점이었습니다.

여하 간에 평화협정을 체결하고자 한다면 평화체제로 가야 하는 게 마땅합니다. 그런데도 지금 국방부는 국방예산을 확대하고, 주한미군 또한 북한과 중국을 겨냥한 동북아 거점 군사기지를 남한 곳곳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렇다면 평화협정이 체결되어도 우리는 계속해서 불길한 전쟁 기운 속에 살아야 할 것입니다. 아무래도 이들은 “평화가 영구히 계속되면 모두가 멸망할 것”이라는 히틀러의 말을 신조로 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미군이 이 땅에 존재하는 한 우리는 평화를 누릴 수 없을 것입니다. 한반도 전체가 볼모로 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초라한 평화라도 화려한 전쟁보다 품위 있습니다. 우리는 단지 우리에게 해가 닥칠까봐 두려워서 평화를 구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평화가 인간의 완전한 본성을 표현하기 때문입니다. 평화가 인간의 존엄성과 생존을 보장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 평화를 남북 민족이 함께, 세상 모든 사람들과 함께 영원히 누리고 싶습니다.

함께 갑시다. 우리 이 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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